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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어펄마와 풋옵션 ‘반값 딜’ 성공한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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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걸림돌 일부 해소
어피니티 협상, ICC 2차 중재 판결 변수
지주사 전환·M&A 통한 사세 확장 본격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펄마캐피탈의 보유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6년 넘게 이어져 온 풋옵션 갈등을 일부 봉합하는 데 성공하면서 교보생명의 숙원 사업인 지주사 전환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아 온 분쟁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교보생명의 사업 확장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주당 39만7,900원→19만8,000원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신 회장 측은 어펄마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5.33%를 되사기로 했다. 매입가는 주당 19만8,000원으로 총 2,162억원 규모다. 이는 과거 2007년 매입가(18만5,000원)보다는 6.5%가량 높지만, 어펄마가 제시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권리) 행사가 39만7,900원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신 회장과 풋옵션 갈등을 벌이는 FI는 어피니티만 남게 됐다. 풋옵션을 둘러싼 신 회장과 어피니티의 갈등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2012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교보생명 주주로 합류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어진 초저금리 기조로 보험업계 업황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교보생명은 IPO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끝내 어피니티와 합의한 시한을 넘겼다. 2018년 하반기 부랴부랴 IPO 준비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어피니티 측에서 풋옵션(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을 행사한 후였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양측이 지난한 공방을 이어오는 동안 교보생명의 IPO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2022년 9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무효라는 취지의 중재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피니티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고, 2차 중재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냈다. ICC는 어피니티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 보고서를 30일 내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신 회장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교보생명의 금융지주화가 오랜 시간 답보 상태에 머문 배경이다.

‘같은 듯 다른’ 어펄마·어피니티

업계는 어피니티와 비슷한 시기 풋옵션을 행사한 어펄마가 절반에 가까운 교보생명의 가격 절충안을 받아들인 만큼, 어피니티 또한 40만원을 웃도는 풋옵션 행사가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어펄마와 어피너티 모두 요구했던 조건이 비슷한데, 어펄마가 애초 제시한 가격에서 상당한 양보를 한 만큼 어피니티 또한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어펄마와 어피니티의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어펄마는 ICC에 2차 중재를 신청했으나, 20년에 가까운 투자 기간과 분쟁에 소모된 비용 등을 고려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지분 청산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어피니티는 앞서 언급했듯 ICC 2차 중재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낸 상태다. 신 회장 측의 무리한 가격 절충안에 대해 정당한 거부권을 확보한 셈이다.

자금 조달 또한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는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 지분 매입에 최대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주식을 담보 대출 등 새로운 자금 조달처 찾기에 분주한 상태다. 유력한 방안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방안이지만, 이 경우 대출 한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 목전, 손보사 인수로 시너지 모색

신 회장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어피니티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최초가 된다. 교보생명은 인적 분할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구상이다.

지주사 전환 이후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전망이다. 그간 교보생명은 증권, 자산운용, 자산신탁 등 다양한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생명보험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23년 6월에는 이사회에서 손해보험업 진출을 결정하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고령화로 인해 성장이 둔화한 생명보험과 달리 손해보험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이후 가장 먼저 손보사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재 M&A 시장에는 롯데손보와 MG손보, 악사손보 등이 원매자를 찾고 있다. 이 가운데 악사손보의 경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매력적인 매물로 통한다. 악사손보의 2023년 순이익은 174억원으로 전년 (92억원, IFRS4 기준) 대비 89% 증가했다.

교보생명 또한 손보사 인수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전환은 포화 상태에 이른 생보업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장기 성장 동력”이라고 정의하며 “지주사 전환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신사업 발굴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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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인플레 압박, 연준 금리 동결 가능성에 셈법 복잡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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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플레, 목표 2% 여전히 웃돌아"
트럼프 관세발 공급 혼란, 물가 전체에 영향
경기 부양 시급한 한은, 환율 자극 우려에 난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어젖히면서 가뜩이나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 속에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한미 격차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을 고려하면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파월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11일(이하 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연방 상원에서 열린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연준의 현 통화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현저히 덜 긴축적으로 됐고, 경제는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상황과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기준금리 수준(연 4.25~4.5%)이 높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파월 의장은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2% 장기 목표에 가까워졌다지만 다소 높다”며 “정책적 억제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 달성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를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8%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그는 “노동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악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인하하기엔 섣부르다는 판단과 함께 향후 통계 지표에 따라 조정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때 밝힌 정책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에도 그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같은 시기 연준 위원들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를 명확히 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또 다른 배경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이달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가 일단 중국에 대해서만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에도 서명했다. 그는 이번 관세에 대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오늘 단순화한다”며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는데, 이번에는 예외와 면제를 없애고 알루미늄 관세를 25%로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고관세 무역 상대국에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12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그 효력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예고했는데 만일 상대국들이 대응에 나서면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최근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통상적으로 관세는 수입업자가 지불하는 만큼 국내 제품 가격에 관세를 전가해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역정책 등 공급 측면의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소비 지출 증가율 등 수요 측 요인을 중시하고, 기조적인 물가 모멘텀에 주목해 정책금리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망 교란 문제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대응을 늦춘 결과, 물가가 급등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최근 트럼프 관세의 물가 상승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한은 금리 결정, 안개 속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당시만 해도 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관측됐지만, 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주 앞으로 다가온 금리 결정의 향방을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높은 상단의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 격차 등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는 형세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1.4원 오른 1452.6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4일(1,462.9원)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다시 1,45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는커녕 다시 오르고 있는 셈이다. 야간거래종가(익일 새벽 2시 기준)도 1,451.3원을 기록했고, 개장가도 1,450원대를 유지했다.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전방위 무역 갈등으로 퍼질 수 있단 우려가 불식되지 않으면서 달러 선호가 심화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택하지 않는 한 달러 가치는 지금처럼 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자연적으로 내려가지 않는단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6일 도쿄 출장 중 외신 인터뷰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 “외환시장 상황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면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2월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연초엔 내린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뒤집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인하 속도를 늦추는 상황에 우리만 내릴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경기를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율 부담에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이어 “한은이 연준을 의식한다는 가정하에 올해 금리 인하가 1~2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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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데 또 쌓인’ 악성 미분양, 지방 건설사들 생존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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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분양 10가구 중 3가구 준공 완료
신규 아파트 청약 ‘0건’ 단지도 속출
폐업 건설사 수, 미분양 비례해 급증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지방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준공 후에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분양 적체에서 비롯된 시장 불황이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전국 악성 미분양 12% 대구에 집중

12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 지역 미분양은 8,807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분양 물량 중 30%가 넘는 2,674가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2만1,480가구)과 비교해도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산은 아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산의 악성 미분양은 1,886가구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94가구 증가했는데, 이는 직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0월 1,744가구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경남도 미분양 주택 5,347가구, 준공 후 미분양 1,775가구로 증가세를 이었으며, 울산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4,131가구로 전월(2,711가구) 대비 52.4%나 늘었다.

신규 아파트 미분양도 속출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의하면 지난달 진행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대방엘리움리버뷰’ 특별공급(61가구)에는 단 한 건의 청약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청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대구 동구 ‘더팰리스트데시앙’도 53가구를 특별공급으로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전무했다. 일반분양 경쟁률 또한 0.48대 1을 기록했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도권 내 접근성이 양호하거나 입지가 좋은 지역 분양실적이 양호한 반면, 지방은 수요 위축 영향으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했다”고 진단하며 “분양물량이 감소하면서 청약 선택 범위는 줄었지만, 가격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수요자들의 결정이 더욱 까다로워진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분양도 수요 심리 녹이기엔 역부족

악성 미분양으로 드러나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전월(6만5,836가구) 대비 1%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에선 각각 1.5%, 7.7% 소폭 증가했지만, 인천이 6.7% 감소를 기록하며 전체 미분양 물량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지방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802가구로 전월(1만4,464가구) 대비 2.3% 증가했다. 대구가 한 달 사이 233가구 늘어난 1,812가구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뒤를 이어 경북(123가구 증가), 충북(81가구 증가) 순을 보였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시장이 대출 규제 강화로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며 “일부 단지가 후분양으로 전환했지만,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심리는 거래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4만9,114건으로 전월(5만6,579건) 대비 13.2% 감소했다. 전국 매매거래량이 5만건 이하로 감소한 건 지난해 2월 이후 9개월만의 일로, 비수도권의 매매거래량은 13.4% 줄어들며 전체 감소 폭보다 큰 수준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만 1,620건이 거래되며 전월(1,421건) 대비 14.0%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들어오는 문 활짝, 나가는 줄 ‘빽빽’

넘치는 미분양에 문을 닫는 건설사는 늘고, 새로 시장에 발을 들이는 업체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421곳으로 2009년(363곳) 이후 가장 적었다. 2021년 2,191곳에 달하던 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2022년 1,086곳으로 급감한 이래 줄곧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사업이 어려워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업체는 796곳에 달했다. 전년(843곳)보다는 많지 않지만, 10년 장기 평균치 606곳과 비교하면 30% 넘게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주택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업체는 246곳에서 192곳으로 줄었다. 이로써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는 전년보다 567곳(6.0%) 감소한 8,823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1일 기준 총 폐업신고 건수(변경, 정정, 철회 포함)는 33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8곳은 종합건설업체, 나머지 274곳은 전문건설업체다. 지역별로는 지방에 소재한 업체가 203곳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지방 분양 시장이 침체를 겪고 공사비 원가 상승,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지방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시행사 임원은 “국내 1군 건설사들도 공사비 원가 상승, 인건비와 금융비용 증가, 미분양 등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데 지방 건설사들은 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올해 시행사, 건설사 대부분이 연간 목표로 ‘버티자’를 제시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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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의료기술회사 머크, 스프링웍스 인수로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대

獨 의료기술회사 머크, 스프링웍스 인수로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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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웍스, 설립 8년 만에 기업가치 40억 달러로 성장
최근 신경섬유종증 등 희귀질환 치료제, FDA 승인 획득
중증 희귀질환·항암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확보 기대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의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고메클리/사진=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

독일의 글로벌 과학기술 기업 머크(Merck)가 미국의 제약 업체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SpringWorks Therapeutics)의 인수를 추진한다. 중증 희귀질환과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온 스프링웍스는 고메클리, 옥시베오 등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며 현재 40억 달러(약 5조7,6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머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제약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희귀질환 및 항암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 "머크·스프링웍스, 곧 계약 체결 가능성"

11일(현지시각) 머크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스프링웍스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 중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구속력 있는 합의는 체결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인수합병(M&A)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양사는 이르면 몇 주 내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둔 스프링웍스는 그동안 중증 희귀질환 및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연조직 육종의 일종인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베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획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사례다. 또 올해 2월 희귀 유전성 질환인 신경섬유종증 1형(NF1-PN) 치료제로 경구용 중추신경계 투과 알로스테릭 저분자 MEK 저해제 '고메클리'를 개발해 FDA에 허가를 받았다.

스프링웍스는 2017년 화이자를 비롯한 민간 제약회사로부터 1억300만 달러(약 1,483억6,000만원) 규모의 시리즈 A 펀딩을 유치해 설립됐다. 2019년에는 출범 2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며 1억6,2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했으며 이후에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왔다. 현재 기업 가치는 약 40억 달러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딜은 머크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한 제약 관련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라며 "인수가 성사되면 머크는 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제약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크, 적극적인 M&A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 성장

168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약국으로 설립된 머크는 1827년 현대적인 화학·제약회사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기업화에 나섰다. 이후 200년에 걸친 머크의 역사는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활발한 기업 인수와 보유 사업 매각을 기업의 지속 가능성 제고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최근 20년간 3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고 매각한 사업도 10건이 넘는다. 이 기간 거래액이 공개된 계약만 700억 유로 규모에 육박한다. 조 단위 기업 M&A도 8건에 달한다. 특히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5건의 M&A를 성사시키며 글로벌 제약 기업 중 최다 M&A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07년 스위스 세로노(Serono)와 2015년 미국 시그마 알드리치(Sigma-Aldrich) 인수는 머크가 전통 화학·제약기업에서 바이오 의약품 토털 솔루션 회사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세로노는 암, 다발성경화증, 불임증, 내분비 질환, 심혈관 및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입지를 다졌고 시그마 알드리치는 연구용 시약, 의약품 중간재 등을 개발하며 바이오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로노와 시그마 알드리치의 인수 금액은 각각 103억 유로(약 15조5,300억원), 131억 유로로 이 기간 머크는 일반의약품(49억 유로)과 컨슈머 헬스케어(34억 유로), 바이오시밀러(6억7,000만 유로) 사업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M&A의 핵심 전략은 잠재력이다. 벨렌 가리호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M&A 대상 기업의 가치를 얼마만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가장 까다롭게 심사한다"며 "특히 머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거나 공백을 전략적으로 메울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자금력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급변하는 산업 흐름 속에서 언제, 어떤 사업이 재편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머크는 늘 실탄을 넉넉히 확보해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가리호 CEO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항상 150억~200억 유로의 재정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팬데믹 이후 넉넉한 실탄 확보, 반도체 투자 확대

현재 머크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반도체 소재, 특수가스, 박막 필름, 디지털 솔루션, 화장품용 안료 등을 생산하는 과학기술 기업으로 변신했다. 머크의 주요 사업은 헬스케어·라이프 사이언스와 일렉트로닉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현금 보유고가 증가하면서 전자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인수 기회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에는 일렉트로닉스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총 6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팬데믹의 종식 이후 머크는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에는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인 메카로(Mecaro)의 프리커서(전구체) 사업을 전격 인수했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 증착에 사용되는 선행 물질로, 주로 D램 공정에서 금속 박막과 배선을 형성하는 데 활용된다. 당시 인수는 메카로가 프리커서를 생산하는 소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 전량을 머크의 한국 내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총매각가는 1,462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반도체 관련 계측·결함 검사 장비 공급업체 유니티SC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억5,500만 유로로 향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에 따라 지급액이 추가되는 방식이 적용됐다. 계측 및 검사 솔루션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단계로, 특히 이종(heterogeneous) 3D 최첨단 패키징 디바이스의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시 가리호 CEO는 유니티SC 인수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인공지능(AI)으로 창출된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기술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에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머크는 지난해까지 한국 반도체 시장에 3억 유로(약 4,520억원)를 투자했고, 머크가 인수한 엠케미칼 음성 공장의 시설 투자 확대에 추가로 3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머크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헙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부사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또한 발맞춰 그에 맞는 투자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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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늘리고 일자리는 줄인다, AI 확산에 고용 한파 맞은 ICT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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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종 온라인 노동지수, 46개월 만에 최저치
AI 도입, ITC 업계 채용에 부정적 영향
기업들, 단순 보조도구 아닌 업무수행 주체로 인식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채용 시장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활발했던 기술 인재 채용은 이제 옛말이 됐고, 인공지능(AI) 개발로 자원이 집중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고용 기회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AI 확산에 '고용 역설' 현상 뚜렷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정부 일자리 지원망인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 인원은 1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42.7%) 급감했다. 신규 구직 인원도 47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5% 줄었다.

청년 일자리 상황 역시 나아질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6개월 연속 감소했고 고용률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의 취업 기회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력직 수시 채용 비율이 전년 대비 27.5%p 증가한 반면 대졸 정기 공채(-19.8%p), 대졸 수시 채용(-5.9%p)이 모두 감소하며 신입 채용이 위축됐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는 대기업들이 올해 보수적인 채용 계획을 세우면서 신입들이 설 자리를 찾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대기업 경력 취업의 문은 넓어지는 반면 신입 구직자들의 기회는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AI의 발전으로 분위기가 더 암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통계포털에 따르면 ICT 직종 온라인 노동지수는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95로, 2021년 10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 15일 온라인상 채용 공고 수를 100으로 환산해 지수 형식으로 산출한다. 통계는 주별로 작성돼 2주마다 게시된다. 지수가 ‘95’라는 것은 현재 ICT 직종 채용 공고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한파가 극심했던 2020년 4월 15일보다 적다는 뜻이다.

IT 직종 온라인 노동 지수는 2020년 8월 4일 79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 왔다. IT 스타트업 및 개발자 채용 붐이 한참이었던 2022년 7월 11일에는 174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과 함께 기존 직원의 생산성은 늘어나고 있지만, 신규 직원에 대한 채용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 56% "채용 절반 AI 대체" 전망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 신입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경력을 깎고 연봉을 낮춰서라도 UX·UI 디자이너 쪽으로 바꾸고 싶다"며 "미리캔버스 같은 AI 기술이 이미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아예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인 다른 취준생도 "경제도 안 좋은데 AI 발전으로 신입 개발자는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데빈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AI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이미 신입 개발자가 따라잡기 힘든 실력이고, 더 무서운 건 현재 그 단계로 발전하기까지 2년여 정도밖에 안 걸렸다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이 분야에서 취업을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직원 교육 플랫폼 에드엑스(edX)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의 56%는 오는 2028년까지 신입 채용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신입들이 수행하던 지식 노동까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AI에이전트 '오퍼레이터'는 웹 브라우저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수집·정리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신입 직원처럼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더욱 정교한 지식 노동까지 수행한다.

"기업들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능력 요구할 것"

이에 기업들도 이제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는 AI로 생산성이 30% 향상됐다며 올해 개발자를 추가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의 CEO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도 "AI 덕분에 수백명의 직원이 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 1년간 신규 채용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AI는 이미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IT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5% 감원을 발표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도 이달 초 직원 8.5%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컨설팅업체 얀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의 빅터 자눌라이티스(Victor Janulaitis)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재정 계획에서 예산 삭감을 결정했고, 이를 올해 본격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병호 고려대 AI대학원 교수는 "AI가 신입들이 하던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AI가 직접적인 채용 감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국내 역시 채용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앞으로 신입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요구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신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고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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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점유율 ‘야금야금’ 중국 반도체, 내친김에 HBM 시장 넘본다

D램 점유율 ‘야금야금’ 중국 반도체, 내친김에 HBM 시장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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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메모리, HBM2 생산기지 구축 돌입
저사양 HBM부터 줄줄이 추격 가시권
‘딥시크 쇼크’로 드러난 中 기술 자립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린 데 이어 기술 난도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딛고 기술 고도화에 성공한 CXMT가 첨단 제품인 HBM 양산에 속도를 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2020년 이후 급성장 CXMT

1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XMT는 2세대 HBM 제품인 HBM2 생산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설비 구축을 진행 중이다. HBM2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 2016년 양산을 시작한 제품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CXMT의 HBM2 생산은 10년가량 뒤처진 셈이지만, 이미 제품 규격이 표준화한 만큼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CXMT의 개발 속도는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20년 1% 미만에 그쳤던 세계 D램 시장 내 CXMT 점유율은 지난해 5%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를 두고 FT는 “CXMT가 한국 기업들이 차지한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며 “성장세에 본격 탄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DDR(더블데이터레이트)4와 같은 구형 D램은 물론 DDR5 개발에서도 진전을 보이며 대규모 양산에 한 발짝 다가섰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트의 연구에서 중국 DDR5 D램의 선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CXMT 반도체 생산 능력이 전 세계에서 1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섰다는 게 테크인사이트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전해진 CXMT의 HBM2 생산 소식은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과 관련해 고전을 거듭 중인 삼성전자에는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XMT가 D램 시장에서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력을 추격한 전례가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로선 향후 전개를 긴밀하게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T는 “삼성전자에 커다란 압박이 전해진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도 저사양 HBM 시장에서 추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재 보란 듯 기술 개발 가속

전 세계 인공지능(AI)업계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의 출현 또한 중국의 HBM 생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딥시크가 발표한 최신 추론 AI 모델 ‘R1’ 개발에는 약 2,000개의 엔비디아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H800에는 최신 제품인 HBM3E(5세대)가 아닌 HBM2E(3세대) 또는 HBM3(4세대)가 탑재됐고, 이는 대부분 중국 내에서 공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딥시크가 해당 모델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로 오픈AI, 앤트로픽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H20의 저사양 칩까지 확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미 정부로부터 2022년 당시 가장 강력한 AI 칩인 H100의 중국 판매 제한을 받았고, 이어 2023년에는 H800 수출도 제한됐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H20을 출시했다.

이 같은 미국의 추가 제재는 중국 업체들의 자립도를 높여 차세대 HBM 개발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초기인 만큼 저사양 제품에 대한 대중국 제재도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CXMT가 현재 HBM2E까지 만들고 있는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자립화를 부추기면 향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CXMT 제품이 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 주도권 빼앗긴 일본 역사 되풀이하나

일각에선 기술 유출과 함께 일본에서 한국으로 기술 패권이 이동한 1990년대의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반도체 산업 몰락의 시발점이 된 사건은 1986년 ‘미·일 반도체 갈등’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의 ‘외국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이상’ 요구를 받아들였고, 일본 기업이 한국산 반도체를 대신 판매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인재의 교류 또한 빈번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일본 인터넷 매체 데일리신초는 “한국이 우수 인력을 대거 흡수하면서 일본 반도체 산업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데일리신초는 “1990년까지 세계 반도체 산업 상위 10개 기업 목록에는 일본 기업 6~7개가 포진해 있었고, 시장 점유율 또한 절반을 넘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도시바 메모리의 후신인 키옥시아 정도만 간신히 업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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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요건' 강화 나선 금융당국, 시장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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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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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 점진적으로 상향
영업이익 관련 요건은 부작용 고려해 미설정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바이오 업계 내 의견 충돌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요건을 점진적으로 강화한다. 시가총액, 매출액 등 상장 유지를 위한 재무적 요건을 상향 조정해 증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위한 청사진이 본격적으로 공개된 가운데, 시장은 당국의 결정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상장폐지 요건 강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상폐제도 개선안’을 발표, 내년부터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시총, 매출액으로 대표되는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을 상향 조정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국은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솎아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당국은 코스피 시총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내년 200억원, 이듬해 300억원 등으로 조정하고, 3년 뒤에는 500억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코스닥은 기존 40억원에서 내년 150억원, 이듬해 200억원, 3년 뒤 300억원까지 기준이 상향된다. 매출액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기존 50억원에서 2029년 300억원까지, 코스닥의 경우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매출 요건은 코스피 기준 시총 1,000억원, 코스닥 기준 시총 600억원 이상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영업이익' 요건은 없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이 내세운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선안에 명시된 상장폐지 기준에 영업이익 관련 요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코스닥 시장에서는 영업손실이 5년 연속 지속되는 종목을 상장폐지 대상으로 지정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해당 규정은 2022년 삭제됐다. 현행 제도상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상장폐지 대상이 아닌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다.

금융당국은 영업이익을 상장폐지 기준으로 설정할 시 발생할 '부작용'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 규모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경우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생존 난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가 변동의 영향을 받는 정유업, 원자재 가격과 경기 흐름의 영향을 받는 조선업 등 상황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부당하게 퇴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역시 현재 상장폐지 기준인 ‘자본잠식’ 요건만으로도 한계기업을 충분히 솎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자가 누적된 기업은 자본잠식 요건에 따라 상장폐지되고 있는 만큼, 따로 영업적자 요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상장폐지 기준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종목은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됐거나, 2년 연속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된 경우 상장폐지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된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바이오 업계 "득인가 실인가"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에 대한 산업계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상장폐지 요건 강화 소식이 전해지며 '비상'이 걸렸던 바이오 업계의 경우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우선 시총이 600억원을 넘긴다면 매출이 부족해도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지금 당장 매출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의 성장성 등을 기반으로 시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시가총액 600억원을 달성하는 경우 매출액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조항은 매출 발생 및 이익 실현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라며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인수하는 사례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한편에서는 시총을 키워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잠재력을 인정받아 시가총액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시가총액 제고에 실패한 기업들은 강화된 매출액 기준을 맞추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등 지금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유망 파이프라인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인해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당수 업체가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해 5년간 매출액 요건을 면제받지만, 그 이후부터는 다른 코스닥 상장 기업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며 "선제적으로 활로를 마련하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은 수년 뒤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성장성을 인정받은 유망 기업의 증시 입성을 촉진하기 위해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우수 기술 기업에 코스닥 상장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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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영 자동차 기업 합병 논의, 글로벌 7위 기업 탄생하나

中 국영 자동차 기업 합병 논의, 글로벌 7위 기업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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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영 자동차 기업들, BYD 등 민간 제조사에 밀리며 고전
창안·둥펑車, 中 시장의 전기차 전환 대응 위해 통합 추진
통합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516만 대로 자국 시장 1위 올라

중국 국영 자동차 회사 창안(長安)자동차와 둥펑(東風)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한다.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기술 도입 등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자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창안차와 둥펑차는 각각 중국 자동차 시장 4위와 6위 기업으로 합병이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516만 대 규모의 글로벌 7위 자동차 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는 미국 포드와 일본 혼다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이번 합병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中 창안·둥펑車, 합병 계획 발표

12일 지무신문에 따르면 창안차와 둥펑차는 9일 "모회사가 다른 국영 자동차 기업과의 경영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고 각각 발표했다. 두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구조 재편으로 인해 간접 지배 주주가 변경될 수 있지만 실제 지배 주주는 변경되지 않는다. 통합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여러 추측을 낳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오랜 기간 통합 가능성을 논의해 온 만큼 창안차와 둥펑차 간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매일경제신문도 둥펑차에 확인한 결과 창안차와의 경영 통합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감독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4곳(창안차·둥펑차·상하이자동차·제일자동차)으로 이 중 창안차와 둥펑차의 모회사는 각각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병기장비집단과 둥펑자동차집단이다. 현재 통합 방식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공동 지주사를 설립한 뒤 각 사가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동 지주사의 대표는 둥펑차의 양칭 회장이 맡을 예정이며 창안차의 주화룽 회장은 올해 은퇴를 앞두고 있어 경영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창안차와 둥펑차의 판매량은 각각 268만 대, 248만 대로 중국 내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국영 자동차 기업 중에는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은 561만 대로 경영 통합이 성사되면,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BYD(427만 대)를 제치고 중국 1위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자동차 그룹은 연간 판매량 300만 대를 기록한 혼다와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7위에 오르게 된다. 6위 스텔란티스와의 차이도 16만 대에 불과하다.

창안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바타/사진=창안자동차

대중 무역 규제 강화로 자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과 관련한 국영 자동차 기업 간 협력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7년 창안차·둥펑차·제일자동차가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부품 조달 등에 협력하기 위해 3자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이듬해인 2018년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T3추싱을 출범시켰고 2019년부터는 스마트카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다만 당시 3사의 협력 방식은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정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반면, 이번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보다 직접적이고 유기적인 경영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전체 판매량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창안차와 둥펑차는 이러한 흐름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안차는 포드·마쓰다, 둥펑차는 혼다·닛산·푸조시트로엥 등과 각각 합자기업을 설립했는데, 이들 중외합자기업의 중국 전기차 시장 침투율은 4%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도 두 회사의 경영 통합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중국 자동차에 대한 무역 장벽을 세우고 부품 조달 등 통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국 기술 기업 간의 합종연횡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창안차는 자국의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협력해 합작기업 창안웨이라이를 설립하고 지난 2023년 전기차 브랜드 아바타를 출시했다. 판매량에서는 BYD, NIO 등 자국의 민간 제조사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혼다, 닛산과의 합병은 무산으로 '독자 생존' 모색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협력을 강화하며 전기차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과 달리, 일본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는 결국 무산되면서 두 회사는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이와 관련해 10일 닛케이 아시아는 "혼다가 닛산과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실적을 개선하려 했지만, 합병이 무산되면서 자체적인 노력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이행 등으로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역사적인 양사의 재편 계획은 불과 2개월 만에 좌절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그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식의 경영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합병이 성공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으나 양사는 합병 방식을 두고 이견을 노출하며 협상에 진통을 겪어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혼다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닛산에 대등한 통합이 아닌 자회사 편입을 제안하면서 양사의 협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는 2040년까지 전기차·연료전지차 판매 비중을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2030년까지 10조 엔(약 94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었지만, 닛산과의 합병 무산으로 자체적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토요타 자동차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토요타는 올해 첫 번째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지난해 혼다의 영업이익률은 2.4%로, 토요타(8.2%)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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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분 매각’ 삼성생명·화재, 지배구조 위협하는 ‘법률 리스크’ 뭐길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삼성생명·화재, 지배구조 위협하는 ‘법률 리스크’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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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계열사 지분 10% 제한
삼성전자 자사주 3조원 소각 앞둬
재계 안팎 금산분리 완화 목소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2,8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양사의 삼성전자 지분이 법적 허용치를 초과할 것으로 관측된 데 따른 결정이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등 여전히 법률 위반의 불씨가 남아 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삼성생명·화재 합산 삼성전자 지분 10%→9.92%

12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425만2,305주, 74만3,104주를 각각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10일 종가(5만5,600원)를 기준으로 각각 2,364억원, 413억원이며, 12일 장 개시 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

이날 매각 이후 정정공시된 최종 금액은 삼성생명 2,337억7,471만원, 삼성화재 408억5,288만원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5억390만4,843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8,805만8,948주가 됐다. 각각 8.51%, 1.49%였던 양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44%, 1.48%로 줄었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사가 보유하는 비금융회사 지분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분리법) 위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조치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3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는데, 계획대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상승해 금산분리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면서 “다만 삼성전자 주식이 대거 장내에 풀릴 경우,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딜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종가에서 600원 내린 5만5,000원을 나타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계열사 지분 3%로 제한한 보험업법도 문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간 고리 역할을 수행 중인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이 일부 축소됨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과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던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서부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정리된 지금까지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故 이건희 삼성 제2대 총수가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와 더불어 삼성생명을 가장 주축으로 삼은 것은 삼성생명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그룹 내 계열사 퇴직연금 창구 역할을 하면서 퇴직연금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룹 외부적으로도 종신보험과 건강상해보험, 연금보험, 저축보험, 자산운용업, 대출업 등을 통해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는 추세다.

문제는 현행 ‘보험업법’이 보험사가 총자산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금산분리법과 더불어 사실상 그룹의 금융지주사 역할을 해 온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 보유를 두고 지속적으로 곤혹을 겪어 온 배경이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직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지만,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19대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최초 발의한 이종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이 규정한 자산운용 비율 3%에 해당하는 금융상품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산정하는 탓에 관련법의 규제가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이 1980년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은 1,072원 수준이었지만, 주가가 몇십 배로 뛴 만큼 시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이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면 11일 종가 기준 27조원에 달한다. 만약 법 개정에 따라 삼성생명이 총자산의 3%를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중간 고리가 끊어지면서 이 회장의 지배력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에는 검찰이 이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하면서 사법 리스크 또한 장기화한 모습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을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은 2022년부터 금융 통합 브랜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출범하고 통합 앱 ‘모니모’를 내놓는 등 금융계열사 개편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바 있다.

“기업 성장 걸림돌” 지적 이어져

이처럼 금산분리의 장벽에 막혀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삼성만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공시대상 기업집단 81개 가운데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39개 만이 지주사 체제를 채택했다. 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25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저조한 성적이다.

재계 서열 3위 현대차도 지주사 체제 전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의 취임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현대차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의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모든 계열사를 끌어모으면서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의 전환까지는 추진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 지배가 목적인 회사가 소유한 자회사의 주식 가격 합산이 지배회사 자산 총액의 절반이 넘어야 지주사로 인정된다. 하지만 한화는 의도적으로 이 비율을 50% 미만으로 맞췄다. 주요 계열사인 한화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재계 안팎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사 체제 기업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으며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한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금산분리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다”며 “은행의 경우처럼 수신 기능이 있는 금융업은 차치하더라도 여신 금융업이나 집합투자업은 규제에서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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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지급 철회 시사, 韓 반도체 기업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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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지급 철회하고 반도체 수입품에 관세 부과"
미국에 대대적 투자 단행 韓 기업 불확실성 고조
국내 정국 혼란 장기화에 통상 압박 파고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비판을 쏟아내며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정상회담에 나선 일본과 달리, 국내 정국 혼란이 길어지면서 통상 압박의 파고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트럼프 "칩스법, 터무니없다"

11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는 대신, 반도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 지급 계획에 대해 "이런 터무니없는 프로그램은 필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반도체 기업이 보조금을 원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며 "대신 25%, 50%, 심지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650억 달러(약 94조4,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국 정부는 칩스법을 통해 TSMC에 66억 달러(약 9조6,000억원)의 보조금과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특히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부터 2나노미터(2nm) 반도체 생산이 예정돼 있어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급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TSMC는 미국 내 투자계획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보조금 철회가 현실화될 경우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운영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IT 매체 나인투맥은 "이미 착공된 공장은 이른바 ‘매몰 비용’이므로 가동될 가능성이 높지만 추가적인 투자나 확장은 재검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韓 기업도 투자 계획 차질

대만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칩스법의 대표적인 수혜국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미국 인텔(85억 달러),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보조금 64억 달러(약 9조3,000억원)를 받기로 돼 있다. 전체 투자 금액 대비 보조금 비중은 약 12.8%으로 두 회사보다 높다. 지원 규모로 7위인 SK하이닉스에는 4억5,000만 달러(약 6,500억원)가 배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지만 보조금 철회와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4조7,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데 보조금 지급이 불확실해질 경우 추가 투자 결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K-칩스법 기재위 문턱 넘었지만, 탄핵 정국 속 풍전등화

더 큰 문제는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이했음에도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책적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은 반도체 시설에 조 단위 지원을 하는 미국, 대만, 일본 등과 달리 세액공제 혜택만 적용하고 있다. 이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국내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여당이 당론으로 지정했지만 추가된 ‘고소득 연구개발(R&D) 직군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조항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이를 두고 업계 비판이 쏟아지자 여야는 결국 11일 칩스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13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업에 적용되는 통합투자세액공제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0%로, 중소기업은 30%로 5%포인트씩 상향한다.

반도체 R&D(R&D)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7년 연장하는 내용도 통과됐다. 일몰 기한 7년 연장은 지난해 여야 간사 간에 잠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기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고 정부안인 3년 연장만 처리됐다.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 세액공제는 5년 연장돼 2029년 말까지 적용한다.

다만 한미 간 협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이 손해 보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살펴보겠다며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해 정부 차원의 첫 논의가 진행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강조하며 “파급효과가 큰 사안을 중심으로 그간의 대응 방향을 재점검하고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통한 순차 대응, 기업과의 적극적인 소통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의 파급력을 고려한 지시로, 이 각서에는 미국이 체결한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국가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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