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美 통화긴축 파급효과, 국가별 금융 취약성 따라 차별화
[딥파이낸셜] 美 통화긴축 파급효과, 국가별 금융 취약성 따라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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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 여파, 국가별 충격 격차 확대 달러 부채 의존국 자금조달 부담 가중 금융 체력·정책 신뢰가 위기 대응력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 3월 0.25~0.50%였던 기준금리를 2023년 7월 5.25~5.50%로 인상했다. 불과 15개월 만에 달러 자금 조달 비용이 5%포인트 이상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급격한 긴축 기조 여파는 세계 각국에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국가별 충격의 강도는 부채 구조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외화자금 의존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특히 단기부채 비중이 높거나 외화 차입 의존도가 큰 경제일수록 자금조달 부담과 금융 불안 압력이 더 확대됐다.
국가별 충격 차이 만드는 금융 구조
글로벌 통화긴축의 영향은 국가 내부에서도 균등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정책 변화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기준금리를 450bp 인상한 뒤 물가 상승세 둔화에 맞춰 2024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200bp를 인하했다. 하지만 완화정책의 효과는 경제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지 못했다. 금리 인하 이후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기업대출은 과거 평균 수준을 밑돌았다.
특히 운전자금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신용여건 변화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과 우량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동안 중소기업과 고위험 기업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이는 단일 통화와 단일 중앙은행 체제를 갖춘 유로존에서도 통화정책 효과가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가별 충격의 차이 역시 금융·제도적 환경에서 비롯된다. 은행 건전성과 대출 만기 구조, 주택금융 제도, 파산·채무조정 체계 등은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정책 신뢰가 높은 국가는 환율 변동과 금융시장 불안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단기부채와 외화차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자본 유출과 환율 방어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 부채 의존도 높을수록 커지는 긴축 부담
달러는 국제 금융시장의 핵심 기축통화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차입 여건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미국 외 비거주자의 달러화 표시 신용 규모는 14조 달러(약 2경1,098조원)에 달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달러화 표시 신용도 4조 달러(약 6,028조원)를 웃돌았다. 이처럼 막대한 달러 부채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업과 국가의 자금조달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자국 통화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달러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국가와 기업은 이자 비용 증가와 차환 부담 확대, 투자 위축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은 신흥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긴축 국면에서 개발도상국의 원리금 상환액은 신규 차입 규모보다 7,410억 달러(약 1,117조원) 많아 최소 반세기 만에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이들 국가가 지급한 이자 비용도 4,150억 달러(약 625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국가의 조달 금리는 10% 안팎까지 상승하며 팬데믹 이전의 두 배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별 충격 차이 만든 정책 역량
이러한 대외 충격의 파급력은 국가별 정책 역량과 제도적 기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방만한 재정 운용과 취약한 금융 규제 체계는 외부 충격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최근 신흥국 사례는 제도적 역량 강화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물가안정목표제 정착과 재정준칙 도입,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을 추진한 국가들은 글로벌 위험회피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 체계와 제도적 기반을 개선한 국가들은 위험회피 국면에서 평균 성장률이 0.5%포인트 높고 물가상승률은 0.6%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계량모형 분석에서도 정책 신뢰도가 높은 국가는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더라도 생산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위기 이전부터 구축한 재정 건전성과 통화정책 신뢰, 금융 규제 체계가 충격 흡수력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결국 같은 외부 충격이라도 국가별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 배경에는 정책 역량과 제도적 기반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금리 추종보다 중요한 위험관리 역량
이 같은 환경에서 중소 경제권의 통화당국은 주요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추종하기보다 대외 충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경로를 점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 외화부채 규모와 단기 만기 부채 비중, 금융기관의 외환 익스포저,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재산정 시기 등 잠재 위험 요인을 상시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어느 부문에서 자금 경색이 먼저 나타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금융 불안에 대비하는 첫 단계로 꼽힌다.
정책 수단의 다변화 역시 필수적인 과제다. 금리 조정이나 외환시장 개입만으로는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외화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재정정책은 신용 경색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와 경제활동 위축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감독 강화와 부채 만기 구조 개선도 금융시스템의 충격 흡수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기축통화국 책임론 커지는 이유
연준과 ECB가 자국 경제 여건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기축통화국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자금 흐름과 차입 비용, 금융시장 안정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이 금리나 자산매입 정책을 조정할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기구 역시 외화부채 규모와 만기 구조, 통화 불일치 위험 등을 금융안정성 점검의 핵심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긴축 국면은 국제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국가별 부채 구조와 금융시장 체력의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다음 금융 충격의 출발점이 어디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충격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발생 지역이 아니라 금융 구조의 건전성과 위험 흡수 능력이다.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준비 역시 바로 지금 시작돼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onetary Policy Spillovers Are a Balance-Sheet Problem, Not a Border Proble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