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AI MEMO] AI 혁신의 이면, 고용 불안이 경기 둔화로

[AI MEMO] AI 혁신의 이면, 고용 불안이 경기 둔화로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AI 확산 속 채용 축소·청년층 취업 경로 위축 우려 확대 
생산성 향상에도 소비 둔화 부르는 ‘AI 외부효과’ 부상
재교육·정보 공개·고용 유지 중심 새 노동정책 요구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인의 3분의 2 이상이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답했다. AI를 고용 불안 요인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업 내부의 신기술 도입에도 경계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AI의 위험은 단순히 일부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용 불안이 확산될수록 가계는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채용과 투자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성 지표는 개선되더라도 실물경제는 오히려 둔화되는 ‘AI 역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

대량 해고보다 먼저 나타난 채용 축소 충격

지금까지 AI와 일자리를 둘러싼 논쟁은 생산성 향상과 신규 일자리 창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 그리고 기술 발전이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구도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두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AI는 노동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지만, 동시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규모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비용 효율 개선 효과가 크지만, 채용 축소와 임금 둔화가 이어질 경우 지역 자영업자와 지방 재정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초기 데이터 역시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문서 작성과 코딩, 고객 서비스(CS) 분야 실험에서는 AI가 특히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급 인력도 단기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기술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확인됐다.

반면 노동시장 조사에서는 신중하게 봐야 할 신호들이 포착된다. 기업 현장의 AI 도입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AI 도입을 이유로 직접 인력을 줄였다고 답한 기업 비중은 높지 않았다. 대신 상당수 기업은 신규 채용 축소와 기존 인력 재교육을 우선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AI 충격이 대량 실업이 아니라 채용 감소와 노동시장 진입 축소 형태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청년층과 초급 사무직은 취업 기회 자체의 축소라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올해 조사에서는 청년층과 저소득 노동자를 중심으로 AI에 대한 비관론이 낙관론을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대중은 기술 자체보다 변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노동시장과 경제 시스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생산성은 늘었지만 소비는 줄어드는 경제

전통 경제학의 생산성 이론은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 증가가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후생을 높인다는 전제를 기초로 삼는다. 다만 이런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이 임금과 소비로 다시 연결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소득 대부분을 소비에 사용하지만, 기업과 자산 보유층은 상대적으로 저축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자동화 확산으로 국민소득의 중심이 노동소득에서 자본소득으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 소비 둔화와 총수요 위축 압력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AI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외부효과로 꼽힌다. 기업은 AI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과 수익 개선 효과를 빠르게 반영하지만,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과 지역경제 부담까지 함께 고려하지는 않는다. 실제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AI 투자와 도입 속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인력 효율화와 노동시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15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10명 수준으로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고 기술 도입 자체를 막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으며, 선진국일수록 노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상당수 직무가 완전 소멸보다 업무 구조 재편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AI 충격은 과거 제조업 자동화와 달리 금융과 보험, 전문 서비스, 미디어 등 도시 기반 화이트칼라 직군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주: 자동화는 기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노동자 소비가 줄어들 경우 경제 성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전환기 핵심 과제로 떠오른 직무 전환 교육

AI 충격이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기 시작됨에 따라 노동자가 기존 업무에서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체계 구축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 번 익힌 기술로 평생 일하는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교육기관과 기업 역시 의료와 법률, 디자인,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도구를 활용하고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실무 역량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맥락 이해와 소통 능력, 윤리적 판단처럼 인간 고유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 체계 전반의 재편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재교육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직무가 자동화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어떤 기술이 노동자의 직무 이동과 경력 전환에 도움이 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 구축도 선행돼야 한다. 또한 AI가 창출한 생산성 이익 일부를 노동자 전환 지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보험과 유급 재교육 휴가, 개인 기술 계좌, 기업 매칭 펀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콜센터와 사무직 노동자가 실직 이후 지원을 받는 것보다 재직 단계에서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지원하는 편이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 노동자들은 AI 도입 자체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 준비 체계를 더 원한다.

커지는 노동시장 재편 압력

노동시장 충격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도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화정책과 단기 재정 부양만으로는 AI가 촉발한 구조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책은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사라지는 직무를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 혁신의 속도만큼 노동 전환 비용을 사회 전체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우선 거론되는 과제는 기업의 정보 공개 확대다. 대기업들은 AI 도입 과정에서 고용 규모 변화와 채용 축소 여부,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현황 등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는 노동시장 충격을 조기에 포착하고 정책 대응의 시차를 줄이기 위한 데이터 확보 차원이다.

정책 방향 역시 단순한 생산성 확대보다 고용과 소비 유지에 무게가 실리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공공조달 과정에서도 고용 안정과 직무 전환을 병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세제 지원 역시 재교육 투자와 노동자 재배치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이익이 소비와 신규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총수요 위축과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전반에 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AI 발전 속도에 불안을 느끼는 대중 역시 단순히 기술 자체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제도와 노동시장 구조가 준비돼 있는지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이나 단기 경기 부양책만으로 대응하기에는 구조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과거 대비 훨씬 크다. 따라서 노동시장 위축이 장기화하기 전에 재교육 인프라 확대와 기업 정보 공개, 소비와 고용 기반 유지를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Job Market Needs a Demand Policy, Not a Rescue Myt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