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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사실상 무산? 티몬·위메프 사태가 몰고 온 '이커머스 혹한기'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사실상 무산? 티몬·위메프 사태가 몰고 온 '이커머스 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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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지분 스왑' 방식으로 인수하려던 오아시스, 관련 논의 '정지'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지분 스왑 관련 시장 인식 악화해
이커머스 업계에서 등 돌리는 투자자들, 매각·투자 유치 비상
11st 20240812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방안이 사실상 무산됐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큐텐(Qoo10)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지분 스왑' 방식 M&A(인수합병)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진 결과다.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사태의 여파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차후 매각·투자 유치 등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오아시스, 11번가 인수 사실상 무산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 관련 논의는 멈춰선 상태다. 최근 오아시스는 11번가 지분 전량을 사들이는 방안을 타진해 왔다. 현재 11번가의 지분은 SK스퀘어가 80.26%를,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 이하 나일홀딩스)이 18.18%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SK스퀘어가 18.18%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하며 매각 권한은 나일홀딩스 측에 넘어간 상태다.

당초 오아시스는 지분 맞교환 형태로 11번가 경영권 인수를 기대했다. 자사 주식과 물류 관계사인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꾼 뒤, 상장을 통해 나일홀딩스가 현금을 엑시트(투자금 회수)해가는 구조다. 하지만 나일홀딩스는 이 같은 제안에 난색을 보였다. 나일홀딩스의 11번가 투자 기간은 현재 5년을 경과한 상태로, 엑시트가 필요한 시점에 지분 스왑을 통해 투자 기간을 연장할 경우 나일홀딩스에 돌아오는 실익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분 교환 대상에 포함된 루트가 지난해 46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오아시스 측의 FI(재무적 투자자) 사이에서도 반대가 이어졌다. 연간 영업손실이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적자 기업 11번가가 향후 상장 추진 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지어소프트는 주가가 전적으로 오아시스 이슈에 의해 움직이는데, 11번가 인수 얘기가 나온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11번가 인수에 대한) 여론이 썩 우호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Tmon wemakeprice 1 20240812
위메프와 티몬 본사 전경/사진=각 사

티몬·위메프 사태도 '악재'

시장에서는 양사의 인수 논의가 멈춰선 또 다른 원인으로 최근 벌어진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지목한다. 해당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지분 스왑 방식의 M&A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큐텐은 지난 2022년 티몬을 인수할 때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미국계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보유한 티몬 지분 전량을 큐텐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을 사용한 바 있다.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할 때 역시 큐텐 대주주인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지분과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교환했다.

큐텐의 이 같은 '무자본 M&A' 전략이 성립한 이유는 티몬, 위메프 등의 투자자들이 간절히 지분 매각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년 티몬 주주가 된 KKR과 앵커PE는 티몬의 경쟁력 저하로 인해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티몬의 기업가치가 ‘제로(0)’에 가깝다는 혹평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위메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IMM인베스트먼트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큐텐이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M&A를 이어가자, 업계에서는 큐텐이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키워 미국 증시(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문어발'식 인수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큐텐은 여론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M&A를 이어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큐텐은 지난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며 "업계에서는 큐텐이 위시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등 계열사 현금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불씨는 큐텐의 무리한 M&A에서 시작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먹구름 낀 이커머스 매각·투자 시장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에 여타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각·투자 유치 계획 역시 암초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일례로 투자 유치에 나선 신세계그룹(SSG닷컴)의 경우, 지난 2019년과 202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로부터 IPO(기업공개)를 전제로 1조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SSG닷컴은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상장에 실패했고, FI의 엑시트를 도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 6월 양측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대신 FI가 보유 중인 SSG닷컴 주식을 올해 말까지 제3자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당장 투자에 나설 제3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SSG닷컴이 증권사들과의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 TRS) 계약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다수의 증권사와 은행으로 구성된 클럽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오아시스와의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11번가 역시 궁지에 몰렸다. 11번가 측은 올해 2월 △신세계 △CJ △롯데 △큐텐그룹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과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모든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상태다. 지난 2019년 2조원을 호가하던 기업가치는 매각 작업을 거치며 1조원까지 미끄러졌다. 현재 업계는 11번가의 몸값이 FI들이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하한선인 5,000억원대까지 하락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IPO 재도전 의사를 밝혔던 컬리와 오아시스도 티몬·위메프 사태의 역풍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몸값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자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연기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만큼, (컬리와 오아시스가) 상장에 재도전한다고 해도 역시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의 마음이 떠나며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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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 시대 저무나" 美 기업들 또 감원 칼바람, 임금 인상도 주줌

"고임금 시대 저무나" 美 기업들 또 감원 칼바람, 임금 인상도 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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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들, 경기 둔화 흐름에 신속 대응
WSJ “고임금 시대의 종언” 분석
해고 삭풍에 美 사무실 공실률 사상 최고
restructuring USA TE 20240812

최근 미국 고용시장의 위축 신호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선제적인 감원 조치에 돌입했다. 뛰어난 노동시장 유연성을 자랑하는 미국은 그간 기업들이 선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다가오는 경기 상황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주도권이 근로자에서 고용주로 전환되는 최근 흐름과 맞물려 팬데믹 이후 두둑했던 ‘고임금 시대’가 저물고 있는 모습이다.

테슬라·시스코·스텔란티스 등 감원 칼바람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올해 두 번째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지난 2월 4,000명을 줄인 데 이어 이번에도 수천명대 감원이 예상된다. 지난 2∼4월 매출이 1년 전 대비 12.8%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에 따른 인원 감축이다.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도 같은 날 최대 2,450명의 미 공장 근로자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연말 미시간주 공장에서 구형 픽업트럭 생산이 중단되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일에는 미국의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글로벌도 스카이댄스 미디어와의 합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감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미국 내 인력 15%에 해당하는 2,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감원 행렬에 나선 바 있다. 구글은 지난해 1월 전 직원의 약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아마존(1만8,000명), 메타(1만1,000명), 마이크로소프트(1만 명)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줄지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해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선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기업 전반이 고용을 줄이는 분위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실업률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달 4.3%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올해 1월(3.7%) 대비 0.6%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면서 임금 인상폭도 크게 줄었다. 고용주 자문 업체 WTW가 올해 2분기 1,900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금 인상폭 중간값은 4.1%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4.5%) 대비 0.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내년도 임금 인상폭 중간값은 3.9%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내년에도 임금 인상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팬데믹 이후 최근 수년간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로 과열됐던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분석했다. WSJ는 고용시장 둔화세와 관련해 “두둑한 급여 상승 시대(The era of hefty pay increases)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축된 채용 시장에서 고용주들이 보너스를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성과급 인상 폭을 점점 줄이는 방식으로 급여 지출을 통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ayoff VE 20240219

기술 인력들 비(非)기술 기업으로 러시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고된 기술 인력들은 비(非)기술 기업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기술면접 플랫폼 카라트(Karat)의 지난해 데이터를 보면 비기술 기업은 기술 인력 10명 중 9명을 성공적으로 채용했다. 과거 기술 인력들은 하고 있는 업무나 실험적인 새로운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지 않게 되자 경제적 수입과 승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에 비기술 기업으로 가는 인력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Karat의 조사에 따르면 기술 인재들은 비기술 기업에서 이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경력을 성장시킬 수 있고, 자신의 생각대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CNBC는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기술 인력의 60%가 올해 현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52%)대비 증가한 수치다. 비기술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있을 필요가 없어 보다 물가가 저렴한 도시에 위치한다. 이에 통근 시간이 적고 실질 생활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직업 마켓플레이스 다이스(Dice)의 CEO(최고경영자) 아트 지엘르에 따르면 기술 인력은 항공우주, 컨설팅, 의료, 금융 서비스 및 교육 산업에서 수요가 높다. 다만 기술 기업에 비해 아직 근무 환경의 유연성이 적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실리콘밸리 공실률도 증가

한편 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Wakefield)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은 34.5%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의 33.9%를 웃도는 사상 최고치다. 1년 전 같은 기간(28.1%)에 비해선 6%포인트 이상 올랐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전(5%)보다는 30%포인트 가까이 급상승했다.

공실률이 오르면서 임대료는 2015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분기 평균 호가 임대료는 제곱피트(0.09㎡)당 68.27달러(약 9만4,553원)로 1년 전 72.90달러보다 6.3% 내렸다. 최고치였던 2020년 84.70달러보다는 19.3%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자리 잡은 재택근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공실률 상승을 견인했다. 미국 빅데이터 분석전문기관 플레이서닷AI(Placer.AI)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사무실로 복귀한 RTO(Return-to-office)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샌프란시스코가 45%로 미국 주요 대도시 중 가장 낮았다. 뉴욕(77%)과 마이애미(78%), 워싱턴(67%), 시카고(57%)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국내 테크 기업 관계자는 “구글이나 메타 등 기업들은 팬데믹 후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려고 했지만 자유롭게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싶은 직원들의 반발이 커 재택근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본사 방침에 따라 한국 법인도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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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소비자 이탈 가속화, 큐텐 '양 사 합병' 카드로 정상화 노린다

티몬·위메프 소비자 이탈 가속화, 큐텐 '양 사 합병' 카드로 정상화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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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떠나 여타 오픈마켓으로 향하는 소비자들
"매각만으로는 안 된다" 큐텐, 티몬·위메프 합병 위해 신규 법인 설립
업계에서는 합병안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돼
tmon wemakeprice 20240812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11번가·G마켓 등 여타 오픈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기에 빠진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Qoo10)은 티몬·위메프 합병안을 필두로 부랴부랴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다수 소비자, 티몬·위메프 '외면'

12일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월 21일 사이 큐텐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1회 이상 결제한 이용자들의 큐텐 계열 플랫폼 결제 건수 비중은 최근 3.1%로 급감했다(지난달 22~31일 기준). 이들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전에는 티몬·위메프 플랫폼에서 전체 결제 건수 중 17.6%를 결제했다. 그 뒤를 11번가·G마켓·옥션 등 대형 오픈마켓(8.7%), 롯데온·SSG닷컴 등 백화점 플랫폼(2.2%) 등이 이었다.

하지만 이들 이용자의 11번가·G마켓 등 대형 오픈마켓 결제 비중은 미정산 사태 이후 9.4%로 0.7%포인트(p) 올랐고, 백화점 플랫폼 역시 2.3%로 0.1%p 상승했다. 반면 네이버·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결제 비중은 69.6%로 오히려 1.5%p 줄었다. 미정산 사태 이전 이들 플랫폼의 결제 비중은 71.1%에 달했다. 오성수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장은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티몬·위메프 이탈 소비자가 다른 플랫폼에서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커머스 업계 이용자 모시기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등에서 초특가 상품을 주로 구매하던 알뜰 소비자들이 유사한 성격을 띠는 오픈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실제 이들 플랫폼은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모시기'에 나선 것은 물론, 판매 수수료 인하와 광고 포인트 지원 등 셀러를 위한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판매자 역시 흡수하고 있다. 그 결과 11번가의 지난달 신규 입점 판매자 수는 전달 대비 16%가량 늘어났다. 그동안 판매자 증가율이 5% 안팎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G마켓 역시 최근 신규 판매자 유입세가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위메프 합병에 속도 내는 큐텐

소비자와 셀러가 급속도로 이탈하며 위기가 가중되자, 큐텐 측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9일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신규 법인(KCCW, K-Commerce Center for World) 설립을 신청,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양 사의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먼저 신규 법인을 설립한 후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착수하겠다는 구상이다.

KCCW는 앞으로 사업 정상화 기반 마련 및 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빠른 사업 정상화를 통해 KCCW가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완전한 피해 복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큐텐은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100% 감자하고, 구 대표는 본인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신탁한다. 이 경우 KCCW는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합병법인에는 판매자가 주주조합의 형태로 참여한다. 판매자들이 1대 주주로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판매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KCCW는 판매자 중심의 수수료 정책과 정산 정책을 도입하고 운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KCCW는 이달 9일부터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 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8월 말까지 모집한 판매자들로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후 법원에 합병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합병이 승인되면 2호, 3호 주주조합이 순차적으로 결성된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합병을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지고 내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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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사진=큐텐

"뜬구름 잡는다" 업계 비판 이어져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이 같은 계획이 '뜬구름 잡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피해 업체들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당장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미정산 대금 지급"이라며 전환사채나 주주조합 참여로 관련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미정산 사태 이후 고객과 셀러가 줄줄이 이탈하며 양 사가 사실상 플랫폼으로의 기업가치를 상실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티몬·위메프의 합병 계획이 구 대표가 과거 추진했던 티몬·위메프 인수 방식과 유사하다는 혹평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분 스왑은 큐텐이 과거 재무 구조가 불량하던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때 활용했던 방식"이라며 "이번에도 지분을 앞세워 부채 문제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의 사기·횡령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큐텐 측이 책임 회피를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티몬·위메프 사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될 때, 구 대표가 법정에서 (이번 합병 시도를 근거로) '본인은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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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경쟁 전략은 K-콘텐츠, '무빙' 등 성공 사례에 한국 시장 대규모 투자 타진

디즈니+의 경쟁 전략은 K-콘텐츠, '무빙' 등 성공 사례에 한국 시장 대규모 투자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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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투자 확대 나선 디즈니,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
디즈니 메가 IP 성과 부진한 아시아, K-콘텐츠로 출구전략 마련
일각선 "합병 등 전략 활용하는 토종 OTT는 이기기 어려울 것"
disney korea TE 20240812

월트디즈니컴퍼니가 한국 및 한국의 K-콘텐츠에 투자를 확대한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 등을 통해 K-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한 영향이다. 디즈니는 K-콘텐츠를 거듭 제작해 나감으로써 자사 OTT 디즈니+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디즈니의 전략 구상에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인 데다 최근 토종 OTT들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은 만큼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 "K-콘텐츠, 전 세계에 소구력 있어"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릭 슈라이어 월트디즈니컴퍼니 TV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부문 사장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디즈니+가 아시아 국가에서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중 단연코 K-콘텐츠가 가장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60도 관점으로 봤을 때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소구력이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콘텐츠"라며 "한국은 콘텐츠 제작과 스토리텔링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K-콘텐츠가 예상 밖의 국가와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있다고도 전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중남미에서 한국 콘텐츠의 성과에 놀랐다"며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즈니가 K-콘텐츠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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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포스터/사진=디즈니+

'무빙'이 시장 흐름 바꿨다

그간 디즈니+는 아시아 지역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디즈니+가 지닌 '마블', '스타워즈' 등 메가 IP는 아시아인에게 매니아틱한 장르로 굳어져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한국 시장에선 디즈니+ 철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 6월께 디즈니+ 한국 OTT 콘텐츠 팀이 대거 퇴사하며 해체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즈니+ 입장에선 아시아 시장에 전폭적인 투자를 할 만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단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디즈니+가 제작한 현지 콘텐츠가 줄줄이 흥행을 터뜨리면서다. 특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건 '무빙'이었다. 무빙은 공개 이후 디즈니+ 이용자 순유입 약 14만 명(모바일인덱스 기준)을 이끄는 등 디즈니+의 성장력을 끌어올렸다. 무빙으로 하여금 디즈니가 K-콘텐츠의 가치를 재확인해 볼 수 있게 됐단 의미다. 이날 슈라이어 사장이 "짧은 기간 한국에서 이뤄낸 성과는 매우 놀랍다. 무빙과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무빙을 직접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디즈니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이루는 등 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단 점도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다. 그만큼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커졌단 뜻이어서다. 앞서 지난 2월 디즈니는 4분기(회계연도 1분기) 순이익이 19억1,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 주당 1.04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기록한 주당 70센트에서 49% 늘어난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 역시 1.22달러로 LSEG(런던 증권 거래소 그룹) 집계 전문가의 전망치 99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이 기간 매출의 경우 235억5,000만 달러(약 32조3,000억원)로 전망치 236억4,0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쳤지만, 사업 영역에서 5억 달러(약 6,9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만큼 미래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약 성장한 토종 OTT들, 디즈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디즈니+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구조 전반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사업의 기반을 넓혀 두겠단 취지다. 슈라이어 사장이 직접 한국 시장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슈라이어 사장은 "향후 한국에서 대규모의 예산을 적극 투입해 최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의 투자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는 단기간이 아닌 2~3년 후를 내다보며 투자를 늘려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 경쟁력을 위해 K-콘텐츠를 키워 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디즈니+의 K-콘텐츠 투자 전략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빙 등 오리지널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내 점유율이 낮은 상황을 타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디즈니+의 이용자 점유율은 8.7%에 불과했다. 넷플릭스(39.0%), 쿠팡플레이(25.4%), 티빙(17.4%), 웨이브(9.5%)에 이어 5위 수준이다.

최근 토종 OTT들이 다양한 출구전략을 통해 고정 소비층을 모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대표적인 게 티빙과 웨이브다. 양사는 당초 경쟁 관계에 있었으나, 최근 넷플릭스의 아성에 대항하기 위해 합병 논의를 본격화했다. 두 OTT가 합병을 이루면 구독 유인 동기는 확실히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구독으로 두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서다. 양사는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국내 방송사가 보유 중인 막대한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연계 서비스를 제공, 관련 이용자를 흡인할 수 있단 것이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스포츠 중계권을 활용해 후발 주자로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시즌이 장기간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는 종영 이후 금세 화제성이 식는 오리지널 시리즈 대비 고정 시청자 확보가 수월한 편이다. 수요층 역시 탄탄하다. 고정된 시청자층이 넓은 범위에 분포하고 있어서다. 작품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요자 범주가 널뛰는 오리지널 시리즈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승부를 보고자 하는 디즈니+ 입장에선 이 '변동성'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단 점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플랫폼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및 영화는 1,700편이 넘지만, 막상 이 중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20편 정도에 그친다. 과도한 콘텐츠 제작이 관리 부실,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을 부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계정 등을 통해 콘텐츠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OTT 업계 1위에 최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넷플릭스를 두고 "볼 게 없다"는 반응이 거듭 쏟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단순 이용자 수 확대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인 콘텐츠 질 확보에 나서는 게 디즈니+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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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높은 청년 실업률 뒤에 숨은 글로벌 경쟁

[기자수첩] 높은 청년 실업률 뒤에 숨은 글로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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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백수 400만 시대
청년들의 눈 높이를 채워줄 수 있는 국내 기업 숫자 절대 부족
오히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 해외 인력들을 적극 채용해야 할 판국
청년들이 눈 높이 낮추지 않으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밀리는 현상 계속될 것 전망
사실상 '열패(劣敗)'된 인력들 포기해야 된다 지적도

올해 상반기 대학을 졸업한 후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4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었다. 이는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로, 일을 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수 있음에도 일을 할 뜻이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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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의 승자만 채용되고 채용하는 시대

인사 전문가들은 대졸자들의 취업 포기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기업들 중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로 매출액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 숫자 대비 국내 근로가능인력의 숫자가 터무니 없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한국 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기업들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급여, 복지, 사원들의 자부심 등을 경쟁할 수 있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한국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에 맞게 기대 수준을 낮춰 취업하려 하지 않는만큼, 글로벌 상위권 경쟁력을 갖춘 일부 기업들이 아니면 인력 부족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기업과 구직자 간의 '매칭(Matching)'이 일어나지 않는 노동 시장이 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노동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런던정경대학(LSE)의 크리스토퍼 피사리디스(Christopher Pissarides) 교수에 따르면 기업과 구직자 각각이 다양한 요구 조건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서로 간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노동 시장의 '경제학적 균형(Equilibrium)'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획일적이고 암기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동질성(Homogeneity)이 높아 피사리디스 교수가 주장하는 '이질적 매칭(Hetergeneous Matching)'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피사리디스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의 동질적 인종 구성 및 집단 문화가 강한 지역에서 자신의 노동 시장 균형 모델이 맞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가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한국의 동질성이 결합된 탓에 속칭 '한 줄 세우기' 문화에 따라 대기업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지고 경쟁 낙오된 인력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청년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대졸 백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제경제학에서 지적하는 자본, 노동의 국제적 이동이 심화되는 시대

국제경제학자들은 자본과 노동의 국경 이동이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일찍부터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 공장을 세웠던 것 이상으로 재택근무 문화로 인한 노동력도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국 내의 개발자 팀을 해체하고 인도에서 약 1/3 ~ 1/4의 비용으로 다시 팀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IT개발자들을 채용해왔다. 미국 명문대 컴퓨터 공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인재들은 연봉 12만 달러 내외로, 석사 및 박사 학위자들은 15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대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의 IT개발 인력들은 대개 연봉 7만 달러에 업무를 시작했고, 자연계열(STEM) 전공자들에게 최대 3년의 연수 비자가 주어지는 점을 이용해 3년 정도 저렴한 인력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국내 기준으로는 높은 연봉으로 보이지만, 캘리포니아 일대의 생활비를 감안하면 단칸방을 공유하면서 살아야 하는 저(低)연봉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IT인력들은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구글, 페이스북 등의 주요 빅테크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덕분에 캘리포니아 일대의 커뮤니티 칼리지들은 미국 타 주(州)와 달리 학생 수급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인도 현지에서 개발팀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인도 남부의 타밀 나두(Tamil Nadu) 현지에서 재택근무 형식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에 IT개발자로 채용된 한 인도인의 면접 후기에 따르면 1개월간 단순한 O/X 테스트부터 서버 문제 발생시 대응 속도 및 방법 등을 모두 따지는 꼼꼼한 면접을 거쳐 채용이 됐다. 해당 개발자의 연봉이 3만 달러(약 4천만원)에 불과한 것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는데, 국내 IT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면접 중에 받은 과제의 수준과 대응 내용, 속도 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채용이 매우 어려운 최상위권 인재인만큼 연봉 1억을 불러도 채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한국에서는 그 정도 인재라면 콧대가 굉장히 높아 1달에 걸쳐 복잡한 과제들을 다 할 가능성도 낮고, 국내 기업들도 그렇게 복잡한 과제를 낼 수 있을만큼 준비된 곳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력 채용, 매출 창출하는 기업들, 글로벌 경쟁력 갖춘 인재들만 살아남게 될 것

한 때 개발자가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군이라고 인력이 몰리기도 했었으나, 국내 IT기업들도 한국보다 인도에서 고급 인재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내부 역량을 끌어올려 단계적으로 채용 시장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미 LG CNS는 인도 현지 채용된 개발 인력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데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한 때 15명에 달하던 국내 개발팀을 해체하고 인도 및 동유럽 현지 팀을 필요할 때마다 프리랜서 형태로 채용 중이라는 한 IT스타트업 관계자는 월 1억에 가깝게 나가던 인건비 항목이 연간 1천만원 내외로 줄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로 한계가 있는 업무의 경우,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국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은 지난 2015년부터 해외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해 지난 2022년 기준 전 인구의 15%가 외국인이 될만큼 글로벌화가 진행됐다. 국내 스타트업을 접고 독일 베를린에서 2021년에 재창업을 했다고 밝힌 A씨는 외국인임에도 독일 정부에서 차별없이 지원금을 받고 있고, 한국 기업들과 달리 독일 및 유럽 기업들이 해외 인재들이 만든 상품을 이용하는데 적극적이어서 영업 활동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독일 및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동유럽, 최근들어서는 남유럽에서도 IT개발자들을 채용하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절감이 이미 10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신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 및 노동 시장 모두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대졸 백수'들도 시야를 빨리 낮추지 않으면 해외 인력들에게 일자리를 모두 뺏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쉽고 편한 일자리만 찾으려는 MZ세대를 채용하다 지쳤다는 어느 편의점 점주가 최근 무인점포로 점포를 개조하게 된 이유를 밝힌 것이 인터넷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미 몽고, 구소련 지역, 아랍 등에서 온 인력들이 건설 인력의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밀리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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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금융당국 AI 활용, 양날의 검 되지 않게 조심해야 ②

[해외 DS] 금융당국 AI 활용, 양날의 검 되지 않게 조심해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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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게 주어진 과제,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언제든 규제할 수 있다는 신호 보내서 AI 견제해야
자체 AI 개발하기 어려운 점 인정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AI 활용해야

[해외 DS] 금융당국 AI 활용, 양날의 검 되지 않게 조심해야 ①에서 이어집니다.

White Paper On A Vintage Typewriter
사진=Pexels

앞서 금융당국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AI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살펴봤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면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잘못 활용하면 금융 위기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당국은 민간 금융 기관에 비해 AI를 개발하는 데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민간 금융 기관은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많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러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할 수 있을까?

금융당국,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 보내는 게 중요해

다행히도 당국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네 가지 방안이 있다. 첫 번째로 AI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칙’을 미리 만드는 방법이다. 기존에 당국은 금융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으로 금리 인상과 같이 재량적 개입을 선호했다. 그러나 AI의 빠른 반응 속도 때문에 이와 같은 방법은 AI가 만연한 상황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느린 대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금융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해진 규칙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하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AI가 인지한다면, 그 이상으로 가격이 하락해야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당국은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AI와 마찬가지로 시장 참여자들도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받아들이면 섣불리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국은 실제로 자금 시장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개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금융 AI를 직접 개발하는 방법이다. 당국은 금융 시스템을 직접 모니터링하기 위해 자체 AI를 개발할 수 있다. 당국이 데이터 공유의 법적, 정치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국은 기밀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체 AI를 개발하면 금융 시스템에 더욱 포괄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관과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AI 활용해야

세 번째는 AI 간 연결하는 방법이다. AI와 AI를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 민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연결 체계를 통해 당국은 다른 당국은 물론 민간 AI와 직접 통신할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AI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API 통신 ‘표준’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통일된 표준이 있어야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다. 당국에서는 이 같은 표준이 생기면 AI를 규제하기 더욱 쉬워진다. 당국이 미리 정의한 규제 표준과 모범 사례에 따라 민간 AI를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간 연결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금융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다. 당국은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구제금융과 유동성 투입 등을 고려한다. 여러 방안을 시뮬레이션한 후 제일 나은 선택지를 고르는데,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민간 AI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 기관과 민간 기관이 서로 돕는 민관 협력을 맺는 방법이다. 당국은 민간 AI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힘든 점을 인정하고 민간 기관과 협력하여 민간 AI에 접근할 수 있다. 당국이 자체적으로 AI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를 받아야 하며 운영 방식에 커다란 개편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국이 자체 AI를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따라서 신용 위험 분석, 사기 탐지, 자금 세탁 방지 등 금융 규제 분야에서 이미 보편화된 ‘민관 협력’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은 기술을 독점적으로 유지하고 당국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므로 제대로 된 협력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AI 활용에 도사리는 실질적인 문제들

당국은 위에서 제시한 방안들을 구현하지 못할 기술적 이유는 없으나,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데이터와 주권 문제다. 당국은 지금도 데이터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기업이 데이터와 AI 기술을 지식재산으로 소유하여 보호하고 있어서 이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당국은 기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제대로 된 민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다음으로 과도한 위험을 초래하는 AI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것이다. 정책적 대응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위험한 AI를 일시 중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AI가 일시 중단되면 그에 따른 여파를 예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히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AI, 양날의 검 되나

금융 시스템에서 AI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면 현재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계에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AI는 금융 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 당국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당국이 AI에 너무 보수적으로 대응하면 AI는 민간 시스템의 전유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국은 민간 AI를 규제하기 어려워지고 금융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반대로 당국이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금융 시스템이 안정되고 금융 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민관 협력을 구축하고 자체 AI를 개발하며 이를 통해 AI 간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국은 금융 위기 시 대응 방안을 시뮬레이션하는데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 위기가 와도 이전보다 빠르게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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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AI 발전이 노동소득 비중 줄인다? 데이터 따져보니

[딥테크] AI 발전이 노동소득 비중 줄인다? 데이터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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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선진국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 비중 점차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
소프트웨어 발전이 기업 이익 내 노동소득 비중 줄여
무형자산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제시해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선진국의 국민소득 내 노동소득 분배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 중 노동자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업정보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자본이 노동과 어떤 상호작용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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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유형자본과 무형자본 나눠 분석하자 달라진 결과

연구진은 우선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기업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본과 인간의 노동이 서로 대체재 관계이며, 자본의 값이 떨어진 게 노동에 대한 수요를 낮췄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 같은 주장은 자본 가격 변동과 국민 소득 내 노동소득 비중 변화의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자본이 노동이 보완재 역할을 한다는 많은 미시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충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이에 연구진은 자본을 유형자본인 기계 장비와 무형자본이자 지식자본인 소프트웨어로 분리해 두 가지 자본이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노동과 상호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의 반복 업무 등을 대체할 기계 같은 유형자본에 투자할 때와 반복 업무는 물론, 인간이 할 수 있는 인지 기능 업무까지 해내는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때 노동소득 분배율 변화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다. 연구진이 사용한 한국의 법인 데이터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별도의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관리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가설을 입증하는 데 쓰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우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패턴에 주목했다. 먼저 기업들의 패널 데이터 회귀분석은 기업의 소프트웨어 집중도가 노동소득 분배율을 낮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반대로, 기업들의 장비 집중도는 같은 상황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두 번째로, 지역 단위 분석에서도 소프트웨어 구입을 위한 지출 비중과 지역 임금 사이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장비 지출 비중과 임금 사이엔 관계성이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 이어 데이터를 세분화해 소프트웨어와 장비, 노동의 대체 탄력성(elasticity of substitution)을 미시 및 거시 수준에서 재분석했다. 이를 위해 제조공장과 기업 패널 분석 데이터를 사용했고, 서비스 부문의 고용률과 최저임금 데이터를 변수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장비와 노동이 보완재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소프트웨어와 노동은 서로 대체재라는 결론이 새롭게 도출됐다. 단기적으로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새로 도입하고 나면 기업 내 인간 노동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원가와 판매가의 차이(markup, 마크업)로 인한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기업이익 중 노동소득의 비중은 감소한다. 이어 마크업이 크고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 기업은 점차 소프트웨어 집약적으로 성격이 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기업들은 소프트웨어가 발달하고 가격이 싸질수록 생산성이 좋아진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수익이 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낮아진다.

아래 그래프는 소프트웨어와 장비의 가격 하락이 전체 노동소득 분배율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왼쪽 이미지는 소프트웨어 값이 떨어지면 기업 내 대체되는 요소가 생기고 마크업이 증가하면서 전체 노동소득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오른쪽 이미지가 보여주듯 장비 가격의 하락은 노동소득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장비와 노동은 보완재인 만큼 한쪽의 하락이 다른 쪽에 대한 수요를 늘려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상쇄됐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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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기술 변화가 노동소득 분배율에 미치는 영향/출처=CEPR

소프트웨어 집약적 산업에서 노동소득 분배율 떨어지는 경향

1990~2018년 사이 한국에선 노동소득 분배율이 부쩍 떨어졌는데, 전체 감소 비율의 4.4%포인트가 소프트웨어의 질이 올라간 덕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로 인한 소득 분배율이 올라가는 것만 고려하면 소프트웨어가 마크업 증가에 기여하는 영향을 포착하지 못할 수 있고,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배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술의 발전과 시장 지배력, 소득 분배 등과 관련된 토론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더한다. 소프트웨어의 급부상으로 상당 규모의 자본이 마크업이 높고 노동 점유율은 낮은 대기업들에 재분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선행연구에서 포착됐다. 소프트웨어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개념은 산업과 직업군에 따른 노동소득 분배율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지난 2000년 들어 노동소득 분배율이 빠르게 감소했는데, 이 경향은 소프트웨어 집약적인 산업에서 더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노동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미국 데이터를 예비 분석한 결과에서 소프트웨어는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모두의 대체재로 기능했다. 그러나 장비는 노동자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 보완재로 작용했다. 다만 노동력 대체 탄력성은 고숙련 근로자에게서 더 적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숙련도와 임금 불평등 문제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향후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챗지피티(ChatGPT)와 생성형 인공지능 등이 격변을 일으키기 전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매우 강력한 소프트웨어의 일종으로 본다면, 소프트웨어가 노동을 대체하는 경향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셈이다. 소프트웨어가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는 건 한층 더 중요해졌다. 무형자산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시장 지배력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기존의 노동과 자본 이분법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현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강조하며 노동소득 분배율 감소의 배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했다. 자본을 소프트웨어와 장비 자본으로 구분 지음으로써 노동과 자본간 대체 탄력성에 대한 미시적 해석과 거시적 해석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노동소득 분배율과 마크업에 대한 최근의 경향성을 더 이해하고, 잠재적으로 더 구체적인 정책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문의 저자는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Software’s impact on labour’s income share: New evid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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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드라마 효과" CJ ENM, 2분기 흑자 기조 굳혀

"프로야구·드라마 효과" CJ ENM, 2분기 흑자 기조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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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가입자 증가·FS 딜리버리 확대 등 힘입어 성장 가속화
커머스 사업도 원플랫폼2.0 전략 순항하며 영업이익 견인
하반기 실적도 청신호, 분기 손익분기점 돌파 기대
CJ ENM 001 TE 20240809

CJ ENM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미국 스튜디오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의 손익 개선 기조를 이어갔다. 티빙은 한국프로야구(KBO) 중계로 유료구독자 수를 끌어올렸고, 피프스시즌은 콘텐츠 제작·유통을 확대했다.

2분기 매출 1조1,647억, 영업익 353억원

8일 CJ ENM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1,6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35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특히 매출 비중이 큰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실적 개선이 뚜렷했다. 엔터 매출은 7,9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커머스 부문 매출은 3,719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어났다.

엔터 부문에서 2분기 티빙의 유료가입자 수는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40만 명을 넘었다. 지난 분기 대비 약 49만 명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티빙의 매출은 1,07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 늘어났다. 영업손실은 117억원으로 적자를 줄였다. 티빙은 지난 2020년 연간 61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3년 1,402억원까지 적자 규모를 키웠지만 올 1분기에는 영업손실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분기 티빙의 실적개선에는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드라마의 흥행과 2024 KBO 중계가 영향을 미쳤다. 티빙은 약 1,300억원을 투자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간의 KBO 디지털중계권을 확보했다. 티빙은 하반기에 오리지널 콘텐츠 '우씨왕후'와 야구·농구·테니스 등 국내외 해외 스포츠를 통한 매출 성장에 집중한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KBO 시즌이 끝나는 시기에 (이용자 이탈)방어를 위해 콘텐츠 확보 전략을 마련해 놨다"며 "추가로 야구팬이 즐길 스포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프스시즌은 2분기 매출 1,5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06%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억원이다. CJ ENM은 2022년 9,300억원에 피프스시즌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9,000억원을 차입했다. 이후 피프스시즌은 분기마다 적자를 기록해 인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CJ ENM은 피프스시즌이 하반기에도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확대해 손익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온스타일도 호실적, '파격' 생존 전략 주효

CJ ENM 커머스부문인 CJ온스타일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275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7.1% 성장했다. 매출은 3,719억 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액이 전년 대비 108% 신장,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중심의 '원 플랫폼 2.0'가 순항하며 신규 라이징 브랜드 소싱력 등 플랫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영향이 크다. CJ온스타일은 TV(CJ온스타일)·온라인(CJ몰)·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를 통합하는 원플랫폼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TV 시청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 라방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 CJ ENM은 CJ온스타일의 모바일 라방 담당 산하 조직에 편성팀·마케팅팀·신규채널기획팀도 신설했다. 종전에 모바일 라방 조직엔 기획팀과 제작팀만 있었지만 기능을 세분화해 조직 규모를 두 배 키웠다.

모바일 앱도 개편했다. 앱 개편의 핵심은 1분 안팎의 숏폼(짧은 영상)을 앞세운 것이다. 숏폼을 화면 최상단에 배치해 주목도를 높이고 숏폼 전용 공간도 만들었다. ‘오늘의 추천 숏츠’를 누르면 숏폼 플레이어를 통해 상품 목록이 뜨는 방식이다. 아울러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숏츠 등 SNS처럼 영상을 모아볼 수 있는 피드탭도 신설했다.

CJ온스타일은 라방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TV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성동훈 CJ온스타일 e커머스사업부장은 “전 채널을 결합해 각 브랜드사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원플랫폼 2.0 전략의 올해 핵심은 모바일”이라며 “TV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영상으로 쇼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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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효과도 기대

CJ ENM이 예상보다 빠르게 실적을 회복해 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하반기 분기 손익분기점 돌파와 연간 흑자 전환도 점치고 있다. 여기에 향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보다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양사의 합병 관련 협상은 마무리 단계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 6월 월간 사용자 수(MAU)는 1,096만 명, 티빙은 73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티빙의 MAU는 올해 1월부터 매월 상승 추세로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달 432만 명으로 집계됐다.

티빙과 웨이브가 결합 시 1,170만명의 이상 이용자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를 뛰어 넘는 수치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으로 출범할 OTT 합병법인이 넷플릭스 대항마로 부상한 배경이다. 더욱이 양사의 결합은 글로벌 OTT에 반격할 만한 콘텐츠 경쟁력 보유 등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OTT 업계에서 의미가 크다. 한 OTT 관계자는 “국내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기업들이 주주로 결집되고, 양질의 콘텐츠 수급을 비롯해 통신서비스 결합 마케팅 등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며 “이를 기반으로 컨텐츠 투자, 글로벌 진출 등 경쟁력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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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악화 일로, 업황 부진·실적 악화에 자산 매각도 지지부진

롯데케미칼 악화 일로, 업황 부진·실적 악화에 자산 매각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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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롯데케미칼 영업손실 60.80% 상승, 누적 적자만 1,000억원 이상
FCF 개선 등 실적 개선 노력 이어왔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어려울 듯"
현금 유동성 여력 축소, 2024년 1분기 기준 순차입금비율 31.2%
lottechemical petrochemical TE 20240809

롯데케미칼이 업황 부진 여파로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이에 사업 전략에서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이어서다.

롯데케미칼 3개 분기 연속 적자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매출 5조2,480억원, 영업손실 1,11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5%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60.80% 대폭 커지면서 적자를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벌써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은 총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누적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3조원 수준으로 책정된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내년 1조7,000억원까지 축소할 방침이다. 기존 투자계획들을 순연하고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성낙선 재무혁신본부장(CFO)은 "단기 수요 회복 지연, 해상, 운송비 상승 등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컨트롤 가능한 영역에 실행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선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현 60%에서 30%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초화학 대신 정밀화학, 배터리 소재, 수소에너지 등 신사업을 육성에 주력함으로써 2030년까지 기업가치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까지 총 4조9,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 2조3,000억원 △운영 효율화 8.000억원 △투자계획 조정 1조9,000억원 등이다.

'효자 회사' LC 타이탄도 부진, 결국 매각 카드 꺼냈지만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롯데케미칼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기초화학(기초소재사업, LC 타이탄, LC USA, 롯데GS화학) 부문의 부진이 거듭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기준 이 사업 부문은 매출 3조6,069억원, 영업손실 1,3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계절적 성수기 진입 및 긍정적인 환율 효과로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됐지만 재고 평가손실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하락해 결국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이 중 특히 손해를 키우는 건 말레이시아 소재 대형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LC 타이탄이다. LC 타이탄은 당초 '효자 회사'였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매년 3,000억~5,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내줬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엔 인수가의 2.5배에 달하는 4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소재 자급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22년 분기엔 적자 전환이 시작됐으며, 지난해 한 해 동안엔 총 61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시가총액은 7,400억원대까지 추락했다. 인수가인 약 1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LC 타이탄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 관리에 집중하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적자를 이어 온 LC 타이탄을 선뜻 인수할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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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 축소에 주주 환원 정책도 실현 가능성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케미칼이 내놓은 주주 환원 정책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3,000억원가량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단 취지였지만,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은 돌연 자사주 매입 완료 시점을 오는 2026년으로 2년 연기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데 따른 조치다. 실제 2023년 말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65.5%로 2022년 말(55.1%) 대비 10.4%p 늘었다. 동기간 순차입금비율 역시 14.2%에서 15.0%p 늘어 29.2%까지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중간배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의 여력이 그만큼 부족한 상황이란 방증이다. 올해도 중간배당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이 72%, 31.2%로 또 늘어나는 등 현금 유동성 여력 부족이 지표상에 나타나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 측의 거듭된 주주 가치 제고 약속에 불신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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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성장세 꺾인 배터리 3사, 돌파 전략 마련 '분주'

'전기차 캐즘'에 성장세 꺾인 배터리 3사, 돌파 전략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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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여파에 배터리 3사 2분기 실적 둔화
LG에너지솔루션·SK온, 보수적 전략으로 선회
삼성SDI는 투자 그대로, 설비투자 규모 6.5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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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로 국내 배터리 3사의 2분기 실적이 일제히 뒷걸음질 친 가운데 기업별 대응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SK온은 자산 유동화와 외부 자금 유치 등 다양한 조달 옵션을 검토 중인 반면 삼성SDI는 대규모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며 자체적으로 실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수익 일제히 하락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엔솔·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의 2분기 수익은 일제히 고꾸라졌다. LG엔솔은 올해 2분기 매출 6조1,619억원, 영업이익 1,9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8%, 57.6% 줄어든 실적이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4,478억원)을 제외하면 2분기 실적은 영업손실 2,525억원이다.

SK온의 2분기 실적은 매출 1조5,535억원, 영업손실 4,601억원이다. 이번 2분기 영업손실은 직전분기(-3,315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확대된 규모로, 출범 이래 11개 분기 연속 적자다. 삼성SDI는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이익 2,8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23.8%, 영업이익은 37.8% 줄어든 수치다.

배터리 3사의 실적 둔화는 전기차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고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리는 등 사업 전략을 수정함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 역시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는 않다. 시장은 하반기에도 수요가 전망에 미치지 못하고, 본격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LG엔솔·SK온, 외부 자금 유치 및 지분 유동화 논의 진행

이에 배터리 업계는 최근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먼저 LG엔솔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싱글(4~6%) 성장에서 '20% 이상 감소'로 변경했다. LG엔솔이 연간 매출 목표를 역성장으로 잡은 것은 출범 이래 처음이다.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연초 제시한 45∼50GWh에서 30∼35GWh로 낮춰 잡았다.

이와 함께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시간주 랜싱 3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했다. 앞서 올해 초 LG엔솔은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리스채권을 글로벌 IB(투자은행)에 판매하는 식으로 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했지만,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착공 두 달 만에 잠정 보류를 택한 것이다. LG엔솔은 대신 가동률이 떨어진 현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의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일부 전환할 계획이다.

SK온은 자금사정이 더 심각하다. 11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설비투자(Capex)에 연간 수조원을 쓰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기록한 4,601억원의 영업손실은 연간 설비투자 규모인 7조5,000억원을 충당하기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앞서 프리 IPO(상장전 지분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여의치 않자 사모 영구채 발행, 자산 유동화 등의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6월엔 5,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고, 최근엔 국내 대형증권사와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논의 중이다. 방식으로는 SK온 주식을 활용한 PRS(주가수익스왑, Price Return Swap) 계약이 유력하다. PRS는 계약 만기 시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 또는 손실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과 원금 보장을 받게 되며, 계약 기업은 자산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SK온의 주식가치에 대한 향후 수익 혹은 손실을 증권사와 공유하는 일종의 채권이나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한 계약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논의 속도로는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거래까지 합하면 SK온은 올해 증권업계로부터 1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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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생산법인 2공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SDI는 투자 계획 그대로 유지

이에 반해 삼성SDI는 기존에 예정된 투자를 그대로 이어가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캐즘과 주요 고객들의 재고 조정,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은 단기적인 현상이며 중장기적으로 전지 산업의 고성장은 변함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올해 설비투자도 축소 없이 계획대로 집행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 일정으로 삼성SDI 말레이시아 사업장을 방문해 담대한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6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헝가리 법인 증설과 북미 스텔란티스(Stellantis) 합작법인(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StarPlus Energy LLC.) 1공장 건설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삼성SDI의 내부 보유 현금만으로는 6조원 이상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외부자금 조달은 불가피하다.

삼성SDI는 그동안 채권 발행 등 조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유상증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자본성 조달을 실시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도 찍지 않았다. 이에 삼성SDI 자금 방안 마련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삼성SDI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수준으로, 차환 발행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순차입금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8.3%로 건전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6년 만에 공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공모채가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8년 9월 3년물 3,700억원, 5년물 2,200억원 등 총 5,900억원을 조달한 이후 공모채 사장을 찾지 않고 있다. 회사채는 모두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와 관련 삼성SDI 관계자는 "공모채를 비롯해 여러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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