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보호무역의 역풍, 관세가 키운 스태그플레이션
[딥파이낸셜] 보호무역의 역풍, 관세가 키운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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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상 여파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압력 확대 공급망 타고 확산된 제조업 비용 부담과 소비 위축 보호무역과 금리 인하 충돌 속 관세 정책 한계 부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량생산 시대의 관세 정책을 오늘날 성장 전략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실효관세율은 19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관세 인상이 제조업 회복과 성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함께 나타나는 ‘관세발 스태그플레이션(경제침체 속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됐다.
이번 관세 충격의 파장이 컸던 배경에는 비용 상승 압력이 수입품 가격에 그치지 않고 국내 생산 구조 전반으로 번졌다는 점이 자리한다. 원자재와 부품, 기계류 가격 상승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확대했고, 이는 투자와 생산 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결국 관세 인상이 성장 회복과 통화 완화를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다는 기존 논리가 현실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관세발 비용 전이 현실화
전통적인 관세 논리는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국내 제품 수요가 늘고, 생산과 고용 확대를 통해 무역적자가 줄어든다는 구조에 기반한다. 그러나 글로벌 생산·금융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 경제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 오늘날 제조업은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망 위에서 움직인다. 미국 내 자동차 공장에서 최종 조립이 이뤄지더라도 핵심 전자부품과 특수강, 센서 등 주요 중간재 상당수는 해외 공급망을 거쳐 들어온다.
이 같은 구조에서 관세는 외국 경쟁업체만 겨냥하는 조치에 머물지 않는다. 해외 부품과 원자재를 사용하는 국내 제조업체에도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경에서 부과된 관세는 공급망 전반으로 연쇄 확산된다. 과세된 원자재와 부품이 국내 생산망에 편입되면 비용 상승 압력은 부품업체와 제조업체, 유통업체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일부 기업이 부담을 자체 흡수하지만 계약 갱신과 재고 소진이 진행될수록 가격 인상은 소비자 단계까지 번진다. 관세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이유다.
2025년 4월 정책 발표 직후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약 22.5%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 품목별 예외 적용과 관세 유예, 법률 변경 등을 반영한 수정 추정치에서도 실효세율은 여전히 10%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충격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은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 속에 투자와 고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했고,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 영향으로 소비를 줄이거나 저가 상품 중심으로 지출 구조 재편에 나섰다. 그 결과 관세 인상은 생산 현장에서는 제조 비용 부담을 높이고, 소비 단계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하며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단순한 보호무역 논리를 약화시켰다.

거시지표로 확인된 관세 충격
관세발 공급망 충격은 주요 거시 경제 흐름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공개된 실시간 물가 분석에 따르면 같은 해 6~8월 관세 부과는 연율 기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약 0.5%포인트,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8월 기준 최근 12개월간 헤드라인 PCE 상승률 가운데 약 10.9%가 관세 영향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과 고용 지표에서도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추정치에 따르면 관세 정책은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25년 약 0.5%포인트, 2026년 약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용시장에서도 관세 충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수십만 개 규모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적 파급효과 역시 적지 않았다. 유럽 연구 기관들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가 글로벌 교역 둔화와 투자 위축을 유발하며 미국 GDP를 최종적으로 0.6~1.0%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 역시 성장 둔화 압력을 받으며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관세 정책과 금리 인하의 충돌
관세 인상 국면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부분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관세는 본질적으로 수입 가격과 생산 비용을 높여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같은 정책 기조 안에서 금리 인하까지 요구한 것은 통화정책을 통해 관세발 인플레이션 충격을 상쇄하려는 모순된 접근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정책 조합 자체의 충돌로 해석하는 시각이 확산됐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대응이 가장 어려운 국면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경기 둔화 상황에서는 성장률 하락과 물가 안정이 함께 나타나 금리 인하 여력이 확대된다. 그러나 관세발 공급 충격은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 여력 위축을 동시에 초래한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병행되는 구조인 만큼 통화 완화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되는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중앙은행 정책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관세발 스태그플레이션이 채권과 주식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일부 거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미국 증시가 정책 발표 이전 대비 최대 35%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내놓았다. 관세로 인한 공급 비용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통화 완화가 시장 안정 역할만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부각됐다.

보호주의 한계와 공급망 전략 전환
일각에서는 일부 전략 산업에서는 관세가 일정 수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와 첨단 기술, 의약품, 에너지처럼 국가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생산 기반 확보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산업 보호와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관세 장벽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전자는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한시적 대응에 가깝지만, 후자는 생산과 소비 전반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조치로 이어진다. 모든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할 경우 정책 우선순위와 산업 지원 기준 역시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관세 수입으로 재정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관세는 가격 상승을 통해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는 간접세 성격이 강하다. 특히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충격이 크게 나타난다. 여기에 수입 감소와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 관세 수입 기반 자체도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보호무역과 거시 경제 안정 사이 균형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 경제 구조에서는 광범위한 관세 인상보다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이 이동해야 한다. 대안으로는 전략 산업 중심의 선별 투자와 생산 시설 인허가 절차 개선, 핵심 원자재 비축 확대,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 등이 거론된다.
기업은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과 안정적인 통상 환경을 원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물가 안정과 실질 구매력 유지를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수입 억제와 성장 부양, 금리 인하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광범위한 관세 정책 하나로 동시에 달성하려는 접근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결국 복잡한 글로벌 경제 체제 안에서 이 같은 목표들을 단번에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정책 전환이 출발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Tariff Stagflation Trap Is Now a Policy Choi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