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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재차 저격, '안보 장사'에 韓 본보기 삼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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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은 머니 머신”, 방위비 인상 언급
최근 타결한 2026년 1.5조보다 9배 많은 규모
주한미군 규모, 실제 분담금 왜곡하며 표심 자극
2기 행정부 집권 시 '재협상 시도' 전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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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미 간에 최근 타결한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다시 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또 내놨다. 이는 '한국은 부유하면서도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집권 당시 한국 등 우방국들에 고액의 계산서를 들이밀었던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한미동맹이 또 한 번 '트럼프 탠트럼(발작)'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또 韓 방위비 거론 "이용당해선 안 돼"

1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는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Faulkner Focus)’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에는 4만2,000명의 미군이 있지만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들에게 돈을 내게 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을 해 그들은 더 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며 “그들(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용당할 수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전날인 15일에도 시카고경제클럽에서 진행된 블룸버그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자동지급기)’이라 지칭하며 자신이 재임 중이라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는 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지불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규모다.

앞서 한미 양국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원으로 책정하는 내용의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타결했다.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조건으로 물가를 반영키로 함으로써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예방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런 약속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의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We have to start)'는 발언은 재집권 시 이번 SMA를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트럼프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바도 있다. 이에 외교가에서도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과 미국이 대선에 앞서 서둘러 끝맺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방위비·주둔 규모 등 기본 사실도 왜곡

트럼프가 한국의 실제 분담금과 관련한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데 대해선 한국을 표적으로 삼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미국 대선의 한반도 안보 영향을 분석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와도 맞아떨어진다. CSIS는 지난달 “트럼프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국방비 지출이 적은 동맹국을 가장 경멸한다”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한국은 쉽게 트럼프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445억 달러(약 60조9,000억원) 규모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점이 트럼프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방위비 분담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았다거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분담금을 대폭 낮췄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2016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이었고,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1조389억원이었다.

한국의 방위비가 낮다는 것도 거짓이다. 우리나라 방위비 분담금은 다른 동맹국과 비교해서도 최고 수준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은 우리가 0.052%로, 일본(0.037%), 독일(0.015%)보다 높다. 국방비 수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국방비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2.5%에 이르고 있어 1%대 수준인 일본과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트럼프가 줄곧 4만 명이라 주장하고 있는 주한 미군 규모도 실제로는 2만8,500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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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한미군

미군 주둔, 쌍방이 윈-윈

주한미군을 마치 한국에 시혜를 베푸는 존재로 여기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주한미군의 철수보다는 ‘철수론’을 활용해 한국과 협상할 때 큰 이익을 취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진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에서도 미국 쪽 협상대표 리처드 롤리스(Richard Lawless)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부차관은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에 당시 북핵 문제 이외에도 용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등의 모든 난제가 미국의 뜻대로 이뤄졌다. 이렇게 터득한 주한미군 철수론 활용법은 한미 협상에 있어 미국의 만능 보검이 됐다. 트럼프 역시 지난 집권 당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지렛대 삼아 분담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치적으로 자랑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이익은 쏙 빼놓고 오로지 한국을 위해서만 주둔하는 것처럼 강변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미군이 아무런 이득 없이 한반도에 주둔할 리 만무하다. 지난 2차 세계대전으로 패권을 쥐게 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에 군대를 배치하며 자국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토를 늘려왔다. 냉전 시대 당시 라이벌이었던 소련과 인접한 한국에 주둔하며 ‘남한의 공산화’를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가 공짜 혜택을 입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산 무기를 대량 사들이고 있다. 당초 지급할 의무가 없었던 방위비 분담금도 1991년(당시 1,000억원)부터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은 토지, 건물만 제공하고 주둔비용은 일체 미국이 부담하도록 했지만, 미국이 한국의 경제력 상승에 변심한 것이다. 물론 냉전이 종식되고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현행 주둔 방식의 효용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이에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특정 지역에 주둔하는 붙박이 미군을 전략적 상황에 따라 어디든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기동군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2004년 전국에 흩어진 미군 기지를 모아놓은 경기 평택의 험프리스 기지가 사실상 ‘중국 견제 맞춤형’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도발하면 곧바로 미사일로 베이징을 타격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북한이 미 본토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알래스카에서 탐지하는 데는 15분이 걸리지만 한국에선 8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북한 공격에 대한 미 본토 방어에도 주한미군이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 감축은 불가피할지 모르나 전면 철수는 미국에도 좋을 게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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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레미아 지분 대규모 매입한 대명소노그룹, 차후 경영권 확보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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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인터내셔널,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 자리 오른다
단순 사업 시너지 강화인가, 경영권 노린 행보인가
원매자 찾는 에어프레미아 최대 주주 AP홀딩스, 제주항공 등 참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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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의 실질적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의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대거 인수하며 굳건한 항공 사업 진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 최대 주주 AP홀딩스의 지분 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확보 움직임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JC파트너스, 소노인터내셔널에 지분 매각

15일 대명소노그룹의 운영사 소노인터내셔널은 JC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에 출자했던 프로젝트 펀드(제이씨에비에이션 제1호) 지분 50%를 471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JC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지분 50%를 2025년 6월 이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됐다. 콜옵션을 비롯한 거래가 마무리되면 소노인터내셔널은 JC파트너스를 대신해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JC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지분 26.9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 과정에서 에어프레미아는 주당 1,600원, 총 4,700억원의 기업가치(에쿼티 밸류)를 인정받았다. 이는 2021년 JC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을 때 약 5.5배 증가한 수준이다. JC파트너스는 투자 원금 대비 약 2.8배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2,340억원 상당의 자금을 회수하게 될 전망이다. 총수익률은 51% 내외로 추산된다.

AP홀딩스 지분 매입 여부 '불투명'

소노인터내셔널 측은 전략적 사업 시너지 강화를 위해 에어프레미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소노인터내셔널이 주력 사업인 숙박업에 항공업을 접목할 경우, 국내외 호스피탈리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국내 18개 호텔·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 리조트 기업으로, 2019년 사명과 브랜드를 ‘대명’에서 ‘소노’로 바꾼 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차후 소노인터내셔널이 사업 시너지 창출을 넘어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 취득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이전부터 항공업 진출 의지를 피력해 왔다"며 "소노인터내셔널이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지분율 30.4%)인 AP홀딩스의 지분을 매입,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명소노그룹과 AP홀딩스 간의 M&A 협상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곳곳에서 소노인터내셔널이 AP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양측의 거래 여부가) 확실히 정해진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AP홀딩스 측에서는 희망가를 제시하지 않은 채로 다수의 원매자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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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인수전 뛰어들까

대명소노그룹이 직접적인 경영권 확보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명소노그룹 외에도 에어프레미아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시점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업체는 제주항공이다. 지난 8월 AP홀딩스·JC 컨소시엄이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을 타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업계 곳곳에서는 제주항공이 에어프레미아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제주항공은 이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 의지를 내비쳐왔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PEF가 투자자로 항공사에 들어가 있으니 언젠가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며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항공이 M&A 기회에 주목하는 이유는 조만간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의 합병으로 인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합병을 위해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차후 양사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양사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역시 통합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들 LCC 3사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2조4,786억원으로 기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매출액(1조7,240억원)을 훌쩍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제주항공이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차후 출범할 통합 3사 LCC와의 매출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750억원 수준이다.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운항 노선 차이도 M&A 메리트를 더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중단거리 노선 중심 항공사인 제주항공이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할 경우, 노선 확대를 통해 승객들을 끌어모으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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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려도 여전하네" 가라앉은 건설 경기, 건설사 줄줄이 자산 매각·도산

"금리 내려도 여전하네" 가라앉은 건설 경기, 건설사 줄줄이 자산 매각·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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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이후로도 건설 업황은 한겨울
생존 위해 움직이는 건설사들, 중견·중소 업체들은 '줄파산'
"살길 찾자" 건설업계, 금리 인하 발맞춰 '수익형 부동산'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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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체감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시장 악재가 누적되며 업황 전반이 가라앉는 양상이다.

자산 팔아치우는 대형 건설사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공사비 급등·수주액 급감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미분양 물량 적체로 자금 회전에 차질이 빚어지며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7,550가구며,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6,461가구에 달한다. 이는 2020년 9월(1만6,883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대형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GS건설의 경우 지난달 25일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에 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GS엘리베이터는 GS건설이 2020년 세운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다. 2012년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역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GS이니마는 GS그룹 신사업부문 매출의 38%를 책임지는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GS이니마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전량을 9,823만 달러(약 1,360억원)에 매각했다. 2022년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라운드에서 약속한 상장 기한(2026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크아웃을 통해 재상장을 노리는 태영건설 역시 여의도 사옥 등 자산을 속속 매각하며 1조6,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모회사 티와이홀딩스는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를 2조700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중견·중소 건설사 유동성 '비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줄도산'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10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가 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모두 23곳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지난 2019년(42곳) 이후 최대 수준이다. 건설사 폐업 신고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집계된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는 330건으로, 전년 동기(266건) 대비 24.1% 늘었다. 같은 기간 접수된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410건으로 107건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소규모 건설업체의 도산 사례가 다수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규모가 있는 건설업체의 경우 당좌거래를 이용하는 만큼 부도 사실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지만, 소규모 업체의 경우 부도 이후에도 확인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업황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중소 건설사들은 (통계를 통해)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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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교클라우드시티' 조감도/사진=현대엔지니어링

업계의 수익원 다각화 움직임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많은 건설사가 오피스 빌딩·물류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활용한 수익원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차후 점진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피벗(통화 정책 전환)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경색 국면이 완화됐고, 오피스 빌딩 매매 시장이 되살아나며 수익형 부동산이 다시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수의 건설사가 이에 발맞춰 관련 서비스·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최근 수익형 부동산 시장 공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상업용 빌딩 내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한 새 빌딩 플랫폼 '바인드(Bynd)'를 공개했다. 바인드는 기존에 분산돼 있던 서비스들을 통합해 빌딩 내 근무자와 방문객, 시설 관리자 등 다양한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전용 모바일앱 △디지털트윈 키오스크 △웹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용인시에 고급 비즈니스 플랫폼 '신광교 클라우드 시티'를 조성하며 업무용 빌딩 상품성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고 33층·5개 동으로 조성되는 신광교 클라우드 시티는 △지식산업센터(2,769실) △창고(282실) △업무(28실) △근린생활(60실) △운동시설(1실) 등을 갖춘 대형 복합 업무 시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광교 클라우드 시티에 각종 고급 커뮤니티 및 서비스를 도입, 입주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 건설 부문은 최근 삼일씨앤에스, 원탑구조엔지니어링과 물류센터용 'Longspan-Wide Beam System PC공법'(L-WBS공법) 공동개발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기둥 간 거리가 11m가 넘는 물류센터 하역장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PC공법이다. PC공법은 기둥·보·슬라브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전 제작해 건설 현장에서 이를 조립하는 공사 방법으로, 그간 기둥 간 거리가 11m를 넘지 않는 물류센터 내부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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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협회 "인텔 제품 보안 감사 필요" 제안, 미-중 갈등 희생양되나

중국 IT협회 "인텔 제품 보안 감사 필요" 제안, 미-중 갈등 희생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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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협회 "인텔 제품이 중국 국가 안보 위협" 지적
인텔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 제품 안전성과 보안 중요하게 생각"
미-중 갈등에 인텔만 희생양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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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인텔

중국에서 인텔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정부가 사이버보안 감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했다. 파운드리 사업부 대규모 적자 및 연이은 투자 실패로 경영 위기에 빠져 고전 중인 인텔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 사이버보안협회, 인텔이 중국 안보 위협한다 지적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보안협회는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인텔 제품이 보안 취약성을 보인다며 사이버보안관리국(CAC)이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의 국가 안보와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인텔 제품의 취약성이 “사용자를 해킹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WSJ은 이번 요청이 “인텔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CAC의 공식 조사를 시작하기 위한 전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사이버보안협회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영리단체다. 인텔에 대한 조사를 직접 수행할 권한은 없지만 규제 당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의견을 대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텔 대변인은 "회사가 중국 당국과 협력해 가능한 모든 질문을 명확히 하고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보안에 깊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중국 당국이 사이버보안 감사를 실시해 제재를 가할 경우 인텔이 입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인텔의 5년간 연평균 매출액의 1/4 정도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 조립 후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OEM형 제품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 인텔 CPU의 판매가 급감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논란인 것이다.

실제로 CAC는 지난해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는 판단에 따라 자국 주요 IT 인프라업체에 회사 제품 구매를 중단하도록 했는데, CAC 발표 이후 시장에선 마이크론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수요가 뚝 떨어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전문 업체 ASML의 경우 내년 매출액 규모가 올해의 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논란이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제품 대상 중국 수출 통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도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주요 반도체 생산 필수 소재 일부의 수출을 이미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인텔이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뒤처지며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또 다른 악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인텔은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15%에 해당되는 15,000명의 감원과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등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 50%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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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에 흩어진 데이터를 읽어오기 위한 '개더' 명령어/출처=구글 프로젝트 제로팀

인텔, 보안 문제로 연이은 타격

인텔은 이미 지난해에 서버 전용으로 출시된 제온(Xeon) 프로세서의 보안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구글 프로젝트 제로팀 소속 전문가 팀이 작년 8월 발표한 보안 취약점으로 비밀번호 및 암호화 키 등을 빼돌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세서 내 데이터 저장공간인 '레지스터'에 데이터를 전달하기 전 임시로 저장된 데이터를 PC나 서버 내 다른 프로그램이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출시된 인텔 코어·제온 프로세서가 해당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인텔은 PC와 서버 등 제조사 대상으로 해당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마이크로코드 업데이트 제공에 나섰다.

이 문제를 처음 발견한 구글 프로젝트 제로팀 소속 전문가인 다니엘 모기미(Daniel Moghimi)는 당시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문제는 메모리나 프로세서 내 레지스터 등 여러 곳에 흩어진 데이터 접근 속도를 높이는 최적화 기법 때문에 발생한다"고 밝혔다. 인텔 프로세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AVX2·AVX512 등 명령어를 내장하고 있다. 이 명령어는 메모리 여러 곳에 흩어진 데이터를 불러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메모리 접근 때문에 지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AVX2·AVX512 명령어 중 '개더'(Gather) 관련 명령어는 AVX2 명령어 처리에 필요한 정수·실수 데이터를 미리 모아 지연 현상을 최소화한다. 이때 사용되는 임시 메모리가 보안 처리가 되지 않은 탓에 일반 사용자들마저도 내용을 열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2018년 멜트다운 시절부터 인텔 CPU에 대한 불만 확산

이와 관련해 서버 장비 전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악성코드를 심으면 쉽게 정보를 유출할 수 있어 윈도에서도 즉각 보안 업데이트가 진행됐고, 서버 장비들이 주로 이용하는 운영체제인 리눅스는 구글 제로팀의 발표 익일에 '개더' 기능을 멈추는 업데이트를 발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반 사용자들은 크게 체감하기 어려운 기술이지만 고급 과학용 계산 등에는 AVX 시리즈 모듈의 활용 여부가 체감 속도를 눈에 띄게 바꿀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미 2018년에 멜트다운(Meltdow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인텔 CPU의 보안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AVX 보안 문제를 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인텔은 이용자 접근으로부터 차단돼야 할 메모리 상의 주소 영역에 대한 보안이 무력화되는 멜트다운 이슈로 한때 '인텔 CPU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 중국 사이버보안협회의 지적도 단순히 미-중 갈등에 따른 '인텔 때리기'를 넘어서 인텔의 근본적인 보안 결함에 대한 또 다른 지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텔이 CPU 코어 집적률을 높이는 데 실패하자 속도 개선을 위해 진행한 추측 실행 등의 주요 소프트웨어 작업이, 캐시 내 보안 정보 미삭제 등의 결함으로 나타나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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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토익' 뤼이드(Riid)의 쓸쓸한 한국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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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2천억 투자받고 해외 진출 나섰던 'AI 토익' 전문기업 뤼이드
미국 주요 교육 전문가 영입하며 시장 적응 시도했으나 결국 사업 철수
작년 말 퀼슨 인수하며 대표이사도 교체, 창업자 장영준 대표 사임
사진=뤼이드

AI(인공지능) 기반 시험 문제 예상 서비스로 유명세를 모았던 뤼이드(Riid)가 결국 글로벌 사업을 모두 철수하고 한국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말 이미 대표이사가 교체된 만큼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없이 마케팅만 있던 AI 사업의 종말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뤼이드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109억원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폭은 33%나 줄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64.94% 증가한 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70억원, 당기순손실은 26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64.29%, 50.85% 감소했다.

뤼이드의 실적 반등은 해외 시장으로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멈추고 국내 사업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뤼이드는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산타토익으로 월간 사용자 5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유명세를 끌었고, 이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해외로 시장을 넓혔다.

그러나 미국 사업에서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한국에서도 수익성을 내지 못해 속빈 강정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영어 학습 콘텐츠 제공업체 퀼슨을 인수하면서 퀼슨의 박수영 대표이사가 합병 법인의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창업자인 장영준 대표는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이후 올해 8월 미국 법인인 뤼이드랩스를 공식 철수, 내부 정리를 거쳐 한국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21년 뤼이드가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국내 벤처업계에서는 과연 뤼이드가 실제로도 AI 기술력을 갖춘 회사인지에 대한 논란이 팽배했다. 뤼이드는 학계에서 B~C급 정도로 분류되는 학회지들에 기본적인 딥러닝 모델을 돌린 것에 지나지 않는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발표한 만큼 고급 기술을 갖췄다고 마케팅을 펼쳤지만, AI 분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데이터 전처리에 인간이 손을 많이 쓰고 분류를 세분화했을 뿐, 실제로 토익 예상 기출 문제를 뽑아내기 위한 기계적 추론이 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단정짓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AI 분야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사실 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뤼이드가 한국 마케팅을 축소하고 미국 시장에 집중하면서 논란이 사그라들긴 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시장이 토익 시험 등에서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아닌, 실제 언어 실력을 갖춘 인력들을 뽑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고급 인력 시장이란 점에서, 한국 방식의 쪽집게 과외 등 현 사업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컸다. 뤼이드는 미국 시장 적응도를 높이겠다는 시도로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인 SAT 시험 출제 기관 고위직 관계자들을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SAT, ACT 등의 미국 주요 대학 입시 관련 시험 대비용 '알테스트'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미국 거주 한인들의 주로 모여사는 뉴저지의 한 대학입시전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규모 투자금을 바탕으로 뉴저지 및 로스엔젤레스 등지의 주요 한인 타운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으나, 미국 입시가 단순한 SAT 입학 시험 점수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알테스트'가 문제 예상보다는 부족한 분야 점검 등의 서비스로 변형됐던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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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뤼이드

기출 문제 활용의 법적 이슈 넘지 못한 것도 패인

기출 문제를 활용해 예상 문제를 추출하는 사업 모델이 미국에서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를 넘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기출 문제를 보고 공부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 중국과 달리 영미권 교육은 기출문제는 문제 유형 파악이라는 관점에서만 활용하고, 이후에는 관련된 분야에 대한 심층 학습을 통해 실력을 쌓아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주류다. 게다가 시험 점수가 높더라도 △수업 참여도 △대외 활동 △학생 논문 등 다양한 활동 결과물을 통해 시험 점수가 실력임을 입증하는 복합적인 입시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식 시험 대비 서비스가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에서 실패를 겪은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쿄 시내의 모 어학원에서 영어 교육을 2019년까지 하다 2020년 이후로는 온라인 교육으로 이전했다는 한 교육 관계자는 "산타토익이 일본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긴장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서비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영어 실력을 시험 점수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업무 능력으로 판단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일본 학생들은 토익 공부를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반면, 산타토익 시스템은 한국에서와 같이 시험 점수가 오르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600점 대 이상이면 기업 지원에 장애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이은 대형 실패로 국내 벤처 업계만 위축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어리석은 투자라는 질책보다, 뤼이드 장 전 대표의 사탕발림형 마케팅이 더 큰 문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인 AI 기술에 대한 연구 및 실력 향상은 전혀 없이, 외부에 AI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이 패착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마케팅이 일반 대중에게는 먹혔을지 몰라도, 업계 전문가들에겐 되려 전문성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산타토익의 대규모 투자 건을 보고 교육에 AI를 적용하겠다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성공 모델이 있으니 쉽게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안이한 관점을 가진 벤처투자자들도 대거 등장했다. 40대 초반까지 소형 주식 전문 펀드매니저를 하다 벤처투자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한 관계자는 당시 AI 수학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줄을 서가며 기업 가치를 올려서 평가해 줬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품 기반으로 막대한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의 실체 없던 사업 모델이 드러나며 무너지자, 벤처 업계도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벤처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되려 성실하게 사업을 키우고 있는 업체들에 피해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사업가는 뤼이드의 장 전 대표를 코인 업계의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에 비교했다. 거품을 키우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줬지만 기초가 탄탄하지 않았던 탓에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 자체를 와해시켜 버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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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 호가 1억 '껑충', 노원구 부동산 시장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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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노원구 일부 집주인 호가 높여
공인중개사들 "호가 오르니 매수 발길 줄어들었다"
대출 문턱 여전, 연말까지 시장 둔화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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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일대 아파트/사진=노원구청

서울 부동산 시장 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한 축인 노원구에선 집주인과 매수인 간 동상이몽이 한창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공인중개사들은 "파리만 날린다"며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되자 일부 집주인들 호가 상향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5억8,000만원(15층)에 팔렸다. 이 단지의 현재 호가는 6억원대로 올라왔다. 이에 대해 인근 개업중개사는 "저층 급매물은 이보다 낮은 가격도 있지만, 상태가 양호한 고층 매물은 6억1,000만원 정도에 호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건영2차' 전용 84㎡도 지난달 7억5,500만원(13층)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8억원에 달하고 있다.

상계동 '한신은빛2단지' 전용 59㎡ 또한 지난달 5억4,000만원(13층)에 실거래됐지만, 호가는 이달 들어 5억7,000만원까지 올라갔다. 바로 옆 '은빛1단지' 전용 59㎡ 역시 이달 4억8,000만원(3층)에 거래됐는데, 호가가 6억원까지 치솟았다. 상계동 개업중개사는 "여름만 하더라도 같은 면적에서 4억원대 초중반 매물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며 호가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도 "재건축 호재가 있고 금리도 낮아지니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집값 상승을 기대하니 호가를 유지하거나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가가 오르자 매수자 발길도 뜸해지는 상황"이라며 "매매 수요가 줄어든 탓에 전·월세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택 매수 수요 뜸해지니 거래금액도 '뚝'

실제로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는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빠르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9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4.7p 하락한 125.8을 기록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하자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시장 매물도 쌓이고 있다. 아파트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전일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8만6,826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아실이 서울 아파트 매물을 집계한 이래 최대 적체다.

매수심리가 식어가면서 거래금액도 뚝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1억1,442만원으로 전월 대비 6.8% 줄었다. 연중 최고치인 지난 6월(12억4,703만원)보다 10.6% 감소한 금액이다. 이는 이 기간 거래된 물건의 가격이 낮아진 것과 동시에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대도 전월에 비해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수심리가 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상반기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 및 실제 대출 금리가 주택 시장에 선반영됐기에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적다"며 "실제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가능 금액 증가가 중요하지만, 연말 내에는 기준금리와 비례한 대출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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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자금 대출도 취급 제한

여기에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매수심리 약세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은행권에 주택도시기금대출 취급 제한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14일 대출 제한을 실시한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하나·우리은행이 오는 21일 줄줄이 정책대출 취급을 제한할 방침이다. 정책대출 중 하나인 디딤돌 대출은 가구당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 내에서 최대 5억원 주택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개별 지점에 내려보낸 공문에는 정책대출을 조이는 두 가지 내용이 담겼다. 디딤돌 대출 금액을 산정할 때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를 필수 적용하는 것과 후취담보(주택준공 시 1순위 근저당권 설정)로 진행되는 신규 아파트 디딤돌 대출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 자체를 막는 효과가 있다.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는 기존에도 있는 제도로, 보증기관에서 모기지 신용보증(MCG) 등을 받아오면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칙대로 보증과 관계없이 공제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예컨대 서울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당초 2억1,000만원까지 나오던 대출(LTV 70%)이 5,500만원(서울시 소액임차보증금 금액)을 뺀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든다.

후취담보 대출 취급을 막는 조치의 경우 신규 입주를 앞둔 주택계약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후취담보가 막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했다.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는 한 대출 신청자는 “연말까지 잔금을 납부해야 해 12월 중순쯤 디딤돌 대출을 받으려 했는데 은행이 더는 대출을 안 해준다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이자 부담에도 대출이 막히지 않은 은행을 당장 찾아 대출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공통으로 LTV 80%까지 나오던 생애최초구입 디딤돌 대출도 LTV 70%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 총량과 매매가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커 보인다"며 "연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거래 월별 총량도 7월을 정점으로 이미 8월부터 주춤한 상태기에 연말까지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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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칼 빼든 삼성전자, D램 기술력 회복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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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사업화 지연 속 불붙은 '재설계' 논의
D램 설계 안정화부터 차근차근 다시 진행
HBM4에 집중해 시장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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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2021년 10월 양산에 돌입한 1a D램 기반 DDR5 모듈/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뒤쳐진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D램 기술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D램 본딩 공정뿐 아니라 로직 다이(die)인 10나노급 1a(4세대), 1b(5세대) D램에서 제대로 된 수율이 안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면서다.

삼성전자, HBM 부진에 대응책 마련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HBM3E(5세대 HBM) 제품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가 연기되면서 D램의 설계 안정화부터 차근차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퀄 테스트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연내 통과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HBM은 D램 스택의 가장 아래 위치한 로직다이의 설계와 수율,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후공정, 적층 수율도 따라줘야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라도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퀄 통과가 쉽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로직다이인 1a D램에서 경쟁사 대비 전성비와 성능, 발열 등에서 밀리고 있다. 본딩 방식 또한 TC-NCF 공정을 사용하는데 SK하이닉스의 MR-MUF 방식 대비 제품 제작 시간과 낮은 수율 등이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1a D램은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공정을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도입했음에도 아직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D램 기술력 1위의 지위가 크게 흔들린 시점도 '1a D램'부터로 지목된다. 10나노급 D램은 1x(1세대)-1y(2세대)-1z(3세대)-1a(4세대)-1b(5세대) 순으로 진화해 왔다. 1a D램은 선폭이 14나노미터(nm)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1a D램을 경쟁사 대비 빠르게 양산하지는 못했으나, EUV 등 첨단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삼성전자가 1a D램에 적용한 EUV 레이어 수는 5개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1개) 대비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V는 기존 노광(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 공정인 ArF(불화아르곤) 대비 선폭 미세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 효율성을 높여 메모리의 핵심인 제조 비용을 저감할 수 있다는 게 EUV가 지닌 장점이었다. 그러나 EUV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실제 양산 적용 과정에서 공정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1a D램의 원가도 당초 예상대로 낮아지지 않았다. D램 설계 자체 역시 완벽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서버용 제품 개발에서 차질을 겪으면서 경쟁사 대비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적용 시점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월 인텔로부터 1a D램 기반의 서버용 DDR5 제품을 가장 먼저 인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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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12단 적층 HBM3E/사진=삼성전자

EUV 선제 적용했지만, 1a D램 경쟁력 흔들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엔비디아향 HBM3E 양산 공급에도 1a D램의 성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엔비디아와 HBM3E 8단 제품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엔비디아는 HBM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타제품 대비 낮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HBM3E 8단의 데이터 처리 속도(Gbps)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 대비 10%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구체적인 수치는 테스트 결과 및 고객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b D램을 활용하는 두 경쟁사 대비 성능이 부족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 체제 하에서 서버용 D램 및 HBM의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을 위한 초강수를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HBM3E의 연내 인증이 어려운 만큼 HBM4(6세대 HBM)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 설명에 따르면 HBM4에서는 로직다이를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패키징 형태로 파운드리에서 제작하고 또 본딩 방식 역시 하이브리드 기술의 일종인 '코퍼 투 코퍼 본딩(Copper to Copper Bonding)' 기술을 도입해 TC-NCF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새로운 기술을 통한 안정성 확보로 HBM4에서는 수율을 올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엔비디아가 신제품에 HBM4를 사용하더라도 HBM3(4세대 HBM)와 HBM3E도 기존 모델에 사용하는 만큼 HBM3E의 제대로 된 퀄 통과 없이 HBM4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공정의 수율이 나오지 않았을 때 '퀀텀 점프(Quantum Jump)'라는 이름의 선단공정으로 전환하며 위기를 극복해 왔지만 더 이상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은 채로 선단 공정과 신제품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모래성 무너지듯이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진화하는 D램, ‘스페셜티’ 메모리 시대 도래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량 생산을 통한 물량 공세 전략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I(인공지능) 열풍에 맞춰 D램도 각양각색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찍어내기식 범용 D램 대신 ‘스페셜티(맞춤형)’ 메모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D램은 한때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로 불리는 현대 컴퓨팅 시스템의 진보를 막는 계륵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CPU, GPU,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이 기존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다른 칩에 분리돼 있는 폰 노이만 구조는 메모리 입·출력 병목에 의한 속도 저하, 전력 소모로 성능과 효율성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D램이 다른 형태의 ‘뉴메모리’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이 학계와 업계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성체에 전류를 가해 발생하는 전자회전을 활용해 저항값 변화에 따라 데이터를 쓰고 읽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M램을 비롯해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P램 등이 후보군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D램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지금 시장 트렌드로 봤을 때는 D램의 헤게모니가 더 강화되는 추세다. D램이 대량 양산용 범용 제품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스페셜티 메모리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실제로 현재 D램은 단순히 연산처리장치와 저장장치 사이의 연결고리뿐만 아니라 데이터 연산, AI 처리 속도 가속에 혁신적인 바람을 몰고 올 메모리 풀링(Pooling)을 비롯해 연산 코어 간 거리를 좁히는 초미세설계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D램 기술은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점점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시스템 내 컴퓨팅 요소의 수와 밀도가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공간이 필요한 만큼 더 많은 코어가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D램이 CPU나 GPU의 초고속 연산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전반적인 컴퓨팅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필수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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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을 위한 일본의 ‘라오스 손잡기’

[동아시아포럼] 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을 위한 일본의 ‘라오스 손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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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라오스, 양자 간 외교·경제·사회문화적 관계 강화 나서
라오스의 ‘중국 경제 의존도’ 줄여 ‘중국 질서 편입 방지’가 우선 목표
일본의 지역 질서 재건 위한 라오스의 ‘지원군 역할’ 기대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과 라오스는 외교 관계 강화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으로 격상시키려는 준비에 돌입해 있다. 본 파트너십의 일차적 목표는 중국에 대한 라오스의 지나친 경제 의존도를 줄여 라오스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고 국제사회 규범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또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경쟁 심화로 소용돌이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학 구도 속에서 긴밀한 일본-라오스 협력 관계는 동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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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라오스, 내년까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외교 관계 격상

일본과 라오스의 외교 관계는 최근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는데 2015년에 양국 관계를 안보, 경제, 사회문화 영역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한 바 있다. 이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양국은 외교 관계 수립 70주년을 맞는 2025년을 앞두고 한층 강화된 관계 설정을 위한 기대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라오스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이하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올해를 맞아 지역의 지정학적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외교 수립 이후 오랜 기간 라오스에 대한 사회 기반 시설 개발 및 역량 강화 지원을 필두로 경제적, 사회문화적 협력에 성의를 다함으로써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단계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일본의 ‘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 주도’ 노력

양국 파트너십의 전략적 중요성은 간과돼 온 면이 적지 않은데, 라오스가 동아시아 지역 ‘힘의 균형’을 움직일만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아세안 회원국으로서의 발언권과 역할을 이용해 일본을 도와 지역 내 규범과 규칙을 정립해 갈 수 있는 입장에 있음은 분명하다. 동남아시아의 한 내륙국으로서 압도적인 물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는 어렵지만 아세안과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적 발언권을 통해 일본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세워 가는데 귀중한 동반자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주요 서구권 국가들과 일본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아시아 일부 국가 포함) 국가들과의 외교 수립 노력을 집중하는 모습은 이들 국가들의 이해와 지원 없이는 기존 국제 질서의 유지와 새로운 질서의 수립이 어렵다는 깨달음에 이르렀음을 입증한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대라오스 관계 강화 노력은 동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수립을 위한 필수적인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은 라오스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중국과의 영향력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강화된 라오스-중국 간 경제 협력으로 현재 중국이 라오스 경제 발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라오스의 최대 투자국이자, 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2021년부터 가동 중인 보텐-비엔티안 철도(Boten–Vientiane railway)는 중국의 지원을 받은 라오스의 대표적 기반 시설로 양국 간 교역과 인력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이렇게 심화하는 라오스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일본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극복하고 균형을 맞춰 가야 할 도전 과제기도 하다.

라오스의 중국 경제 의존도 줄여 ‘중국 질서 편입 방지’도 주요 목적

일본과 라오스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격상시킴으로써 얻는 이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정상 회담 및 장관급 회담을 통한 외교적 교류의 증대다. 이는 양국이 정보를 나누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현안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강력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양국의 고위급 회담 빈도는 최근 들어 증가해 왔는데 2015부터 작년까지 팬데믹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9.4회를 기록해 2010~14년 평균인 4.4회를 크게 앞질러 양국 관계의 높아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명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의 라오스에 대한 경제적, 사회문화적 지원의 질과 효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도 일본은 라오스의 기반 시설 확충과 재정 시스템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왔다. 2017년 통룬 시소울리스(Thongloun Sisoulith) 라오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라오스 재정 안정화 프로젝트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 시스템 측면에서의 지원은 현재 양국 간 회담 의제에 지속적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일본은 재정 부문 인적 자원 개발 영역에서도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라오스 간 파트너십의 강화는 급변하는 지역 환경에서 양국에 추가적인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사회경제적 지원은 라오스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나가면서 일정 정도의 전략적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는 증폭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라오스가 중국 영향력 범위로 지나치게 가까이 편입될 가능성을 막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지역 내 경쟁 구도 주도’ 목적 ‘거대 지역 기구’ 창설 구상

또한 일본은 자국과 지역 우방국들의 이해를 대표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 수립과 ‘아시아 탄소 배출 제로 커뮤니티’를 외치고 있으며, 라오스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 역할을 맡아 ‘연결성과 회복탄력성 증진’을 모토로 지역 내 기반 시설 건설과 아세안의 지역 내 중심 역할 유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라오스의 국가적 목표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자국의 목적을 이루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라오스에 있어 올해는 아세안-일본 우호 협력(ASEAN–Japan friendship and cooperation) 50주년을 맞았던 작년에 이어,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일본-라오스 협력 관계에서 도출된 핵심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해다. 또한 올해의 성공적인 양국 협력은 내년 일본-라오스 외교 수립 70주년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격화하고 있는 지역 내 경쟁 구도를 헤쳐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 ‘서태평양 연합’(Western Pacific Union) 창설을 비롯한 거대 지역 협력 기구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여기서도 라오스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교 수립 70주년이라는 이정표가 걸린 내년까지 보다 주도적인 관계 강화를 통해 양국은 안정적이고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지역 질서 수립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케이 코가(Kei Koga)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부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Japan and Laos look to lock in a strategic partnership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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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조치에 합의" 삼성전자 인도 첸나이 공장 파업, 한 달 만에 종료

"복지 조치에 합의" 삼성전자 인도 첸나이 공장 파업, 한 달 만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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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100% 인상해 달라" 첸나이 공장 직원들, 지난달부터 파업
1개월 만에 이견 좁힌 노사, 파업 종료 후 작업 재개
다가오는 전삼노-삼성전자 임금 교섭, 노조 리스크 재차 불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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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이어져 온 인도 남부 삼성전자 공장의 파업이 종료됐다. 삼성전자 측이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 조치를 제시하며 노사 협의가 마무리됐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를 짓누르던 노조 리스크가 일부분 해소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또 다른 리스크로 꼽히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에 집중되고 있다.

첸나이 공장 노동자 업무 복귀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NDTV에 따르면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삼성전자 스리페룸부두르 가전공장 노동자들은 전날 파업을 끝내고 작업장으로 복귀하기로 삼성전자와 합의했다. 첸나이 공장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1,000여 명은 지난달 9일부터 출근을 거부한 채로 공장 인근 천막에 머물며 시위를 이어온 바 있다.

이들은 월평균 3만5,000루피(약 56만원) 수준인 임금을 향후 3년 내 100% 이상 인상하고, 근로 시간을 현재 주 6일 48시간에서 주 5일 35시간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인도 노동법상 소정 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이다. 이에 더해 노동자들은 직원 사망 시 해당 직원의 가족을 채용하는 이른바 ‘세습고용’ 도입, 신규 결성 노조인 ‘삼성 인도 노동 복지 조합(SILWU)’의 인정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3월까지 매달 5,000루피(약 60달러)의 인센티브 제공 △에어컨이 설치된 통근버스 추가 △구내식당 메뉴 다양화 △출산 시 24달러 상당의 상품권 제공 등의 임금 인상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지원한 상위 노조인 인도노동조합센터(CITU)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CITU 타밀나두주 지부장인 사운다라라잔은 “우리는 계속해서 파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시위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측 복지 조치로 갈등 마무리

격화하던 노사 갈등은 삼성전자 측의 복지 강화 제안을 통해 마무리됐다. T.R.B.라자 타밀나두주 인도 산업투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을 위해 몇 가지 복지 조치를 발표했다”며 “이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마치고 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합의 내용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NDTV는 타밀나두 주정부 관계자를 인용, 양측이 △파업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 즉시 업무 복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한 보복 조치 금지 △경영진에 대한 노동자의 전적 협조 등의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파업 종료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파업 종료 결정을 환영한다"며 “(파업에) 단순히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이며 첸나이 공장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 측은 파업을 주도한 조합원 일부를 현지 법원에 고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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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스크 해소는 아직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조만간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임금 교섭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삼노는 지난 10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는 17일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대표와 사측 교섭위원 간 상견례를 진행하고 교섭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17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15일에 먼저 실무 교섭을 제안했으며, 교섭 안건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하고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을 벌였지만, 대표교섭 지위가 유지되는 1년간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교섭 창구 단일화를 거친 전삼노는 지난 3일 대표교섭권을 재확보하고, 지난 8일 노사 실무교섭을 통해 교섭 일정을 정했다. 노사는 이번 교섭을 통해 앞서 체결하지 못한 2023∼2024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과 2025년 임단협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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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죄고 또 죄어 아파트 가격 잡았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거래금액 30%↓

대출 죄고 또 죄어 아파트 가격 잡았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거래금액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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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거래금액 30% 감소
대출 규제 여파로 빌라 외 모든 유형 거래량 감소세 보여
합계 거래량 10.6%↓·거래금액 17.3%↓
일각선 "경제 활동 마비된다"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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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대출 규제로 8월 들어 전국 부동산 매매시장에서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 10만 건을 넘어서며 연내 최고치를 찍었던 7월 대비 상전벽해가 일어났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8월 들어 부동산 거래 급감, 수도권 감소 폭 더 커

16일 부동산플래닛의 ‘8월 전국 부동산 유형별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는 총 9만317건으로 7월과 비교해 10.6% 줄어들었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월(7만8,215건)과 1월(8만1,594건)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서울 주요 지역에만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었던 것이 이번 대출 규제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위축이 가시화됐다는 평했다.

이에 따라 8월 한 달간 거래금액도 36조3,463억원으로 직전 달보다 17.3%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동월(8만7,674건·29조845억원)과 비교하면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각각 3%, 25% 증가했다. 연립·다세대 주택(빌라) 거래량이 전월 대비 0.2%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유형의 거래가 감소했다. 특히 공장·창고(일반) 등의 거래가 22.4% 줄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어 공장·창고 등(집합) 17.2%, 상가·사무실 12.4%, 오피스텔 12.3%, 아파트 11.5%, 토지 11.4%, 상업·업무용빌딩 9%, 단독·다가구 6.2% 순으로 집계됐다. 거래금액 기준으로는 상가·사무실이 7월보다 25.2% 증가했으나, 공장·창고 등(집합)이 70.7% 줄어드는 등 나머지 유형은 모두 감소했다.

아파트의 전국 거래량은 총 4만2,374건, 거래금액은 21조4,360억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11.5%, 20.2% 줄었다. 특히 수도권의 감소 폭이 컸는데, 서울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각각 5,982건, 10조6,639억원으로 전월 대비 30.9%, 32.9% 줄며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경기(14.8%↓· 1만2,746건), 인천(7%↓·2,888건), 경남(6.6%↓·2,511건), 부산(6.6%↓· 2,469건)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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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대출 규제 → 금리 인하 → 경기 부양', 현실은 '대출 규제 → 경기 침체'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가계 대출 증가 및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점에서는 성공을 거뒀을지 모르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도우려다 되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로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지난 10일 한은이 기준 금리를 0.25%p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회복세로 진입하기보다는 대출 규제로 인한 서민, 소상공인 압박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지난 7월까지 정책대출이 가계 대출 확대의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디딤돌 대출 취급 시에도 보증 상품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자체 주택담보대출의 보증상품 가입을 제한했는데, 정책대출에도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딤돌 대출을 받을 때 보증상품 가입이 제한돼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서울 지역의 경우 최대 5,500만원, 경기도에선 최대 4,800만원, 이 외 지역에서는 최대 2,500만원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디딤돌 등 정책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보증상품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앞서 은행권 주담대에 보증상품을 제한한 것과 같이 디딤돌 대출의 최대 한도도 동일하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재부 국정감사 중 소상공인 채무 부담과 관련해 "코로나 기간 상환능력보다 과도한 부채를 지게 되고, 고금리 상황이 되면서 빚 굴레에서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영업자의 폐업률, 대출잔액 등에서 향후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는 "유동성 파티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한테 구조적인 지원들, 이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지원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또 "윤석열 정부 출범 때는 교역이 엄청나게 축소되는 위기 상황이었고 코로나 위기 때문에 나온 유동성 파티가 끝난 시점, 즉 가계대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국가부채 모두 다 유동성이 꺼진 상황"이라며 "결국 우리 자영업자들은 교역 축소 및 유동성 파티가 끝나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은 정책·금융 부처 간 이견 때문?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조기에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면 서울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는 것을 방지하고 가계 부채 급증을 미리부터 차단할 수 있었다며 정부 정책 실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책대출을 놓고 정책당국과 금융당국의 시각차가 컸던 것이 지난 1년간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무회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는 정책대출의 취지가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지원이고,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정책대출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반면 한은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정책대출이 가계 대출은 물론 집값을 밀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국토부와 강대강 대치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면서 금융당국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은의 독립성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과거 한은 총재들은 의도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도 했었던 탓에, 이 총재의 국무회의 출석에 의구심을 보내는 눈초리도 있었지만, 이는 잦은 방문이 필요했을 만큼 부처 간 이견이 컸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가 늦춰진 가장 큰 원인으로 국토부와 복지부 등의 정책대출을 꼽으며, 뒤늦게 정책대출에 보증을 차단하면서 청년 지원마저도 어려워질 만큼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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