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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관세’,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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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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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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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보호무역주의 시대 회귀 예고
미국 기업 배불리는 ‘지식재산권 규정’ 재검토해야
자유 무역 수호, 아시아와 유럽이 “선봉 서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는 미국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례 없는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다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보복 관세보다는 미국 제약 및 빅테크 기업에 현저히 유리한 지식재산권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가 힘을 합쳐 자유 무역 체제를 지켜낼 것도 주문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만지작”

이력 자체가 논란 많은 모험과 의문스러운 행적으로 가득한 트럼프는 무역을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여긴다. 미국이 이기려면 다른 나라들이 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현재는 집행이 유예된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포함한 무역 전쟁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역 파트너로 해당 조치가 실행된다면 그간 원활했던 북미 공급망을 단절시켜 전면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1946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악화시키고 브레턴우즈 회의(Bretton Woods Conference)에서 수립된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 보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는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의 기반이 됐으며 역설적이게도 미국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어 줬다. 미국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하는 고정환율 제도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우방들이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고 반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자신이 주무르던 시스템을 허물고 ‘힘이 곧 정의’(might is right)라는 지배 모델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가 태생적으로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무역 적자는 미국 자산 투자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다. 무역 적자의 해소는 미국 자산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물론 미국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만든다. 자초한 불안정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적 위상까지 약화할 것이다.

트럼프 관세, 대공황으로 이어진 ‘30년대 보호무역’ 연상

현재 예고된 미국의 관세 조치는 1930년 악명 높았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떠올리게 한다. 해당 관세는 당시 평균 20%, 최대 60% 세율로 19세기 보호무역 시대로의 회귀를 초래했으며 트럼프 관세와 놀랍게 유사하다. 하지만 스무트-홀리 관세는 무역 상대국들이 차례로 무역 장벽을 높여 세계 무역의 붕괴를 부르는 ‘보복의 악순환’으로 결국 대공황의 원인이 된 역사가 있다.

그런데 비슷한 양상이 다시 펼쳐지려 하고 있다. 트럼프가 유예 기간 후 관세를 시행한다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EU의 선례를 따라 보복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U 역시 트럼프 1기 정권 때 이미 보복 조치를 발동한 바 있으며 현재도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보복 관세는 경제 침략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상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 세계를 1930년대식 대공황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결국 세계 경제는 각국의 방어 조치가 집단적 피해로 이어지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약해 보이면 안 된다는 정치적 강박을 경제적 고려 사항과 절충해 파괴적인 결과를 막을 필요가 절실하다.

미국 기업 살찌우는 ‘지식재산권 제도’ 재검토해야

이러한 관점에서 보복 관세의 대안으로 미국 기업들에만 불균형적 수혜가 돌아가는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생각할 수 있다. 다수의 국가가 엄격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규정한 무역 협정에 합의해 미국 기업들에 막대한 로열티와 수수료를 지불함으로써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을 희생해 미국의 제약 및 테크 기업들만 배불리는 것이다.

즉 미국의 무역 침략에 반격할 방법을 찾는 국가들은 지식재산권법부터 재검토해 자국에 경제적 비효율을 가져오고 미국만 살찌우는 재산권 보호 규정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치를 통해 불균등한 부의 분배 문제를 해소해 전 세계의 경제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를 단순한 협상 도구로만 사용하지 말고 영구한 정책 수단에 포함하는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 자유 무역 수호 “선봉에 서야”

중국의 대응도 참고할 만 하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일대일로 맞받아치기보다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품에 대한 선별 관세와 구글을 포함한 미국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치 등으로 맞선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제소했지만 WTO 역할에 대한 미국의 의도적인 방해로 큰 효익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현재 상황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공동 행동을 요구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치명적이다. 특히 자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유럽이 규칙 기반 경제 체제 수호의 선봉에 서야 한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보복 조치보다는 기존 체제를 지키고 개선하는 데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무역 체제가 완벽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불러오려는 일방주의와 혼돈에 기반한 경제 질서는 최악에 다름 아니다. 트럼프는 전 세계가 수십 년간 이뤄온 발전을 허물고 세계 경제를 금융 위기와 정치 불안정에 취약한 상태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역사의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는 협력과 공동 대응을 바탕으로, 자유 무역과 공정 무역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시로 암스트롱(Shiro Armstrong) 호주 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원(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s trade madness risks global depression if retaliation’s not measured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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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떨어지는데 강남권만 뛰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희비교차

"다 떨어지는데 강남권만 뛰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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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
서울 평균 아파트 거래량·매매 가격도 '하락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된 강남권, 나 홀로 '봄날'

서울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침체'의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수 수요가 적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급증하면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며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진 강남권 일부 지역은 나 홀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노·도·강 하락 거래 속출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하계1청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6일 6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는 같은 달 6일 거래가(8억8,000만원) 대비 2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노원구 상계동 소재 '보람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20일 6억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해당 평형 매물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7억2,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84㎡는 지난달 8억4,7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거래가(9억5,000만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도봉구 방학동 소재 '신동아아파트1' 전용 70㎡ 역시 지난달 4억2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12월(4억4,500만원) 대비 4,000만원 넘게 내렸다.

서울 외곽 지역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노·도·강 지역의 매수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조정한 급매물이 아니면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값이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침체하는 서울 부동산 시장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냉각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량 역시 급감하는 추세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343건(2월 12일 기준)에 그쳤다. 이는 2023년 12월(1,789건)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역시 3.3㎡당 3,996만원으로 전월 대비 5.2% 하락했다. 직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조여진 대출 여파와 연초 탄핵 국정 이슈 및 대외적 리스크 압박으로 최근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며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거래량이 줄자 저가 매물 위주의 거래, 고가 거래 비중 감소로 평균 매매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12.6%) △강북구(-5.9%) △관악구(-5.6%) △은평구(-4.3%) △강서구(-3.7%) 순으로 내림폭이 컸다. 서초구의 1월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7,63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742만원) 대비 12.6% 하락했으며, 매매 거래량도 146건에서 87건으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래미안원베일리 등 랜드마크 단지의 고가 거래 비중이 감소하며 평균 매매가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월 서초구의 15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74.7%로 지난해 12월(83.6%) 대비 8.9%p 감소했다.

강북구의 경우 전용 85㎡ 이하의 소규모 단지에서 저가 매물 거래가 늘며 평균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 관악구에서도 신림동 삼성산주공(전용 113㎡, 6억7,000만원), 관악산휴먼시아2단지(전용 82㎡, 5억7,500만원) 등 저가 단지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권 일부 지역 집값만 강세

반면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매매 거래 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가능해지고, 매물과 매수 수요가 나란히 증가하며 집값이 뛰게 된다.

실제 최근 대치동, 잠실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기대감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2월 첫째 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 매매 호가는 33억2,000만원 선에서 형성됐다. 이는 이달 초 대비 약 3억2,000만원 상승한 수준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05㎡는 최근 50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표 아파트 단지인 잠실 엘스와 리센츠 84㎡도 매매 호가가 5,000만원가량 상승했고, 잠실주공 5단지 76㎡ 역시 최근 31억7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권 집값이 줄줄이 상승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기점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기조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부 핵심지에서만 집값이 오르고, 이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규제 완화로 강남권의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 거래가 말라붙은 외곽 지역과의 격차는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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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기업가치 6.2조 확정, 쿠팡 독주 막을까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기업가치 6.2조 확정, 쿠팡 독주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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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알리 올해 상반기 JV 설립 예정
JV 기업가치 6.2조원에 형성될 전망
이마트, G마켓 투자로 약 1조원 손실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전략적인 동맹을 구축한 가운데, 양사의 합작법인 기업가치가 6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그간 시장에서 거론되던 6조원 내외 기업가치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국내 유통업계 '전통 강자'인 G마켓과 'C커머스 거인'인 알리익스프레스는 한 지붕 아래서 시너지를 창출해 쿠팡과 네이버에 대응한다는 계획으로, 이번 합작은 쿠팡·네이버에 밀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부진을 겪어 온 G마켓과 품질 논란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주춤하던 알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G마켓 기업가치, 3.1조 평가

17일 유통업계와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G마켓과 알리 한국법인의 JV(조인트벤처)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기업가치는 6조2,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신세계그룹 핵심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1%를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역산하면 G마켓의 기업가치는 당시 4조2,00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G마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으면서 2022년 655억원, 2023년 320억원, 2024년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년간 G마켓 누적 영업손실 규모만 1,650억원에 달한다. G마켓의 매출액도 지난해 9,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하락했다. 영업손실에 이어 ‘역성장’이라는 성적표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이에 이마트는 이번 공시를 통해 약 G마켓 손상차손으로 9,339억원을 반영했다. G마켓 지분 80%에 대해서 그동안 회계적으로 약 3조4,000억원이라고 처리해 왔는데, 손상차손을 반영해 앞으론 지분 80%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재산정한 것이다. 나머지 20% 지분까지 감안하면, G마켓의 기업가치는 4조2,000억원(2021년)에서 3조1,000억원(2024년 말 기준)으로 약 1조1,000억원이 떨어지게 된다.

조인트벤처 기업가치 산정에는 GMV(총거래액)이 사용됐다. G마켓의 지난해 GMV는 약 13조원, 매출액은 9,612억원이었다. GMV 대비 매출액은 불과 7%에 불과했다. G마켓은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돼 수수료 기반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알리 역시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된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1조3,000억 달러(약 1,875조원)에 달하는 GMV를 발생시켰다. 다만 당시 알리바바 이커머스 분야 매출액은 1,031억 달러(약 148조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GMV는 7.8%로 현재 G마켓과 비슷한 수준이다. G마켓 지분 100%와 알리 한국법인을 각각 5 대 5의 비율로 현물출자해 JV를 설립하기로 한 만큼, G마켓·알리 JV는 기업가치는 6조2,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속된 G마켓 적자 희석 기대

이번 합작으로 신세계그룹이 얻는 건 수익 개선 효과다. 조인트벤처 설립이 이대로 마무리되면 G마켓 관련 손익은 앞으로 이마트 연결 실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G마켓은 인수 첫해인 2021년에만 43억원 흑자를 냈을 뿐, 이후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며 이마트에 계속된 손실을 안겼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용’도 있다. 당시 G마켓을 시장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하다 보니 생기게 된 추가 비용이다. 예컨대 1조원으로 평가받던 기업을 웃돈을 얹어 3조원에 샀다면, 자산으로 추가 편입된 2조원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떨어내야 한다. 영업 적자와 PPA 상각비용을 포함하면 이마트는 G마켓 인수로 연간 약 1,500억원 수준 영업이익 감소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마트는 해당 기업 실적을 지분법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분법 반영은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경영 실적을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말한다. 합작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난다면 지분율에 비춰 40%만 반영하게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의 약 40%를 가져오게 됐다. 알리 측 성장세가 지속돼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이 또한 이마트 이익으로 부분 반영된다. 국내 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 수혜를 이마트가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된 셈이다.

한국 시장 안착 위한 교두보

알리바바그룹에 있어선 이번 합작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조커 카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조 단위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며 한국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대만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공격적인 M&A 전략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2008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10여년 간 알리바바그룹이 단행한 인수합병·투자 건수는 무려 502건에 달한다. 특히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견고한 기반과 검증된 경영진을 갖춘 현지 기업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이커머스 주릴리 지분을 1,7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진출 포석을 쌓았고,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 라자다를 인수해 단숨에 동남아 시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알리바바그룹은 이후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수년 사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략에 나섰지만 중국계 자본에 대한 시선과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환경 탓에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 앞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2,000억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역시 국내에서 입지를 갖춘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안착을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속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던 알리바바그룹과 신속한 쇄신이 필요한 신세계그룹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G마켓은 2003년 출범해 20년 넘게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이끌어 왔다. 전문가들은 G마켓의 인적 자원과 사업 노하우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한국 시장 공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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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중국 반도체 업계, 美 제재 속 AI 가속기 개발 러시

“위기를 기회로” 중국 반도체 업계, 美 제재 속 AI 가속기 개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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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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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GPU·LLM ‘꿈의 조합’ 실현”
딥시크 날개 단 화웨이, 기술 자립에 총력
엔비디아 대체 시장 13조원 규모 전망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징자웨이 과학기술 연구소/사진=징자웨이

중국이 선보인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딥시크를 구동하는 고성능 AI 가속기를 연이어 선보였다. 중국의 AI 무기화를 막기 위해 AI 칩과 반도체 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한 미국 정부의 조치를 어렵지 않게 무력화하는 모습이다.

AI 가속기 줄줄이 업그레이드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기업 징자웨이는 최근 딥시크를 클라우드·에지 온디바이스에서 각각 구동할 수 있는 AI 가속기 ‘JM·징훙’ 시리즈를 업데이트하는 데 성공했다. 징자웨이는 “오랜 시간 딥시크와 협업해 왔다”고 밝히며 “중국산 GPU에 중국산 대형언어모델(LLM)이 결합하는 ‘꿈의 조합’을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징자웨이의 발표는 중국 내 또 다른 AI 가속기 개발사 무어스레드가 딥시크 AI 모델을 추론할 수 있는 AI 반도체를 선보인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엔비디아 차이나 부사장 출신인 장젠쥔이 설립해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무어스레드는 지난해 말부터 게이밍 카드인 MTT S80, 데이터센터용 GPU MTT S4000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최근에는 최대 1만 개의 GPU를 연결해 대규모 AI 작업을 지원하는 솔루션 ‘쿠에’ 개발에 한창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GPU 개발에 연이어 성공한 배경으로는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꼽을 수 있다. 과거 소련이 제한된 하드웨어를 활용해 미국과 우주 경쟁을 벌였듯, 중국 역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부족한 반도체 기술력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를 비롯한 학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 중이다.

베이리·모스크바대 연구팀은 AI 칩의 연산 성능을 극대화한 ‘PD-제너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PD-제너럴 알고리즘을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에서 테스트한 결과, 직렬 방식보다는 800배, 오픈MP 방식의 병렬 연산보다는 100배 빠른 작업 속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구동을 위해 개발한 쿠다 병렬 연산보다 약 2배 빠른 수준이다.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로 엔비디아 추격 가속

업계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 고도화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칩 공급 공백을 자체 개발한 AI 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2019년 발표한 거래 제한 기업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된 뒤 사업이 힘들어지자, 자체 칩을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면서 엔비디아의 유력 경쟁자를 자처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베스트셀러 ‘H100’에 필적할 대항마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채택한 ‘어센드 910C’를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기대 이상의 성능으로 전 세계를 AI 업계를 충격에 빠트린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에도 화웨이 어센드 910C이 사용됐다. 화웨이는 과거 대만 TSMC를 통해 어센드 시리즈를 생산했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 이후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를 통해 어센드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화웨이 외에도 중국 내 많은 신생 기업이 엔비디아 추격 행렬에 동참했다. 한우지(寒武纪, 캠브리콘)가 개발 중인 ‘쓰위안590’은 엔비디아의 2021년 모델 ‘A100’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며, 징자웨이의 ‘JM9’는 엔비디아의 2016년 모델 GTX1050과 유사하다. 또 링지우(淩久)가 자체 개발한 2세대 그래픽 처리 칩 ‘GP201’은 엔비디아의 2017년 모델‘GT1030’을 소폭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엔비디아 대체 ‘큰 장’ 열린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수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2022년에는 엔비디아, AMD의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심지어 2023년에는 반도체 장비 수출마저 금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중국은 AI 반도체 ‘육룡(六龍)’으로 불리는 화웨이, 비런테크놀로지, 무어스레드, 징자웨이, 캠브리콘, 하이광신시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 이들 기업이 CXMT 등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활용해 AI 가속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중국 톈펑(天風)증권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중국 내 AI 가속기는 109만 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85%는 엔비디아가, 10%는 화웨이가 공급했다. 톈펑증권은 엔비디아가 차지했던 85%의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중국 업체들이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톈펑증권은 “현시점으로서는 로컬 제품의 성능이 엔비디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많은 업체가 속속 개선된 제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국산품으로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올해 로컬 GPU 업체에 700억 위안(약 13조9,000억원) 이상의 엔비디아 대체 시장이 열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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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호황 속 '해외 건조' 고려하는 K-조선, 수익성·생산량 두마리 토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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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넘쳐나는 한화오션·삼성중공업
신규 수주 일부는 외국에서 건조 계획
수익성 높은 선박은 한국, 기술 평준화 선종은 해외 생산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전경/사진=한화오션

수년 치 수주잔고를 쌓아둔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외주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독(dock·물을 채우고 뺄 수 있게 만든 선박 건조 작업장)이 꽉 차 있어 새로 수주하는 선박 중 일부 물량을 외국에서 건조하려는 것이다. 조선업 호황이 몇 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선박은 한국에서 만들고 건조 기술력이 평준화된 선종은 해외 협력사로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화오션·삼성중공업, 해외 외주 검토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인도 정부 측 요청으로 인도를 방문해 약 열흘간 스완중공업 산하 조선소, 코친조선소, 힌두스탄조선소, L&T조선소 등을 둘러봤다. 앞서 인도 정부는 주요 조선소 관계자들과 대표단을 꾸려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한국 조선사에 선박 건조·수리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당시 인도 대표단은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모두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슬롯(선박 건조 공간)은 꽉 찬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 조선소에 일부 물량을 넘겨 제작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변수는 인도의 조선업 기술력이다. 현재 인도 조선소는 중소형 선박 위주로 건조하고 대형 선박은 직접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도 대표단이 한국을 직접 찾아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것도 궁극적으로 한국 조선소의 기술 이전과 전수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삼성중공업은 일부 건조 물량을 중국으로 보낸 상태다. 지난해 10월 말 아프리카 선주가 발주한 4,593억원 규모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 유조선(탱커) 4척의 건조를 중국 저우산조선소에 맡겼다. 저우산조선소가 현지 시설과 인력을 이용해 배를 만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美 공화당, 동맹국에 '군함 건조' 허용 법안 발의

조선업계는 올해도 상선 부문에서 수년 치 수주잔량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 19척, 컨테이너선 6 척, 탱커 8척, 액화석유가스(LPG·Liquefied Petroleum Gas) 운반선 5척 등 상선 부문에서만 40척 가까이 수주했는데, 올해는 상선 부문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LNG 수출 확대를 추진하면서 LNG 운반선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로 컨테이너선 발주도 한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해군 군함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해군준비태세 보장법’ 등도 호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마이크 리, 존 커티스 미 공화당 상원 의원 주도로 해군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됐다. 미국은 1920년 연안 항구를 오가는 민간 선박은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한 존스법을, 1965년과 1968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군함을 자국 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게 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각각 도입해 자국 조선 산업을 보호해 왔다. 그런데 최근 자국 조선업 약화로 중국에 전투함 숫자가 역전되는 등 해양 패권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급한 대로 군함 건조부터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상·하원 다수를 차지하는 공화당에서 발의돼 의회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함정을 만들 역량이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시 미국 매체들조차 “K조선에 미국이 사실상 SOS(구조 요청)를 했다”고 해석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 문구에는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세부 조건으로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미 조선소보다 낮아야 하고, 미국 군함을 제조할 외국 조선사는 중국 소유이거나 중국 투자를 받아선 안 된다는 규정도 명시해 놓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점유율은 90%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에 규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선박 제조 국가는 사실상 한국, 일본뿐이다. 특히 한국이 수혜를 더 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당장 배를 만들어 전선에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신속하게 함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역량은 한국이 일본을 크게 앞선다.

중국 조선사들, 한국 턱밑 추격

최근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한국 조선사들이 해외 외주를 검토한 배경으로 꼽힌다. 조선업 굴기를 자랑하는 중국이 최근 세계 선박 시장에서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 독을 추가로 건설해 생산 물량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조선업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해양 굴기’ 전략을 실천한 결과다. 특히 중국이 보유한 상선은 선복(船腹)량 기준 세계 1위로, 중국의 선복량은 한국보다 4배나 많다.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수익성이 좋은 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분야지만, 해당 분야 역시 언제 역전될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 현재 중국은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 수주량이 많으나,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 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도 수주하는 등 다양한 선종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실제 최근 중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크루즈선과 초대형 LNG 운반선도 인도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위기감을 방증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후판 등 조선 원자재의 가격이 덤핑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데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정책과 국영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안정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것은 특히 위협적이다.

중국은 2002년 중국공산당 제16차 당대회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해양 굴기’를 선언했고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해양 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해양산업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청사진인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에 따르면, 2025년까지 조선업의 친환경 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조선기자재의 공급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중국 선박 공급망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조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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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생산량 ‘압도적 가성비’ 원전, 신재생 확대 기조에 수시로 발목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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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원전 출력제한 23회 달해
전남 영광 한빛원전 단골 등장
‘허수’ 재생에너지 사업장 수두룩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국내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기생산량 감소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 지역의 경우 재생에너지 설비 급증과 맞물려 원전의 출력제한 또한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허수 사업자 적발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대립까지 본격화하며 ‘탈원전’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빛·한울 원전, 최대 261시간 출력제한되기도

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력 생산량 감소분은 17만838메가와트시(MWh)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전력 감소량 8만4,314MWh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자, 약 5만7,000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가구당 한 달 전력소비량 250kWh 기준)과 맞먹는 수치다.

주요 원인으로는 원전의 출력제한이 꼽힌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력거래소의 원전 출력제한 요청은 23회에 걸쳐 이뤄졌다. 이 기간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각 원전이 전기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낮춘 횟수는 74차례에 달했다. 한빛원전과 한울원전 등 국내 주요 원전은 작게는 42MW부터 많게는 500MW까지 출력을 줄였으며, 출력제한 시간은 최대 261시간으로 파악됐다.

과거 전력거래소의 출력제한 요청은 설날과 추석 연휴 등 전력 수요가 감소하는 기간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2021년에는 설날과 추석 연휴 두 차례에 걸쳐 총 900MW(새울 1·2호기)의 출력제한이 이뤄졌고, 2022년에도 원전 출력제어는 설 연휴(새울 1·2호기, 500MW)와 추석 연휴(새울 1호기·신한울 1호기, 200MW)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봄철과 가을철 주말까지도 원전에 대한 잦은 출력감발 요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봄에는 5차례 걸쳐 총 3,580MW에 규모에 원전 출력제한 조치가 발동됐고, 지난해 가을 역시 세 차례의 출력감발 요청이 있었다. 이처럼 봄·가을에 집중된 원전 출력제한 조치에는 한빛 원전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한빛 원전은 전남 영광군에 위치해 있다.

더딘 사업 추진, 비용 문제 커

업계는 이를 두고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와 연관성이 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2020년 6.2기가와트(GW) 수준이던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는 최근 11GW까지 늘어났는데, 송전망을 공유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가 원전의 출력제한 조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그동안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며 기저수요를 담당하는 발전원으로 활용된 원전들이 계통이나 수급여건에 따라 불가피하게 감발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전력망 이용 계약을 하고도 실제 발전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 ‘전력망 알박기’ 현상을 문제 삼고 나섰다. 다수의 허수 계약자가 부지를 높은 가격에 판매할 의도로 송전망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도 사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발전 사업 허가를 받고도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1.7GW에 달했다. 나아가 올해 상업운전 예정일이 도래하는 발전소 중 미착공 물량은 20.3GW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 기자재 가격 상승 탓에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전후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몰지각한 낙인을 찍었다는 지적이다. 퇴직금을 태양광 사업에 모두 쏟아부었다는 A씨는 이와 관련해 “전기위원회로부터 태양광 발전사업 인허가를 받고 선로를 확보해 지자체에서 추가 인허가를 진행 중이나, 기자재 가격이 올라 사업 추진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급증한 전력 수요, 공급 안정 위해 원전이 최선”

탈원전을 둘러싼 논쟁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 편익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먼저 산업계는 전 세계가 탈원전에서 유턴하는 추세라며 원전이 전력 생산 안정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산업계의 주장처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탈원전에 나섰던 유럽 국가들마저 최근에는 친(親)원전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프랑스는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2050년까지 최대 14개의 원자로를 추가 건설하기로 했으며, 영국도 2050년까지 원자로 최대 8기를 더 설치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전력 수요량이 급증한 만큼 에너지 자립을 위한 원전 유지는 필수라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력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요청 1건당 필요한 전력은 2.9Wh로, 구글 1회 검색(평균 0.3Wh) 대비 10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데이터센터 설립도 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한 전력은 460TWh로 한국 1년 전력소비량의 약 80% 수준을 기록했다. IEA는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이 2022년의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일부 불편과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제기구들은 기후위기 대응 핵심 수단으로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를 선택한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서는 원전의 온실가스 감축 역량 및 경제성이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원전 3기 추가 건설 등의 내용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전기본에 근거해 안정적인 중장기(15년) 전력 수급을 위한 수요 예측 및 전력 설비 설계 등을 2년마다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가 원전 건설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제11차 전기본의 국회 보고는 1년 이상 연기되고 있다. 필요 이상의 논쟁이 자칫 전력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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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막 오른 복수 거래소 시대, 주식시장 기대와 우려 공존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막 오른 복수 거래소 시대, 주식시장 기대와 우려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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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70년 독점 체제 종료 수순
수익 악화 우려에 ‘호가 제공 거부’ 선 긋기
변동성 확대 및 투자자 보호 미흡 지적도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내달 4일 출범을 앞둔 가운데 증권사들이 넥스트레이드에 적용할 매매 수수료를 하나둘 발표할 전망이다. 대체거래소란 기존 정규거래소 외에 주식 등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전자거래 플랫폼을 말한다. 오랜 시간 지지부진하던 복수 거래소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에서는 소비자 편의 증대의 순기능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변동성 확대 등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변동성 낮은 10개 종목에서 800개 종목까지 확대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거래 금액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던 주식 매매 수수료율을 오는 3월 4일부터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를 통한 주문 체결에는 0.147%, 넥스트레이드에는 0.146%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0.001%p 차이를 뒀다. 이는 온라인 주문 기준이며, 오프라인 거래 역시 한국거래소에는 0.491%, 넥스트레이드에는 0.49%의 별도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여타 증권사들도 이달 내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율을 공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증권사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사례처럼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를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는 0.00134~0.00182%로 한국거래소와 비교해 최대 40% 낮은데, 금융당국에서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할 때 이 같은 차이를 반영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거의 70년 가까이 독점 체제로 운영돼 왔다. 2013년에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한 법적 활로가 뚫렸지만, 이후 구체적인 설립 논의는 다소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와중 2020년대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주식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ATS 첫 주자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가장 달라지는 점은 주식 거래 시간이다. 한국거래소는 2016년 이후 오전 9시 개장,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반면 넥스트레이드는 KRX와 동일한 정규 거래시간 외에도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오후 8시)을 운영한다. 이로써 일 6시간 30분에 불과했던 국내 주식거래 시간은 5시간 30분 늘어나 12시간이 된다.

예외적으로 오전 9시 직전 10분, 오후 3시 20분부터 10분 동안은 ATS 거래가 일시 중단된다. 한국거래소가 시가 및 종가를 산출할 때 혼선을 최소화하고,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넥스트레이드의 애프터 마켓 운영에 따라 오후 4시30분~6시 운영되는 한국거래소의 시간외단일가 시장은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을 제외한 채 진행된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이후 2주간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스트리, 골프존, LG유플러스, S-Oil,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YG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10개 종목만 거래한다. 이후 순차적으로 거래 종목을 확대해 4월 초에는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이 큰 기업을 위주로 800개 종목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향후 ETF(상장지수펀드) 및 ETN(상장지수증권) 등 거래 상품 또한 포함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ATS 거래를 위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기존 사용하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투자자가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내면 호가창에 KRX, NXT가 함께 표시되고, 증권사는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격과 비용,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진행한다. 우리보다 앞서 ATS를 도입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정규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경쟁체계가 확립된 상태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운영 모식도/출처=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호가 사용 금지, 시장감시 수수료 부과 검토

오랜 시간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거래소는 경쟁자의 등장에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수입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거래 수수료가 일정 수준 잠식당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은 한국투자증권을 예로 들면, 투자자가 MTS에서 10만원어치의 주식을 주문할 경우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체결 건의 수수료는 각각 147원, 146원으로 1원 차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거래소의 시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거래 비용이 낮은 경우에만 주문을 끌어올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투자자가 특정 거래소를 선택하지 않는 한, 증권사는 투자자의 주문을 분석해 어느 거래소로 주문을 넣어야 유리한지 판단한다. 이때 사용되는 기준은 결국 비용이다.

먼저 매도의 경우 주당 가격에 매도 수량을 곱해 거래 비용을 제한 ‘총대가’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수수료가 낮은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보다 우위다. 두 거래소 중 동일 가격의 호가가 있는 종목이라면 증권사는 넥스트레이드에 주문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매수 역시 총비용(주당 가격*매수 수량-거래 비용)에서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가 더 저렴하다. 한국거래소로서는 거래 수수료 수입에 타격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ATS에 시장감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ATS는 중개 기능만 있기 때문에 시장 관리에 필요한 불공정 거래 감시, 투자자 보호 조치, 청산결제, 통합시세 산출 등은 여전히 한국거래소에서 담당해야 하는데, 비용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체계에서는 시장감시 수수료만 별도 부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넥스트레이드가 도입하려는 ‘중간가 호가’에 한국거래소의 호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간가 호가는 가장 비싼 매수가격인 최우선 매수호가와 가장 싼 매도가격인 최우선 매도호가의 중간값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호가 조정 방식이다. 투자자에 유리한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조정되는 것은 물론, 호가 단위가 세분화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당초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로 들어온 호가와 자사로 들어온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 호가를 집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거래소의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를 집계하면, 호가가 더 촘촘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호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두 거래소의 호가를 종합하면서도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넥스트레이드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호가 사용을 금지 거부하면서 넥스트레이드의 중간가 호가 도입도 무산됐다.

한국거래소는 호가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 복수 거래소 경쟁 체제에 더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 거래소에 접수된 호가를 종합해 중간가를 제공하면, 호가가 같아지기 때문에 올바른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ATS가 해당 거래소에 들어오지도 않은 호가 정보를 활용하면, 두 시장의 중간가가 동일해진다”며 “시장 간 경쟁을 통한 효익을 추구하기 위해 대체거래소가 도입되는 건데, 이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증권사는 비용 부담 호소

시장에서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오후 7시인 기업공시 마감 이후에도 거래가 가능한 ATS의 경우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장중 변동성을 고려해 장 마감을 앞둔 3~4시에 공시 또는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는데,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실적 등으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짚으며 “심한 경우 가상화폐(코인)처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시간을 확대하거나 호가를 세분화한다고 해서 거래량이나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2016년 8월 장 마감 시간을 기존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늦춘 이후 국내 주식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코스피는 거래시간 연장 이전 대비 연간 일평균 거래량이 17.5% 줄어들었고, 코스닥 또한 1.15% 감소했다.

증권사들도 복수 거래소 체제로 인한 이익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넥스트레이드 주주로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거래소로 인해 수수료 수익은 소폭 증가하겠지만, 시스템 개발부터 추가 인력까지 투입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막대하다”며 “수익 확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플랫폼 개편,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 구축 등 대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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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 종전 협상 '패싱'에 긴급 회의 소집, 대서양 동맹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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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파견,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착수
美 방위비 압박에 유럽 내에서도 자강론 부상
NATO 내 유럽 회원국들, 방위비 확대 등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러 직접 대화를 통한 종전 협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방적인 침공에 면죄부를 주고,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흔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에는 미국이 종전 협상 과정에서 유럽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 정상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이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배제될 처지에 놓인 데 대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17일 유럽 정상들, 프랑스에 모여 긴급회의 개최

16일(이하 현지시각)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 유럽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들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이 급변한 상황과 이에 따른 유럽의 안보 위험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키스 켈로그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 특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유럽 국가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뒤 미국 고위 관료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NN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종전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트럼프, 우크라 안보 보장에 유럽의 역할론 강조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패싱'은 미국 우선주의 안보 정책의 연장선으로, NATO 내 유럽 국가의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적게 쓰면서 자국의 경제와 복지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켜 "미국에 대한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현재 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2024년 기준 32개 회원국 중 9개국이 '2%룰'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NATO 회원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미군의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유럽 국가들의 책무를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유럽 동맹국에 외교 문서를 보내 종전 협상이 이뤄질 경우,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파병 여부, 유럽 주도 평화유지군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에 있어 유럽의 책임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문서를 토대로 유럽에 '안보 청구서'를 내밀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켈로그 특사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협상 참여 여부를 불평할 게 아니라 구체적 제안과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미국과 러시아가 오는 18일 고위급 회담 등 본격적인 실무 협상을 예고하자, 유럽 주요국은 방위비 규모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등 새로운 군사 강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23일 독일 총선이 끝나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은 뮌헨 안보회의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과거에 본 적 없는 대규모 방위 패키지를 출시할 것"이라며 "유럽 안보를 위해 유로존 재정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재정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핀란드나 크로아티아 등 일부 국가 정상들은 EU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려면 특사를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켈로그 특사처럼 유럽 차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협상 과정에 참여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긴급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유럽의 메시지는 스타머 총리가 이달 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때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유럽 당국자들은 미·러의 종전 협상이 가시화함에 따라 당혹감 속에서도 종전 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무엇인지, 이를 주도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자주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뮌헨 안보회의

中, 평화적 위기 해결 강조하며 중재자 역할 자처

미국의 유럽 패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독일을 비롯한 EU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뮌헨 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독일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자유무역, 다자주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독일을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며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정신에 입각한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일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같은 날 진행된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왕이 부장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위기 해결을 원한다"며 공통의 목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유럽 당사국과의 소통을 유지하며 평화 회담을 촉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뤼터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NATO의 유럽 회원국들을 향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균형 잡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력 강화가 아닌, 유럽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개입 움직임 속에 미국은 유럽 다독이기에 나섰다.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분명히 종전과 관련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고 스타머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전 협상 이후 유럽의 안보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군사 안보 측면에서 유럽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먼저 시작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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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실적 악화에 올해 전망도 어두운데 '배당 확대'하는 상장사들, 기업가치 제고 먼길

작년 실적 악화에 올해 전망도 어두운데 '배당 확대'하는 상장사들, 기업가치 제고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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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지분 높은 지주사들
배당 확대하며 ‘주주환원’ 강조
밸류업 명분 내세워 실리 채우는 상장사도

금융 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가운데,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배당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결정한 이들 기업 상당수는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경우가 많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명분 삼아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악화에도 배당 확대하는 상장사들

1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신세계는 악화된 실적과 함께 확대된 배당 계획을 공개했다. 신세계는 면세사업이 부진해 지난해 순이익이 44%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도 보통주 1주당 4,500원을 배당한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롯데케미칼이 1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적자 전환한 롯데지주도 보통주 1주당 1,200원 배당을 결정했고, 지난해 순손실이 6,000억원에 육박하는 이마트도 보통주 1주당 2,0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올해 배당금은 최고 2,500원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다.

GS그룹의 지주사인 GS 또한 깜짝 고배당주로 등극했다. GS는 보통주 1주당 2,7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 발표 전 주가가 3만8,000원 수준에서 움직인 것을 고려하면 시가 배당률이 7.0%에 이른다. 전년도 배당금은 1주당 2,500원이었다. 하지만 GS 역시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 자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GS 순이익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8,428억원에 그쳤다.

회사가 경영 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배당 재원의 핵심은 당해 순이익이다. 이익이 감소하면 배당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 상장사가 배당을 확대한 건 오너 일가가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GS와 신세계 모두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기업집단으로, 경영권과 함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하다. 실제 GS의 경우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53%가 넘으며, 신세계의 경우 정유경 회장이 회사 지분 18.6%를 보유하고 있고, 이명희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도 10.0%다.

GS와 신세계의 경우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회사라는 점도 배당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주회사가 아닌 정유사 SK이노베이션 역시 대규모 적자 전환에도 배당 확대를 발표했다. 2023년도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1주당 2,000원 배당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당 재원으로만 2,975억원을 쓸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의 배당은 ‘지배주주 배 불리기’라는 프레임에 비판받았는데, 금융 당국이 기업의 배당을 독려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밸류업을 명분으로 내세워 실리를 챙기는 상장사도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은 밸류업 목표 아닌 수단, 밸류업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

이유야 어찌 됐든 배당을 확대하면서 주주 환원에 공력을 들이는 기업은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범 사례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밸류업을 위한 중요 정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상장사 배당액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한 34조원이라는 수치를 공개하면서 기업의 주주환원이 강화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손쉬운 배당에 쏠리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기업 특성에 맞춰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인데,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주 환원이 곧 밸류업’으로 인식돼 정책을 추진하는 당국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리 주식시장에는 장치 산업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이들의 경우 배당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투자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기업 특성에 맞춘 가치 제고 계획을 실행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주주 환원도 확대하는 균형을 찾는 게 밸류업의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실적이 부진하고 올해도 딱히 묘수가 없어 보이는 기업이 배당을 대폭 확대했길래 부정적으로 코멘트했더니, 회사 측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면서 “최근 CEO 사이에서 배당 확대 바람이 불다 보니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는 주주환원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인데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주주환원은 밸류업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늘려야 밸류업에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며 "밸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주환원과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지수’ 종목 3개 중 1개 지배구조 불량, 신뢰성 의문

실제로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며 만든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지수 종목 3개 중 1개는 지배구조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밸류업지수 전 종목(105개)을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지배구조 등급과 대조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34.3%(36사)가 B 이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10월 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와 주요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등급을 발표한다. 등급은 S부터 D까지 총 7단계로 부여되는데 B 이하 등급은 지배구조 등이 취약해 개선이 필요한 ‘열위’ 등급으로 분류된다.

전체 종목 중 지난해 C 이하 등급을 받은 상장사 비중도 20%(21사)에 달했다. 한미반도체(D), DB하이텍(D), 리노공업(D) 등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종목은 지배구조 등급에서 최하점을 받았지만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기 전인 2023년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38.8%(40사)가 지배구조에서 B등급 이하를 받았고 23.3%(24사)는 C등급 이하를 기록했지만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다. 특히 2년 연속 B등급 이하로 지배구조에서 낙제점을 받은 밸류업지수 종목은 4곳 중 1개꼴인 25개 종목에 육박했다. 이 중 동국제약, 한미반도체, 다우데이타, 이수페타시스 등 10개 종목은 2년 연속 C등급 이하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당장 지난 11일 발표된 밸류업우수기업 선정 기준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거래소는 지배구조 B등급 이상 종목만 우수기업에 선정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여기엔 지배구조가 ‘다소 취약’한 B등급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밸류업지수에서 적당한 평가기준이 없고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며 “졸속으로 선정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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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손자회사 '키이스트' 매각 본격화, 우협으로 청담·KNT인베스트먼트 선정

SM엔터 손자회사 '키이스트' 매각 본격화, 우협으로 청담·KNT인베스트먼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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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키이스트 '청담·KNT인베스트먼트'에 매각
"반도체·바이오 투자사들인데", 투자 배경에 이목 집중
몸값 하락으로 손실 본 SM엔터,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의 한계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자 회사인 키이스트를 매각한다는 확정 공시를 냈다. 지난해 SM엔터의 비핵심자산 매각 계획이 공개된 뒤로 시장 곳곳에서 제기되던 키이스트 매각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청담인베스트먼트, 케이엔티(KNT)인베스트먼트 등 FI(재무적 투자자)가 선정됐다.

SM, 키이스트 매각 공시

17일 SM엔터는 “자회사인 SM스튜디오스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관련해 주간사 안진회계법인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이어 “SM스튜디오스는 키이스트 지분 매각과 관련해 2월 14일 청담인베스트먼트와 KNT인베스트먼트를 우협으로 선정했다”며 “SM스튜디오스는 우협과 주요 계약 조건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 요구에 최종 답변을 제시, 2024년 초부터 불거진 매각설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SM엔터 측은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2,80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시장에서는 꾸준히 키이스트가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매각 협상을 진행하게 된 SM스튜디오스는 2021년 설립된 SM엔터의 콘텐츠 총괄 자회사다. SM엔터는 SM스튜디오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며, 이를 통해 키이스트와 SM C&C 등을 손자 회사로 두고 있다. 키이스트는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보건교사 안은영’, ‘드림하이’ 등을 제작했다. 대표적인 소속 아티스트로는 배우 김서형, 배정남 등이 꼽힌다.

청담·KNT, 키이스트 투자 왜?

이번 공시를 두고 시장 곳곳에서는 우협으로 선정된 청담·KNT인베스트먼트의 키이스트 투자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청담·KNT인베스트먼트가 반도체 및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 왔기 때문이다. 청담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설립된 한국계 벤처캐피털(VC)로, DS자산운용과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큐알티에 공동 투자하며 지난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경력이 있다. KNT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된 사모펀드(PEF)로, 싱가포르·북미·유럽 등을 포함한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과 바이오 헬스케어 섹터에 주로 투자한다. 현재 KNT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동방메디칼과 오스트리아노바, 닷바이오 등이다.

청담·KNT인베스트먼트가 기존 포트폴리오와는 무관한 분야에서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 사가 키이스트가 품은 '가능성'을 눈여겨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키이스트는 최근 수년 스튜디오플로우, 보야저필름 등을 인수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해 왔다"며 "투자자들이 이들 자회사와 키이스트의 시너지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2년 키이스트의 자회사로 편입된 스튜디오플로우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는 감독들이 모여서 설립한 예능 및 드라마 제작사이며, 2023년 키이스트에 인수된 보야저필름은 해외 특수 촬영에 특화된 기업이다.

사진=키이스트 홈페이지

2018년 대비 몸값 미끄러져

한편 시장은 키이스트의 '매각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SM스튜디오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키이스트 지분 33.71%를 매각할 예정이며, 주당 매각가는 5,000원대 수준이다. 키이스트는 37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새 주인의 품에 안기는 셈이다.

문제는 앞서 2018년 SM엔터가 당시 키이스트 대주주이자 최고 전략 책임자(CSO)였던 배용준의 지분 25.12%를 500억원에 확보했다는 점이다. 수년 사이 키이스트의 몸값이 미끄러지며 SM엔터가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키이스트 몸값 하락의 원인으로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 특유의 '한계'를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우 매니지먼트는 가수 매니지먼트 대비 수익 구조에 한계가 있다"며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은 음악, 공연, MD상품, 팬미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은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이스트를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FI가 직접 나서 인수하는 현 상황은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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