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AI MEMO] AI 컴퓨팅 확보 나선 유럽, 주권 경쟁 본격화

[AI MEMO] AI 컴퓨팅 확보 나선 유럽, 주권 경쟁 본격화

Picture

Member for

1 year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美·中 추격 속 유럽 AI 경쟁력 시험대
컴퓨팅·전력·자본 확보 여부가 디지털 주권 좌우
독자 플랫폼 구축 실패 시 해외 기술 의존 심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인공지능(AI) 경쟁력 약화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자본이 결합된 AI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다. 2024년 기준 미국의 민간 AI 투자 규모는 1,091억 달러(약 164조4,140억원)에 달한 반면 중국은 93억 달러(약 14조원), 영국은 45억 달러(약 6조7,810억원)에 그쳤다. 세계 최상위 AI 모델 가운데 유럽 기업과 연구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극히 제한적이다.

AI 컴퓨팅 격차는 주권의 문제

문제는 이 격차가 기술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첨단 AI 연구와 산업 활용을 뒷받침하는 물리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유럽은 AI 기술 발전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 규제와 안전성, 윤리 기준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현할 컴퓨팅 자원이 없다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 외부 클라우드 사업자와 해외 반도체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AI를 활용하더라도 시장과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변화는 디지털 주권의 의미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보호와 플랫폼 규제, 공정 경쟁 질서 구축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학습·배포할 수 있는 역량이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초고속 네트워크, 대규모 냉각 설비는 물론 이를 뒷받침할 자본력이 필요하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 자본을 확보하는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주: 유럽의 AI 컴퓨팅 격차는 투자 규모뿐 아니라 최첨단 AI 모델 경쟁력에서도 드러난다.

유럽 AI 경쟁력의 걸림돌

유럽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대학과 첨단 제조업, 단일시장 체제, 고성능컴퓨팅(HPC) 자산을 활용한 AI 팩토리 프로젝트 등은 유럽이 가진 강력한 강점이다. 그러나 국가별로 분절된 시장 구조와 높은 전력 비용, 미국보다 취약한 자본시장은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상당수 기업이 AI를 외부에서 도입해 활용하는 기술로 인식하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그 결과 유럽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속도가 더디고, 글로벌 경쟁에서는 주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00억 유로(약 351조4,920억원) 규모의 인베스트AI(InvestAI) 계획을 발표하고 AI 기가팩토리 구축에 200억 유로(약 35조1,490억원)를 배정했다. 이는 컴퓨팅 인프라를 AI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격차를 좁히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활용 수요가 부족한 설비와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는 AI 컴퓨팅 확대가 에너지 정책과 직결된 과제임을 보여준다.

AI 경쟁력 좌우할 전력 인프라

AI 산업 확대의 전제 조건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945TWh로 늘어나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인프라가 제조업과 전기차, 히트펌프 등과 전력 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만큼 컴퓨팅 역량 확대는 전력망 확충과 청정에너지 공급, 인허가 제도 개선과 함께 추진될 수밖에 없다.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바탕으로 친환경 AI 인프라 구축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반면 높은 전력 가격과 송전망 연결 지연은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AI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 목표를 결합한 정책 접근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고 저탄소 전력을 활용하는 데이터센터에는 전력망 이용과 인허가 과정에서 우선권을 부여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에는 더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AI 산업 육성과 기후 목표 달성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공공 지원 역시 산업적·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 신약 개발과 전력망 운영, 기후 예측, 행정 서비스 고도화 등 생산성과 공공서비스 개선 효과가 큰 분야에 컴퓨팅 자원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경제 성장과 공공서비스 혁신으로 연결될 때 사회적 공감대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승부처 된 컴퓨팅 접근권

AI 인프라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활용 범위다. 스타트업과 제조기업, 연구 기관이 필요한 시점에 적정 비용으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산업 전반의 AI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다. 승인 절차가 길어질 경우 스타트업은 시장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기술 지원이 부족한 기업은 생산 현장에 AI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는 기술 지원과 시험 환경을 포함한 신속한 이용 경로가 제공돼야 한다. 성장 단계 기업에는 사업 확장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다. 연구 기관과 공공 부문에는 민감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프라가 요구된다. 대형 기업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유럽이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모든 초거대 AI 모델 경쟁에서 앞설 필요는 없다. 제조업과 에너지, 의료, 교통, 금융, 공공서비스 등 핵심 산업에서 AI 활용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다.

투자보다 운영 체계가 관건

인프라 구축만큼 중요한 것은 운영 방식이다. 단순히 보조금을 집행하는 사업보다 역내 기술 역량 확대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우선 지원하고, 개방형 표준을 확대해 특정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국가 간 접근 장벽을 줄여 그리스와 포르투갈, 폴란드, 슬로베니아 기업도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AI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이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AI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컴퓨팅 자원이 늘어나면 연구 인력과 기업이 집중되고, 이는 더 우수한 모델 개발과 이용자 확대를 이끈다. 늘어난 이용자는 다시 투자와 인프라 확충을 촉진한다. 이러한 선순환이 먼저 형성될수록 후발 주자의 추격은 더욱 어려워진다.

유럽이 구축해야 할 것은 미국이나 중국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는 체계가 아니다. 유럽의 산업 구조와 시장 규모에 맞는 독자적인 AI 기반 시설이다. 현재의 격차는 대응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컴퓨팅 인프라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육성하지 못한다면 미래 AI 경제는 유럽 시민이 통제할 수 없는 해외의 플랫폼과 기계 위에서 구동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s AI Compute Gap Is Now an Industrial Policy Tes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