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달러 유동성 경색 경고음, 스위스TBTF 개혁 착수

[딥파이낸셜] 달러 유동성 경색 경고음, 스위스TBTF 개혁 착수

Picture

Member for

1 year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드러난 달러 조달 취약성
TBTF 개혁 통해 해외 사업 리스크의 모회사 부담 강화
충분한 자금보다 중요한 위기 시 실제 달러 접근 능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 글로벌 외환 거래 규모는 하루 평균 9조6,000억 달러(약 1경4,582조원)에 달했다. 규모만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외화 유동성은 언제든 충분히 공급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금융위기는 특정 통화를 필요한 시점에 조달하지 못하거나, 국경 간 자금 이동이 막히고 환전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순간 발생한다.

과거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사태는 이러한 외화 조달 취약성이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다. 뱅크런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크레디트스위스는 외견상 안정적인 유동성 지표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규모 완충 자산을 확보했고, 파생상품을 활용해 환율 리스크도 관리하는 상태였다. 실제로 2022년 9월 말 기준 크레디트스위스는 전체 자산의 약 30%에 달하는 유동자산을 보유했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건전성 기준을 크게 웃도는 191% 수준에 육박했다. 평상시 기준으로는 뚜렷한 이상 징후가 드러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견고해 보였던 유동성 완충장치는 빠르게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전체 기준으로는 충분한 자금이 존재했지만 실제 유동성 압박이 발생한 해외 법인과 필요한 통화로 즉시 이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외화 조달 리스크는 단순한 재무 관리 문제가 아니다. 유동성과 자본, 시장 접근성, 글로벌 그룹 구조 전반이 얽혀 있는 시스템 리스크다. 평상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국경 간 자금 이동이 원활하다는 전제 아래 작동한다. 하지만 위기가 본격화되면 각국 규제당국은 자국 내 자산 이동을 제한하고, 결제 시스템은 추가 담보를 요구하며, 외환 스와프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는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는 법인과 통화, 시장을 연결하던 자금 흐름 자체가 단절된다.

크레디트스위스 사태가 드러낸 외화 조달 취약성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전개 과정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당시 크레디트스위스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이었고, 전체 레버리지 익스포저의 약 3분의 2가 외화 기반이었다. 은행 측은 FX 파생상품을 활용해 통화 불일치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위기는 2022년 10월 부정적인 시장 보도와 루머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외화 자산을 보유한 해외 자산관리(WM) 고객 중심으로 신뢰가 급격히 약화되며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어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 두 곳이 잇따라 붕괴하자 시장은 다음 취약 금융기관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지목했고, 불안은 빠르게 번졌다. 여기에 국내 결제 수요와 청산 규정, 국가 간 시간대 차이까지 겹치면서 그룹 내부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외화 자금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시장 유동성이 경색되고 결제 시스템을 통한 달러 이전까지 어려워지자, 191%에 달했던 LCR도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결국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스위스프랑과 유로, 달러를 포함해 총 1,680억 스위스프랑(약 325조원) 규모 유동성을 긴급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해외 중앙은행 전용 긴급 창구(FIMA 레포)까지 활용해야 했고, 미 국채 750억 달러(약 113조9,250억원)어치가 담보로 제공됐다. 민간 외화 조달 시장이 사실상 마비되자 공공 부문이 직접 유동성 공급에 나선 셈이다.

주: 외화 조달 리스크는 글로벌 은행권 전반에 균등하게 분산돼 있지 않다. 일부 국가 은행 시스템은 달러 의존도가 높아 위기 국면에서 달러 유동성 확보 여부가 금융 불안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스위스 TBTF 개혁, 해외 사업 리스크의 자체 부담

이 같은 경험 이후 스위스 정부는 외화 조달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TBTF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해외 사업부가 위기 상황에서도 공적 지원 없이 외화 유동성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환율 리스크를 헤지하더라도 위기 국면에서는 헤지 롤오버(만기 연장) 시장이 사실상 멈출 수 있고, 추가 담보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거래 상대방이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위스 개혁안은 금융 시스템상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은행(TBTF 은행·Too Big To Fail)들이 해외 자회사 장부가치를 보통주자본(CET1)으로 100%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 60% 수준에서 크게 강화된 기준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해당 조치로 스위스 투자은행 UBS 모회사의 CET1 요구 수준이 약 200억 달러(약 30조3,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존 완충자본을 반영하면 실제 추가 부족분은 약 90억 달러(약 13조6,71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개혁 취지는 분명하다. 위기 상황에서 해외 자회사가 모회사에 부담을 초래한다면 그 위험과 비용 역시 평시에 모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평상시에는 해외 자회사가 모회사에 미치는 잠재 부담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현지 대출과 지급보증, 현지 규제, 묶여 있는 자본과 유동성 부담은 모두 모회사로 집중된다. 100% CET1 적립 요구는 이러한 잠재 위험을 재무 구조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모회사가 과도한 자본 훼손 없이 해외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축소·지원할 수 있는 대응 여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 외화 익스포저 자체보다 더 위험한 요소는 만기 구조다. 특히 단기 순부채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는 시장이 필요한 통화를 공급하지 않는 순간, 신뢰 약화가 곧바로 외화 조달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스위스 개혁안 둘러싼 부담 논란

물론 스위스 정부 개혁안을 둘러싼 반발과 정책적 고민도 적지 않다. UBS는 해당 규제가 과도할 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 투자분을 전액 차감 대상으로 반영해 사실상 가치를 ‘0’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자본 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신용 공급 비용을 높여 스위스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위험 자산이 규제 사각지대인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모회사 CET1 자본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 달러 유동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자본 확충만으로 경색된 외환 스와프 시장을 되살리거나 국경 간 자금 이동 제한을 해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역시 단순한 통화 불일치 문제만으로 발생한 위기가 아니었다. 이는 수년간 누적된 스캔들과 경영 실패, 내부 통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위기 상황에서 검증되는 금융 복원력

단일 자본 비율만으로 금융 안정성을 완벽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위기 때마다 흔들리는 그룹 차원의 유동성 대응 체계는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글로벌 은행은 해외 사업부 손실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 것인지, 위기 상황에서 자금을 어떻게 공급하거나 자산을 신속히 매각할 것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회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결국 공공 부문이 부담해야 할 잠재 위험이 남게 된다.

TBTF 개혁은 단순한 자본 확충을 넘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 가능한 복원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국제 기준에 기반한 개혁 역시 ▲은행 단위 FX 리스크 측정 ▲헤지 롤오버 및 담보 리스크 점검 ▲위기 시 통화 이전 계획 ▲해외 자회사 정리를 감당할 모회사 자본력 등을 함께 포함해야 한다. 이는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에도 분명한 과제를 던진다. 해외 사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그 기반이 단기 달러 스와프나 불안정한 그룹 내부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면 결국 금융 시스템 전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모회사 지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해외 사업 확대는 사실상 공적 안전망을 전제로 한 성장 전략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감독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방식 역시 근본적인 재설계가 요구된다. 앞으로는 단순한 다중 통화 기반 뱅크런을 넘어 외화 스와프 롤오버 실패와 국경 간 자금 이동 차단, 결제 시스템 마비까지 포함한 극단적 시나리오를 반영해야 한다. 핵심은 필요한 통화를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공공 부담 줄이는 TBTF 개혁

현재 이 논쟁은 스위스 내부에서 규제 강화를 통한 납세자 보호를 강조하는 시각과 스위스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는 시각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을 잃은 초대형 은행은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기 힘들고, 외화 위기 때마다 국가 지원에 의존하는 은행 역시 온전한 민간 금융기관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현실적인 해법은 해외 사업이 실제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영역에 한해 모회사 자본 규제를 정교하게 적용하고, 외화 유동성 기준과 국경 간 위기 대응 훈련 등을 결합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에 입각해야 한다.

모든 은행 실패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외화 조달 리스크 때문에 공공 재정이 반복적으로 구제금융에 투입되는 구조만큼은 줄여야 한다. 평상시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더라도 실제 위기 국면에서 중단 없이 작동할 수 있는 구조야말로 금융 시스템의 실질적 복원력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Dollar Leaves First: Foreign Currency Funding Risk and the Swiss TBTF Tes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