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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스위스 이어 프랑스도 위고비·마운자로 건보 적용, ‘개인 책임 영역’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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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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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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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 GLP-1 공공 의료 편입
비만의 만성질환 규정, 국가 관리 체계로 재정립
약가 급여화 통한 환자 부담 경감, 치료 접근성 확대 기대

프랑스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를 공공 의료 체계 안으로 본격 편입하기로 했다. 영국·스위스·일본·미국에 이어 프랑스까지 공공 의료 체계 내 비만 치료제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비만은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보험 적용 확대에 따라 고가 치료제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만 치료 시장과 의료 패러다임 전반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佛 비만 인구 증가에 “국가 관리”

29일(이하 현지시간) 범유럽 매체 유로뉴스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보건부는 오는 6월 15일부터 비만 치료 주사제에 대해 국가 의료보험 환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가 4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 또는 BMI 35㎏/㎡ 이상인 중증 비만 환자로, 프랑스 정부는 공식적으로 약값의 65%를 보험으로 보전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환자 대부분은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 등 동반 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추가 의료 지원 대상이 되는 만큼 사실상 100% 환급받을 가능성이 크다. 스테파니 리스트 프랑스 보건장관도 “대다수 환자는 전액 보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높은 가격은 비만 치료제 보급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왔다. 프랑스에서도 환자들은 현재 월 약 300유로(약 52만원)를 부담해야 했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보험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재정 부담 논쟁이 이어져 왔다. 프랑스는 지난해 초부터 비만 치료제 처방을 허용했으며, 작년 6월부터는 내분비내과 전문의뿐 아니라 일반 의사들도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를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치료 접근성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조치다. 올해 1월 말 기준 프랑스 내 마운자로 치료 환자는 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비만 문제가 있다. 2024년 프랑스 전국 비만·과체중 역학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의 약 18%, 1,000만 명가량이 비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전체 상황도 비슷하다. 유럽의회 자료에 의하면 유럽연합(EU) 내 16세 이상 인구의 51%가 과체중이며, 이 가운데 17%는 비만으로 분류된다.

영국·스위스·일본도 비만약 급여화, 미국은 올해 시범사업 실시

비만 치료제를 공공 의료 체계 안으로 편입한 건 프랑스가 처음은 아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은 2024년 3월 위고비를 공식 체중관리 프로그램에 편입했다. 위고비 도입 당시 NHS는 무제한 처방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BMI 35 이상이면서 고혈압·심혈관질환·수면무호흡증 등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환자를 중심으로 전문 체중관리 서비스(Specialist Weight Management Services)를 통해 공급했다. 영국 국립우수건강관리원(NICE)은 위고비를 최대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고, 식이요법·운동 프로그램을 반드시 병행하도록 규정했다.

이듬해인 2025년 3월에는 마운자로 처방도 허용됐다. 마운자로가 영국에서 비만 치료제로 출시된 것은 2024년 2월이지만, 당시에는 정부 예산·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NHS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NICE가 마운자로의 비용 효과성을 인정하고 NHS 의약품 명단 포함을 승인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게 됐다. 처방 조건은 위고비에 대한 권고 사항과 동일하다.

스위스도 2024년 3월부터 비만 치료제 비용 일부를 보전하기 시작했다. BMI 35 이상 고도비만 환자, 또는 BMI 28 이상이면서 당뇨병·고혈압·수면무호흡증 등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다. 스위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약 4만 명이 건강보험을 통해 위고비 처방을 받았고, 보험사가 부담한 비용만 4,300만 스위스프랑(약 530억원)에 달했다. 스위스는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다. 과거에는 체중 관리 실패를 개인 책임 영역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했지만, 현재 스위스 의료체계는 비만을 고혈압·당뇨병처럼 장기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다루고 있다. 보험 적용도 이런 질병 인식 전환 위에서 가능했다.

일본 역시 BMI 35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중 하나 이상을 앓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포함한 비만 관련 건강장애 2개 이상을 앓는 환자도 대상이다. 단, 이들은 비만약 처방 이전에 6개월간 식이·운동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처방 후 두 달 간격으로 영양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4만660엔(위고비 2.4mg 기준 공식약가)에 달하는 약가 중 1만2,900엔(약 12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미국도 비만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건강보험국(CMS)은 오는 7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메디케어 파트 D 수혜자(65세 이상 고령층과 장애인)에게 GLP-1 약물을 제공하는 '메디케어 GLP-1 브리지'를 시행한다. 이번 시범사업에 적용되는 약은 일라이릴리의 먹는 비만약 파운다요와 주사 젭바운드 퀵펜 제형, 그리고 위고비와 위고비 정제가 해당된다. 이 사업은 기존 메디케어 파트 D 혜택과는 별도로 운영되며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전 승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 정부는 시범사업이 끝나면 2028년부로 정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정부는 환자들의 약 복용 또는 투약이 당뇨, 심혈관 등 다른 만성질환 치료비를 얼마나 절감시키는지 등의 데이터를 감안해 제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위고비·마운자로가 바꾼 비만의 사회적 의미

비만 치료제의 보험 적용 확대는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를 바꾸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비만 치료는 사실상 고가 약제를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계층 중심의 선택적 의료에 가까웠다. 하지만 주요국이 공공 의료 체계 안으로 GLP-1 계열 치료제를 편입하기 시작하면서 비만은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닌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최근 'GLP-1 치료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만을 “만성·재발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장기 치료 체계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접근성 변화의 폭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비만 치료제는 출시 초기 월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안팎에 달하는 비용 부담 때문에 처방 문턱이 높았으나,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질 경우 환자 부담은 일반 만성질환 치료제 수준으로 낮아진다. 주요국들이 중증 비만 환자를 중심으로 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는 이유도 장기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치료제가 사실상 상시 처방 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하면 비만 치료는 특정 계층의 선택이 아닌 대중적 의료 서비스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비만을 바라보는 패러다임도 바뀐다. 과거에는 비만을 의지 부족이나 자기관리 실패 문제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했다. 그러나 GLP-1 치료제가 체중 감소뿐 아니라 당뇨병·심혈관질환·수면무호흡증 등 대사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하면서 비만 자체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보는 흐름이 강화되는 추세다. WHO도 비만이 심혈관질환·제2형 당뇨병·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약물 치료를 포함한 장기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험 적용 확대는 제약업계의 시장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금까지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제한된 공급량과 높은 약가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공공 보험 체계 편입이 확대될수록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는 가격과 접근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생산능력 확대와 경구용 등 신규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다수의 후발 제약사들도 경구용 비만 치료제와 차세대 GLP-1 계열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치료제가 일부 소비자의 프리미엄 의약품에서 광범위한 만성질환 관리 약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시장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는 셈이다.

GLP-1 계열 치료제가 지방 조직 자체의 기능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가 지방세포 내 유전자 발현과 대사 기능에 영향을 미쳐 지방 조직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에너지 대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체중 감소 효과에 더해 지방 조직의 생물학적 특성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비만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각 변화와도 맞물린다. 최근 의료계는 지방을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심혈관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대사기관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GLP-1 치료제가 지방 기능 개선 효과까지 입증할 경우 비만 치료의 목표 역시 체중 감량에서 대사 건강 회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비만을 의지의 문제가 아닌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보는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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