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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재건축 갈등 봉합 '개포 경·우·현', 재건축 첫 발 뗐다 "신통기획 일몰제 효과"

통합 재건축 갈등 봉합 '개포 경·우·현', 재건축 첫 발 뗐다 "신통기획 일몰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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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市 도계위 정비구역 지정 심의 앞둬
신통기획 적용, 이르면 8년 내 입주 가능
강남 신통기획 중 가장 빠른 재건축 목표
개포 경남·우성3차·현대1차아파트(경·우·현) 신속통합기획 조감도/사진=서울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아파트(경·우·현) 통합재건축 단지가 다음 주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조합은 이르면 8년 내 입주까지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집값 평가와 관련해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나왔으나, 합의점을 찾고 강남 신통기획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각오다.

경·우·현, 정비구역 지정 예정

13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우·현 통합재건축 사업은 오는 1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수권분과위원회)의 정비구역 지정 심의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의 신통기획안이 적용된 만큼 심의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우·현 통합재건축준비위원회는 이후 오는 6월까지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내 조합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임병업 경·우·현 통합재건축준비위원장은 “그간 서울시와 면밀하고 업무협의를 해와 심의를 통과를 하는데 이상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후 최대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 가능하면 8년 내 입주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우·현은 대치동 우·선·미(우성·선경·미도) 등과 함께 강남구 재건축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1984년 준공된 경·우·현은 총 1,499가구 규모로 △개포동 경남 678가구 △우성3차 405가구 △현대1차아파트 416가구로 구성됐다. 최고 49층 2,340가구로 재건축하는 신통기획안이 확정된 건 2023년이다. 경·우·현은 양재천변에 있는 데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와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사이에 있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내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통기획이 선정된 지 2년여 만의 성과다. 현재 강남구에 6개 단지의 신통기획이 진행 중인데 대치미도와 함께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척되고 있다. 경·우·현 기부채납으로는 양재천 입체 보행교를 조성할 예정으로,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마쳤다.

서울시, 신통기획 일몰제 '극약처방'

경·우·현은 사업 초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로 한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서울시의 중재 하에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서울시는 2022년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 때 2027년까지 신통기획으로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사업 초기 상태인 곳이 대다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7년까지 10만 가구를 공급하려면 현시점에서는 적어도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하지만 지난해 3월 말 기준 사업의 첫 단추인 정비계획이 지정된 곳은 17곳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재개발·재건축사업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데다 기부채납시설을 두고 단지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더욱 신속한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재건축 신통기획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했다. 당초 서울시는 신통기획 도입을 통해 대상지 선정부터 정비구역 고시까지 5년 정도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2년 7개월로 단축했으나, 종전 목표인 2년에 도달하지 못하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구역지정 지연을 최소화한 것이다.

처리기한제 기준에 따르면 주민이 신통기획 자문을 요청하면 구는 시에 즉시 자문요청을 통보해야 한다. 시는 1개월 내 자문결과를 통보해야 하고, 구는 1차 자문결과 통보 후 2개월 내 주민공람을 시행해야 한다. 신통기획이 완료되면 구는 2개월 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상정을 요청하고, 도시계획 심의 완료 후 3개월 내 정비계획 결정고시를 요청해야 한다.

수유동·남가좌동 재개발 없던 일로, 신통기획 첫 취소 사례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신통기획 추진을 통해 정비계획 결정을 앞두고 있는 압구정 2~5구역, 대치미도 등도 순차적으로 시범아파트와 동일하게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적용했다. 해당 기한 내 다음 사업단계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에 기존 신통기획 절차는 취소되고 일반 재건축사업 단지로 전환되며, 재건축을 하고자 할 때는 새롭게 정비사업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또 앞으로 이런 상황에 따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업지에 대해 ‘데드라인’을 도입해 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개발 대상지에서 제외키로 했다. 재건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정책의 취지인 만큼 단지별 사정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다.

실제 신통기획 후보지에 대한 취소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30일 재개발 후보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북구 수유동 170-1일대,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일대 등 2곳에 대해 신통기획 재개발을 취소했다. 이들 지역은 주민 반대가 30% 이상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고 주민들 간 심각한 갈등·분쟁을 겪던 곳이다. 향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동의 요건(찬성 50%)과 조합설립 동의요건(찬성 75%)도 충족하기 어려웠다.

당시 결정은 지난해 2월 시가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개정해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 또는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입안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기준이 신설된 이래 첫 사례였다. 주민 갈등이 심한 구역은 신통기획을 배제한다는 원칙이 처음 적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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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부메랑' SK에코플랜트, 자회사 매각 통한 재무부담 해소 시도

'M&A 부메랑' SK에코플랜트, 자회사 매각 통한 재무부담 해소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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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친환경 자회사 매각
리뉴어스·리뉴원 지분 각각 75%, 100% 대상
4년간 15곳 인수했다가 차입금 불어나

SK에코플랜트가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와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 등 국내 친환경 계열사 통매각에 나섰다. 금리 인상 여파 속에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기업공개(IPO)도 어려워지자 중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매각가 최대 2조 거론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폐기물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매립장 매립 자회사인 리뉴원 매각과 관련해 복수의 국내외 PEF(사모펀드) 등과 접촉하고 있다. 싱가포르 IT 폐기물 기업 SK테스를 제외한 국내 친환경 계열사 전체가 매각 대상이다. SK에코플랜트는 리뉴어스 지분 75%와 리뉴원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 11월 리뉴어스를 어펄마캐피털로부터 1조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부터 2022년까진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자회사 8곳을 8,256억원에 인수한 뒤 리뉴원으로 합병시켰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인수합병(M&A) 시장의 ‘포식자’로 불렸다. 2020년 리뉴어스를 시작으로 2년도 되지 않아 4조원을 투입해 15곳의 친환경기업을 쓸어담으면서다. 회사 간판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바꿔 달았다.

시장에선 SK에코플랜트 측의 희망 매각가가 1조원 중후반에서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M&A 시장이 활발한 만큼 매각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에코비트가 IMM 컨소시엄에 2조7,000억원에 매각됐고, 부방그룹의 수처리 자회사들도 글랜우드PE에 팔렸다. 글로벌 PEF인 EQT파트너스는 폐기물업체 KJ환경을 1조원에,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매립업체 제이엔텍을 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거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차입금 급증 재무부담 속 사업 재편

SK에코플랜트가 5년 만에 친환경 자산을 대거 정리하는 것은 막대한 금융 비용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6조4,745억원으로 불었다. 작년과 재작년 이자 비용만 각각 3,200억원에 이른다.

2022년과 2023년 발행한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와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고민거리다. CPS는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이, RCPS는 프리미어와 이음PE가 매입했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약속한 원리금에 더해 추가 배당을 지급해야 한다. 배당 규모는 2027년 880억원, 2028년 1,140억원으로 추산된다.

SK에코플랜트는 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해 메리츠증권에 리뉴어스 지분 25%를 매각하고, 리뉴원 지분을 담보로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 30년 만기 EB 금리가 연 8.45%에 달해 부담이 크다. M&A 이후 통합(PMI) 과정에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웠던 점도 매각을 결정한 배경이다. SK그룹 편입 이후 운영 비용이 증가했고 소각장 운영 방식 차이로 기존 직원들이 이탈하며 노하우가 유실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K그룹 리밸런싱 일환

SK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수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그동안 M&A로 사세를 확장하며 100곳(2018년) 이었던 계열사 숫자가 지난해 200곳을 넘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감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SK에코플랜트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SK온·SK에코플랜트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지난해 합병시키며 자산 100조원대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만들었고, SK온과 SK에코플랜트에 알짜 자회사들을 떼어내 이관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SK에코플랜트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주식을 매각해 1,300억원을 확보했고, SK㈜로부터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유통 전문기업 에센코어를 인수해 신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SK테스와 함께 반도체 설비 구축, 모듈 제조·유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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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오픈AI’에 15억 달러 추가 출자, AI 기업 전환 꾀하나

소프트뱅크 ‘오픈AI’에 15억 달러 추가 출자, AI 기업 전환 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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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지난달 오픈AI에 2조2,000억원 추가 투자
ARM과의 시너지 이끌 AI 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 업체에도 출자
고토 CFO "AI 반도체 분야는 우리 강점, 초인공지능 실현할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소프트뱅크그룹

일본 'AI 굴기'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오픈AI에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총출자액은 약 3조원으로 늘어났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만큼 재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 "딥시크 등장은 AI 업계가 환영해야 할 일"

13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오픈AI에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추가 출자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출자액은 총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로 증가했다. 다만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열린 2024년 4∼12월 결산 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가 향후 오픈AI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언급을 삼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웹사이트의 월간 접속 수를 비교하면 오픈AI는 다른 서비스와 압도적으로 차를 벌리고 있다”며 “이만큼 차이가 벌어지면 후속 업체가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지지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디와 협력해야 할지 생각한다면 망설임 없이 오픈AI”라고 말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 대해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 것은 AI 업계가 환영해야 할 일”이라며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자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앞서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일본에서 합작사를 만들어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해 판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또 두 업체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과 함께 최소 5,000억 달러(약 727조원)를 투자해 새로운 AI 기업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할 예정이다. 고토 CFO는 스타게이트와 관련해 "깜짝 놀랄 금액이지만, 우리가 수십조 엔의 자금을 자신의 자산과 현금으로 모으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은 각 프로젝트의 10∼20% 주식을 취득하고, 나머지 자금은 은행과 투자 펀드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토 CFO는 또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로봇 등 4가지 분야를 언급하면서 AI 사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인류의 1만 배 지성을 가진 초인공지능(ASI)을 꼭 실현하고 싶다"며 "AI 반도체 분야는 우리 그룹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인수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와 공동기업체(조인트벤처)를 세운다는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며 "머스크 CEO와 대립하지 않고 냉정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브릭스 등 AI 기업 4곳에도 신규 투자

소프트뱅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오픈AI 외에 4개의 회사에 신규 투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데이원(DayOne) △헬리온(Helion) △큐에라(Quera)가 이에 해당한다. 데이터브릭스는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비정형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데이원은 아시아 지역 대상 AI 인프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기업이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영국 AI 반도체 전문 ARM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에 기반이 되는 CPU 코어 등 컴퓨팅서브시스템(CSS)과 CPU 명령어세트(ISA)에 강점이 있다. 대형 클라우드사들도 ARM의 기술을 통해 데이터센터 맞춤 반도체(ASIC)를 개발했다. △아마존웹서비스 - 그래비톤4 △마이크로소프트 - 코발트100 △구글 - 엑시온이 대표적 예다. ARM 기반 반도체가 많이 출시되면 데이터브릭스의 소프트웨어와 데이원의 인프라 구축 서비스 수요도 자연스레 커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이 공생관계를 노려 두 회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헬리온은 소형원자력발전모듈(SMR) 개발하며 큐에라는 양자컴퓨팅 프로세서(QPU)를 만들고 있다. 이들 또한 사실 AI 생태계로 묶일 수 있다. 최근 들어 방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에 원자력 발전이 채택되는 추세다. QPU는 GPU로 어려운 고차원 연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향후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AI 기업 전환 속도 내는 소프트뱅크

업계는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투자 행보가 단순한 투자를 넘어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직접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풀이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회사에서 AI 기업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대규모 투자는 소프트뱅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리스크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비전펀드를 출범한 이후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성장해 왔다. 보유주식 가치에서 순이자 부채를 차감한 시가 순자산(NAV)은 작년 12월 말 기준 29조6,000억 엔(약 278조8,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3조8,000억 엔(약 35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보유(대출 한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일정 부분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AI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융 조달이 필수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 기관과 협력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앞으로 소프트뱅크의 실적을 크게 좌우할 요소는 AI 관련 사업이며, AI 중심의 사업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특히 오픈AI에 대한 머스크의 인수 제안은 소프트뱅크의 AI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화 방향에 반대하며 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AI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소프트뱅크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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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제 정책 변수로 등장한 ‘이상 기후’

[딥파이낸셜] 경제 정책 변수로 등장한 ‘이상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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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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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세계 경제에 ‘갈수록 심각한 영향’
공급망, 금융 시스템, 통화 정책 ‘주요 변수’로 등장
기후 위험-경제 정책 통합은 “필수”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후 변화가 심해지며 태풍, 홍수, 산불 등 이상 기후 현상도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재해는 공급망, 금융 안정, 통화 정책 등 전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은 이제 경제 정책 수립 시 기후 현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사진=CEPR

이상 기후 현상, ‘경제 변수’에 포함해야

최근 수 세기 동안 이상 기후가 미치는 전 세계적 피해는 점진적으로 증가해 왔다. 금융 시스템 친환경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의 최근 보고서는 중앙은행들이 기후 관련 경제적 리스크를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 기후의 거시경제 영향은 더 이상 고립된 사고가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생산성은 물론 전반적 경제 안정에 작용하는 경제 현상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이상 기후 현상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준다. 폭풍과 홍수가 즉각적인 물리적 피해를 가져온다면, 가뭄과 폭염은 점진적으로 장기에 걸쳐 경제에 부담을 준다. 기후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과 해당 지역의 경제 활동 수준, 사회간접자본의 회복력 등도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재난 준비가 잘 된 선진국들은 신속히 회복하는 반면 신흥국들은 긴 기간 경제적 차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기후 현상의 경제적 영향 경로
주: 장단기적 물리적 피해, 공급망(자본재에 대한 물리적 피해, 노동자 이동 및 이주,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영향), 금융 측면(자산 가격 및 신용 경색, 은행 대출 위축, 경제 회복 지연), 수요 측면(자산 가치 하락, 불확실성 증가, 가계 및 기업 지출 감소, 보험 보장 한도), 거시경제 및 통화정책 영향(전반적 경제 활동, 인플레이션)(좌→우, 상→하 순서), 일방향(Direct), 양방향(Feedback)/출처=CEPR

‘공급 차질’과 ‘수요 위축’ 동시에 가져와

이상 기후의 즉각적인 경제적 영향은 주로 공급 측면에서 느껴진다. 제조 시설이나 농업 생산, 교통 체계의 파괴가 생산량과 생산성 모두에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최근 라인강의 낮은 수위가 운송에 지장을 줘 독일의 산업 생산 감소를 초래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30일간 저수위가 지속되면 독일 산업 생산량이 1% 감소했다.

수요 측면에서 이상 기후는 소비자 신뢰와 소비 지출을 줄인다. 가옥과 직장의 파괴는 소득 흐름을 방해하고 가구 지출 감소와 연결된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지연시킨다. 보험과 정부 지원을 통해 일정 정도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보장 한도가 턱없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취약 인구들은 장기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금융 시스템 위축, GDP 감소, 인플레이션 유발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도 문제지만 금융 시장과 은행 시스템이 입는 차질도 적지 않다. 이상 기후가 자산 및 담보 가치를 축소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부실 대출 증가 상황에 놓인 은행들은 신용 연장을 꺼리게 되고 이는 경제 회복마저 지연시킨다.

과거 자료들을 살펴보면 중대한 기후 재해가 단기적인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연결된 사례도 발견된다. 심각한 경우 생산량이 재해 발생 이전 수준보다 낮게 수십 년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상 기후가 찾아온 해에 1인당 GDP 성장률이 0.5%P 이상 감소하고 이후에도 장기간 경제에 타격을 준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이상 기후 현상은 공급 측면 차질이냐 수요 위축이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기후 현상이 작물 피해나 공급망 파괴로 연결되면 공급 측면 차질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태풍이나 가뭄으로 농업 생산량이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 식품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물가가 오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약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된다.

기후 위험, “경제 정책에 통합해야”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기후 충격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이상 기후로 인한 식품 원자재 가격 10% 상승은 18개월 후 0.5%의 GDP 하락으로 직결된다. 기후 현상에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상 기후 현상의 빈도가 늘어나며 정책 당국의 통화 정책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역할은 인플레이션 통제와 금융 안정에 집중돼 왔는데 기후 충격이 복잡성을 더해 고려할 변수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인프라 투자가 기후 차질 복구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지만 재정 적자를 지나치게 악화시키지 않는 한도에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의 현실이 됐다. 이상 기후가 산업 생산에 피해를 주고 금융 시스템을 경색시켜 경제 안정을 흔드는 현상은 어렵지 않게 관측된다. 따라서 기후 위험을 경제 정책 수립에 통합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전체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기후 변화와 통화 정책의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만 효과적인 경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은행과 금융 기관들은 기후가 경제 환경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은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스 크레벨(Lukasz Krebel)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정책 고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implications of severe weather events for the economy and monetary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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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시대 끝났나" EU, AI 산업 육성에 300조원 투자 예정

"규제의 시대 끝났나" EU, AI 산업 육성에 300조원 투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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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AI 행동 정상회의서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 발표
"중복 규제 많다는 점 인정한다" 고개 든 규제 완화 가능성
AI 투자 유치 나선 프랑스, 163조원 투입 예정

유럽연합(EU)이 자국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총 2,000억 유로(약 300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통해 미국·중국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포부다.

EU의 AI 투자 계획

11일(이하 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인베스트AI는 EU 역내 AI 인프라 확충을 골자로 하는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동원되는 자본은 총 2,000억 유로다.

이 중 500억 유로(약 75조2,740억원)는 EU의 보증·금융 지원 형태의 '인베스트AI 기금'으로 마련되며, 나머지 1,500억 유로(약 225조8,230억원)는 민간 투자로 채워진다. 유럽 내 60여 개 업체들은 향후 투자금 마련을 위해 '유럽 AI 챔피언 이니셔티브'라는 별도 프로젝트를 발족할 예정이다.

EU는 인베스트AI를 통해 유럽 전역에 초대형 AI 모델 훈련에 특화된 일명 'AI 기가 팩토리'를 최소 네 곳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AI는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보를 보호하며, 공중보건을 강화하고 지식·정보에 대한 접근을 더욱 민주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AI 대륙'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앞서 나가고 유럽은 뒤처졌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AI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AI 규제 완화도 시사

EU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AI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이 빠르게 추진된 것은 규제 완화 때문”이라며 “우리는 (규제를) 단순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 헤나 비르쿠넨도 “중복 규제가 너무 많다는 업계의 지적에 동의한다”며 “산업의 번거로운 절차와 행정적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AI법(AI Act)을 앞세워 강력한 규제를 고집하던 EU가 노선을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EU의 AI법은 세계 최초로 도입된 포괄적 AI 규제로,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EU 시장에 출시되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법안은 AI 시스템을 ▲허용 불가능한 위험 ▲고위험 ▲제한적 위험 ▲최소 위험 등 4단계로 분류한다. 이 중 최상위 단계인 ‘허용 불가능한 위험’으로 지정된 8가지 관행에 대한 일부 조항은 지난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AI 강국' 노리는 프랑스

EU 역내 각국에서도 AI 관련 투자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풍부한 전력 자원을 기반으로 AI 인프라 구축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프랑스에서 눈에 띄는 AI 산업 성장세가 관측되고 있다. 프랑스는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전력 자원을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로 전력 생산의 65%를 원자력 발전으로, 25%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충당한다. 이는 탄소 발자국 감소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중시하는 AI 기업들에 있어 매력적인 요소다.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이점을 살려 AI 분야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일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AI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1,090억 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인구 비율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비슷한 규모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1일 오픈AI, 일본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등을 주축으로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설립, 5,000억 달러(약 71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시점 프랑스의 AI 프로젝트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캐나다 투자 기업 브룩필드(Brookfield)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프랑스 이동통신사 일리아드(Illiad), 오랑주(Orange) △프랑스 AI 개발 기업 미스트랄(Mistral), 신테지아(Synthesia) 등이다. 이에 더해 아랍에미리트(UAE)도 해당 프로젝트에 300억~500억 유로(약 45조~75조원) 규모 자금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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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어펄마와 풋옵션 ‘반값 딜’ 성공한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속도 낼까

“이게 되네” 어펄마와 풋옵션 ‘반값 딜’ 성공한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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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걸림돌 일부 해소
어피니티 협상, ICC 2차 중재 판결 변수
지주사 전환·M&A 통한 사세 확장 본격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펄마캐피탈의 보유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6년 넘게 이어져 온 풋옵션 갈등을 일부 봉합하는 데 성공하면서 교보생명의 숙원 사업인 지주사 전환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아 온 분쟁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교보생명의 사업 확장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주당 39만7,900원→19만8,000원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신 회장 측은 어펄마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5.33%를 되사기로 했다. 매입가는 주당 19만8,000원으로 총 2,162억원 규모다. 이는 과거 2007년 매입가(18만5,000원)보다는 6.5%가량 높지만, 어펄마가 제시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권리) 행사가 39만7,900원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신 회장과 풋옵션 갈등을 벌이는 FI는 어피니티만 남게 됐다. 풋옵션을 둘러싼 신 회장과 어피니티의 갈등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2012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교보생명 주주로 합류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어진 초저금리 기조로 보험업계 업황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교보생명은 IPO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끝내 어피니티와 합의한 시한을 넘겼다. 2018년 하반기 부랴부랴 IPO 준비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어피니티 측에서 풋옵션(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을 행사한 후였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옵션 행사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양측이 지난한 공방을 이어오는 동안 교보생명의 IPO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2022년 9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무효라는 취지의 중재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피니티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고, 2차 중재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냈다. ICC는 어피니티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감정평가인을 선임하고, 감정평가 보고서를 30일 내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신 회장의 숙원 과제 중 하나인 교보생명의 금융지주화가 오랜 시간 답보 상태에 머문 배경이다.

‘같은 듯 다른’ 어펄마·어피니티

업계는 어피니티와 비슷한 시기 풋옵션을 행사한 어펄마가 절반에 가까운 교보생명의 가격 절충안을 받아들인 만큼, 어피니티 또한 40만원을 웃도는 풋옵션 행사가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어펄마와 어피너티 모두 요구했던 조건이 비슷한데, 어펄마가 애초 제시한 가격에서 상당한 양보를 한 만큼 어피니티 또한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어펄마와 어피니티의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어펄마는 ICC에 2차 중재를 신청했으나, 20년에 가까운 투자 기간과 분쟁에 소모된 비용 등을 고려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지분 청산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어피니티는 앞서 언급했듯 ICC 2차 중재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낸 상태다. 신 회장 측의 무리한 가격 절충안에 대해 정당한 거부권을 확보한 셈이다.

자금 조달 또한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는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 지분 매입에 최대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주식을 담보 대출 등 새로운 자금 조달처 찾기에 분주한 상태다. 유력한 방안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방안이지만, 이 경우 대출 한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지주사 전환 목전, 손보사 인수로 시너지 모색

신 회장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어피니티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최초가 된다. 교보생명은 인적 분할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구상이다.

지주사 전환 이후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전망이다. 그간 교보생명은 증권, 자산운용, 자산신탁 등 다양한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생명보험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23년 6월에는 이사회에서 손해보험업 진출을 결정하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고령화로 인해 성장이 둔화한 생명보험과 달리 손해보험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이후 가장 먼저 손보사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재 M&A 시장에는 롯데손보와 MG손보, 악사손보 등이 원매자를 찾고 있다. 이 가운데 악사손보의 경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매력적인 매물로 통한다. 악사손보의 2023년 순이익은 174억원으로 전년 (92억원, IFRS4 기준) 대비 89% 증가했다.

교보생명 또한 손보사 인수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전환은 포화 상태에 이른 생보업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장기 성장 동력”이라고 정의하며 “지주사 전환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신사업 발굴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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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인플레 압박, 연준 금리 동결 가능성에 셈법 복잡해진 한은

'트럼프 관세 폭탄' 인플레 압박, 연준 금리 동결 가능성에 셈법 복잡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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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플레, 목표 2% 여전히 웃돌아"
트럼프 관세발 공급 혼란, 물가 전체에 영향
경기 부양 시급한 한은, 환율 자극 우려에 난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어젖히면서 가뜩이나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 속에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한미 격차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을 고려하면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파월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11일(이하 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연방 상원에서 열린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연준의 현 통화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현저히 덜 긴축적으로 됐고, 경제는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상황과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기준금리 수준(연 4.25~4.5%)이 높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파월 의장은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2% 장기 목표에 가까워졌다지만 다소 높다”며 “정책적 억제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 달성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를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8%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그는 “노동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악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인하하기엔 섣부르다는 판단과 함께 향후 통계 지표에 따라 조정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때 밝힌 정책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에도 그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같은 시기 연준 위원들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를 명확히 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또 다른 배경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이달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가 일단 중국에 대해서만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에도 서명했다. 그는 이번 관세에 대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오늘 단순화한다”며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는데, 이번에는 예외와 면제를 없애고 알루미늄 관세를 25%로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고관세 무역 상대국에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12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그 효력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예고했는데 만일 상대국들이 대응에 나서면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최근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통상적으로 관세는 수입업자가 지불하는 만큼 국내 제품 가격에 관세를 전가해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역정책 등 공급 측면의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소비 지출 증가율 등 수요 측 요인을 중시하고, 기조적인 물가 모멘텀에 주목해 정책금리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망 교란 문제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대응을 늦춘 결과, 물가가 급등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최근 트럼프 관세의 물가 상승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한은 금리 결정, 안개 속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당시만 해도 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관측됐지만, 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주 앞으로 다가온 금리 결정의 향방을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높은 상단의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 격차 등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는 형세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1.4원 오른 1452.6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4일(1,462.9원)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다시 1,45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는커녕 다시 오르고 있는 셈이다. 야간거래종가(익일 새벽 2시 기준)도 1,451.3원을 기록했고, 개장가도 1,450원대를 유지했다.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전방위 무역 갈등으로 퍼질 수 있단 우려가 불식되지 않으면서 달러 선호가 심화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택하지 않는 한 달러 가치는 지금처럼 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자연적으로 내려가지 않는단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6일 도쿄 출장 중 외신 인터뷰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 “외환시장 상황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면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2월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연초엔 내린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뒤집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인하 속도를 늦추는 상황에 우리만 내릴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경기를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율 부담에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이어 “한은이 연준을 의식한다는 가정하에 올해 금리 인하가 1~2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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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데 또 쌓인’ 악성 미분양, 지방 건설사들 생존 기로

‘쌓인 데 또 쌓인’ 악성 미분양, 지방 건설사들 생존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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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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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분양 10가구 중 3가구 준공 완료
신규 아파트 청약 ‘0건’ 단지도 속출
폐업 건설사 수, 미분양 비례해 급증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지방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준공 후에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분양 적체에서 비롯된 시장 불황이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전국 악성 미분양 12% 대구에 집중

12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 지역 미분양은 8,807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분양 물량 중 30%가 넘는 2,674가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2만1,480가구)과 비교해도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산은 아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산의 악성 미분양은 1,886가구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94가구 증가했는데, 이는 직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0월 1,744가구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경남도 미분양 주택 5,347가구, 준공 후 미분양 1,775가구로 증가세를 이었으며, 울산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4,131가구로 전월(2,711가구) 대비 52.4%나 늘었다.

신규 아파트 미분양도 속출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의하면 지난달 진행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대방엘리움리버뷰’ 특별공급(61가구)에는 단 한 건의 청약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청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대구 동구 ‘더팰리스트데시앙’도 53가구를 특별공급으로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전무했다. 일반분양 경쟁률 또한 0.48대 1을 기록했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도권 내 접근성이 양호하거나 입지가 좋은 지역 분양실적이 양호한 반면, 지방은 수요 위축 영향으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했다”고 진단하며 “분양물량이 감소하면서 청약 선택 범위는 줄었지만, 가격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수요자들의 결정이 더욱 까다로워진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분양도 수요 심리 녹이기엔 역부족

악성 미분양으로 드러나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전월(6만5,836가구) 대비 1%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에선 각각 1.5%, 7.7% 소폭 증가했지만, 인천이 6.7% 감소를 기록하며 전체 미분양 물량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지방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802가구로 전월(1만4,464가구) 대비 2.3% 증가했다. 대구가 한 달 사이 233가구 늘어난 1,812가구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뒤를 이어 경북(123가구 증가), 충북(81가구 증가) 순을 보였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시장이 대출 규제 강화로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며 “일부 단지가 후분양으로 전환했지만,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심리는 거래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4만9,114건으로 전월(5만6,579건) 대비 13.2% 감소했다. 전국 매매거래량이 5만건 이하로 감소한 건 지난해 2월 이후 9개월만의 일로, 비수도권의 매매거래량은 13.4% 줄어들며 전체 감소 폭보다 큰 수준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만 1,620건이 거래되며 전월(1,421건) 대비 14.0%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들어오는 문 활짝, 나가는 줄 ‘빽빽’

넘치는 미분양에 문을 닫는 건설사는 늘고, 새로 시장에 발을 들이는 업체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421곳으로 2009년(363곳) 이후 가장 적었다. 2021년 2,191곳에 달하던 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2022년 1,086곳으로 급감한 이래 줄곧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사업이 어려워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업체는 796곳에 달했다. 전년(843곳)보다는 많지 않지만, 10년 장기 평균치 606곳과 비교하면 30% 넘게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주택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업체는 246곳에서 192곳으로 줄었다. 이로써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는 전년보다 567곳(6.0%) 감소한 8,823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1일 기준 총 폐업신고 건수(변경, 정정, 철회 포함)는 33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8곳은 종합건설업체, 나머지 274곳은 전문건설업체다. 지역별로는 지방에 소재한 업체가 203곳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지방 분양 시장이 침체를 겪고 공사비 원가 상승,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지방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시행사 임원은 “국내 1군 건설사들도 공사비 원가 상승, 인건비와 금융비용 증가, 미분양 등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데 지방 건설사들은 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올해 시행사, 건설사 대부분이 연간 목표로 ‘버티자’를 제시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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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의료기술회사 머크, 스프링웍스 인수로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대

獨 의료기술회사 머크, 스프링웍스 인수로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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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웍스, 설립 8년 만에 기업가치 40억 달러로 성장
최근 신경섬유종증 등 희귀질환 치료제, FDA 승인 획득
중증 희귀질환·항암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확보 기대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의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고메클리/사진=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

독일의 글로벌 과학기술 기업 머크(Merck)가 미국의 제약 업체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SpringWorks Therapeutics)의 인수를 추진한다. 중증 희귀질환과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온 스프링웍스는 고메클리, 옥시베오 등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며 현재 40억 달러(약 5조7,6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머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제약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희귀질환 및 항암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 "머크·스프링웍스, 곧 계약 체결 가능성"

11일(현지시각) 머크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스프링웍스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아직 중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구속력 있는 합의는 체결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인수합병(M&A)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라며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양사는 이르면 몇 주 내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둔 스프링웍스는 그동안 중증 희귀질환 및 항암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연조직 육종의 일종인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베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획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사례다. 또 올해 2월 희귀 유전성 질환인 신경섬유종증 1형(NF1-PN) 치료제로 경구용 중추신경계 투과 알로스테릭 저분자 MEK 저해제 '고메클리'를 개발해 FDA에 허가를 받았다.

스프링웍스는 2017년 화이자를 비롯한 민간 제약회사로부터 1억300만 달러(약 1,483억6,000만원) 규모의 시리즈 A 펀딩을 유치해 설립됐다. 2019년에는 출범 2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며 1억6,200만 달러를 추가 조달했으며 이후에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왔다. 현재 기업 가치는 약 40억 달러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딜은 머크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한 제약 관련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라며 "인수가 성사되면 머크는 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제약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크, 적극적인 M&A 통해 글로벌 제약회사 성장

168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약국으로 설립된 머크는 1827년 현대적인 화학·제약회사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기업화에 나섰다. 이후 200년에 걸친 머크의 역사는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활발한 기업 인수와 보유 사업 매각을 기업의 지속 가능성 제고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최근 20년간 3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고 매각한 사업도 10건이 넘는다. 이 기간 거래액이 공개된 계약만 700억 유로 규모에 육박한다. 조 단위 기업 M&A도 8건에 달한다. 특히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5건의 M&A를 성사시키며 글로벌 제약 기업 중 최다 M&A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07년 스위스 세로노(Serono)와 2015년 미국 시그마 알드리치(Sigma-Aldrich) 인수는 머크가 전통 화학·제약기업에서 바이오 의약품 토털 솔루션 회사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세로노는 암, 다발성경화증, 불임증, 내분비 질환, 심혈관 및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입지를 다졌고 시그마 알드리치는 연구용 시약, 의약품 중간재 등을 개발하며 바이오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로노와 시그마 알드리치의 인수 금액은 각각 103억 유로(약 15조5,300억원), 131억 유로로 이 기간 머크는 일반의약품(49억 유로)과 컨슈머 헬스케어(34억 유로), 바이오시밀러(6억7,000만 유로) 사업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M&A의 핵심 전략은 잠재력이다. 벨렌 가리호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M&A 대상 기업의 가치를 얼마만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가장 까다롭게 심사한다"며 "특히 머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거나 공백을 전략적으로 메울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자금력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급변하는 산업 흐름 속에서 언제, 어떤 사업이 재편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머크는 늘 실탄을 넉넉히 확보해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가리호 CEO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항상 150억~200억 유로의 재정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팬데믹 이후 넉넉한 실탄 확보, 반도체 투자 확대

현재 머크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반도체 소재, 특수가스, 박막 필름, 디지털 솔루션, 화장품용 안료 등을 생산하는 과학기술 기업으로 변신했다. 머크의 주요 사업은 헬스케어·라이프 사이언스와 일렉트로닉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현금 보유고가 증가하면서 전자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인수 기회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에는 일렉트로닉스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총 6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팬데믹의 종식 이후 머크는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에는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인 메카로(Mecaro)의 프리커서(전구체) 사업을 전격 인수했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 증착에 사용되는 선행 물질로, 주로 D램 공정에서 금속 박막과 배선을 형성하는 데 활용된다. 당시 인수는 메카로가 프리커서를 생산하는 소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 전량을 머크의 한국 내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총매각가는 1,462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반도체 관련 계측·결함 검사 장비 공급업체 유니티SC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억5,500만 유로로 향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에 따라 지급액이 추가되는 방식이 적용됐다. 계측 및 검사 솔루션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단계로, 특히 이종(heterogeneous) 3D 최첨단 패키징 디바이스의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시 가리호 CEO는 유니티SC 인수와 관련해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기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인공지능(AI)으로 창출된 반도체 산업의 성장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기술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에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머크는 지난해까지 한국 반도체 시장에 3억 유로(약 4,520억원)를 투자했고, 머크가 인수한 엠케미칼 음성 공장의 시설 투자 확대에 추가로 3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머크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헙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난드 남비어 머크 수석부사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또한 발맞춰 그에 맞는 투자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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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늘리고 일자리는 줄인다, AI 확산에 고용 한파 맞은 ICT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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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종 온라인 노동지수, 46개월 만에 최저치
AI 도입, ITC 업계 채용에 부정적 영향
기업들, 단순 보조도구 아닌 업무수행 주체로 인식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채용 시장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활발했던 기술 인재 채용은 이제 옛말이 됐고, 인공지능(AI) 개발로 자원이 집중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고용 기회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AI 확산에 '고용 역설' 현상 뚜렷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정부 일자리 지원망인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 인원은 1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42.7%) 급감했다. 신규 구직 인원도 47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5% 줄었다.

청년 일자리 상황 역시 나아질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6개월 연속 감소했고 고용률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의 취업 기회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력직 수시 채용 비율이 전년 대비 27.5%p 증가한 반면 대졸 정기 공채(-19.8%p), 대졸 수시 채용(-5.9%p)이 모두 감소하며 신입 채용이 위축됐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는 대기업들이 올해 보수적인 채용 계획을 세우면서 신입들이 설 자리를 찾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대기업 경력 취업의 문은 넓어지는 반면 신입 구직자들의 기회는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AI의 발전으로 분위기가 더 암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통계포털에 따르면 ICT 직종 온라인 노동지수는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95로, 2021년 10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 15일 온라인상 채용 공고 수를 100으로 환산해 지수 형식으로 산출한다. 통계는 주별로 작성돼 2주마다 게시된다. 지수가 ‘95’라는 것은 현재 ICT 직종 채용 공고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한파가 극심했던 2020년 4월 15일보다 적다는 뜻이다.

IT 직종 온라인 노동 지수는 2020년 8월 4일 79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 왔다. IT 스타트업 및 개발자 채용 붐이 한참이었던 2022년 7월 11일에는 174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과 함께 기존 직원의 생산성은 늘어나고 있지만, 신규 직원에 대한 채용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 56% "채용 절반 AI 대체" 전망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 신입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경력을 깎고 연봉을 낮춰서라도 UX·UI 디자이너 쪽으로 바꾸고 싶다"며 "미리캔버스 같은 AI 기술이 이미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아예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인 다른 취준생도 "경제도 안 좋은데 AI 발전으로 신입 개발자는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데빈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AI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이미 신입 개발자가 따라잡기 힘든 실력이고, 더 무서운 건 현재 그 단계로 발전하기까지 2년여 정도밖에 안 걸렸다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이 분야에서 취업을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직원 교육 플랫폼 에드엑스(edX)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의 56%는 오는 2028년까지 신입 채용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신입들이 수행하던 지식 노동까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AI에이전트 '오퍼레이터'는 웹 브라우저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수집·정리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신입 직원처럼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더욱 정교한 지식 노동까지 수행한다.

"기업들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능력 요구할 것"

이에 기업들도 이제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는 AI로 생산성이 30% 향상됐다며 올해 개발자를 추가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의 CEO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도 "AI 덕분에 수백명의 직원이 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 1년간 신규 채용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AI는 이미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IT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5% 감원을 발표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도 이달 초 직원 8.5%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컨설팅업체 얀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의 빅터 자눌라이티스(Victor Janulaitis)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재정 계획에서 예산 삭감을 결정했고, 이를 올해 본격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병호 고려대 AI대학원 교수는 "AI가 신입들이 하던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AI가 직접적인 채용 감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국내 역시 채용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앞으로 신입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요구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신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고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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