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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잠수함 퇴역 시계 빨라지는데 핵잠도 지지부진, 오커스 표류에 흔들리는 호주 전력

노후 잠수함 퇴역 시계 빨라지는데 핵잠도 지지부진, 오커스 표류에 흔들리는 호주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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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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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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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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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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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잠수함 연명 체제로 밀린 호주 해군 전략
공급망 병목과 숙련 인력 부족에 갇힌 오커스
중국 원양 해군 팽창 속 서방 수중 전력 압박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사진=호주 해군

호주의 잠수함 전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핵잠수함 확보를 목표로 출범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협력체)는 중국 해군 팽창을 견제할 핵심 안보 구상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정작 호주는 기존 콜린스급 잠수함 수명 연장 사업에서부터 비용 폭증과 기술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영국과 미국 역시 잠수함 생산 병목과 조선업 기반 약화에 직면하면서, 오커스 전체가 전략적 청사진보다 산업 역량 한계를 먼저 노출하는 모양새다.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 핵심 개조 백지화

21일(현지시간)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호주 국방부는 최근 콜린스급 잠수함(Collins-class submarine)의 수명 연장 사업(LOTE)에서 핵심이던 디젤 엔진과 발전기 교체 계획을 백지화했다. 앞으로는 각 잠수함 상태를 개별 평가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 교체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호주 정부는 당초 40억~50억 달러(약 6조~7조5,000억원)로 추산했던 콜린스급 6척의 수명 연장 예산을 110억 호주 달러(약 16조6,000억원)로 대폭 증액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도 가장 중요한 동력 계통 개선은 포기하는 기형적 상황을 맞이했다. 미 해군 관료 출신인 글로리아 발데즈가 수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콜린스급 잠수함은 엔진 교체 없이도 10년 동안 운용이 가능하며 오히려 공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호주 정부의 이번 결정은 프랑스산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하고 오커스 체제를 선택했을 때부터 예견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콜린스급은 프랑스 기술을 접목한 신형 디젤 엔진으로 갈아 끼워야 했지만, 2021년 오커스 출범과 함께 프랑스 사업이 전격 폐기되면서, LOTE 사업 전체의 기술·공급망 전제가 흔들렸다. 이에 호주 정부는 전면 교체 대신 “고장 난 부분을 최대한 유지·보수하며 버틴다”는 전략으로 후퇴하게 됐다.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국방부 장관은 멜버른 로위연구소 연설에서 이번 결정이 기술적 위험을 줄이고 해군 잠수함 가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일정 실패와 비용 통제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호주 감사원(ANAO)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방부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호주 해군은 최초 취역 기준 25~30년급에 도달해 퇴역 시점을 맞이한 'HMAS 팜콤(Farncomb)'함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개보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무기체계와 전투 시스템은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지만, 원형 엔진을 그대로 품은 노후 잠수함들을 오는 2040년대까지 강제로 현역에 붙잡아 두는 셈이다. 그러나 2040년대까지 안정적 전력 유지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지 군사안보 업계에서는 오커스 핵잠수함 인도가 지연될 경우, 호주 해군이 장기간 잠수함 전력 공백과 노후 플랫폼 의존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英 조선업은 더 심각

이 같은 현실은 호주 방위산업의 구조적 약점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호주는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독자 설계·건조·정비 생태계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국가는 아니다. 기존 디젤잠수함의 핵심 개조조차 사업 관리 실패와 비용 급등에 부딪힌 상황에서 핵추진잠수함 전환은 훨씬 높은 수준의 제도·기술·인력 기반을 요구한다. 여기에 원자력 기반의 공백도 겹친다. 호주는 상업용 원전 운용 경험이 없으며, 연방 차원에서 핵연료 제조시설·원전·농축시설·재처리시설 승인에 강한 제약을 두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이 원전을 짓는 사업과 동일한 성격은 아니지만, 원자력 규제·안전·인력·정비 기술이 사실상 부재한 호주가 핵잠 운용 체계로 직행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부담이다.

영국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축이 아니다. 영국 조선산업은 수십 년에 걸친 투자 부진과 방치로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다. 영국 정부는 SSN-AUKUS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지만, 영국 의회는 오커스 추진 과정의 결함과 병목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유일한 잠수함 건조 시설인 배로인퍼니스(Barrow-in-Furness) 조선소 투자, 숙련 인력 이동, 공급망 통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핵심 일정이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영국 해군 전력 자체도 압박을 받고 있다. 아스튜트급 잠수함 건조는 반복적인 일정 지연을 겪고 있고, Type 26과 Type 31 호위함 사업 역시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부담 속에서 건조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전략국방검토(SDR)를 통해 잠수함 생산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국방 예산 압박과 인력난이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제 생산 역량이 계획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SSN-AUKUS는 영국 단독 사업이 아닌 미국·호주와 연결된 다국적 프로그램인 만큼, 일정이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전체 체계가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오커스 산업 기반의 민낯

호주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대목도 이 지점이다. 호주는 사실상 영국의 핵잠수함 설계·생산 역량을 신뢰 기반으로 삼고 오커스 체제에 올라탔지만, 정작 영국 조선업은 과거 제국 해군 시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축소된 상태다. 영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생산 속도와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는 미국조차 병목을 겪는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호주는 자국 산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동시에 영국 산업 기반의 회복 여부까지 함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는 콜린스급을 2040년 전후까지 유지해야 하는 호주의 부담이 단기 임시방편이 아니라 장기 전환 비용으로 굳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전략적 필요와 산업적 실현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다. 호주가 확보해야 하는 잠수함의 작전 요구 성능은 일반적인 연안 해군의 기준을 압도한다. 이는 발트해나 북해처럼 제한된 해역을 전제로 한 유럽 잠수함 운용 개념과 성격이 다르다. 호주 해군의 주작전 영역인 태평양과 인도양은 광활한 해역 특성상 장거리 항속 능력과 장기간의 작전 지속성이 필수적이다. 호주가 개발·도입해야 하는 잠수함의 요구 성능이 일반적인 잠수함의 범주를 크게 웃돈다는 얘기다.

성능을 압박하는 직접 변수는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이다. 현재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를 넘어 인도양까지 활동 범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핵잠수함과 수상함 전단의 원양 활동 빈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중국이 2014년부터 인도양에 잠수함을 파견했고, 2017년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개설한 뒤 인도양 연안국 전반으로 외교·경제·군사 접점을 넓혀 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호주 입장에서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감시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인도양 후방 접근로까지 포괄하는 장기 수중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호주가 직면한 현실은 장거리 수중전력 구축에 대한 불확실성뿐이다.

일각에서는 오커스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커스는 출범 당시 중국 해군 팽창에 대응할 ‘영미권 해양동맹 재건 프로젝트’로 평가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략적 구상보다 산업 기반의 취약성만 드러나는 형세다. 미국은 버지니아급 생산 병목에 시달리고 있고, 영국은 잠수함 조선 역량 회복 자체가 과제로 떠올랐다. 정작 핵잠수함을 운용해야 하는 호주는 재래식 잠수함 수명 연장 사업에서조차 비용 폭증과 일정 차질을 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3국 모두 잠수함 증강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산업 생태계는 숙련 인력 부족과 공급망 병목, 제한된 생산라인 문제에 발목 잡힌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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