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입력
수정
AI의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게 되면서 AI에 대한 인식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어 AI가 바둑처럼 저소음 데이터에서는 높은 예측력 보이지만, 주식 시장같이 고소음 데이터에서는 예측 어려워 저소음 데이터의 일자리만 대체될 뿐, 고소음 데이터 일자리는 건재해
최근 AI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AI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투자자, 전문가, 학자들의 발언이 재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AI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률이 낮을 것이고, AI 제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며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여러 해 동안 경고했다. AI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며 AI가 도출하는 결과는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나 지능이 아닌 점을 지적해왔다.
GIAI는 AI에 ‘환상’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99.99% 정확도로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지 묻는 메일을 종종 받는다. 만약 그런 알고리즘이 있다면, 그걸 공유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비밀로 유지하고 수익을 독차지할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표현처럼 “공짜 점심은 없다.” 게다가 완벽한 예측이 널리 알려지면, 예측은 더 이상 예측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주가가 상승할 것을 알고 있으면, 주가는 예측치에 도달할 때까지 급등한다. 즉, 미래는 현재가 되고,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한다.
AI는 신인가? 패턴 매칭 기계일 뿐
AI 신봉론자들은 AI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가뿐히 넘어서고 곧 신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AI는 단지 ‘패턴 매칭 기계’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AI가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면서 패턴을 찾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뜨거운 냄비를 만지면 화상을 입고, 화상을 입으니 뜨거울 때는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또한 고통이 클수록 더욱 조심하게 된다. 여기서 학습 과정을 동적으로 바꾸면, 생성형 AI가 된다. 시스템은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데이터베이스에 더 많은 패턴을 추가한다.
AI가 수많은 패턴을 찾으면 큰 잠재력을 가지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계가 패턴의 인과관계를 이해한다는 말은 아니다. 기계는 ‘패턴 매칭 기계’에 불과할 뿐이다.
예를 들어 매년 열리는 전공수업에서 교수님이 어떤 농담을 할지 예측할 수 있을까? 지겹도록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럼 주식 시장도 수십 년 동안 같은 행동을 반복했으니, 주가도 예측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쉽게 부자가 될 수 없다.
저소음 데이터 vs 고소음 데이터
월스트리트에 가보면 금융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를 만날 수 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뛰어난 실적에 놀라고 어느 순간 설득당할 정도로 말을 잘한다. 1910년대 초와 1940년대에도 이런 주장이 만연했으나, 이들은 결국 투자자들에게 고소당해 체포됐고 몇 년 안에 거리에서 사라졌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이었다면, 왜 돈을 잃고 고소당했을까?
데이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기계처럼 매우 통제된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저소음(Low-noise) 데이터라고 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만들면, 높은 예측력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데이터에 패턴이 숨어있더라도, ‘똑똑한’ 두뇌나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할 수 있는 ‘고성능’ 기계가 있으면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둑이다. 바둑에서 상대방을 이기려면 이세돌처럼 뛰어난 두뇌가 있거나, 바둑판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는 기계가 있으면 된다. 이세돌만큼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승리 패턴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이세돌 대 알파고의 대국에서 이미 보여줬다.
다른 유형의 데이터는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나온다. 이 데이터에 패턴이 있을 수 있지만, 관측할 수 없는 수천, 수백만 개의 패턴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확한’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 확률 모델링이 필요하다. 이를 고소음(High-noise) 데이터라고 한다. 위에서 계속 언급했던 주식 시장이 대표적인 예시다. 관측할 수 없는 수백만 개의 영향이 존재해 아무리 뛰어난 연구자나 기계가 있어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 모델은 예측을 위한 게 아니라, 백테스팅을 통해 파생상품의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데 사용된다.
저소음 데이터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자연어 처리(NLP)가 있다. 언어는 문법이라고 하는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 고의로 문법을 벗어나거나 실수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대체로 문법을 따른다. 날씨는 대부분 저소음이지만, 고소음 데이터 요소를 가진 재밌는 데이터다. 기상청에서 태풍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하지만, 예측이 틀릴 때도 많다. 그럼 주식 시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도전해 봐라. 2023년까지 4명의 금융 경제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모두 주식 시장이 확률 과정을 따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정규분포, 포아송 분포, 또는 다른 알려지지 않은 분포일 수 있다. 여기서 데이터가 알려진 분포를 따른다는 말은 데이터가 임의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AI 활용처, 반복 업무 자동화
위에서 설명한 것을 근거로 GIAI는 AI가 단기적으로 비즈니스와 일상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 AI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단순 작업의 자동화뿐이다. 마치 20세기 초의 세탁기처럼. 챗GPT가 그 증거로, 곧 상담사는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챗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회사에서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적게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GIAI는 이미 여러 국제 서비스로부터 기계가 생성한 답변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에 오작동이 생겨 불만을 제기하면, 우선 기계가 이메일로 답변을 보낸다. 어느 정도는 기계의 답변으로 충분하다. 이런 관행은 챗봇을 구현하기 더 쉬워지고 저렴해지면서 더욱 대중화될 것이다.
GIAI는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에듀타임즈(EduTimes)와 협업하여 카피보이를 대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형 신문사 기자들이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 실제로 대부분은 다른 신문사의 기사를 마치 원본인 것처럼 내용을 재정리해서 기사로 내보낸다. 중요한 작업은 아니지만, 신문사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필요한 작업이다. 대형 신문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에듀타임즈 기자에 따르면, 카피 팀은 보통 가장 적은 급여를 받고 기자로서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이 일은 곧 대형언어모델 카피보이로 대체될 것이다.
신문사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말하면, 높은 인지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패턴화’된 콘텐츠를 생성하는 직업은 점차 대체될 것이다.
자동차 운전은 어떨까? 저소음 패턴 작업일까, 아니면 고소음 데이터에 복잡한 작업일까? 일론 머스크는 특정 구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GIAI는 동의하지 않는다. 게임 이론 전문가 중 어느 누구도 불완전 정보와 참가자를 알 수 없는 베이지안 게임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따라서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다른 운전자의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빠르게 달리는 상황에서 다른 운전자의 행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난폭한 운전자를 피해 안전하게 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알고리즘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차 한 대’에 대해서 수학적, 기계적, 법적 문제 등을 최적화하는 작업뿐이다.
과연 자신감 넘치고 똑똑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AI의 실상을 모르고 있을까? 기술주가 급락한 것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건대, 월스트리트는 실리콘밸리가 너무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동부에서는 서부가 너무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오픈AI의 다음 라운드 펀딩은 완전히 정반대 방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큐텐 계열사 자금 '큐텐테크놀로지'로, 수상한 거래 계열사 대여자금 사후 승인, 대표 모르는 자금 사용도 정작 완전자본잠식 시달리는 이커머스 계열사는 외면
큐텐(Qoo10 Pte. Ltd.)의 기술 전문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 이하 큐텐테크)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큐텐 플랫폼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큐텐테크가 티몬과 위메프의 기술은 물론 돈까지 모두 틀어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계열사들의 IT를 전담한 것은 효율화를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으나, 재무까지 한곳에서 관리하는 것은 기형적 운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피인수 회사를 움켜쥐고 장악하려 했던 전략은 도미노 붕괴를 일으킨 자충수가 됐다.
검찰, 큐텐그룹 컨트롤 타워 '큐텐테크' 등 압수수색 진행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큐텐테크 본사 사무실과 티몬, 위메프 사무실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3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에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구영배 큐텐 대표 자택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큐텐 사무실 등 총 10곳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확보할 자료가 많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후 나머지 사업장에 대해서도 추가로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큐텐테크는 큐텐의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라는 사업 명목 아래 큐텐의 관계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큐텐 Pte.Ltd.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큐텐테크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마켓을 매각하고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하던 2010년 5월 지오시스로 설립됐다. 구 대표는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10년간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는데, 큐텐이라는 법인은 싱가포르에서 설립했지만 IT 개발이나 운영 등은 한국에서 하기 위해 큐텐테크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은 큐텐의 한국 법인인 큐텐코리아가 이번 사태의 중심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 대표가 큐텐테크를 통해 한국 이커머스 계열사들을 통제·관리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원의 법인등기기록에 따르면 큐텐코리아에는 구 대표가 등기임원으로 참여한 기록이 없다. 반면 큐텐테크 법인등기기록에는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구 대표는 2010년 5월 큐텐테크 설립 당시부터 등기이사로 참여했으며 2012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큐텐코리아 목주영 대표와 최길형 위메프 개발본부장이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 8월 취임한 현 김효종 큐텐테크 대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큐텐 일본법인 대표, 2023년 위메프 대표를 역임했다. 구 대표와 측근들이 전부 큐텐테크에 관련돼 있는 것이다.
내부 거래로 성장한 큐텐테크놀로지
주목할 만한 점은 큐텐테크가 다른 계열사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홀로 승승장구하며 이익 성장세를 이뤄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큐텐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3%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무려 1,284% 이상 증가했다.
큐텐테크가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가 자리하고 있다. 큐텐은 3사를 인수한 이후 각 사의 인력 재배치를 통해 IT 관련 인사를 큐텐테크로 전입시켰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운영되던 IT 인력을 큐텐테크로 통합하며 하나의 연합을 만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큐텐테크는 큐텐을 비롯한 연합 3사의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티몬과 위메프 인수 이후 조직을 정비를 통해 큐텐테크의 사세와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이런 큐텐테크는 그간 큐텐그룹의 ‘자금 창고’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큐텐테크의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내역(차입, 대여)을 분석해 본 결과 큐텐그룹의 자금 흐름이 싱가포르 법인과 큐텐테크로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 위메프는 티몬으로부터 50억원(250억원 가운데 200억원 상환) 규모의 대여금을 제공받았고, 위메프는 특수관계인인 큐텐 Pte.Ltd.에 131억원을 대여했다. 큐텐 Pte.Ltd.는 인터파크커머스에서도 280억원의 대여금을 제공받았다. 이후 자금이 풍부해진 큐텐 Pte.Ltd.는 큐텐테크에 175억원 규모의 차입을 제공했고, 인터파크커머스도 큐텐테크에 215억원을 대여했다.
큐텐테크는 차입금과 기타 채무를 통해서도 자금을 동원했다. 큐텐 Pte.Ltd.로부터 196억원의 자금을 빌렸으며, 인터파크커머스에서는 215억원의 장기차입금을 포함해 총 223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장기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4.6% 수준이다.
대표도 모르는 회삿돈 행방, 계열사 자금 쥐락펴락
하지만 내부 승인 절차는 비정상적이었다. 티몬의 사례만 봐도 지난 4월 11일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릴 당시 대여금 집행 문서의 기안일은 지난 4월 11일이었으나 류광진 티몬 대표의 최종 승인이 난 것은 나흘 뒤인 15일로 확인됐다. 이미 티몬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뒤 사후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같은 일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지난 1월 11일 금리 4.6%로 1년 만기 자금 50억원을 티몬에서 빌렸는데 이 당시에도 대표의 승인은 자금 대여가 집행된 날로부터 19일이나 지난 1월 30일에야 이뤄졌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큐텐테크 측이 이런 자금 이동을 사전에 류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류 대표가 대여금 집행 시점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짙다.
계열사 살리기는 뒷전, 곳간 빼먹기에만 집중
문제는 흘러간 자금 중에 이번 사태를 촉발한 판매 정산 대금도 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해 말까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큐텐테크를 통해 1,700억원가량을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 이커머스 계열사 위시의 인수 자금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 대표도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 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자금이 모인 큐텐테크는 싱가포르 소재 종속회사인 큐브네트워크에 96억원, 큐텐코리아에 102억원 등의 대여를 실시했지만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눈에 띄는 지원은 없었다. 큐텐그룹의 자금을 운용하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자본잠식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계열사들은 외면한 것이다. 큐텐이 이커머스의 곳간 빼먹기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위메프만 해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1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7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큐텐이 인수한 후 3분의 2 이상 줄어들었다. 71억원이라는 자산은 위메프의 지난해 연간 판매비와 관리비(2,169억원) 대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메프의 이익이 크게 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는 영업손실만 1,025억원에 달한다.
티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의 2022년 기준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기간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지만,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22% 줄었다. 유동자산을 당장 현금화해도 유동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인 감사보고서도 아직 내지 못했다.
이에 구 대표는 큐텐테크와 티몬, 위메프를 합병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사태 수습 이후에도 그룹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파트너사 조합을 통한 경영과 이사회 직접 참여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계열사별로 주주 구성이 달라 합병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은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수백억원에 달하는 그룹의 자금이 움직이는 것을 계열사가 통제하는 기형적 구조에 대한 당국의 칼날도 피하기 어렵다. 각 플랫폼의 재무 업무가 큐텐테크에 모이다 보니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큐텐테크에 집중된 자금의 흐름이 무너지면서 큐텐 계열 플랫폼의 연쇄적 붕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입력
수정
두산 3사 대표이사, 일제히 주주 서한 게시하며 '주주 달래기' 논란의 '주식 교환 비율'은 그대로, 주주 반대 이어질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 따라 매각 무산될 위험도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가 주주들과의 소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사 대표가 직접 나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회사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논란의 중심이었던 합병 비율에 큰 변동이 없는 만큼, 이후로도 주주들의 반대 의견이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나란히 주주 서한 발표
4일 두산그룹은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 서한을 각 사 홈페이지에 일제히 게시했다. 3사가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관계사들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사 대표들은 사업구조 개편안을 두고 불거진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관해 설명이 부족했다고 사과하는 한편,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여력이 생기는 총 1조원을 원전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연간 4기 이상의 대형 원전 제작 시설을 확보하고, 연간 20기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두산밥캣은 경쟁 업체들이 로봇 회사들을 인수해 온 것을 예로 들며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를 일궈내겠다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일단 100% 자회사로 둔 뒤 궁극적으로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발생할 시너지에 주목했다. 류 대표는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시장 내 고객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두산로보틱스는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사 합병 비율은 '제자리'
다만 시장에서는 3사의 주주서한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주주들의 가장 큰 불만을 샀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는 이렇다 할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의 현재 매출과 이익 규모만을 근거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 가치는 과거/현재 실적 외 미래 잠재성, 기술력 등 다양한 근거에 기반하는 것"이라며 "당사(두산로보틱스)는 최근 3년간 매년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캇 박 대표 역시 “법에서도 상장 법인 간 포괄적 주식교환 시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 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며 양사의 합병 비율 산정이 현행법상 문제없는 조치란 것을 강조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 대 0.63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행법에 따라 양사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 투자자들은 두산 측의 적합하지 못한 합병 비율 산정으로 인해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두산밥캣 기업가치는 평가절하됐다는 비판을 쏟아내왔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주주에게는 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라며 “이 내용이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산밥캣의 외국인 기관 투자자인 션 브라운(Sean Brown) 테톤캐피탈 이사 역시 해당 세미나에 참석,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 산정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에서 흔히 합병 비율 산정에 활용하는 기업가치(TEV·Total Enterprise Value)를 기준으로 자체 산정한 밥캣의 적정 기업가치는 순현금을 더해 약 15조원이고, 로보틱스는 7,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적정 합병비율이 96 대 4인데, 49 대 51로 합병비율이 결정되면서 밥캣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고 일갈했다.
주주 '반대 의견'의 위력
증권업계 등에서는 주주들의 반대가 이어질 경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규모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논의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두산밥캣의 대주주이면서 ㈜두산의 지분 비중이 낮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의 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합병 논의를 무산시킬 수 있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에는 각각 9,235억원(매수 한도 9,500억원), 7,063억원(매수 한도 4,1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가 몰렸다.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한 삼성중공업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 회사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9년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인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 역시 주주들의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양사가 설정한 매수청구권 매수 한도는 제넥신 1,300억원, 툴젠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제넥신에는 보통주 344만2,486주(2,338억원)·우선주 146만5,035주(986억원), 툴젠에는 보통주 151만3,134주(1,221억원) 규모의 매수 청구가 집중됐다. 결국 막대한 매수 부담에 부딪힌 양사는 합병 무산을 선언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미국 실업률 4.3%까지 상승, 시장서 AI 거품론 확산하기도 과도한 투자로 실적 하락한 빅테크 기업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 월가선 AI 거품론에 반박 의견, "기술 성숙도 및 재투자율 높은 만큼 닷컴 버블과 단순 비교 안 돼"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급변한 분위기 탓에 증권가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낙관론과 AI 거품이 가시화하면서 침체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회의론이 얽히고설킨 것이다. 월가에서도 경기 침체를 경계하는 의견이 힘을 얻는 한편 AI 거품론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온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확산
5일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잇달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단 의견이 나오면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고용률이다. 앞서 미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전월 대비 11만4,000개 늘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인 18만5,000개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동기간 실업률도 4.3%까지 올랐다. 4.3%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DB금융투자는 "미국 고용시장의 모멘텀은 한 번 둔화하기 시작하면 추세적으로 악화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민간소비가 국가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민간소비의 60%를 임금소득이 지탱한다"며 "이와 더불어 유연한 고용 제도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임금소득·소비·다시 고용으로 이어지는 미국 경제의 주요한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연쇄적인 영향을 받아 고용시장이 붕괴할 수 있단 점을 꼬집은 것이다.
월가에서도 경기 침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워런 버핏이 주식을 팔았단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앞서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다 보유 주식이었던 애플의 지분을 줄이는 등 주식 보유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6월 말 기준 버크셔의 애플 주식 보유 규모는 842억 달러(약 115조원)가량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애플 지분 보유 규모가 1,743억 달러(약 237조원)였음을 감안하면 6개월 새 보유 지분을 절반까지 줄인 셈이다.
AI 거품론이 직격타, 지나친 투자가 발목 잡았다
그간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오던 AI 산업이 '거품'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경기 침체 위기론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AI의 수익성에 기대를 갖고 투자해 왔는데, 실상 AI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극히 제한적이었단 인식이 생겼단 것이다. 과거 200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닷컴 열풍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닷컴 열풍 당시 기업들이 대거 광케이블 설치에 나섰다가 하락세를 겪은 것처럼 이번엔 AI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무너질 수 있단 주장이다.
빅테크 기업의 실적 하락은 이미 가시화한 상태다. 미국 증시를 견인해 온 매그니피센트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테슬라)에 속한 6개 빅테크 기업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익 성장률이 둔화했단 소식을 전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 기업은) 지난해 4분기 수익 성장률이 56.8%까지 올랐으나 (올해) 2분기엔 29.9%까지 하락했다"며 "오는 3분기엔 17%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의 발목을 잡은 건 천문학적인 AI 투자 액수였다. 실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상반기 투자액 190억 달러(약 26조원) 중 약 60%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와 관련돼 있다고 언급했다. 아마존 역시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AI에 16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막상 이들 기업의 AI 부문 매출액은 투자액의 10%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시장 일각에서 AI가 '돈 먹는 하마'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AI 산업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엔비디아가 미끄러졌다는 소식은 AI 산업에 대한 의구심마저 키웠다. 지난 2일(현지시간)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차기 AI 반도체 '블랙웰' 제품이 설계상의 결함으로 3개월가량 생산 일정이 늦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블랙웰은 이전 제품 대비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 '괴물 칩'으로 불린다. 이에 블랙웰이 처음 공개될 당시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블랙웰을 주문했다. 차세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블랙웰을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내년 1분기쯤 짓겠단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데 블랙웰 출시가 연기되면서 빅테크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엔비디아가 흔들리자 다른 AI 기업들도 연쇄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러잖아도 AI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불안 요소가 더해진 셈이다.
일각선 낙관론도, "닷컴 버블 때와는 상황 자체가 달라"
다만 일각에선 낙관론도 적잖이 나온다. 아직 미국의 경기 침체를 확신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메리츠증권은 "추후 경기 침체가 올 수는 있지만, 몇 개 지표만으로 임박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도 "올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전년 동기 대비 1.7%"라며 "이를 저점으로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I 거품론에 반박하는 월가의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투자자문사 GMO의 공동설립자인 제레미 그랜덤(Jeremy Grantham)은 "매그니피센트7과 같은 주요 기업을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시와 현재 주요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나란히 비교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고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랜덤은 "닷컴 버블 당시 10대 기업의 PER은 2000년 기준 60배에 달하는 반면, 현재 미국 상위 10대 기업의 PER은 27배에 불과하다"며 "오늘날의 위험은 닷컴 버블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의 펀더멘털이 닷컴 버블 시기보다 훨씬 견고한 상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Quincy Krosby) 수석 전략가는 "닷컴 버블 붕괴는 시장이 AI와 관련한 모든 것을 밸류에이션 지층으로 끌어올리는 과정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면서도 "한 가지 다른 점은 이들 기업이 견고한 대차대조표를 보유하고 있고 매력적인 수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 시장 추세는 AI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며 시장은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AI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성숙도 및 재투자율이 높은 만큼 과거 닷컴 시장과 현재의 AI 시장을 단순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과거 닷컴 버블 당시엔 기술의 성숙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수익성 없이 투자를 받던 인터넷 기업들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중점으로 의료, 제조, 금융, 예술 등 여러 산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재투자율도 높다. 월가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은 단기현금의 약 60% 이상을 R&D(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반면 닷컴 버블 당시 기업들의 재투자율은 약 26%에 불과했다. AI 시장의 순간적인 약세를 '버블'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거듭 나오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머스크 “뉴럴링크, 두 번째 환자 뇌에 컴퓨터 칩 이식 성공” 척추 손상 입은 환자의 임플란트 칩 전극 중 400개 작동 중 전극 이탈 및 전선 분리 결함 등 기술적 문제 극복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두 번째 환자의 머리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칩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뉴럴링크는 올해 말까지 8명의 환자에게 추가 임상 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두 번째 임상도 성공적"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일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플루언서인 렉스 프리드먼(Lex Fridman)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두 번째 환자의 현 상태를 첫 공개했다. 머스크는 두 번째 환자의 뇌에 이식된 전극 400개가 작동 중이라며 “두 번째 임플란트도 매우 잘 된 것 같다. 많은 신호와 전극이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신체 손상을 입어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의 뇌에 BCI 장치를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 뉴럴링크 장치는 환자의 뇌에 1,024개 전극을 이식하는 방식인데, 두 번째 환자의 뇌에서 이 중 400개가량이 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현재 뉴럴링크는 두 번째 환자에 이어 새 이식 대상자를 찾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 8명의 환자에게 추가로 임플란트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사지마비 남성, '텔레파시'로 체스게임
머스크는 두 번째 환자의 신상정보와 수술 시점 등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 초 수술을 받은 첫 환자와 유사한 척수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첫 환자인 놀런드 아르보(Noland Arbaugh)는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경우였다. 아르보는 지난 1월 두개골에 이식한 뉴럴링크의 반도체 '텔레파시'의 도움을 받아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와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뉴럴링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아르보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는 동시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눴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보가 보여준 멀티태스킹 능력에 대해 “기존 BCI에선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짚었다. 사람 뇌 신호를 해독하는 BCI가 동시에 여러 사고를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을 구현하는 건 기술이 그만큼 고도화됐다는 뜻이다.
뉴럴링크의 텔레파시는 머리카락의 4분의 1 크기로 작은 실 모양의 전극을 갖고 있다. 텔레파시를 두개골 하단에 부착하면 인간의 뇌 속 정보를 전류 형태로 전달하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의 전기 신호를 수집한다. 뇌 신호에는 눈 깜빡임부터 심장 박동 등 여러 필요 없는 신호들까지 잡음처럼 섞여 나오는데 텔레파시는 이를 제거하고 중요 정보를 구분한다. ‘왼쪽 팔을 움직일 때는 A, 화가 나면 B’ 등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뇌 신호를 파악하는 식이다. 한 사람의 뇌 신호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추출된 신호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도 구분한다. 또한 무선 충전이 가능해 거추장스러운 전선을 달지 않아도 된다. 생각만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제어한다는 뜻에서 텔레파시란 이름이 붙었다.
BCI 수준을 가르는 요소는 뇌 신호를 얼마나 잘 읽어 내는지 여부다. 방법은 두 가지로, 먼저 수술로 머릿속에 칩(전극)을 넣는 ‘침습’형, 두피에 센서를 붙여 뇌파를 수집하는 ‘비침습’형이 있다. 비침습은 침습보다 쉽지만, 뇌 신호가 두개골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강도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머스크가 두 번째 임상 성공을 발표한 날, 팟캐스트에서는 아르보와 뉴럴링크 임원 3명이 함께 출연해 임플란트 수술 과정과 경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아르보는 “임플란트를 받기 전에는 막대기를 물고 태블릿 화면을 눌러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며 “장치 덕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되찾고 간병인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아르보는 수술 후 활성 전극 수가 감소하는 문제를 겪었으나 현재 해당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뉴럴링크는 알고리즘을 더 민감하게 수정해 장치를 복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10~15% 정도의 전극만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아르보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조작하는 속도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내부 관계자 “전선·전극 이탈하면 뇌 염증 일으킬 수도”
다만 기술적 결함 문제 등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5월 로이터는 뉴럴링크의 뇌 이식 칩에 탑재된 부품이 분리돼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 문제에 대해 익명의 관계자 5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실시된 뉴럴링크 동물실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해당 칩에는 뇌 신호를 해독하기 위한 전극이 있는데, 이식 후 전선이 수축하면서 전선과 전극이 칩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칩 이식 수술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 칩의 전선이 분리되며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럴링크는 동물실험 과정에서 이미 이러한 결함을 확인했지만, 재설계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임상을 그대로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뉴럴링크의 블로그에도 칩에서 전선이 분리됐다는 사실이 언급됐다”며 “그러나 뉴럴링크는 64개 전선과 전극 중 몇 개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지, 이것이 아르보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또 다른 뉴럴링크 관계자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계속할지 칩을 다시 설계할지 오랜 기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을 계속하면 전선이 분리되었을 때 신체 내 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며, 환자의 안전과 임상 성공 여부 모두 불확실하다는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칩을 재설계하더라도 이미 이식 수술을 받은 아르보는 장치를 제거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수술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의료기기의 성능적 결함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이며, 출시 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시험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미 동물실험 과정에서 칩의 전선이 돼지의 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보고된 상황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뉴럴링크의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Data Scientific Intuition that defines Good vs. Bad scientists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입력
수정
Many amateur data scientists have little respect to math/stat behind all computational models Math/stat contains the modelers' logic and intuition to real world data Good data scientists are ones with excellent intuition
We get that they are 'wannabe' data scientists with passion, motivation, and dream with self-confidence that they are the top 1%. But the reality is harsh. So far, less than 5% applicants have been able to pass the admission exam to MSc AI/Data Science's longer version. Almost never we have applicants who are ready to do the shorter one. Most, in fact, almost all students should compromise their dream and accept the reality. The fact that the admision exam is the first two courses of the AI MBA, lowest tier program, already bring students to senses that over a half of applicants usually disappear before and after the exam. Some students choose to retake the exam in the following year, but mostly end up with the same score. Then, they either criticize the school in very creative ways or walk away with frustrated faces. I am sorry for keeping such high integrity of the school.
Data Scientific Intuition that matters the most
The school focuses on two things in its education. First, we want students to understand the thought processes of data science modelers. Support Vector Machine (SVM), for example, reflects the idea that fitting can be more generalized if a separating hyperplane is bounded with inequalities, instead of fixed conditions. If one can understand that the hyperplane itself is already a generalization, it can be much easier to see through why SVM was introduced as an alternative to linear form fitting and what are the applicable cases in real life data science exercises. The very nature of this process is embedded in the school's motto, 'Rerum Cognoscere Causas' ((Felix, qui potuit rerum cognoscere causas - Wikipedia)), meaning a person pursuing the fundamental causes.
The second focus of the school is to help students where and how to apply data science tools to solve real life puzzles. We call this process as the building data scientific instuition. Often, math equations in the textbooks and code lines in one's program console screens do not have any meaning, unless it is combined in a way to solve a particular problem in a peculiar context with a specific object. Unlike many amateur data scientists' belief, coding libraries have not democratized data science to untrained students. In fact, the codes copied by the amateurs are evident examples of rookie failures that data science tools need must deeper background knowledge in statistics than simple code libraries.
Our admission exam is designed to weed out the dreamers or amateurs. After years of trials and errors, we have decided to give a full lecture of elementary math/stat course to all applicants so that we can not only offer them a fair chance but also give them a warning as realistic as our coursework. Previous schooling from other schools may help them, but the exam help us to see if one has potential to develop 'Rerum Cognoscere Causas' and data scientific intuition.
Intution does not come from hard study alone
When I first raised my voice for the importance of data scientific intution, I had had severe conflicts with amateur engineers. They thought copying one's code lines from a class (or a github page) and applying it to other places will make them as good as high paid data scientists. They thought these are nothing more than programming for websites, apps, and/or any other basic programming exercises. These amateurs never understand why you need to do 2nd-stage-least-square (2SLS) regression to remove measurement error effects for a particular data set in a specific time range, just as an example. They just load data from SQL server, add it to code library, and change input variables, time ranges, and computer resources, hoping that one combination out of many can help them to find what their bosses want (or what they can claim they did something cool). Without understanding the nature of data process, which we call 'data generating process' (DGP), their trials and errors are nothing more than higher correlation hunting like untrained sociologists do in their junk researches.
Instead of blaming one code library worse performing than other ones, true data scientists look for embedded DGP and try to build a model following intuitive logic. Every step of the model requires concreate arguments reflecting how the data was constructed and sometimes require data cleaning by variable re-structuring, carving out endogeneity with 2SLS, and/or countless model revisions.
It has been witnessed by years of education that we can help students to memorize all the necessary steps for each textbook case, but not that many students were able to extend the understanding to ones own research. In fact, the potential is well visible in the admission exam or in the early stage of the coursework. Promising students always ask why and what if. Why SVM's functional shape has $1/C$ which may limit the range of $C$ in his/her model, and what if his/her data sets with zero truncation ends up with close to 0 separating hyperplane? Once the student can see how to match equations with real cases, they can upgrade imaginative thought processes to model building logic. For other students, I am sorry but I cannot recall successful students without that ability. High grades in simple memory tests can convince us that they study hard, but lack of intuition make them no better than a textbook. With the experience, we design all our exams to measure how intuitive students are.
Intuition that frees a data scientist
In my Machine Learning class for tree models, I always emphasize that a variable with multiple disconnected effective ranges in trees has a different spanned space from linear/non-linear regressions. One variable that is important in a tree space, for example, may not display strong tendency in linear vector spaces. A drug that is only effective to certain age/gender groups (say 5~15, 60~ for male, 20~45 female) can be a good example. Linear regression hardly will capture the same efffective range. After the class, most students understand that relying on Variable Importances of tree models may conflict with p-value type variable selections in regression-based models. But only students with intuition find a way to combine both models that they find the effective range of variables from the tree and redesign the regression model with 0/1 signal variables to separate the effective range.
The extend of these types of thought process is hardly visible from ordinary and disqualified students. Ordinary ones may have capacity to discern what is good, but they often have hard time to apply new findings to one's own. Disqualified students do not even see why that was a neat trick to the better exploitation of DGP.
What's surprising is that previous math/stat education mattered the least. It was more about how logical they are, how hard-working they are, and how intuitive they are. Many students come with the first two, but hardly the third. We help them to build the third muscle, while strenghtening the first. (No one but you can help the second.)
The re-trying students ending up with the same grades in the admission exam are largely because they fail to embody the intuition. It may take years to develop the third muscle. Some students are smart enough to see the value of intuition almost right away. Others may never find that. For failing students, as much as we feel sorry for them, we think that their undergraduate education did not help them to build the muscle, and they were unable to build it by themselves.
The less chanllenging tier programs are designed in a way to help the unlucky ones, if they want to make up the missing pieces from their undergraduate coursework. Blue pills only make you live in fake reality. We just hope our red pill to help you find the bitter but rewarding reality.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시간제 근무, 워킹맘 경력 단절 방지에 실제 효과 입증 기업 입장에선 숙련 노동자 유출 방지 기능도 “노동 시장 전체 생산성 끌어올리는 방책”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유럽에서 유연근무제(flexible working)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고정적인 출퇴근 시스템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스스로 근무 시간대와 총 근무 시간을 설정할 수 있게 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아이를 둔 근로자들이 가정과 일 사이 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트타임’으로 불리는 시간제 근무도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시간제 근무 정책 관련 논의들도 급물살을 탔다.
시간제 근무, 출산 후 일자리 복귀 촉진
이런 가운데 유럽의 비영리 연구기관 CEPR(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은 독일에서 시간제 근무가 이른바 ‘워킹맘’들의 노동력 공급 및 근로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CEPR에 따르면 이들에게 시간제 근무 자격을 부여하자 실제로 파트타임 고용률이 올라갔고, 시간제 근무 대상자인 워킹맘들은 시간제 근무 기회가 없던 워킹맘들과 달리 근로소득도 챙길 수 있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워킹맘들은 아이를 낳기 전 일했던 업계로 돌아가 업무 노하우를 유지하며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이는 곧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저스펙 일자리’로 몰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일뿐 아니라 최근 들어선 많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시간제 근무를 법제화하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시간제로 일할 권리를 줌으로써 이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이 일터로 돌아오게끔 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최근 낮은 혼인율과 출생률 등으로 부쩍 달라진 인구 구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근로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고 역설한다.
더욱이 많은 연구 결과들은 출산이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근로 소득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다. 일종의 ‘출산 페널티’다. 출산휴가를 늘리거나 현금으로 보너스를 주는 등의 가정 부양 정책들이 때때로 효과를 내긴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또 이 같은 정책들은 워킹맘들의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거나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라 워킹맘들의 소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없었다. 성 불평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연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나 폴-팔루드키에비치(Hannah Paule-Paludkiewicz) 독일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 연구원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시간제 근무 권리가 출산한 여성들의 노동시장 내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앞서 독일에선 지난 2001년 1월 풀타임 근로자들이 한층 쉽게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법이 발효됐다. 15명 이상을 고용한 회사에만 적용되는 이 법엔 부모들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시간제 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자세한 분석을 위해 폴-팔루드키에비치 연구원은 출산 전 일을 하고 있었던 여성 170만 명의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데이터는 개개인의 근무 이력과 노동 소득 정보 등을 담고 있다. 더불어 관련법 도입 전후 법 적용을 받는 대규모 사업장과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소규모 사업장 내 변화도 각각 분석했다. 이는 경기 흐름이나 사회 규범 등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배제한 채 시간제 근무 정책이 여성들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독립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다.
워킹맘들, 기존 직장 유지하며 커리어 이어 나갈 수 있어
분석 결과 법 도입 후 시간제 근무 적용 대상인 워킹맘들이 출산 2년 뒤 실제 시간제 근무로 일을 하게 될 확률은 시간제 근무 대상이 아닌 여성들에 비해 2%포인트 높았다. 대규모 사업장 기준 워킹맘들의 시간제 근무 고용 비율은 법 발효 전보다 15.7% 늘었다. 법 도입은 또 워킹맘들의 일일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성들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풀타임 근로자들이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때는 아예 직장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쉽게 말해 여성들의 경우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 위해 이전 직업보다 더 낮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자리들로 밀려나는 경향이 컸다. 이와 관련해 폴-팔루드키에비치 연구원은 “워킹맘들이 시간제 근무를 허가받을 경우 출산 후 직장을 바꾸는 경우가 줄었고, 결과적으로 각 기업에 특화된 능력과 노하우들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체들 입장에서도 숙련된 여성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근무를 하게 된 워킹맘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에서 근무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시간제 근무 도입이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을 막을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곧 노동시장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출산으로 인한 노동시장 내 성 불평등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간제 근무는 워킹맘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방책인 것이다. 이와 같은 가족 정책을 채택한 나라가 아직은 많지 않지만, 주목할 여지는 충분하다.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지원하는 AI 도구 공개 로봇 개발 기간 수개월에서 1주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자신감 보여 보스턴 다이내믹스, 엔비디아와 협력해 로봇의 한계 극복하고자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속도를 높이는 AI 모델을 공개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개최된 시그래프(SIGGRAPH)에서 제조업체와 개발자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의 다음 물결은 로봇 공학이며 가장 흥미로운 로봇으로는 휴머노이드를 꼽았다. 엔비디아는 로봇 발전에 힘쓰는 가운데 플랫폼과 AI 모델을 개방했다. 따라서 전 세계 휴머노이드 개발자와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로봇 개발에 속도 붙인 엔비디아
이번에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서비스 제품군인 엔비디아 NIM의 최신 버전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전에 완성된 컨테이너를 제공하여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믹젠(MimicGen) NIM 마이크로서비스는 애플 비전프로(Apple Vision Pro)와 같이 공간 컴퓨팅 장치에서 원격 제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성 모션 데이터를 생성하여 로봇 개발자에게 도움을 준다. 로보카사(Robocasa) NIM 마이크로서비스는 OpenUSD에서 시뮬레이션 지원 환경을 생성하여 개발자가 3D 테스트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관리형 서비스인 오스모(Osmo)를 선보였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란 전통적인 구축형 환경 대신 클라우드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을 작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클라우드에서 복잡한 로봇 개발 워크플로를 쉽게 확장할 수 있다.
게다가 사용자는 휴머노이드에 강화 학습과 같이 컴퓨팅 자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에서도 시각화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는 오스모를 사용하면 배포와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에서 1주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며 성능에 자신감을 보였다.
엔비디아, 로봇 개발 비용과 시간 단축해
새로운 제품들은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동하도록 설계된 GR00T와 로봇 시뮬레이션용 애플리케이션인 아이작 심을 사용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CTO인 아론 샌더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엔비디아가 오랜 기간 협력하여 로봇 공학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로봇 업계의 발전을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쁜 마음을 표출했다.
엔비디아는 고가의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다음 과정을 통해 로봇 개발자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개발자는 애플 비전프로와 같은 공간 컴퓨팅 장치를 착용하여 화면을 캡처한 다음, 미믹젠 NIM에서 이 데이터를 합성 데이터로 만들어 입력하고 GR00T에서는 미믹젠 NIM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로보카사 NIM을 사용하면 로봇 재학습을 하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연구원이 모델링하고 개선하는 동안 오스모는 다양한 컴퓨팅 자원에 작업을 할당하여 기존에 개발자의 부담을 가중했던 관리 작업을 자동화한다.
푸리에인텔리전스(Fourier Intelligence)의 CEO 알렉스 구(Alex Gu)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매우 복잡하며 실제로는 지루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캡처해야 한다”며 로봇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새로운 기술과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면, 모델 개발 워크플로를 구축하는 데 획기적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책임한 경영진 태도에 사기 떨어진 큐텐, 티메프 사태 이후 임직원 '퇴사 러시' 본격화 수순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경영진 중심 운영 이어 온 큐텐, 직원 사이 볼멘소리 확산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티메프 사태, 큐텐 임직원 이탈에도 속도 일각선 임금체불 우려 목소리도, '퇴사 러시' 심화 가능성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모기업 큐텐그룹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무책임한 경영진의 태도에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티메프 사태에 큐텐 직원 이탈 가속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구영배 큐텐 대표의 소집에 따라 티몬 임직원 줌(Zoom) 화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내용은 단순했다. 20명 정도가 참석한 회의에서 구 대표는 "나를 믿고 따라 달라"며 "셀러(판매자)들도 채권자들도 우리 회사가 망하면 돈을 못 받기 때문에 망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의 '퇴사 러시'를 막기 위해 구 대표 자신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셀러 미지급 사태 파장이 커지면서 티몬 내에선 "이러다가 월급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영진들의 모습에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큐텐 전현직 직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큐텐의 모든 의사 결정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독단적으로 이뤄졌다. 구 대표를 비롯한 소수 임원을 중심으로 탑다운(Top-down·하향) 방식으로 관리됐기에 대부분의 직원이 티메프 사태를 당일에서야 인지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큐텐 관계사 직원은 "구 대표는 처음 보는 직원들에게도 반말을 할 정도로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다. 지시한 내용에 대한 말 바꿈도 잦아 직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젊은 나이에 성공을 맛봐서 그런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대표의 무리한 경영 방식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구 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티몬 등 계열사 대표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책임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단 이유에서다. 특히 티몬은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오는 10일 급여일에 임금체불이 이뤄질 수 있단 우려도 쏟아진다. 티메프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임금체불 시 '퇴사 러시' 심화할 듯
만일 임금체불이 현실화하면 퇴사 양상은 그룹 전체로 번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지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무너질 수밖에 없어서다. 임금체불 자체가 직장인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심각한 사태기도 하다. 보통 직장인들은 집세를 비롯해 적금, 보험, 카드 대금 등 지출 대부분을 급여일 기준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봐도 직장인 중 상당수가 임금체불이 발생할 시 퇴사를 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미디어윌이 운영하는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6%가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4.5%가량이 임금체불 이후 퇴사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7.7%는 임금체불 경험 시 퇴사를 준비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에서도 성과급 문제로 퇴사자 급증한 바 있어
굴지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지급 문제로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진 사례가 있단 점도 티메프를 옥죈다. 결국 '퇴사'의 무게감 자체가 과거 대비 상당히 줄었단 의미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었다. 전년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연봉의 20% 수준으로 적게 책정된 점이 원인이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퇴사자 수는 급격히 늘었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퇴사자 수는 2019년 4월 22명, 5월 18명, 2020년 4월 13명, 5월 10명가량이었으나 2021년엔 4월 38명, 5월 94명까지 급증했다. 특히 성과급 문제가 확산한 5월 25일엔 하루에만 34명의 퇴사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조 측 관계자는 "노사가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합의안을 들고 왔으나 이미 많은 직원들의 마음은 떠난 후였다"며 "그 사건 이후 일부 조직에서는 퇴사 혹은 이직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입력
수정
"체중 평균 26% 감량" 위고비보다 세다, 약값 '미국 기준 월 130만원' '기적의 비만약' 마운자로 국내 허가, 공급부족에 출시 일정은 불투명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심장·신장 보호 이어 치매 예방 효과도 확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비만약으로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제2형 당뇨병 치료제에 이어 이번에 비만 적응증으로도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다만 이번 허가에도 국내 출시 일정은 불투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해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어서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국내 품목 허가 획득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가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당뇨약으로 허가받은 이후 비만약으로 치료 분야를 확대한 것이다. 마운자로 약효는 기존 비만약 시장의 최강자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임상 3상 시험에서 평균 체중이 105㎏인 성인에게 마운자로 15㎎을 72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이 최대 22.5% 빠졌고, 84주 투여 임상시험에서는 평균 26.6%가 줄었다. 반면 위고비는 68주 투여 결과 15% 정도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마운자로는 몸속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포만감을 높이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로 식전·식후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운자로는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등 두 가지 표적에서 모두 약효를 내는 유일한 의약품이다.
이에 비해 기존 비만 치료제의 강자로 분류되던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Saxenda, 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위고비는 GLP-1 수용체만 활성화한다. 마운자로가 글로벌 비만 트렌드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이다. 원래 당뇨약으로 허가받은 마운자로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허가받았다. 현재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국내에서는 이전 이름인 마운자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마운자로 국내 출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허가받은 위고비도 고질적인 의약품 공급 부족으로 1년 넘게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브 릭스(Dave Ricks)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행사 ‘2024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12월 젭바운드가 주당 2만5,000건의 신규 처방을 기록했다”며 “예상치를 초과하는 시장 수요 덕분에 올해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라이릴리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연달아 공장을 증설 중이다. 한편 출시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약값이다. 주 1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 마운자로는 미국 기준 한 달 약값은 약 130만원이다.
만병통치약 꿈꾸나, GLP-1 작용제의 끝없는 약효 확장
마운자로의 핵심 성분인 GLP-1은 현재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항당뇨병제로 개발돼 심혈관 혜택과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신장 질환 치료부터 치매 예방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진의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학술대회(AAIC)에서의 발표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 삭센다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18%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연구진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204명을 모집해 소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삭센다의 주요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Lilaglutide)를 투여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가짜약(위약)을 투여한 후 1년 뒤 뇌 기능의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당초 리라글루타이드가 뇌의 포도당 대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와 위약을 투여한 환자 사이에서 뇌의 포도당 대사율은 차이가 없었다. 대신 뇌 조직의 수축을 막는 효과가 확인됐고 이같은 뇌 수축 차단은 인지 기능 저하 방어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GLP-1 제제는 주요 가이드라인에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RA), SGLT-2 억제제 등과 함께 신장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약제로도 이름을 올렸다.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강하를 위한 2차 치료제로 GLP-1 제제를 제시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GLP-1 제제가 신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위약 대비 신장 예후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 효과도 입증됐다.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서 GLP-1을 이용한 암 예방 효과가 공유됐다. 해당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난소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등 13가지 비만 관련 암에 걸릴 확률이 19%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더불어 알코올의존증 환자에서도 과도한 음주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GLP-1을 사용한 비만 환자에서 1년 후 알코올 사용장애의 재발 위험이 절반을 넘겨 56% 줄어들었다.
'GLP-1유사체' 확보 나선 국내 제약사들
이에 국내 제약사들도 GLP-1유사체 도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의약품 제조업체 HK이노엔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와 GLP-1유사체 ‘에크노글루타이드(XW003)’의 국내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라이선스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HK이노엔은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에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외에 출시 후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지급하고,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게 됐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현재 중국에서 제2형 당뇨 및 비만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앞서 중국과 호주에서 진행된 2상에서 혈당 강하 및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다. 앞으로 HK이노엔은 국내에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제2형 당뇨 및 비만 3상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같은 달 한독도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를 국내에 도입했다. 인도 소재의 바이오 제약사 바이오콘(Biocon)과 리라글루티드 성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해당 계약으로 한독은 해당 비만 치료제의 국내 허가 및 판매‧유통을 담당하게 됐다. 이외에도 △한미약품 △광동제약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일동제약 △인벤티지랩 △디앤디파마텍 △펩트론 △고바이오랩 등 10여 곳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미약품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 1월 국내 3상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목표 임상 종료 시점은 오는 2026년 상반기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향후 3년 내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 △디앤디파마텍 △고바이오랩 △일동제약 등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원제약 △광동제약 △동아에스티 등은 패치형 마이크로니들 제형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