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주택 부족에서 빈집 위험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바꾸는 주택시장
[딥폴리시] 주택 부족에서 빈집 위험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바꾸는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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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인구 감소 시작에도 도심 주택난 지속 저출산·고령화에 빈집 리스크 확대 일자리 분산·빈집 관리 체계 구축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태국이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택시장도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24년 태국의 출생아 수는 46만2,240명으로 사망자 수 57만1,646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곧바로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와 교육·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도시에는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이어지는 추세다. 반면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상속 주택과 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 증가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태국은 도심 주택난과 지방의 주택 과잉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인구구조발 주택시장 변화
태국의 주택시장은 단순한 공급 부족 국면을 넘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재편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주택 수요가 발생하는 계층과 지역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공급 중심 접근만으로는 시장 변화를 설명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실제 태국은 인구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도심 주택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인구는 6,600만 명 아래로 감소했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5%를 넘어섰다. 그러나 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지속되는 국면이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 수준에 달하면서 청년층의 주택 구매 여력도 크게 위축됐다.
이 과정에서 시장 내 수급 불균형 양상이 더욱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젊은 세대의 구매력은 약화되는 반면 고령층이 보유한 주택 공급은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개발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수요층에 집중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고가 주택 공실이 늘고, 다른 지역에서는 주거 공간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가 곧바로 주택 수요 감소로 연결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출생아 수 감소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나지만, 현재의 청년층은 여전히 직장과 학교, 병원 등 생활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에 거주할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 수요 변화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는 이유다. 태국이 인구 감소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도심 주택 압력이 유지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래 수요 외면한 주택 지원의 함정
이처럼 단기적인 수요 압력이 이어지면서 주택 구매 지원 확대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주택 부담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불균형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까지 주택 공급과 금융 지원이 확대되면 향후 과잉 공급과 자산가치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국과 일본의 사례는 이러한 위험을 보여준다. 한국은 2023년 빈집 수가 153만 채로 집계돼 2015년 대비 43.6% 증가했다. 일본 역시 같은 해 약 900만 채의 빈집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전체 주택 재고의 13.8%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당수는 상속 이후 활용되지 못한 주택으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이어질 경우 주택이 자산에서 관리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태국 역시 현재의 주택 부족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기보다 장기적인 인구 흐름과 지역별 수요 전망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공 재원은 수요가 확인된 지역에 우선 배분하고, 임대 지원과 노후 주택 정비, 기존 주택 활용 방안을 강화하는 방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역 일자리 분산이 주택시장 해법
주택시장 불균형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도권 집중 구조를 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방콕으로 인구 유입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주요 일자리와 교육·의료 서비스, 행정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수도권 주택 수요가 빠르게 분산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방콕 외 지역에 산업단지와 디지털 서비스 거점, 대학, 종합병원, 물류 인프라 등을 확충해 거주와 경제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생활권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망도 신규 주택지와 기존 주거지역으로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 교육기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직업교육기관과 대학이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고 돌봄·보건 분야 교육을 확대할 경우 지역 내 고용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지역 주택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된다.
빈집 증가 대비한 제도 정비 시급
일자리 분산과 지역 균형 발전이 추진되더라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태국은 장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빈집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선 빈집과 저활용 주택, 상속 주택, 부재 소유자 주택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건축물이 방치된 이후 대응에 나설 경우 복구 비용은 커지고 지역 쇠퇴도 가속화될 수 있다.
지방정부는 더욱 주도적인 역할에 나서야 할 때다. 상속인 확인과 소유권 이전 지원, 매각 및 임대 활성화, 위험 건축물 관리 등을 위한 법적·행정적 수단을 갖춰야 한다. 신규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기존 주택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상속과 소유권 관련 제도 정비도 중요한 과제다. 상속 비용 부담이 크거나 소유권 관계가 불분명할 경우 주택은 장기간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 이전 절차를 간소화하고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임대·매매와 주택 관리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태국의 주택 정책은 신규 공급 확대를 넘어 기존 주택 재고의 활용과 관리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출생아 대비 사망자가 많은 인구구조 변화는 미래의 주택 수요 감소와 빈집 증가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주택난 대응과 장기적인 주택 활용 전략이 요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ailand’s Demographic Housing Transi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