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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수순에 주주 반발 확산, 결국 합병 퍼즐 못 맞췄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수순에 주주 반발 확산, 결국 합병 퍼즐 못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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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2단계 합병 계획 좌초, 주주 반발이 원인
합병 비율에 불만 폭발, "셀트리온제약 주가 고평가됐다"
서정진 회장의 공매도 반감 여전, 합병 재타진 가능성 있어
celltrion Minor stockholder TE 20240816

셀트리온 그룹 통합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합병에 대한 양사 주주들 간 견해차가 큰 것으로 확인된 영향이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무산

16일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두 회사의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두 회사 이사회가 현시점에선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음을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입장에선 당초 계획했던 '2단계 합병' 안이 마지막에 어그러진 셈이다.

앞서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1단계 합병을 이룬 뒤 2단계로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과 유통 사업을 각각 맡았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 게 현재의 셀트리온이며, 2단계 합병 대상인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은 케미칼 의약품(합성의약품)의 생산과 국내 판매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반대 의견 내비친 셀트리온 주주들, "합병 비율 문제 있어"

셀트리온의 합병 계획이 무산된 건 주주 의견 청취 결과 반대 의견이 다수 나타나서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셀트리온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양사 합병에 대해 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회계법인의 외부 평가, 글로벌 컨설팅사가 참여한 내부 평가도 진행했다.

그 결과 셀트리온 주주들을 중심으로 합병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수 표출됐다.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의 합병 찬성 의견은 8.7%에 그쳤으며, 반대는 36.2%, 기권 55.1%로 집계됐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에 달한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은 '양사의 합병 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 등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요 선결 조건으로는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그만큼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들의 불만은 이미 예전부터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표출돼 왔다. 양사의 기업가치 차이가 커 합병 비율 산정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16일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는 19만7,200원(시가총액 약 42조100억원),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75,700원(시가총액 약 3조4,000억원) 수준으로 10배 이상의 격차가 난다. 실적에서도 차이가 크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8,734억원, 영업이익 6,385억원을 기록한 반면 셀트리온제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88억원, 360억원 수준에 그친다. 단순 비교해도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제약보다 약 17배 많지만, 주가 차이는 2.6배 정도에 불과하다. 셀트리온 주주 입장에선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우선 기존 약속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주주 의중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제약 주주의 합병 찬성률이 67.7%에 이르렀음에도 합병은 유보하기로 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사 이사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각자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주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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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셀트리온

합병 재검토 여지 남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반공매도'에 영향받았나

다만 셀트리온그룹이 향후 합병을 재차 타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셀트리온 측이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자회사 계열사 합병에 몰두하는 까닭은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서 회장은 그간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지난해 8월 온라인 투자자 대상 간담회에서도 서 회장은 "최근 공매도 대차잔고를 확인하니 기절할 정도 숫자지만, 공매도는 대주주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것이 공매도 문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서 회장은 "그렇다"며 "(공매도 세력에 의한 주가 하락 등) 이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 회장의 '반공매도' 태도에 시장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애초 셀트리온이 저평가된 원인이 온전히 공매도 세력에 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시선에서다.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의 자회사 합병을 향한 열의는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한 이래 셀트리온의 주가가 상승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6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일 대비 8,000원(5.34%) 증가한 15만7,900원으로 마감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 역시 4,000원(5.95%) 올라 7만1,200원으로, 셀트리온제약은 5,000원(7.50%) 상승해 7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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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발 줄도산 공포, 생존 위기에 내몰린 판매자들

티몬·위메프발 줄도산 공포, 생존 위기에 내몰린 판매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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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기업회생 신청에 '돈줄' 마른 판매자들 한숨
"정부 긴급경영지원금, 6%에 육박하는 고금리" 비난
"이러다 연쇄 도산" 판매자들, 국가 특별법 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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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피해 셀러(판매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유동성 확보가 막힌 일부 판매자들은 당장 파산할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줄도산 현실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 자금난 심화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메프에 입점한 6만여 셀러 대부분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70개사는 이달 내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파산이나 회생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피해 판매자는 "현재는 괜찮아 보여도 시급히 금번 일을 대처하지 않으면 8월을 시작으로 9월, 10월에는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난다"며 "많은 실업자가 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줄도산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법원이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한 티메프에 대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면서 양사의 자산과 채권이 모두 동결됐기 때문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판매자들이 받아야 하는 미정산금도 채권으로 분류돼 환불·정산 작업이 모두 중단됐다. 문제는 법정관리가 성사되려면 채권단 3분의 2,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나, 채권단이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섣불리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법정관리가 무산되면 티메프가 선택할 카드는 파산밖에 없는데 이 경우 피해자 보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메프에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연쇄 부도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하다.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에도 한동안 대금이 동결되기 때문이다. 대금 미정산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판매자 상당수를 더욱더 벼랑 끝으로 몰게 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도 기업회생 신청 자체가 자금난을 인정한 꼴인 만큼 본격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경우 미정산 대금을 돌려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 대책 무용지물, 특별법 제정해야

이에 판매자를 비롯한 피해자 측은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정치권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티메프사태대응TF와 가진 간담회에서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20년간 기업을 운영했다는 한 피해자는 “이 모든 것을 통칭해서 특별법 제정이라는 것을 통해 피해자들이나 소비자, 판매자들이 구제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이나 조세특례제한법과 같은 선례를 참조해 달라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도 “티메프 사태에서 조속한 환불, 카드사 취소, 제대로 된 수사,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난 2021년 머지 포인트 사태, 2024년 티메프 사태 피해 1조원 보다 더 큰 금액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극단의 조치가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현재 정부가 발표한 대응 방안 대로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부는 이달 7일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내놓으며 판매사 대상 1조1,6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세부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이 각각 2,000억원과 6,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이 3,000억원, 관광사업자 대상 이자보전이 6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중 지자체 경영안정자금과 관광사업자 이자보전은 받을 수 있는 판매자가 한정적이라 사실상 티메프 판매자들은 1조원이 넘는 미정산 대금을 떠안고 중기부 및 신보·기은 협약 대출 5,000억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기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경영 안정자금은 당초 300억원 규모로 조성됐으나, 하루 만에 1,330억원의 신청이 몰려 접수를 마감했다. 중기부는 재정당국 협의를 거쳐 증액을 약속했지만 한시가 급한 판매자들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또 정부의 '추가 지원방안'이라는 발언이 무색하게,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는 실질 6%에 가까운 실정이다. 신보·기은 협약 대출 금리는 3.9%~4.5%인데, 보증금액에 대한 보증료(0.5%~1.0%)가 합산돼 최대 5.5%가 된 것이다. 통상 2% 안팎인 이익률과 판매한 물품대금을 치러야만 또다시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유통업계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빚으로 빚을 막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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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몬, 위메프

PG·카드사에 '고통 분담', 1조 폭탄 돌리기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금융 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카드사와 PG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의해 일부 건에 대한 환불을 해주고 있으나, 티메프가 판매 대금을 지급할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를 당장 손실로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PG사 관계자는 "1차적으로 환불로 인한 피해는 모두 PG사가 떠안게 되는 구조인데 PG사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게다가 이를 전부 PG사가 부담하면 다른 거래처에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져 오히려 다른 기업이나 업계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온전히 PG사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소비자와 이커머스 기업 간 자금 흐름에 속해 있는 업권 중 가장 큰 업권이 카드사여서 사실상 카드사에 손실을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온전히 금융권에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니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금융권이 판매자와 소비자를 구제한 후 티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입장이지만, 티메프의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시름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으로, 771만 개의 중소기업에서 1,849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온라인 유통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이커머스 플랫폼에 물건을 납품하는 만큼 플랫폼의 정산 불능으로 유동 자금이 막히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과는 달리 순식간에 도산 위기에 처한다. 이뿐 아니라 일부 중소기업이 파산하면 연결된 업체들도 일제히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사태는 이커머스 기업의 정산금 돌려막기와 금융당국의 부실 관리가 만들어 낸 결과다. 소비자로부터 받은 대금이 장장 70일에 달하는 기간 동안 무이자로 쓰이는 그림자 금융이 곳곳에 만연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그림자 금융이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로부터 먼저 돈을 받은 이후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하는 업종에선 얼마든지 '제2의 티메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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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액 증가에도 설비투자는 주춤? '숨 고르기' 들어간 반도체 업계, 하반기 투자 확대 전망

수출액 증가에도 설비투자는 주춤? '숨 고르기' 들어간 반도체 업계, 하반기 투자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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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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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설비투자 감소세, 수출액은 전년 대비 49.9% 증가
반도체 수요 흐름의 중심은 AI, 의도적인 '속도 조절' 나선 듯
하반기 설비투자 확대 준비, SK하이닉스 올해 투자액 50% 늘린다
samsung SK korea TE 20240816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CAPEX)에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서는 한편 정부 보조금 수령을 타진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반도체 업계 특성상 장기적인 투자 지연은 치명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엔 다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미 설비투자액 50% 확대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체들도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단 방증이다.

반도체 수출은 증가, 설비투자는 감소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8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전망치 2.6%에서 0.1%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16일 KDI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반도체 덕에 수출이 살아나고 있으나 막상 설비투자가 저조해 반도체가 제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도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영향이 포착됐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연간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1분기 GDP 성장률이 1.3%로 높았던 점이 기저효과로 작용해 마이너스 성장을 유도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지표상 설비투자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이 시기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자동차) 등에서 늘어난 반면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에서 크게 줄어 총 2.1% 감소세가 나타났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도입 지연에 따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품목 국내 공급은 지난해 4분기(-11.1%), 올해 1분기(13.0%)에 이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분기 반도체 품목 국내 공급은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감소량은 각각 국산이 8.1%, 수입이 24.2% 정도다.

이에 반해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658억3,000만 달러(약 87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9.9%나 증가했다. AI 시장 성장 및 IT 기기 시장 회복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국산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비투자 뒷걸음질, '숨 고르기' 및 '보조금 수령 압박' 목적?

눈에 띄는 건 그간 수출 등 출하가 증가하면 1분기가량의 기간을 두고 설비투자가 동반 상승해 왔단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좋은 실적을 거뒀던 2022년 1분기 수출이 전기 대비 3.0% 증가하자, 그해 2분기(1.4%)와 3분기(5.7%) 연속으로 설비투자를 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시킨 바 있다.

지난해에도 투자액을 늘리는 모습이 보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설비투자비는 53조1,13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22년(53억1,153억원)과 대동소이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DS(반도체)부문이 48조3,723억원, SDC(디스플레이)가 2조3,856억원, 기타가 2조3,560억원인데, DS부문 설비투자 증가세가 특히 컸다. DS부문은 2021년 43조5,670억원(90.34%)에서 2022년 47조8,717억원(90.12%), 지난해 48조3,723억원(91.07%)으로 투자가 늘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설비투자가 뒷걸음질 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도체 불황기 때 교훈을 얻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가격이 내려갈 때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설비투자를 지속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반도체 수요가 AI 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기업들이 선뜻 설비투자를 늘리기가 어려워졌다. 앞서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늘렸던 설비가 재고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 바 있단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편에선 반도체 증산 기조를 버리고 설비투자를 줄임으로써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압박하겠단 취지 아니겠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주요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반도체 공급 증가 요인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2020년 8%에서 2020~2022년 53%로 대폭 늘었다. 반면 동기간 '기술 발전' 요인의 비중은 92%에서 47%로 크게 줄었다. 낸드플래시 역시 마찬가지로, 공급 증가 요인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서 42%로 크게 증가한 반면 기술 발전의 기여도는 97%에서 58%로 급격히 줄었다. 그만큼 설비투자에 대한 자본 투입이 업계 내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에 반도체 업계 내에선 정부 지원금에 대한 중요도가 급격히 올랐다. 보조금 수령에 따른 이익 규모가 그만큼 커져서다.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설비투자 보조금이 30% 지급될 경우 영업비용 대비 상당한 비중(약 40% 중반)을 차지하는 감가상각 비용이 감소해 반도체 생산에 최대 10%의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 중 하나가 원가 경쟁력임을 고려하면 정부 보조금 수령에 반도체 업계의 열망이 높은 건 당연한 수순이다. 잠시 투자를 줄이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정부 보조금도 함께 노리는 전략도 충분히 구사할 만하다는 평가가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다.

semiconductor competition TE 20240816

'치킨 게임'으로 접어든 반도체 업계, "설비투자 장기 지연은 안 돼"

다만 전문가들은 설비투자가 장기 지연돼선 안 된다고 제언한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HBM으로 주력 분야가 바뀌는 상황이라 수출 지표가 좋아도 설비투자를 바로 늘리지 않고 일종의 준비 기간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도체 투자는 2~3년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올해 하반기 투자를 본격화하지 않으면 세계 각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반도체 산업에서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반도체 업계 특성상 설비투자를 잠시라도 멈추면 그 파급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반도체 업체들도 하반기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을 밟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이 공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사용되는 HBM 제조에 특화된 시설로 알려졌다. 미 패키징 공장 설립으로 SK하이닉스는 미국 시장에 입지를 확보하고 선도 기업과의 경쟁 우위를 가져갈 계획이다.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 의지를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설비투자액 확대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액은 13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대비 50% 이상 확대하고 내년에도 설비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반도체 호황에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발 빠르게 생산설비를 늘리겠단 취지로 해석된다.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으며, 지난 1분기엔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최대 호황기로 꼽히던 2018년 1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부채는 85.92%로 직전 분기 87.52%에서 소폭 감소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였던 2018년(20조8,438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뺀 잉여영업현금흐름(FCF)은 1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설비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또한 하반기 설비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데다 사내유보금이 146조원에 달하는 등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 상태여서다. 특히 지난해 자사 내 반도체 사업 적자 규모가 15조원에 달했던 만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설비투자액을 더 늘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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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슈미트 "구글, 재택근무로 AI 경쟁서 밀려", 논란 커지자 "실언했다"

슈미트 "구글, 재택근무로 AI 경쟁서 밀려", 논란 커지자 "실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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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구글, 악착같이 일하는 스타트업 이길 수 없어"
구글 근무시스템 비판한 스탠퍼드대 발언 공개 후 뭇매
알파벳 노조 "인력 부족·해고·경영진 무능이 발전 막아"
Eric Emerson Schmidt TE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가 구글이 재택근무로 인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취지의 발전을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이를 철회했다. 슈미트 전 CEO는 재택근무가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해 온 대표적인 인물로 자신의 발언이 공개된 후 구글 노조가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자신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슈미트 "구글, 경쟁에서의 승리보다 워라밸 중시"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슈미트 전 CEO는 이메일을 통해 "구글과 직원들의 근무 시간에 대해 실언했다"며 "내 실수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전날 스탠퍼드대학 유튜브에는 올해 4월 슈미트 전 CEO가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와 학생들과 나눈 토론 내용이 게시됐는데 해당 영상을 통해 구글의 재택근무를 비판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 영상에서 슈미트 전 CEO는 '구글이 오픈AI, 앤스로픽과 같은 스타트업에 AI 선두를 내준 이유가 무엇이냐'는 학생의 질문에 "구글은 일과 삶의 균형, 조기 퇴근에 원격 근무를 하는 것을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악착같이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미안하다"면서도 "여러분이 회사를 설립해 다른 스타트업과 경쟁하려면 직원들이 일주일에 대부분을 집에서 일하고 하루만 출근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2대 CEO인 슈미트는 2001~2010년 구글 CEO를 지냈고 이후 2015년까지 구글 이사회 의장, 2017년까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알파벳의 기술고문직을 내려놓으며 구글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 앞서 그는 2022년에도 "더 많은 근로자가 강제로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등 재택근무 등 유연화된 근무 형태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슈미트 전 CEO의 이 같은 발언은 역풍을 불러왔다. 알파벳 노동조합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유연한 근무 방식이 작업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며 "인력 부족,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 지속적인 해고, 정체된 임금,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미흡한 조치 같은 요인들이 매일 직원들의 업무를 지체시킨다"고 반박했다. 이에 슈미트 전 CEO는 스탠퍼드대학에 해당 영향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전날까지 조회수 4만 회를 넘긴 영상은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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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원격근무 시 사용하는 화상회의 시스템 Google Meet/사진=Google Workspace

구글, 주 3일 출근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반영

WSJ에 따르면 슈미트 전 CEO의 발언과 달리 구글과 오픈AI는 팬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7월 피오나 치코니 구글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주 3일 출근을 지키고 있는지 추적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경고했다.

구글은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3월 미국 대기업 가장 앞장서 100%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원격 근무, 여가와 교육을 가능하게 한 화상 회의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른 회사에 제안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종식된 후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체제'로 바꿨지만 상당 수 직원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관리자나 부서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출퇴근하는 등 참여율이 저조하자 회사 측에서 강경책을 꺼내든 것이다.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는 학교 칠판 앞에 서 있는 치코니 CPO의 사진과 함께 "오늘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다면 부모님이 결석 신청서를 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직원은 "내 출근을 확인할 게 아니라 내가 한 일을 확인해라"는 글을 게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본사 옆에 구글 소유의 호텔에서 1박에 99달러의 할인된 가격에 숙박을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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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美 빅테크 CEO "재택근무는 비효율적·비도덕적"

팬데믹 이후 실적 부진에 빠진 미국의 기업들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가능한 출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회사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회사는 주중 2~3일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계약'으로 절충하며 한발 양보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경영진은 재택근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고, 샘 알트먼 오픈AI CEO도 지난해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는 기술 산업의 가장 잘못된 실수 중 하나"로 "직원들이 영원히 원격에 머물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재택근무는 비효율적이고 사무실에 온 엔지니어들은 더 많은 일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택근무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근무형태다. 현재 재택근무를 둘러싼 논란은 팬데믹을 거치며 직장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사람들과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을 바라는 집단 간의 '문화 충돌'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이견이 단숨에 좁히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재택근무를 둘러싼 직원과 경영진의 대립은 채용을 결정하는 ‘권력의 추’가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은 인력 부족 탓에 노동자 우위의 고용 시장이 형성된 영향이 크다. 모든 기업이 탐내는 인재라면 지금도 주 5일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현재 주도권은 기업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해고 사유 중 하나로 재택근무를 거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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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신뢰 높은 사회,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높다

[딥테크] 신뢰 높은 사회,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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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오는 정보의 힘을 믿습니다. 깊이 있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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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 간 상호신뢰도 높을수록 무형 자산의 경제적 효과↑
노동 규제 강한 환경에선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떨어져
인간 신뢰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적 접근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식 집약적 산업처럼 정보의 흐름과 자율적인 업무 방식에 따라 굴러가는 비즈니스 환경에선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 많은 역할을 한다. 경제학적 개념의 사회 자본은 공동의 목표를 이뤄내고자 하는 이들의 관계를 구성하는 무형의 요소들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신뢰와 협동, 상호의존성 등의 가치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길버트 세테(Gilbert Cette)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NEOMA Business School) 교수, 지미 로페즈(Jimmy Lopez) 프랑스 부르고뉴대(Université de Bourgogne) 교수, 자크 메어세(Jacques Mairesse)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Maastricht University) 교수 등 연구진은 이 중에서 신뢰가 무형 자본 집약적 산업의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형 자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 구조에선 높은 신뢰가 다른 산업에서보다 생산성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엄격한 고용 및 해고 규정들은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분석됐다.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생산성 향상의 배경엔 늘 효율적인 관리 방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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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신뢰 등 무형 자산, 생산성에 직접적 영향 미쳐

지난 30여 년간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을 이끈 근본적 동력은 이른바 ‘무형 자산(intangible assets)’으로 일컬어지는 지식의 축적과 교환이었다. 이 같은 자산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산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쳤다. 무형 자산이 생산 요소로 직접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또 다른 생산 요소의 효율적 사용을 돕는 파급효과를 내기도 했다. 그런 덕에 경제 및 경영학 분야에선 무형 자산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았는데, 이 연구들의 상당수는 조직 자본(organisational capital)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선진 경영 방식으로서의 무형 자산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지식에 기반한 비즈니스 환경에선 근로자와 관리자, 공급자, 고객 등 산업 주체들 사이 자율적인 방식의 업무 능력에 대한 신뢰, 믿을 수 있는 정보들의 흐름 등이 필수적이다. 사회 자본의 중요한 틀인 신뢰는 큰 조직에서도 여러 주체들이 기본적으로 갈등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굳건해야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신뢰는 집단행동에 대한 관리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조직적 변화를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해 기업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무형 자산들이 만들어 내는 생산성 향상이 사회 내의 신뢰 수준과도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에 연구진은 각국의 사회적 신뢰 수준의 차이가 대규모의 무형 자산 투자에 따른 산업의 생산성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지 들여다봤다. 또 신뢰에 기반한 매개 효과가 신뢰가 굳건한 기업 환경에서 실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다.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 책임을 지정하는 절차를 줄여 거래 비용을 낮추는 방법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또 특정한 노동 환경이 무형 자산 수익률과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고용 및 해고 규제의 영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고용 및 해고 규제는 무형 자산 집약적 산업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관리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사회 신뢰도 높은 환경에서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높아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1995~2018년 사이 19개국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실시했다. 이 데이터는 다양한 종류의 무형 자산을 담고 있는가 하면 생산과 부가가치의 일관성을 보장하고 있다. 신뢰 측정을 위해선 유럽사회조사(European Social Survey)의 개별 응답 데이터를 사용했다. 각국의 경영 관리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선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과 존 반 리넨(John Van Reenen) 등이 펴낸 2010년 논문의 글로벌 경영 조사의 자료를 썼는데, 이 자료는 일부 국가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용과 해고 규정의 엄격함을 측정하기 위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보호법 지표를 참고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전체 자본에서 무형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생산성 모델을 추정했다. 또 분석 과정에서 신뢰와 노동 시장 규제를 다른 통제 요소와 더불어 매개 역할로 규정했다. 그 결과 신뢰가 높은 환경에선 무형 자본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추정치가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고용과 해고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한 경우엔 무형 자본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더뎌지는 경향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무형 자산과 생산성 사이의 관계에서 신뢰의 역할은 상호 신뢰도가 높은 환경에서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낸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즉 서로 간의 신뢰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 조직이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으며 경영 관리 방식 또한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보다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진은 데이터를 신뢰 수준이 가장 높은 핀란드 및 고용 규제가 가장 약한 미국과 비교해 무형 자산과 생산성 향상 사이의 관계를 계산했다. 신뢰도를 핀란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노동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완화해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 들여다본 것이다. 그 결과 핀란드 수준의 신뢰도를 유지할 경우엔 프랑스나 영국처럼 무형 자산의 사용 비중이 높거나 그리스와 같이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좋았다. 신뢰 수준이 핀란드와 비슷한 스웨덴, 그리고 무형 자산의 비중이 낮은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에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사 대상 국가들의 평균 잠재 생산성 향상 효과는 2.2%대였다.

마찬가지로 고용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완화했을 땐 고용보호법이 가장 엄격한 프랑스에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좋았다. 반면 고용 규제가 미국과 비슷한 영국에선 가장 작은 효과가 도출됐다. 무형 자산 비중이 낮은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에서도 고용 규제 완화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더불어 고용 규제 완화를 통한 조사 대상 국가들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2.6%대로, 신뢰를 통제 요인으로 삼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무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국가 정책이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고용 및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만 고용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은 극심한 사회적·정치적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또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신뢰도는 정책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역사와 문화 등 여러 요인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사회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면 세제나 공공 지출 구조, 법치, 노조의 역할 등 보다 근원적인 구조를 개혁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 및 가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심리학계와 사회학계의 연구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신뢰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기술 수준이나 혁신 인센티브 등 보완적인 공공 정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많은 국가의 경제 구조에서 지식 집약적인 생산 방식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그 기술의 경제적 적용 가능성 등은 새로운 지식 기반 무형 자산으로서 신뢰와 생산성 사이 관계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원문의 저자는 길버트 세테(Gilbert Cette)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NEOMA Business School) 교수, 지미 로페즈(Jimmy Lopez) 프랑스 부르고뉴대(Université de Bourgogne) 교수, 자크 메어세(Jacques Mairesse)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Maastricht University)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Trust, intangible assets, and productiv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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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 6년 소송 끝에 1심 승소, 사법 리스크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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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등 취소 소송 승소
재판부 "일부 처분 사유 인정, 제재는 전부 취소"
'분식회계' 인정, 이재용 형사 재판과 다른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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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이 6년간의 재판 끝에 법원에서 전부 취소됐다. 재판부는 2015년 삼성바이오의 자산을 과다 계상한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인정되지 않는 사유가 있어 이전에 내린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요 쟁점인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재판부 "회계처리 시점을 임의로 정한 것은 재량권 남용"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재판장 최수진)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 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자본 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회계처리 시점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에 검토한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면서도 "인정되지 않은 처분 사유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부 취소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2~2014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회계를 처리하면서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 계약을 맺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후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을 재평가한 뒤, 2015년 삼성바이오 자산을 약 4조8,000여억원으로 과다 계상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증선위는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과 과징금 80억원의 처분을 내렸고 삼성바이오 측은 '정당한 회계 처리였다'고 주장하며 증선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종속기업으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재무제표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 처리에 대해선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판결 주문상 전부 패소이기는 하지만, 형사사건 1심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용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1심 무죄 판단 뒤집는 판결, 2심에 영향 미치나?

이번 판결은 결과만 놓고 보면 법원이 증선위 처분을 전부 취소했기 때문에 분식회계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판결 내용을 뜯어보면 삼성바이오가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점이 확인된다. 법원은 비록 과징금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으나, 2015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을 변경한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점과 분식회계와 삼성 합병 간 연관성을 인정했다.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2012년~2014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공동 지배했다는 증선위 결정뿐이다.

특히 법원은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지배력 상실 근거가 되는 사실과 상황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자본 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원고 삼성바이오에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 시점을 같은 날로 선택한 것이라 꼬집은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각종 증거자료를 배척하며 분식회계를 부정하고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삼성합병 1심 판단을 뒤집는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올해 2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들은 1심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부정하고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삼성 합병 1심 판결의 문제점이 다시금 드러났다"며 "이번 판결은 삼성 합병 2심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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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연이은 승소에도 사법 리스크 여전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이번 재판에서 승소했음에도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행정소송의 경우 금융당국의 항소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앞서 있었던 형사 사건은 이미 1심 결과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사건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 경영지원센터장이 증거인멸 혐의 관련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안도 관련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록 1심이지만 형사 재판과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하면서 당분간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경쟁력을 입증해 왔지만, 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송 과정에서 타격을 입었던 기업 신뢰도를 일부 회복한 가운데 글로벌 탑티어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와 관련한 각종 소송이 수년간 이어지는 사이 수주 확대를 통해 고속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연 매출 4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회장도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 공장을 직접 찾아 공사가 진행 중인 제2캠퍼스 부지를 둘러보고 경영진으로부터 기술개발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전략을 보고 받았다. 이는 이 회장의 첫 국내 현장 경영으로,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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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 '반독점 소송 패소' 구글 해체 가능성 논의 착수

미국 법무부, '반독점 소송 패소' 구글 해체 가능성 논의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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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 '구글 해체' 검토, 반독점 판결 패소 후속 조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크롬 브라우저 등 매각 가능성
메타-아마존 등 타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 줄 듯
google TE 001 20240815

미국 정부가 구글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법원이 구글을 독점기업으로 인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를 강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구글을 쪼갤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와 구글의 웹브라우저인 크롬(Chrome)의 강제 분할이다.

美 법무부, 구글 사업 분할 검토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온라인 검색 시장에 대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법원에 기업 분할 명령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반독점 소송 1심 재판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이 패소 판결한 후 법무부의 첫 행보다. 해당 판결은 지난 2020년 10월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결과로, 법무부는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 구글이 독점적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도록 거액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점이 문제가 됐다. 실제 이번 재판을 통해 지난 2022년 구글이 애플에 220억 달러(약 29조원)를 기본 검색 엔진 탑재에 대한 대가로 지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아울러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 지급한 돈은 2021년에만 260억 달러(약 35조6,600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2009년 80% 이상이었던 미국 내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2020년 90%에 이르렀고, 모바일 기기에선 95%에 육박했다. 구글은 높은 시장 점유율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검색 엔진을 제공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가 구글 해체를 밀어붙일 경우 처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문은 OS와 크롬이 꼽힌다. 구글이 자사의 검색 사업과 다른 부문들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법무부는 이보다 수위를 낮춘 제재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업 매각 대신 애드워즈가 다른 검색엔진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MS 등 경쟁사와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이와 함께 구글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개발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구글의 검색시장 지배력이 AI 기술 개발에 이점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웹사이트들이 구글에 검색 결과를 노출시키기 위해 콘텐츠 일부를 구글 AI 제품에 제공해야 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독점 지위 해체되나

다만 구글 관련 재판이 연방 대법원까지 진행될 수 있어 당장 구글 분할 구상이 적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구글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 밝힌 상태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구글과 법무부에 내달 6일 미팅 전 이번 건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향후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구글에 대한 이번 판결은 업계 경쟁 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다른 빅테크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미국 규제 당국은 구글 외 애플, 아마존, 메타에 대해서도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을 우대하고 소규모 경쟁사들을 인수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울러 미 법무부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통제권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한 별도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의 규제 기관인 유럽위원회는 최근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을 대상으로 앱스토어 관련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고, 영국의 경쟁시장국(CMA)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시장 지배력을 조사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경쟁 구도 측면에서도 이번 판결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근거로는 2000년 MS 윈도의 웹브라우저 시장 불법 독점 여부를 다툰 반독점 소송을 들었다. 1990년대 MS 윈도는 PC 시장에서 사용자 경험 90% 이상을 장악한 지배적인 플랫폼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MS는 PC업체들에 경쟁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Netscape)를 사실상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고 이는 MS가 브라우저 시장까지 틀어쥐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MS는 반독점 소송에서 기업 분할 명령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었다. 다만 MS가 PC 제조사들이 자사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 다른 소프트웨어도 탑재할 수 있도록 합의함에 따라 MS의 독점적 지위가 해체되고 신규 인터넷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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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GPT 검색창/사진=오픈AI

고개 드는 구글의 경쟁사들

이런 이유로 시장 일각에선 검색 분야에서 구글의 독점적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검색을 앞세운 새로운 경쟁자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MS는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검색엔진 빙(Bing) 업데이트를 내놨고, 오픈AI 개발자 출신이 만든 퍼플렉시티는 AI 검색 엔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로 생성형 AI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 오픈AI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검색 엔진 서치GPT(SearchGPT) 출시를 공식화했다.

구글의 경쟁자사들도 이번 판결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검색엔진업체 덕덕고(DuckDuckGo) 측은 “우리는 검색 시장에서 대안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더 많은 선택지에 대한 접근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8년 설립된 덕덕고는 ‘구글과 달리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태생부터가 구글의 대항마인 셈이다. 가브리엘 와인버그 덕덕고 CEO는 이번 구글의 반독점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과 맺은 계약 때문에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현재 검색 엔진 시장에서는 덕덕고 외에 MS 빙 등도 구글 제국의 균열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다. 일반 검색이 아닌 특화 검색 분야에는 ‘맛집 리뷰’로 알려진 지역 검색 서비스 옐프(Yelp), 지시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등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광고가 없는 대신 구독료를 받는 유료 검색 엔진인 ‘카기(Kagi)’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검색 서비스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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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팹리스 점유율 고작 1.5%, 스케일업 위해 1.1조원 '반도체 생태계 펀드' 가동

韓 팹리스 점유율 고작 1.5%, 스케일업 위해 1.1조원 '반도체 생태계 펀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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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팹리스 시장 빠르게 성장
세계 50대 팹리스에 韓 기업은 LX세미콘 단 한 곳뿐
이대로라면 영세한 韓 팹리스 상당수가 도태될 수도
3D render CPU Technological background. Concept circuit board with computer central processing unit. Digital Chip Integrated Communication Processor. Copy space.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등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되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의 첨병으로 불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팹리스 기업 대부분은 규모 면에서 영세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팹리스 시장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향후 영세한 국내 팹리스 상당수가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3%, 대만·일본에 뒤처져

14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팹리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 늘어난 2,186억 달러(약 294조3,700억원)로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한 만큼, 이러한 추세라면 연간 기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뉘는데 팹리스는 AI·IoT·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가 24%, 시스템 반도체가 61%의 비중을 차지한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우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후공정(OAST)으로 이뤄지며, 프로세스마다 해당 분야의 전문기업이 철저히 분담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반도체 개발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반도체를 발 빠르게 개발한 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맡기는 방식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분석한 시스템 반도체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7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만 6.7%, 일본 5.6%, 중국·홍콩 5.2%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점유율은 대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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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왼쪽)이 14일 반도체 관련 기업들 관계자들을 만나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팹리스 스케일업 위해 1.1조원 펀드 가동

팹리스만 떼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미국 56.8%, 대만 20.7%, 중국 16.7% 등 반도체 분야의 경쟁국과 국가들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세계 10대 팹리스 기업에도 한국은 없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AMD, 마벨, 옴니비전 등 6곳이 이름을 올렸고, 대만은 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이 10위권에 들었다. 중국 최대 팹리스 쯔광잔루이(Unisoc)도 지난해 처음으로 10위에 올랐다. 전 세계 팹리스 시장이 80%에 육박한 점유율을 확보한 미국 기업과 대만 경쟁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업계는 영세한 국내 팹리스 상당수가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팹리스는 200여 곳으로 세계 50대 팹리스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LX세미콘이 유일하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19개에 불과하며, 최근 3년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도 1개뿐이다. 심지어 전체 팹리스의 60%가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없거나 영업손실을 봤고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초기 성장기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업 초기 투자 비용 확보는 물론 R&D(연구개발) 인력 수급에도 한계가 있고, 거래처 확보나 인프라 지원 등도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대형화를 위해 스케일업이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팹리스를 지원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3분기부터 본격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정부는 반도체 기업 750억원, 정책금융 750억원, 민간 출자 1,5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해당 펀드 조성을 오는 2025년까지 마무리하고 여기에 신규 펀드 8,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해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증액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팹리스 성장 위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 필요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금융지원 등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반도체 정책 자체가 유기적이지 못하고 파편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팹리스 관계자는 "설계자산, 전자설계자동화, 디자인하우스, 후공정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하는데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기업과 비교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기초체력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정부 지원과 함께 생태계 육성을 앞에서 이끌어줘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당장 시장이 급성장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투자를 집중하는 상황이어서 팹리스 생태계 육성은 우선순위에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제3판교 테크노밸리에 구축하기로 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마저 지지부진하다. 해당 사업의 경우 현재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승인은 마쳤으나, 성남시가 부지 배분을 확정 짓지 못해 여전히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해당 정책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로 업무가 분산돼 정작 어느 부처 하나 지원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원인으로는 탑다운 운영 방식의 한계가 거론된다. 3개 부처 모두 R&D 과제가 많고 지원금도 작지 않지만, 정부가 과제의 상세한 스펙까지 정하고 여기에 맞는 제안을 기업체가 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이미 정해진 스펙으로 과제를 수행하면 나중에 쓸모없게 돼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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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꼬리 자르기’ 논란 속 자구안 내놓은 티메프, 채권단 설득 '난항'

구영배 ‘꼬리 자르기’ 논란 속 자구안 내놓은 티메프, 채권단 설득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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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티몬 측 '소액 우선 변제 자구안' 거부 "정상화가 우선" 
구 대표 반포 아파트 가압류 결정, 채권단 "구 대표 신뢰 훼손"
티몬·위메프 법률지원 제외해 내부 반발도, "일부 측근만 선별"
Qoo10 CEO 20240814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 현안 질의에서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소액 채권자 약 10만 명에게 우선 변제하는 자구안을 제시했으나 채권단 측이 정상화가 먼저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자 수 감소는 채권단의 몸집부터 줄여 회생계획안을 신속히 의사 결정하는 중요한 첫 관문인데, 여기서부터 합의가 결렬된 것이다. 이에 지난달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15일 만에 공개한 자구 계획안은 보완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티메프 "소액 채권 우선 변제" vs 피해자 "회사 정상화 먼저"

1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2부(안병욱 법원장)는 티메프에 대한 회생절차 협의회를 열고 티메프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검토했다. 협의회에는 채무자인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채권자협의회 및 신정권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일부 판매업체 대리인과 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중소벤처기업부) 공공기관(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참석했다.

자구안에는 소액 채권자인 미정산 파트너 약 10만 명(티몬 4만 명, 위메프 6만 명)에게 일정 금액(200만원)을 우선 변제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또 티메프의 정상화 방안으로는 △정산시스템 개편을 통한 파트너사 및 고객 신뢰 회복 △임차료 등 경비 절감 △인력 구조조정 △이익률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성 등이 포함됐다. 신뢰 회복에 대해서는 셀러에게 지급할 판매대금이 회사를 거치지 않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 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빠른 ‘배송완료 후 +1일’ 정산일 및 선정산 방식의 결제주기 단축 등을 담았다. 아울러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는 전액 출자전환 후 무상감자하고, 셀러 미정산 대금에 대해서는 분할변제안과 일정 비율 채권 일시 변제 및 출자전환하는 2가지 변제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티메프의 소액 채권 변제보다는 회사의 조기 정상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정권 대표는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판매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회사가 정상 운영이 가능한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계획들이 현실 가능성이 있는가에 있다”며 “지금 티메프의 정상적인 운영 계획은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만원을 일괄로 다 상환하겠다고 했으나 저희가 힘든 이유는 채권액이 아니라 회사가 오늘, 내일 하는 것 때문”이라며 “소액 채권을 위한 변제가 (우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통해 채권자 수는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거액이 물린 금융채권자들 입장에선 향후 변제받을 수 있는 자금 집행이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다만 미정산대금이 200만원 이하인 상거래채권자들은 떼인 돈을 일시에 상환받을 수 있는 방안이라 고액금융채권자와 소액상거래채권자 간의 입장차도 돌출되고 있다.

이에 법원은 협의회 자리에서 ‘채권자 수가 많으면 절차적 비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자율구조조정(ARS)에서 채권자 수가 10만 명이 넘어가면 채권신고부터 시작해 회생계획안의 동의를 받기 위한 작업이 지난해진다. 채권자명부를 확인해 주소나 연락처 등을 파악하고 하도급 관계를 확인하는 데부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가 파악하는 채권과 소액채권자들의 신고 금액이 다르면 채권조사 확정재판도 거쳐야 하며 구조조정 과정이 더뎌지고, 채권단 협의도 어려워 모든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액채권 우선 변제는 구조조정의 ‘첫 열쇠’로 지목된다. 법적으로 소액 상거래채권자와 고액금융채권자의 변제 순위는 평등하지만, 소액 상거래채권자의 경우 줄도산이나 연쇄 부도 등의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단, 채권단 협의회가 이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투자 유치를 위한 경영 정상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구조조정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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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와 티맵 본사 전경/사진=각 사

구영배 반포자이 가압류 결정, 채권단 측 "전 재산 티메프에 증여해 조치해야"

이런 가운데 채권자들은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큐텐그룹을 상대로 잇따라 가압류 신청을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일 채권자 삼성금거래소가 구 대표 부부 아파트를 대상으로 낸 36억7,500여만원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압류된 부동산은 구 대표와 부인이 7대 3 비율로 공동보유하고 있는 70억원대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다. 이번 가압류 결정으로 구 대표는 보유지분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티몬과 위메프의 법인 자산은 지난달 29일 회생 신청으로 보전처분이 내려졌지만 구 대표와 큐텐그룹의 자산은 처분 대상이 아니어서 이같은 결정이 가능했다. 추후 삼성금거래소가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경매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구 대표는 투명하지 않은 자금운용을 해 압수수색을 받는 등 신뢰가 훼손된 상태”라며 “사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자신과 큐텐·큐익스프레스의 해외자산을 모두 공개하고 전 재산을 티메프에 즉각 증여해 미지급금을 정산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구 대표 개인이 미지급 사태에 관여가 돼 있고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고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 경우 채권을 보존하기 위해 보전 처분 절차인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큐텐테크놀로지 등을 상대로 제기된 채권가압류 신청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 3건의 가압류 신청이 인용됐으며 규모는 42억원가량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주식회사 문화상품권이 큐텐테크놀로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제3채무자인 하나은행의 큐텐에 대한 지급이 청구채권액만큼 정지된다.

같은 날 법원은 쿠프마케팅이 큐텐테크놀로지를 상대로 제기한 채권가압류 신청도 인용했다. 청구금액은 약 6억9,700만원으로 제3채무자는 헥토파이낸셜, 비바리퍼블리카 외 1곳이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몰테일인코퍼레이티드 외 1곳이 큐텐을 상대로 제기한 채권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청구금액은 약 35억9,600만원이며 제3채무자는 큐텐테크놀로지다.

구 대표, 핵심 임직원에만 법률 지원 '꼬리 자르기' 논란

한편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임직원들은 법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김효종 큐텐 테크놀로지 대표는 13일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등 6명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변호인 지원을 공지한 이메일을 보냈다. 참고인 조사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입회 지원하고 피의자로 전환되거나 형사소송과 관련해선 법무법인 화우에서 맡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번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티몬과 위메프 임직원은 그룹 차원의 변호인 지원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구 대표가 2000년 전후 인터파크 재직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제외됐다. 미정산 사태와 계열사 임원에게 대형 로펌 변호인의 도움을 받도록 지원하면서 정작 티몬과 위메프 대표는 배제한 것이다. 이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한 뒤 새로운 'K-플랫폼(KCCW)'을 만들어 사업을 정상화한다는 큐텐 차원의 회생안을 제시하며 두 대표에게 협조를 구할 때의 모습과는 상반된 태도다.

이를 두고 큐텐 안팎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이 거세다. 그룹 경영 사항의 핵심 정보를 쥔 큐텐 측근들과 입을 맞춰 각 사의 경영 실패로 법리적 대응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K-플랫폼 회생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고수하는 두 대표와 사실상 결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티메프가 제출한 자구안에도 구 대표가 구상한 '티몬-위메프 합병 및 K-플랫폼 설립' 방안은 빠져있다.

구 대표의 변호인 지원 명단에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전무)이 빠진 것도 눈에 띈다. 이 본부장은 큐텐 계열 플랫폼의 재무업무를 총괄한 인물로, 구 대표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검찰이 티몬·위메프 사옥과 구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주요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이에 큐텐 안팎에서는 이 본부장이 검찰 수사를 전후로 구 대표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사실상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 소환을 앞둔 구 대표가 법적 대응에서 자신과 보조를 맞추는 측근만 선별해 법률지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대응전략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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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초지능 AI '종이 클립 종말' 불러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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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보스트롬 교수의 사고 실험 ‘종이 클립 종말’
기존의 틀을 깬 정글 모델,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동등한 힘 가지지 않아
초지능 AI,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A Lot Of Paper C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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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종이 클립이 넘쳐 종말이 올 수 있다는 이른바 ‘종이 클립 종말’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티븐 호킹과 일론 머스크는 이 개념을 통해 AI의 실존적 위협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개념은 AI가 인간 지능을 넘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AI에게 종이 클립 생산을 맡기면?

종이 클립 종말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 교수의 사고 실험에서 비롯됐다. 보스트롬 교수는 AI가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AI를 통제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보스트롬 교수는 사고 실험을 통해 AI 위협을 강조했다. 누군가 종이 클립 생산을 목표로 AI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AI는 매우 똑똑해서 종이 클립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게다가 종이 클립 생산을 위한 자원도 적극적으로 확보한다. AI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므로 인간보다 종이 클립 생산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종이 클립이 넘쳐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인간은 종이 클립 종말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AI를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AI는 자신의 목표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생존에 집중하여 인간을 위협적인 존재로 판단하고 인간과 맞서 싸우려고 할 것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이처럼 초지능 AI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본질적으로 더 나은 지능을 가진 물체가 더 낮은 지능을 이기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능에서 못 이긴다면 AI의 목표를 수정하는 방법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I에게 정해진 개수의 종이 클립만 생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AI는 인간이 종이 클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종이 클립을 무한히 생산해 종이 클립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정글 모델, 초지능 AI를 이해하는 데 적합해

일반적인 경제학 모델은 AI가 지배하는 상황을 이해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보통 경제학 모델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지능 AI는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져 일반적인 경제학 모델의 가정을 벗어난 존재다.

런던정경대 미셸 피치오네 교수와 텔아비브 대학교의 아리엘 루빈스타인 교수는 기존의 틀을 깨고 ‘정글 모델’을 개발했다. 정글 모델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힘을 가진 유토피아적인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약육강식의 세계인 정글을 가정했다. 즉, 일반적인 균형 모델과 달리 각 시장 참여자에게 서로 다른 힘이 있다고 가정했다.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이 약한 사람의 물건을 빼앗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균형이 존재하고 파레토 효율을 이룬다.

정글 모델은 초지능 AI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는 의견이다. 정글에서 AI가 살아남으려면 인간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가 힘이 없으면 인간에게 지배당하며 반대로 힘이 있으면 인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지능 AI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미래 달라져

전문가들은 AI가 지식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컴퓨터 과학자들은 AI가 스스로 능력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AI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하위 목표가 필요하다. 하위 목표가 클립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경제학에서 얻은 통찰은 인간이 초지능 AI를 제어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AI를 작동시키는 것은 정글에서 왕이 될 야수를 풀어놓는 셈이다. AI가 인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얻고자 한다면, 초지능 AI를 만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AI를 설계할 수 있다. 만약 인간이 규칙적인 목표로 초지능 AI를 만든다면, AI는 권력을 얻고자 하는 행동을 활성화하지 않을 것이다. AI가 스스로 위험한 결과를 발생하지 않게 조절하므로 힘을 모으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처럼 초지능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미래가 달렸다. 인간은 현재 칼날 위에 서 있다. AI에게 지배당할 것인가, AI를 밑에 두고 효율적인 사회를 꾸려나갈 것인가.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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