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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대만 안보 보장, 전략적 모호성의 한계 드러나

[딥폴리시] 대만 안보 보장, 전략적 모호성의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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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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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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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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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 방어 의지 불확실성 커지며 안보 불안 확대
中 군사 압박 일상화, 대만해협 억지력 시험대
韓·美·日 공조 강화·대만 자강론 필요성 부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대만 사회에서는 중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실제로 상황을 바꿀 만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미국의 대만 안보 보장은 명확성과 전략적 모호성 사이의 균형 위에서 유지돼 왔다. 미국은 직접 개입을 명문화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에는 군사 행동 시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방식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억지력은 약해지고, 오히려 중국이 미국과 동맹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려는 유인을 제공할 뿐이다. 실제로 미국의 신뢰가 흔들릴 경우 대만 내부 결속과 동맹 차원의 대응 체계, 중국의 전략적 판단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만 안보 불안으로 인해 흔들리는 억지력

과거 대만 문제는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과 무기 판매, 해군 배치 등 이른바 ‘레드라인(핵심 이익)’ 관리 차원의 사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대만 사회는 미국의 소극적 태도와 한국의 제한적 관여 가능성, 일본의 신중론, 중국의 압박 강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상황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대만 유권자들이 결국 자신들이 고립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총성이 울리기 전부터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만의 안보 환경은 다른 동아시아 민주국가들과도 성격이 다르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연합작전 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개입을 전제로 안보 전략을 구축해 왔다. 일본 역시 전략적 위치와 해군력,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대만보다 직접 침공 위험이 낮은 국가로 평가된다. 반면 대만 내부에서 미국과 일본의 실질적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며 한국은 한반도 방어에 집중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대만이 동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일본 역시 대만 유사시에 개입할 전략적 이해관계를 안고 있다. 일본 최남단 도서 지역은 대만해협과 인접해 있으며,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일본 내 기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할 경우 일본의 안보 환경 역시 직접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군사 개입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른다. 일본은 법적·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으며 한국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한국의 최우선 안보 과제는 여전히 북한이다. 미국에 대한 기지 제공이나 군수 지원은 가능하더라도 대만 문제로 중국과 직접 충돌할 경우 북한과 중국이라는 이중 안보 위협에 동시에 직면하게 된다.

주: 대만의 기대치와 미국의 실제 개입 가능성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직접 군사 개입 여부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대만해협 억지력 역시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중 군사 구도의 변화

대만 사회 내부의 회의론은 이미 안보 보장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전쟁 발생 시 미국이 실제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낮게 보는 대만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대만민의기금회(TPOF) 조사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침공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정 응답이 긍정 응답을 웃돌았다. 또 다른 조사인 ‘2025 대만 국가안보 연구 조사’ 역시 미군 파병과 무기 지원, 비군사 지원, 무대응 등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에 대한 불안감이 확인됐다. 여론조사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만 사회가 이미 ‘방기 가능성’을 현실적 위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억지력 측면에서 가볍게 보기 어려운 신호다.

전략적 모호성은 압도적 군사력이 뒷받침될 때만 효과를 발휘한다. 본래 이 정책은 대만에 무조건적인 안보 보장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오판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됐다. 미국은 직접 개입을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무력 사용 시 미국의 대규모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판단해 왔다. 미국의 국력이 압도적이었고 중국의 군사 역량이 제한적이던 시기에는 이러한 구조가 일정 부분 작동했다.

그러나 현재의 군사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중국의 국방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대만 인근 군사 활동과 중간선 침범, 회색지대 작전도 2021년 이후 한층 강화됐다. 중국은 이를 통해 군의 실전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고 대만의 대비 태세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동시에 포위 압박을 일상화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대응 수준을 반복적으로 시험하면서 군사적 긴장도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양상이다.

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 장기화 속에서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 요격체계 재고 부족 문제를 드러냈다. 각종 전쟁 시뮬레이션에서는 미국이 일정 기간 이후 핵심 군사 자산을 상당 부분 소진할 수 있으며, 이를 다시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의 침묵은 과거처럼 강한 경고 신호라기보다 역량 한계를 노출하는 징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가장 큰 위험은 안보 신뢰의 점진적 약화에 있다. 미국이 무기 판매를 협상 카드처럼 활용하거나 정치권 일각에서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대타협’ 대상으로 언급하기 시작할 경우 안보 보장의 신뢰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무력 사용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군사적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지게 된다. 모호한 신호와 엇갈린 메시지가 중국의 전략적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주: 중국의 대만 공중 압박은 일상적인 군사 압박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실제 충돌 이전부터 대만 사회의 불안과 피로감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만 자강론과 동맹 공조 강화 필요성

그렇다고 중국의 군사 압박이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 역시 대만 침공이 가져올 막대한 부담과 위험을 외면하기 어렵다. 대만해협을 건너는 상륙 작전 자체가 극도로 어려운 군사 작전인 데다 대만 봉쇄만으로도 세계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또한 대만의 핵심 반도체 산업을 파괴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장악하는 쪽에 더 큰 이해관계를 두고 있다. 억지력이 무너지는 이유는 상대가 승리를 확신해서만은 아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분열돼 있거나 대응 속도가 늦을 것이라는 판단이 형성되는 순간 억지력은 급격히 무너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만해협의 안정을 유지하려면 대만 내부의 사회적 안정성과 동맹국들의 군사 대비 태세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안보 보장 역시 공동 책임 체계로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대만이 미국 선거나 일본 정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민방위와 예비군 체계, 에너지 안보, 사이버 방어, 항만 보안 역량은 자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최근 대만이 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국방예산 확대에 나선 점은 긍정적 변화로 평가된다. 또한 미국과 한국, 일본 역시 더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해야 한다.

대만해협 억지력 유지 조건

가장 큰 위험은 대만 사회 내부의 신뢰 약화다. 대만 시민들 사이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위기 상황에서 충분히 대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질 경우 체념과 순응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대만인은 중국의 지배를 원하지 않지만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정치·사회적 타협 여론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는다.

중국 역시 이러한 심리적 균열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데 주력해왔다. 대만 사회의 회복력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체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경우 군 개혁 동력은 떨어지고 지원병 감소와 허위 정보 확산, 정치적 분열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 자체가 전략적 성과가 될 수 있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안보 보장은 사실상 유지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대비 태세와 실행 가능한 대응 역량이다. 2,300만 대만인은 민주주의 진영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대만해협의 평화는 침묵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중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할 수준의 신뢰 가능한 억지력과 준비 태세가 구축될 때, 평화는 비로소 담보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iwan’s Security Guarantee Is Now a Test of Deterrence, Not Sympath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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