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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쟁 시장’으로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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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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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독과점적 지위가 임금 불평등 ‘주요 원인’
경쟁적 노동 시장 육성해야 임금 격차 해소
산업 구조 변화 및 노동자 지위 향상 필요한 ‘어려운 과제’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임금 불평등은 아직도 전 세계 경제 및 정치 담론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물론 기술 및 직업, 성별 차이가 소득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고용주인 기업들이 임금 불평등에서 차지하는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회사들이 노동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 불평등 효과는 극대화된다. 따라서 임금 격차의 상당 부분은 경쟁적 노동 시장 육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사진=CEPR

기업들 독과점적 지위가 임금 격차 극대화

전통적 경제 이론도 회사들이 시장 지위를 활용해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수요자 위주의 노동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 시장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하로 임금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경제 성장과 함께 노동 시장 유연화를 이뤄낸 리투아니아의 사례가 시장 경쟁과 임금 불균형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U 가입 이후 20여 년간 리투아니아는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소득 격차는 줄이는 등 노동 시장의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해당 기간 일평균 임금 로그값 분산이 20% 로그 포인트(log points) 줄어들었다. 전반적 임금 격차가 어림잡아 20% 감소했다는 얘기다.

리투아니아 임금 소득 추이
주: 평균 임금 추이(좌측), 기간(연도)(X축), 평균 임금(녹색, 좌측 Y축, 2000년=1 기준), 노동 소득 분배율(주황, 우측 Y축, GDP 대비 인건비 비중) / 불공평 정도(우측), 기간(분기)(X축), 일평균 임금 로그값(Y축), 분산(적색), 상-하위 소득 격차(녹색), 상-중위 소득 격차(주황), 중-하위 소득 격차(청색)/출처=CEPR

경제 발전 및 경쟁 체제 도입이 기업들 ‘노동 시장 영향력’ 축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투아니아 내 임금 격차의 38%는 기업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는 당시 멕시코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2015~2020년 기간 해당 수치는 20% 정도로 낮아져 독일, 브라질에 근접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인력 확보 경쟁이 본격 도입되며 노동 시장에서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가 줄어든 결과다.

임금 격차 영향 요인 비교
주: 리투아니아(2000~2005년),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독일, 리투아니아(2015~2020년), 브라질, 미국, 프랑스(좌측부터), 임금 영향 비중(Y축), 노동자(녹색), 기업(주황), 노동자들 간 차이(청색), 기타(적색)/출처=CEPR

또한 미국, 프랑스와 같은 고소득 국가들의 경우 기업이 임금 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경제가 발전하고 노동 시장이 진화할수록 임금 불평등과 관련한 회사들의 장악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적 노동 시장, 임금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고용주들의 노동 시장 영향력은 얼마나 줄어든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노동 공급 탄력성(labour supply elasticity, 임금 수준에 따른 노동 공급량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00~2020년 기간 리투아니아의 노동 공급 탄력성은 25% 증가했다. 기업들이 인재 채용을 위해 더 나은 임금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일방적인 임금 책정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한편 경쟁적 노동 시장으로의 변화는 임금 수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임금 불균등 해소에도 기여한다. 기업 간 채용 경쟁이 심화한 산업일수록 임금 격차가 줄어들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EU 가입 이후 20년간 노동 시장 경쟁화가 임금 격차 해소에 기여한 비중은 대략 17%로 추정된다.

시장 내 노동자 지위 향상이 임금 불균형 ‘근본적 해결책’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지는 점은 2004년 리투아니아의 EU 가입이 어떻게 노동 시장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가입 이후 상당수의 리투아니아 노동자가 EU 회원국을 포함한 해외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났고 이는 국내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2020년 해외에서 일하는 리투아니아 노동자들이 전체 인구의 15%를 넘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국내에 남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가 주어졌고 기업들은 개선된 임금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추정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노동 공급 탄력성 증가를 보인 산업들과 EU 회원국들에서 제일 큰 노동 수요 증가를 기록한 분야들이 일치한다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다수의 노동자가 경쟁을 벌이던 시장이 EU 가입을 기점으로 보다 유연화하고 고용주들의 협상력이 위축됐다는 사실은 수요 독점 모델(monopsony model, 단일 수요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 구조 모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시장 내 노동자 지위의 향상 및 안정화가 임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복지를 실현하는데 필수 요소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원문의 저자는 호세 가르시아-루자오(Jose Garcia-Louzao) 리투아니아 은행(Bank Of Lithuania) 연구 책임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mpetition among firms in the labour market and the dynamics of wage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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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총재 "일본 경제, 디플레이션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

BOJ 총재 "일본 경제, 디플레이션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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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자신감 드러내
CPI·실질임금 등 핵심 지표 뚜렷한 상승세
이시바 日 총리 "디플레이션 탈출은 아직"

일본은행(BOJ)이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최근 일본의 물가 지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미루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자신하는 BOJ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경제가 현재 디플레이션 상태냐는 질문에 "작년에도 말했던 대로, 현재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인식에 변함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이미 탈출했다는 시각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BOJ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OJ의 최신 경기 전망 보고서인 '경제·물가 정세 전망(전망 리포트)'에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2026년도 내로 2%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현재 일본 정부와 BOJ는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동반한 2% 물가 상승'을 물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BOJ는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하며 물가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BOJ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며, 작년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세 번째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연 0.5% 수준까지 상승한 것은 2007년 2월~2008년 10월 이후 17년 만이다.

물가 지표 '상승곡선'

BOJ가 이처럼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최근 일본의 주요 물가 지표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2024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6(신선식품 제외 종합지수)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일본의 CPI 상승률이 3%대 수준을 보인 것은 2023년 8월 3.1%를 기록한 이후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종합지수는 110.7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품목별 상승폭은 신선식품(17.3%)이 가장 컸으며, 전기 및 수도 역시 11.4%의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의 전기·가스비 보조가 종료되면서 전기요금이 18.7%, 가스요금이 7.8% 상승한 결과다. 신선식품 이외의 식품류 가격도 4.4% 상승했다.

실질임금 역시 상승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에 해당하는 1인당 급여 총액(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은 전년보다 4.8% 오르며 1997년 1월 이후 거의 28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30인 이상 사업장 기준 1인당 급여 총액의 상승폭은 이보다 0.3%p 높은 5.1%에 달했다.

"다시 디플레이션 나타날 수도" 日 정부는 '신중'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을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예산위원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아니지만, (디플레이션) 탈출은 하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가 아직 완벽하게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엔저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물가 착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된 엔저로 인해 수입 물가가 뛰어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정상화되면 수입 물가가 원상복구되며 인플레이션이 사라지고, 지난 30년간 일본을 옥죄던 디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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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폭락에 리츠·공모펀드 손실 ‘눈덩이’

“상상 그 이상”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폭락에 리츠·공모펀드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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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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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30% 수준 맴도는 상장 리츠들
환헤지 정산 리스크도 꾸준히 확대
오피스 양극화, 추가 손실 가능성↑
마스턴프리미어리츠 포트폴리오 중 남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사진=마스턴프리미어리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융상품들의 손실 규모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투자자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는 간접투자기구 리츠(REITs)들은 공모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공모펀드 가운데는 전액 손실 위기에 직면한 사례도 속속 포착된다.

공모가 근처는 언감생심, 강제 처분 통보도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마존 프랑스 물류센터 등에 집중 투자하는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전날 1,4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 하락 폭(6원·0.4%)를 만회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공모가 5,000원과 비교하면 7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불황을 겪는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담보대출 조기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게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외에도 제이알글로벌리츠(-50.4%), 미래에셋글로벌리츠(-48.4%),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38%), KB스타리츠(-35.9%) 등 다수의 해외 부동산 상장리츠들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이 상승하며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또 일부 리츠는 편입 자산들에 대한 담보대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해외 부동산 투자 공모펀드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벨기에 브뤼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 펀드는 지난달 선순위 대주단으로부터 만기 채무불이행에 따른 강제 처분 결과를 통보받았다. 해당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일부 배상이 필요한 건에 대해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업무용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제229호 펀드도 채무불이행(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현지 SPC 지분증권 평가액이 3,239만 유로(약 488억원)에서 44만 유로(약 6억6,000만원)로 대폭 깎였다. 펀드의 기준가격 또한 현재 0.01원으로 투자자들은 사실상 빈손이 됐다.

원화 가치 하락에 투자자 부담 가중

이런 가운데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헤지(換+hedge) 정산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헤지 계약은 통상 계약 시점 환율 대비 만기 시점 변동분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은행에 추가로 돈을 지불하거나 반환받는 식으로 작동한다. 펀드가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을 때는 환헤지 비용이 펀드 내 자금으로 처리되지만,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유동성이 고갈돼 잔여 자금이 없는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 중 룩셈부르크오피스펀드는 자산 가치가 폭락해 환헤지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지난해 12월 SC제일은행과의 환헤지 계약이 끝났지만, 수익자 총회 의결안에 따라 환노출 전략으로 변경하게 됐다. 하지만 환율 변동으로 인한 정산금 107억원을 지급할 여력이 없어 22억원을 지급한 후 85억원의 잔액을 연체하는 중이다. 연체금에 대해서는 상환 시까지 7%의 이자가 적용된다.

일각에선 환헤지 비용 부담을 둘러싼 소송 사례도 포착된다. 일례로 영국 사무용 빌딩에 투자했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환헤지 계약을 맺은 NH투자증권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펀드는 자금이 바닥나 환헤지 비용을 갹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규정 해석을 두고 양사가 뜻을 모으지 못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LP) 관계자는 “이미 손실을 볼만큼 본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추가 정산액이 발생한 펀드가 꽤 있다”며 “해외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유동성 회복이 어려운 곳들은 당분간 계속 청구서를 받아 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환율·공실 이중고에 가치 폭락

후순위로 들어간 몇몇 펀드들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당장 6일 7,100만 유로(약 1,068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예정된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 제1~4호 펀드가 대표적 예다. 이들 펀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서부 지구 내 핵심 오피스 권역에 위치한 ‘퀸즈타워(Queens Towers)’에 투자한 상품이다. 키움운용은 2019년 약 685억원을 모집하고, 1,053억원을 대출받아 퀸즈타워 3개 동을 매입하고 해당 펀드를 설정했다.

이후 환율차로 인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물건의 가치 또한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2023년에는 주요 임차인이었던 네덜란드 고용노동기구(UMV)가 일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서 대규모 공실 위기까지 겹쳤다. 최근 감정평가 결과 퀸즈타워의 자산가치는 8,520만 유로(약 1,270억원)로 2019년 펀드 설정 당시 매입가 1억2,973만 유로(1,934억원)보다 34%가량 하락했다.

매입 당시 구매 금액의 60%를 대출로 충당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펀드 기준가는 건물 가치 하락 폭보다 더 크게 떨어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키움운용은 애초 지난해 8월이었던 대출 만기를 이달까지 연장해 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21개월 추가 연장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울한 시장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는 ‘2025년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은 우수한 근무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기업 수요가 많은 데 비해 가용 가능한 오피스가 많지 않아 올해 최상급 건물과 품질이 낮은 건물 간의 공실률 차이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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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환율 인하’는 ‘물가 하락’과 얼마나 관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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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소 환율제 폐지로 ‘통화가치 급등’ 경험
수입 가격 급락에도 소비자 가격 영향은 제한적
저소득 가구 및 국경 지역 주민이 ‘최대 수혜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15년 1월 스위스 국립은행은 2011년 이후 유지해 온 ‘최소 환율제’(minimum exchange rate policy)를 갑작스럽게 폐지한다. 1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CHF) 가치를 1.2 이하로 묶는 최소 환율의 폐지로 스위스 프랑은 단기간 15%가량 절상하며 금융 시장을 흔들고 수출업체와 소매기업들에 가격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는 환율 변동이 가격과 소비는 물론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관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CEPR

스위스 프랑, ‘최소 환율제’ 폐지로 ‘단기간 15% 절상’

이 관찰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는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통화 가치 절상이 수입 가격을 내리고 국내 물가를 낮춘다고 돼 있지만 스위스 사례는 현실이 그보다는 더 복잡하다고 얘기한다.

스위스 프랑의 유로 대비 환율 변동에 따른 스위스 물가지수 변화 추이
주: 기간(월, 2014년 12월=0, X축), 변동률(Y축), 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 명목 환율(적색, 환율 인하는 통화 가치 절상을 의미), 핵심 수입 물가지수(녹색,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수입 물가지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청색), 수입 소비자물가지수(적색 점선)/출처=CEPR

통화 절상에 따른 수입 가격 하락에도 소매 가격 변동은 ‘제한적’

수입 가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입 대금 지불 통화에 따라서도 갈렸다. 유로로 지불한 수입품의 평균 가격이 통화 절상 효과로 12%나 하락한 반면, 스위스 프랑으로 산 물품들은 가격이 5%만 내렸다. 하지만 급격한 수입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입품의 소매 가격은 평가 절상 후 6개월 동안 3% 내리는 데 그친다. 이에 대해서는 ‘명목 가격 경직성’(nominal price rigidity, 가격이 통화 정책 및 환율 변동을 따라 움직이지 않음)이나 유통 비용 변화, 소매업자들의 수익성 유지를 위한 마진율 조정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어찌 됐든 통화 가치 절상이 자동적, 비례적으로 소비자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이 분명하다. 수입 대금 지불 통화, 공급망 현황, 도소매 기업들의 경쟁 가격 전략 등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속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소폭의 소매 가격 인하에도 스위스 소비자들은 수입품 소비를 늘리고 국산품 소비를 줄이는 명확한 소비 패턴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수입품 가격 하락 효과가 더 큰 유로화 결재 상품군에서 두드러져 지불 통화가 수입품 가격만이 아니라 소비 행위에도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스위스 가구 소비 중 수입품 비중(%) 변화
주: 기간(월)(X축), 수입품 비중(%)(Y축)/출처=CEPR

한편 스위스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었다. 통화가치 절상은 해외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낳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위스의 총수출액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핵심 이유는 스위스 기업들의 ‘품질 제고 전략’ 덕분으로 분석된다. 가격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저품질 제품 생산은 중단하는 전략을 사용해 통화 절상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 것이다.

저소득 가구 및 국경 지역 거주자, 통화 가치 상승 혜택 “더 커”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은 소득 계층과 거주지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쳤다. 가격에 민감하고, 저렴해진 수입품 가격이 더 큰 혜택으로 돌아오는 저소득 가구의 실질 생활비 절감 효과가 고소득 가구보다 컸다. ‘불균등 지출 효과’(unequal expenditure switching)라고 알려진 해당 현상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수입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품 소비 추이(스위스)
주: 연도(X축), 가구 소비 중 수입품 비중(%)(Y축), 저소득 가구(청색), 고소득 가구(적색), 전체 가구(녹색)/출처=CEPR

통화 가치 절상의 영향은 거주지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경 지역에 사는 가구들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이웃 국가들의 훨씬 싼 상품 가격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스위스 국내 가격보다 평균 30%나 더 싸게 살 수 있었으니 생활비 절감 효과를 이중으로 누린 셈이다. 실제 2015년 스위스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활비 절감률은 2.8%로 다른 지역의 1.7%보다 크게 높았다.

스위스 지역별 외국 생산품 소비율
주: *짙은 색일수록 소비율이 높음/출처=CEPR

이렇게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 사례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정책 입안자와 중앙은행에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수입 대금 지불 통화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 환율 변동에 따른 소비자 가격 영향 제한 요소, 통화가치 변동에 대한 기업과 가구의 대응 방식 등은 깊이 참고할 만하다.

한편 통화가치 변동에 따른 소득 재분배 효과는 거시경제지표로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통화 절상이 수입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맞지만 혜택은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들이 저렴한 가격을 통해 더 높은 복지 효과를 누리는 한편, 국경 지역 주민들은 외국 상품 직접 구매를 통해 생활비 절감 효과를 이중으로 실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시경제적 효과 역시 환율 및 통화 정책 수립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라파엘 아우어(Raphael Auer)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en years after the Swiss franc shock: Lessons on prices, expenditure switching, and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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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에도 적신호

우리은행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에도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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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금감원, 우리은행 정기검사 결과 발표
현 경영진 체제 부실도 속속 드러나
평가등급 강등 유력, 생보사 인수 불투명

우리금융지주의 숙원 사업인 생명보험사 인수가 난항에 부딪혔다. 금융당국의 정기검사 결과 우리은행 부당 대출을 비롯한 부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여기에 인수합병(M&A)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의 흠결까지 확인되며 동양·ABL생명 인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350억원→730억원

4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총 101건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2,33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관련 친인척 불법대출은 기존에 알려진 350억원 외에도 추가로 380억원이 적발되면서 총 73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61.8%에 해당하는 451억원이 임종룡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는 점을 명시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관련 건에 대한 부실화 정도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730억원 중 46.3%인 338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2023년 3월 이후 발생한 부당대출 451억원 중에서는 27.3%인 123억원이 부실로 분류됐다. 금감원은 연체 악화 가능성도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정상 분류된 328억원에서도 일부 연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 성과 달성을 목적으로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중 61.5%(987억원) 현 경영진 체제에서 취급됐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의도적으로 평가데이터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손실액을 숨긴 점도 발각돼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새로 확인된 부실 위험을 모두 반영하면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0.1%p~0.2%p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1.96%로 금감원의 권고 수준(12%)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검사 결과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눈길을 끈다.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한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를 포트폴리오 확장의 승부수로 삼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각각 75.34%, 100%를 총 1조5,494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에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관건은 우리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편입하기 위해서는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2년 진행된 종합검사에서 2등급을 받았지만, 이번 검사에서 부실이 대거 드러나면서 3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영실태평가 도출 서두르는 당국, 우리금융 ‘초긴장’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경영실태평가를 도출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되도록 이달 내 금융위에 정기검사 결과를 송부하고, 3월 정도에는 금융위가 (인수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영평가 등급 도출 일정은 매우 이례적인 단축으로, 통상 금융기관 검사 이후 최종 등급 도출까지 1년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우리은행 역시 2022년 11월 진행된 검사 결과를 지난해 6월에야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우리금융의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실시한 20회의 은행 검사에서 경영평가 등급을 미리 통보한 사례가 7회 있으며, 특히 이번 우리금융의 경우 이미 종합검사가 진행된 만큼 이를 인수 심사에 반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에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내규에 의하면 M&A를 비롯한 중요 경영사항 추진 시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해당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했고, 심의 내용 또한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못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음에도 이를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적에 우리금융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에 소속한 이사진들이 같다”며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어 같은 날 소집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 안건에 대해서는 미리 이사진에게 설명을 충분히 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이사회에 올라가지도 못한다”면서도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을 정리해 바로잡을 부분이 있다면 즉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회장 거취에도 촉각

지난해 우리금융은 다자보험과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인수 가격의 약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했다. 그러면서 12개월 안에 인수를 완료한다는 단서 조항 또한 포함했다. 원칙상으로는 9개월 안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최대 3개월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이행 불능 상태가 되면 앞서 언급했듯 계약금은 몰취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수전의 성패에 따라 임 회장의 입지 또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평이 우세하다.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과 동시에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선언한 데 이어 동양·ABL생명 인수전의 선봉에 서는 등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잇따른 금융사고가 현 경영진과도 무관치 않다고 적시한 만큼 이번 인수가 무산될 경우 임 회장으로서는 책임론을 회피할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임 회장의 책임론은 비단 보험사 인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말 투자매매업 예비인가를 받은 우리투자증권 또한 아직 본인가 승인을 받지 못한 탓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부당대출 건으로 모회사인 우리금융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은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투자증권사는 예비인가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본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해야 하며, 만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비인가마저 효력을 상실한다. 결국 우리투자증권은 1월 말께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승인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 회장의 ‘비은행 강화’ 청사진이 은행의 부당대출로 빛을 잃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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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성증권 인수 이어 채무보증까지, 한국금융지주 ‘캐피탈’ 구하기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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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 캐피탈 자회사 채무보증 결정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인수도
재무구조 개선, 운용 자금 조달 목적

한국금융지주가 자회사 한국투자캐피탈 유동성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통상적인 채무 지급보증부터 자본성증권 인수까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재무적으로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비중을 늘려온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처지에 놓여서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에 부동산 시장 침체, 업권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캐피탈업계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캐피탈사들은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와 적극적인 건전성 지표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다.

한투캐피탈 채무 보증 한도 2.2조 설정, 한도 대비 70%

5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한투캐피탈에 대한 채무보증 금액으로 2조2,000억원을 설정했다. 연간 지급보증 총한도로, 전년도는 2조4,000억원이었다. 지급보증은 한투캐피탈이 발행하는 회사채 원리금에 대한 것이다. 채권의 원금 상환부터 연체이자를 포함한 이자 지급 등 원리금 일체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대신 해결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한투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한국금융지주가 지급보증한 채권 잔액은 1조5,250억원이며, 사용 가능한 잔여 한도는 6,750억원이다. 한도 대비 70.0%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총차입부채(3조8,777억원)에서 지급보증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9.6%다.

그간 한투캐피탈은 지급보증 조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저금리 시절인 2020년~2022년에는 한도를 100% 수준까지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던 2023년에는 지급보증 한도가 2조6,000억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지난해는 차입부채 규모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양상이 지속됐는데, 이 과정에서 지급보증 조달 잔액도 감소했다. 기발행 채권 상환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차후 업황 개선으로 영업자산 회복에 나설 때 지급보증 조달 역시 다시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급보증 지원을 받으면 자금을 보다 낮은 금리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투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 급이며 기업어음(CP) 등급은 ‘A2’다. 신용등급이 더 높은 한국금융지주가 보증하면 한투캐피탈의 회사채와 CP 등급은 각각 ‘AA-(안정적)’와 ‘A1’으로 올라간다.

부동산 PF 대출 중심 외형 키우다 성장세 멈춰

한국금융지주는 채무보증 외에 자본 확충도 지원했다. 지난해 말 한투캐피탈은 자본성증권인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공모형이 아닌 사모형으로 발행됐기 때문에 한국금융지주가 전액 가져간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에 설정되는 만기일이 30년으로 영구채 성격인 만큼 발행금액 그대로 자본으로 인정된다. 금리 조건은 6.96%로, 사실상 예상 밴드의 최상단으로 확정됐다. 이는 한투캐피탈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인 1조5억원 대비 15.0%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 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채권 가격은 저렴해진다는 점에서 한투캐피탈 신종자본증권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금융지주가 한투캐피탈의 구원투수로 나선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도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6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투캐피탈에 자금을 투입했다. 유상증자는 보통주 신주를 늘리는 방식이다. 자본성증권 발행과 달리 이자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자본의 질적 개선도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2023년에도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5,2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모두 한투캐피탈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한투캐피탈은 높은 조달금리와 부동산 금융 문제 등으로 재무 지표 전반이 부진한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한투캐피탈의 총영업자산 4조7,976억원 중 38%가 부동산 금융자산이다. 여기에 가계대출에 포함된 중도금대출까지 포함하면 전체 부동산금융 관련 자산이 영업자산의 약 64%를 차지한다. 실적과 자산건전성지표 모두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지난해 1분기 말 3.6%에서 3분기 말 10.6%로 급증했다. 고정이하여신 4,497억원 중 95%인 4,252억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구성돼 있는 상태다. 부동산 PF 대출은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한국신용평가의 당기순이익은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5.7% 감소했다. 총자산수익률(ROA)도 같은 기간 2%p 떨어져 0.7%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PF발 업황 저하, 캐피탈 위주 유동성 공급 증가

업황 악화로 돈줄이 말라가는 다른 캐피탈사들도 모회사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그룹들이 주요 계열사에 실시한 유증 횟수는 2011년 말부터, 합산 금액은 2023년부터 상승세를 나타냈다. 2019년 말 유증 횟수는 연간 6회, 금액은 8,000억원이었던 것이 2012년 말에는 각각 11회, 1조원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유증이 12회 실시됐고 금액은 2조4,000억원으로 예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8~2024년 유증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은 횟수는 캐피탈사가 16회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캐피탈에 대한 유상증자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2019년 500억원, 2021년과 2024년 각각 1,999억원 규모다. 이와 별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6월 메리츠캐피탈과 대출참가계약을 체결해 3,278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 자산을 이전받았다. PF 대출 자산에는 본PF 14건, 담보대출을 포함한 브릿지론 4건이 포함됐다.

키움캐피탈도 최근 키움증권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운용 자금을 빌렸다. 키움캐피탈은 지난달 24일 키움증권이 당사 발행 기업어음에 대해 한도거래 약정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차입금액은 2,000억원으로, 차입기간은 이달 9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다. 키움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71억원) 대비 18.60%가량 줄어든 규모다. 당기순이익은 217억원으로 1년 전(289억원)보다 24.9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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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대화한다”던 미국, 돌연 중국발 소포 배송 중단 선언

“시진핑과 대화한다”던 미국, 돌연 중국발 소포 배송 중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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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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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허용’ 무역 허점 없애려는 목적
미국 현지 물류센터 구축 가속 전망
중국 ‘보복 관세’ 강경 대응에 맞불

미국 우정국(USPS)이 중국과 홍콩에서 미국으로 배송되는 모든 소포의 배송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를 비롯한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800달러 미만 패키지도 통관 절차 거쳐야

4일(이하 현지시각) USPS는 공식 홈페이지 통해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국과 홍콩 우체국에서 오는 모든 소포의 배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며 “다만 편지와 대형 봉투 등 ‘플랫’ 요금을 적용받는 우편물은 이번 배송 중단 조치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발표와 동시에 즉각 발효됐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25%의 관세 부과를 30일 동안 유예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10%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이 최소허용(de minimis)으로 규정된 무역 허점을 없애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소허용은 수출업체가 800달러(약 115만원) 미만의 패키지를 미국에 배송할 경우 세금을 면제하는 규정이다. 알리와 테무, 쉬인 등은 의류부터 가구, 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초저가로 판매하며 해당 규정을 적극 활용했다.

미국 세관 및 국경 보호 기관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은 지난해 13억 건 이상의 최소허용 물품을 처리했다. 미국 하원 중국 공산당 특별위원회는 2023년 보고서에서 “테무와 쉬인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최소허용 물품에 거의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역 관리들 또한 최소허용 패키지를 ‘문서화 및 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무와 쉬인은 그간 자사의 사업 모델이 최소허용 규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시장 성장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이들 회사는 미국에 유통 센터를 구축해 현지 창고에서 바로 발송하는 등의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웬 비아오 첸허로지스틱스 총괄 매니저는 “주요 플랫폼들이 미국의 무역 제한에 대비하기 위해 현지 창고를 마련하는 추세는 작년부터 있어 왔다”며 “이번 조치로 더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펜타닐에 물든 미국, 책임은 어디에?

미국 정부와 USPS는 최근 국제적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등 신종 마약이 자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 또한 내세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당시부터 펜타닐이나 그 원료 물질이 세관 절차가 허술한 소액 면세 제도의 구멍을 이용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 역시 “펜타닐 원료 물질은 인터넷에서 200달러 안팎이면 살 수 있다”며 소액 면세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펜타닐 문제를 관세와 연동해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보낸다는 원료물질의 양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으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얼마나 많은 펜타닐이 들어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또한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펜타닐을 구성하는 원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탓에 그 출처가 반드시 중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중국 또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안부 대변인은 “미국 펜타닐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 그 자체에 있다”면서 “국내 마약 수요를 줄이고 법 집행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퇴치 정책이 가장 엄격하고 실행이 가장 철저한 국가”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관세엔 ‘보복 관세’로, 보복 관세엔 ‘기업 옥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에는 30일의 유예 기간을 두면서도 중국에는 USPS까지 동원해 제재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나다·멕시코 정상의 경우 관세 유예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중국의 경우 기다렸다는 듯 즉각 전방위 보복 조치를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더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했던 셈이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미국산 석탄 및 LNG에는 15%, 원유, 농기계, 배기량이 큰 자동차와 픽업트럭 등 총 72개 품목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협력을 해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미국 빅테크 구글이 자국의 반(反)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상무부는 캘빈클라인 등 유명 패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PVH그룹, 유전체 분석 기업 일루미나 등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렸다. 해당 명단에 오르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금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 소식을 전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24시간 내 대화할 예정”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이후 실제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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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美 관세 전쟁에 흔들리는 韓 제조업, 생산거점 이전 등 부담 가중

美 관세 전쟁에 흔들리는 韓 제조업, 생산거점 이전 등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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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캐나다·멕시코 법인 총 201곳
미·중 무역 갈등 속에 대미 수출기지로 활용
美 현지 생산·생산지 다변화 등 대응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생산기지 다변화 등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기업의 생산 거점이 포진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미국 이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국내 산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극단적인 온쇼어링(해외 공장 자국 내 유치) 기조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한국 제조업 생태계를 와해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韓 기업들, 캐나다·멕시코로 생산기지 옮겨 수혜

5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함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에 주요 생산라인을 둔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또는 생산지 다변화 방안을 찾고 있다. 시행 전날인 지난 3일 멕시코와 캐나다산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관세 장벽 쌓기’는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한국 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물류비가 적게 드는 데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덕에 미국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에 한국의 반도체·가전·배터리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멕시코와 캐나다로 생산기지를 옮겨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의 혜택을 누려 왔다.

삼성물산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태양광 발전단지/사진=삼성물산

삼성·LG·현대차 등 일부 물량 美 이전 등 검토 중

하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으로 멕시코와 캐나다 지역에 둥지를 튼 한국 기업들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88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현지에서 운영하는 해외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25개 대기업집단의 캐나다·멕시코 법인은 총 201곳으로 나타났다. 나라별로는 캐나다가 110곳, 멕시코가 91곳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68곳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은 캐나다에 50곳, 멕시코에 18곳의 회사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캐나다에만 40곳이 넘는 법인을 세워 태양광·풍력·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멕시코 법인은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멕시코에 16곳, 캐나다에 12곳, 총 28곳의 법인을 뒀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계열사인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각각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한화는 14개의 법인을 멕시코(12곳)와 캐나다(2곳)에서 운영 중인데, 상당수는 태양광 관련 사업을 위한 회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LG는 멕시코에 LG전자 전자제품 생산 법인 등 8곳, 캐나다에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넥스트스타에너지 배터리 공장 등 3곳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 역시 멕시코에 철강 사업 법인 등 6곳, 캐나다에 포스코퓨처엠이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양극재 공장 등 5곳을 운영한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미 수출기지로 활용해 온 해당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본격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던 건조기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LG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누에보레온 공장에서 생산하는 K4의 일부 물량을 캐나다로 전환해 북미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재조정하고 있다.

신규 투자비, 고임금 부담에 당장 이전은 힘들 듯

미국으로의 생산 거점 이전이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국내에서는 한국 제조업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가 늘면서 수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분업 구조가 약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현지에 직접 투자하는 온쇼어링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결국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소재·부품까지 현지에서 조달하게 될 경우 한국의 중견·중소 제조기업은 러스트 벨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멕시코와 캐나다의 생산시설을 곧바로 미국 혹은 제3의 지역으로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캐나다나 멕시코에 있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막대한 신규 투자비가 드는 데다, 미국의 높은 임금도 감당해야 한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제조업 임금 평균은 시간당 28.34달러로 멕시코(3.7달러)의 8배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불확실하다. 관세 인상의 배경에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를 대상으로 무역수지 불균형, 불법 이민, 마약 억제 등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린 만큼 국가별 협상 결과에 관세 압력이 조기에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도 고율 관세가 상품 가격에 전가돼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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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돼야 한다" IPO 장수생 SK엔무브, 하반기 상장에 박차

"이번엔 돼야 한다" IPO 장수생 SK엔무브, 하반기 상장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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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하반기 중 4번째 상장 도전
투자자 엑시트, SK이노베이션 자금 수혈 이번 상장에 달렸다
시가총액·공모 구조 유사한 LG CNS, 흥행 선례 남겨

SK엔무브가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부터 총 3차례 IPO에 실패한 이후 재차 증시 입성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IPO에 핵심 투자자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SK이노베이션의 현금 창출 등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는 만큼 SK엔무브가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는 평이 나온다.

SK엔무브, IPO 채비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는 오는 6~7월 상장을 목표로 IPO 채비에 나섰다. 희망 기업가치는 최소 5~6조원 수준으로, 준수한 현금 창출력을 근거로 높은 몸값을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3년 SK엔무브는 약 1조1,400억원에 달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8,000억~9,000억원 수준의 EBITDA를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엔무브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SK엔무브는 지난 2013년과 2015년, 2018년에 걸쳐 총 3차례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번번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가장 최근인 2018년의 전례를 살펴보면, 당시 SK엔무브는 멀티플을 10.1배 적용해 목표 시가총액을 4조3,000억~5조2,000억원대로 잡았다. 당시 매출액은 3조4,719억원, EBITDA는 5,182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SK엔무브를 외면했고,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SK엔무브는 상장 의사를 철회했다.

SK엔무브 상장을 둘러싼 이해관계

업계에서는 SK엔무브가 이번 IPO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엔무브의 상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IPO는 SK엔무브의 주요 투자자인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ICS)의 엑시트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ICS는 지난 2021년 1조1,195억원을 투자해 SK엔무브 지분 40%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 지분을 SK에 일부분 매각해 현재 지분율은 30% 수준이다.

2021년 투자 당시 ICS는 내부수익률(IRR) 5.7%를 보장받기로 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려면 SK엔무브의 기업가치가 최소 3조5,000억원 수준이어야 한다. 현재 SK엔무브의 희망 기업가치가 5~6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CS에 있어 이번 IPO는 적절한 엑시트 기회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점 대비 두 배 이상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만큼 FI(재무적 투자자)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다만 SK엔무브의 호실적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배당주로서 가치도 있어 장기 투자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구주매출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엔무브는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합병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우량한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지분 중 일부만 매각해도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엔무브가 상장되고 나면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며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진다고 봐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상장에서 구주를 매각해 재원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LG CNS의 데이터센터/사진=LG CNS

LG CNS의 흥행

한편 현시점 SK엔무브 IPO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모두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시가총액이나 공모 구조 등이 비슷한 LG CNS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SK엔무브의 IPO 성공 가능성이 일부분 입증됐기 때문이다.

LG CNS는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범위(5만3,700~6만1,900원) 최상단인 6만1,900원에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2,059곳 중 약 99%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률은 114대 1 수준이었으며, 수요예측에 모인 자금은 76조원에 달했다. 이후 실시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 역시 122.9대 1로 높았으며, 모인 청약 증거금은 21조1,441억원에 육박했다.

다만 LG CNS의 이 같은 흥행 흐름이 상장 첫날부터 끊겼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상장 첫날인 5일 오후 2시 6분 기준 LG CNS 주가는 공모가(6만1,900원) 대비 약 11% 내린 55,1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중이 주가 하락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LG CNS 수요예측에 참여한 2,059곳의 기관 중 의무보유 미확약 기업은 1,741곳으로, 이들이 보유한 물량만 10억9,021만2,255주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의무보유확약이 설정되지 않은 주식은 상장 직후 곧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투자자가 배정받은 290만6,579주(전체 공모주식의 15%) 매물 역시 주가에 하방 압력을 더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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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폭탄에 삼성전자 희비 “스마트폰 맑음, TV 흐림, 반도체는?”

美 관세 폭탄에 삼성전자 희비 “스마트폰 맑음, TV 흐림, 반도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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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가격 인상 목전, 반사이익 기대
멕시코 관세 부과로 TV 가격 변동 예상
“대만 TSMC 칩에 최대 100% 관세”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경쟁사 애플의 주력 상품 아이폰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집중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중국산 애플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한 바 있어 이번에도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갤럭시 新모델 가격 동결로 경쟁력 확보 가능성↑

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2일 서명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그리고 거의 모든 나라)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멍청한 나라(Stupid Country)’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처가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삼성전자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애플은 아이폰 물량의 약 85%가 중국에서 제조되는 탓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7일 미국에 출시하는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의 가격을 직전 모델 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아이폰 가격 인상과 맞물려 갤럭시S25의 가격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단기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10% 이상의 보편 관세 부과를 공언해 온 만큼 우리 기업 또한 관세의 사정권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50%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 중이며, 한국과 인도, 브라질 등에도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부품단가 상승 등으로 향후 관세 부과 시 제품 가격을 낮출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수익성 악화와 실적 저조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V 시장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국내 주요 가전 기업의 생산시설 상당수가 멕시코에 자리한 탓에 이번 관세 적용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한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생산 중이며, LG전자도 북동부 레이노사에 TV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하면 북미 TV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27%, 매출 기준 48%에 달한다.

3일 미국 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유예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한시적 조치인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제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하는 식으로 대응하더라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TV 시장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율 관세 정책이 협상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국 기업 관세 유예 여부에 시장 촉각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된 아이폰이 미국으로 수입될 때 발생하는 관세를 면제해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투자전문회사 딥워터자산운용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에서 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릭 우드링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역시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 애플 주요 제품들은 중국산 관세 부과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들 전문가가 애플의 관세 면제를 예견한 배경에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애플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준 전례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애플에 대해서는 이를 유예했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사의 경쟁력 약화를 호소했고,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자사 제품에 대한 관세 유예를 끌어냈다.

관세 유예를 바탕으로 애플이 2022년부터 유지 중인 가격 동결 정책을 고수할 경우, 미국 시장 내 삼성 스마트폰의 입지는 더욱 위협받을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14부터 아이폰16까지 가격을 동결 중이며, 이는 삼성 제품의 가격 동결 및 인상 폭 제한 요소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애플은 물론 삼성의 운명 또한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도 관세 폭탄 사정권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 사업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관세 적용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대만에서 생산한 TSMC 칩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발언을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겨오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후 행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칩의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하는 엔비디아는 황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TSMC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에 변경을 가져 올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동 직후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칩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석유와 가스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 시점은 오는 2월 18일경으로 보고 있다”고 공표했다.

TSMC 반도체에 대한 100%의 관세가 적용되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종국에는 모든 사람이 이 같은 조처를 이해할 것”이라고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수입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현실화할 경우 시장 재편을 불러올 것이라는 데 견해가 일치하는 분위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TSMC로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TSMC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하던 삼성전자로서는 또 하나의 호재를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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