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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닛산에 '자회사 제안·하이브리드 기술 포기' 요구, 화학적 결합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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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경영 통합 논의 중단
시스템 일원화 요구 등 닛산 자존심 자극
업계 “사풍 다른 회사, 협상서 상당한 잡음”

닛산과 혼다의 경영 통합이 백지화된 가운데, 양사의 합병 논의 중단이 닛산의 '자만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닛산이 무릎 아래까지 괴사한 상태에서 혼다의 도움이 절실했음에도 경영진이 이를 슬기롭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닛산 '이상한 자만심' 있다"

20일 일본 언론 데일리신초는 '혼다가 닛산을 버린 이유는'이라는 기사를 통해 “닛산과 혼다의 통합은 표면적으로는 대등해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혼다가 닛산을 구제하는 과정이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신초는 "혼다의 시가총액(7조6,000억 엔)은 닛산의 5배로, 경영통합 이후 공동 설립하는 지주회사의 경영진은 혼다가 선택하며 이사도 과반수 지명하기로 돼 있었다”며 “그러나 닛산이 혼다의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회사 내부 의견을 하나로 묶지 못한 우치다 마토코 닛산 사장의 능력이 의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닛산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모터 저널리스트 오카자키 고로는 “닛산 이사회는 마치 기득권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로 이뤄져 있는 것처럼 보이며, 혼다는 그런 닛산 경영진의 문제를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저널리스트 이노우에 히사오는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닛산은 르노에 의해 구제가 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보다 역사가 짧은 혼다에게 구제를 받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이상한 자만심이 있다”며 “현재로써 닛산의 자력 재건은 바라기 어려우며, 인체에서 말하자면 이미 무릎 아래까지 세포가 괴사해 조금만 더 가면 무릎 위까지 도달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체를 잘라내지 않으면 온몸에 독이 돌게 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左)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이 양사의 통합 경형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혼다

파행은 예견된 수순

앞서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통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기로 기본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오는 6월 통합계약을 맺고 지주회사를 2026년 8월까지 설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2023년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권(800만 대)으로 뛰어오른다는 점에서 이번 빅딜을 ‘세기의 통합’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혼다와 닛산 측은 돌연 2월 실적발표에서 경영통합이 결렬됐음을 알렸다. 두 기업은 협상 초기부터 지주사 지분 비율과 자산 가치평가를 두고 충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혼다는 닛산이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닛산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9월 중간 결산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2% 감소한 329억 엔(약 3,150억원), 순이익도 93.5% 감소한 192억 엔이었다. 혼다 내부에서 ‘참담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실적이었다. 이로 인해 혼다는 경영통합을 위해 닛산 측에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을 요구했고, 닛산은 전 직원의 7%에 해당하는 9,000명과 차량 생산 능력의 20% 감축이라는 '턴어라운드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업 재생 계획 수립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고 현 경영진의 고집이 더해지면서 양사 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분노한 혼다 측에서 지난달 말 닛산에 자회사화와 'e-파워(Power)' 기술을 포기할 것을 타진했는데, 이것이 닛산 측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반대의견이 잇따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6일 혼다 본사를 방문한 닛산의 우치다 사장이 협의를 중단하고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양 측은 결국 파경에 이르렀다.

수출 전략 실패에 하이브리드 포기까지, 닛산 경영진의 '반복된 악수'

이 같은 닛산 경영진의 판단 오류는 닛산이 무너진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1960~70년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짰던 것은 뼈아픈 실수로 각인돼 있다. 당시 닛산은 메르세데스-벤츠, 캐딜락과 같이 쟁쟁한 대형 세단 브랜드들을 고려하지 못한 채 세피로, 세드릭, 글로리아 같은 내수 인기 차종을 그대로 수출했다. 그동안 중형 세단인 토요타의 캠리와 혼다의 어코드는 미국에서 선전했고, 닛산은 중형 세단 라인에서 밀리며 쓴맛을 봤다. 90년대엔 비슷한 세단류를 차종을 남발하며 소형차, SUV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지 못해 재무적으로도 크게 악화됐다.

이후엔 하이브리드 개발에 뒤쳐진 것이 현재까지 닛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닛산은 2010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를 선보이며 기술을 선도하는 듯했으나, 생각보다 전기차 시대가 빨리 오지 않았고 개발을 포기한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시장을 주도하며 닛산의 회복세를 가로막았다.

여기에 2018년 르노에서 파견한 카를로스 곤 CEO(최고경영자)를 해임한 사건은 닛산 경영진의 뿌리 깊은 정치주의적 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표면적으로는 카를로스의 불법 행위가 이유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르노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던 일본 경영진의 쿠데타였다. 당시 카를로스 곤을 불법적으로 체포하고 감금까지 한 사실에 전 세계에 알려지며, 닛산은 물론 이에 가담한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일었다.

이로 인해 닛산은 르노와의 협업이 중단됐고, 결과적으로 실적이 다시 급격히 나빠졌다. 르노와의 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닛산의 글로벌 전략이 혼란에 빠진 탓이다. 또한 내부 권력 다툼으로 인해 경영진이 자주 교체됐고, 카를로스를 축출한 사이카와 히로토 전 CEO도 내부 문제로 2019년 사임하며 리더십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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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경제 강국’ 향한 베트남의 도전과 과제

[동아시아포럼] ‘경제 강국’ 향한 베트남의 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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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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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저비용 제조업 버리고 ‘기술 강국’ 비전 선포
첨단 기술, 기반 시설, 제도 개혁으로 목표 달성
비효율 개선과 제도 개혁 ‘숙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높이려는 베트남의 야심 찬 경제 개혁이 닻을 올렸다.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전통적인 저부가가치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개발과 기반 시설 확장, 전면적인 제도 개혁을 단행하려는 베트남의 목표는 명확하다. 2045년까지 고소득국으로 올라섬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베트남, 작년 GDP 성장률 7.1%

베트남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09%로 국제 사회의 기대를 넘는 주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만들어 냈다. 대형 태풍 야기(Typhoon Yagi)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얻어낸 성과라 더 의미가 깊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산업 분야의 반등이 뚜렷한 가운데 관광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도 각각 2.71%와 2.24%로 통제권 아래 있으며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도 3.63%로 정부 목표선 밑에 있다. 심지어 장기간 베트남 경제 성장의 장애물로 여겨져 온 부동산까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을 앞두고 대두된 낙관론은 전년 대비 높아진 부동산 판매율과 거래 가치로 나타나고 있다.

첨단 기술 산업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 ‘시동’

장기 집권했던 응우옌 푸 트롱(Nguyen Phu Trong) 전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를 이은 또 럼(Tô Lâm) 총서기는 ‘새로운 발전의 시대’(new ear of development) 비전을 선포하고 ‘기술’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정의했다. 임금 인상 흐름 속에서 저비용 제조업 모델의 한계를 인식한 베트남 정부가 첨단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의 새로운 경제 전략은 HSR(High-Speed Railway, 북쪽의 수도 하노이와 남쪽의 호찌민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이하 고속철도)과 사상 최초로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다. 모두가 2026~2030년 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공산당의 계획이다.

진영 가리지 않는 ‘포괄적 외교 전략’으로 해외 투자 급증

이러한 베트남의 경제 변화 움직임 뒤에는 유연한 외교 전략이 숨어 있다. 2023~2024년 9개월 동안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바이든(Biden)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차례로 방문한 것은 베트남의 글로벌 위상 강화와 함께 진영을 가리지 않는 포괄적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베트남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는 전년 대비 9.4% 늘었고 삼성, 폭스콘, 엔비디아,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투자도 급증해 베트남을 첨단기술 제조업과 인공지능 개발의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한편 중국은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제 대국 목표, ‘비효율 개선’과 ‘제도 개혁’에 달려

베트남이 경제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사이 제도 개혁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강력한 제도 개혁 없이는 베트남의 경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고 정부는 이에 반응해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전개해 왔다. 작년에는 베트남 역사상 최대 은행 사기를 적발해 주모자인 쭈옹 미 란(Truong My Lan)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 노선은 기득권 정치인들의 동요를 불러 대통령과 국회의장 등 고위 관료들의 사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수 영역에서의 정책 마비와 해외 원조 지연도 통치 구조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 20%의 공공 부문 감원을 목표로 한 인력 효율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본 계획의 성공 여부는 에너지 부족 문제 해결과 재산세 도입 및 소득세 개정, 저가 주택 보급 계획 등 긴급한 현안 해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트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은 673억 달러(약 97조원)에 달하는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하지만 빈약한 프로젝트 관리와 일정 지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 불안으로까지 확대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는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해외 자본 의존 축소를 선언함과 동시에 2050년까지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동시에 첨단기술 산업과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기술 인력 육성도 진행 중이다.

베트남의 급격한 경제 변화는 심각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정학적 격동 속에서 높은 적응력의 모범 사례로 회자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내부 정치 문제와 격변하는 글로벌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원문의 저자는 푹하이 쩐(Phuc Hai Tran)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Vietnam’s high-stakes economic pivot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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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믿고 산 영양제 가짜였다, 소비자 안전 공백에도 판매사·식약처 소극적 대응

쿠팡 믿고 산 영양제 가짜였다, 소비자 안전 공백에도 판매사·식약처 소극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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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서 美 브랜드 영양제 구매 뒤 이상 증상 호소
소비자들 "큰 배신감", SNS상에선 '가품 판별법' 공유
식약처 등 관계당국의 엄격한 조치 촉구

쿠팡 등 국내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해외 유명 영양제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1번가나 G마켓 등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전자 상거래 플랫폼 1위인 쿠팡의 로켓직구 사용자 환경(UX)과 아이템위너 정책이 소비자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짜 영양제 복용 후 간수치 2배 치솟아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영양제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신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쿠팡을 통해 구매한 영양제를 복용했다가 간수치가 치솟았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MBC에 따르면 56세 A씨는 두 달 전 쿠팡에서 미국 유명 브랜드 '쏜 리서치'가 만든 비타민B 보충제를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A씨가 구매한 영양제는 약통, 로고, 성분표 등이 한눈에 가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았으나 포장을 뜯어보니 살구색을 띄는 진품과 달리 캡슐은 하얀색에 크기도 작았다. 큰 의심을 하지 않았던 A씨는 색깔이 바뀌었겠거니 판단하고 영양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복용한 뒤 A씨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영양제를 먹기 전 A씨의 간수치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복용 이후 진행한 검사에서 기준치의 2배 이상까지 치솟았다. A씨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어 매달 간 기능 검사를 받아 왔지만 이렇게까지 치솟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후 의사의 조언대로 영양제를 끊은 뒤엔 간수치가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 이후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제보 글이 올라왔다. B씨는 한 커뮤니티에 "뉴스를 보고 쿠팡에서 주문 목록을 확인해 봤다"며 글로벌 건강식품 브랜드 '나우푸드'의 제품을 구매했다가 가품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B씨는 정품과 자신이 가진 가품의 로고 및 성분 표시 글씨체 등을 비교한 사진을 올리고 "간에 도움 되라고 한두 달 먹었는데 이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시력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무슨 성분이 들어 있었는지 몰라서 더 두렵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시장 전체 문제, '개별 검증' 불가

오픈마켓의 가짜 영양제 논란은 해외 브랜드 영양제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여러 소셜미디어(SNS) 통해 알려져 왔다. 지금도 다수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되지만 판매자 연락이 어렵다는 게시물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해외 유명 제품인 줄 알았는데 원산지가 다르다거나 케이스 및 로고는 동일하지만 내용물이 다르다는 내용 등이다. 실제로 사기 판매자들은 특정 브랜드의 영양제 포장 용기를 똑같이 따라 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진짜 영양제 용기를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해 봐야 글씨체의 크기나 간자 등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알약(태블릿)의 색도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 진짜 영양제는 짙은 황색인데, 가짜 영양제는 연한 노란색인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양제 가품 논란을 오픈마켓 시장 전체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상 쿠팡과 같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은 크게 직매입과 오픈마켓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직매입은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상품을 매입한 뒤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상품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오픈마켓은 개인 판매자가 쿠팡, 네이버 등 특정 이커머스 업체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이다. 플랫폼만 빌려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개인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많다.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쿠팡, 네이버 등 여러 업체에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오픈마켓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가품이 판매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짜 영양제 구매 피해 사례의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 판매자의 상품에서 발생한다"며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의 경우 신뢰도를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허청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최근 3년간 온라인 플랫폼별 위조 상품 적발 현황'을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에서 유통한 위조 상품만 5,531건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모두 직매입 구조가 아닌 오픈마켓에 의존하고 있다.

쿠팡 사용자 환경 및 정책이 소비자 혼돈 부추겨

오픈마켓 플랫폼의 가품 논란은 사실상 종식이 어려운 문제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 정책이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로켓직구가 대표적이다. 로켓직구는 쿠팡이 직접 물건을 매입해서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도 비슷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외 물품을 넘나들면서 직매입 판매에 제대로 나설 수 있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해외 직구를 통해 영양제를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쿠팡 로켓직구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을 믿고 거래하는 만큼 가품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구매 과정에서 가품 논란이 많은 '판매자 매입 배송'과 로켓직구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쿠팡 직구 여정은 물건 검색→로켓직구 표시 확인→수량·색상·사이즈 등 선택사항 변경→결제의 수순을 거친다. 혼란은 로켓직구 표시 확인을 한 이후 선택사항을 고르면서부터다. 선택사항에 따라 로켓직구와 판매자 매입 페이지 두 갈래로 한 번 더 길이 나뉘지만, 소비자는 로켓직구라는 점을 확인한 다음이라 판매자 매입 페이지로 연결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쿠팡 고유의 시스템인 아이템위너 정책도 소비자가 혼동을 부추기는 요소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상품들 가운데 가장 저렴한 물건을 대표 상품 판매자로 단독 노출하는 것으로, 같은 상품에 달린 리뷰가 표시된다. 해당 판매자가 판매한 상품이 아닐지라도 상품 리뷰가 따라오는 것인데 좋은 리뷰가 상단에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소비자는 “베스트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리뷰를 정렬해 보면 가끔 ‘가짜인 것 같다’는 리뷰가 뜬다”며 “좋은 리뷰는 다른 판매자의 상품에 달렸던 것인데 사기꾼 판매자의 판매가격이 좀 싸게 올라왔다고 해서 리뷰가 몽땅 이동해서 보여지니 꼼꼼히 보지 않으면 좋은 판매자인 줄 알고 사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짜 영양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체에 무해하다면 다행이지만 가짜 영양제의 성분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 문제에 큰 공백이 생긴 와중에도 이렇다 할 조치는 부재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직구 가짜 영양제에 대한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쿠팡도 즉시 환불에 나서는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다. 통상은 물품 회수 후 환불이지만 가짜 상품 구매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바로 환불해 주고 물품은 자진 폐기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쿠팡과 같은 국내 유수 유통업체가 건강에 직결되는 건강보조식품을 팔면서,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식약처 등 관계 당국의 엄격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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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성장세’ 부실채권 시장, 이면엔 ‘경기 침체’ 터널

‘역대급 성장세’ 부실채권 시장, 이면엔 ‘경기 침체’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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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은행 NPL 매각 8.3조원
상호금융업권도 매각 행렬 동참 예정
대출 증가율 ‘주춤’, 연체 증가율 ‘탄력’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을 거래하는 NPL 시장이 날이 갈수록 그 규모를 키우고 있다. 건전성 제고가 시급한 금융기관들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대규모 매각하면서 이를 저가 매입하려는 투자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진 양상이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지난 한 해에만 8조원어치가 넘는 연체 대출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NPL 시장 확대의 이면에 있는 경기 침체 장기화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채권액 전부 회수 불가능, 상각 또는 매각

20일 금융 컨설팅기관 삼일Pw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에선 총 8조3,100억원어치의 NPL 매각이 이뤄졌다. 이는 전년 동기(5조4,300억원) 대비 50% 이상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약 77%에 해당하는 6조4,100억원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에서 매각됐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다. 이후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넘기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채권액의 일부라도 회수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의도에서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 제고에 고삐를 죄면서 부실채권 거래가에 대한 눈높이 또한 낮아졌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이는 NPL을 인수하는 전문기업들에는 저가 매입의 기회로 작용했다. NPL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현금 확보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의하면 국내 NPL 전업투자사 5곳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하나에프앤아이, 대신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지난해 채권 발행 등으로 마련한 자금은 약 2조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6,700억원) 대비 72%가량 증가했다.

유암코는 1조2,000억원으로 가장 큰 모집금액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하나에프앤아이 6,970억원 △대신에프앤아이 4,340억원 △키움에프앤아이 2,620억원 △우리금융에프앤아이 2,700억원 등이 이었다. NPL 투자사들의 일반적인 레버리지 비율이 자본금의 4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자산운용사가 지난해 마련한 자금을 기반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1조4,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상업용 부동산 PF 부실→NPL 증가세 가속

삼일PwC는 올해 상반기 NPL 시장 규모가 5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4조원) 대비 25% 증가한 수준이다. 삼일PwC는 “부동산 관련 NPL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상호금융업권에서도 매각에 나서면서 시장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며 “장기화한 경기 침체와 대외 불확실성 또한 NPL 매물 급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증가가 연체율 상승과 NPL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NPL로 분류되는 자산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21%로 내려갔다가 점차 상승해 지난해 11월 말 0.52%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월(0.48%)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상가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의 NPL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을 예로 들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담보 유형별 부실채권 매각의 45.1%를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했다. 아파트,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24.3%)이나 공장 등 공업용 부동산(29%)과 비교해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난 동시에 수도권 신도시 상가 공급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이와 관련해 이영준 하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은 “부실채권 물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상반기만 해도 채권가격(대출원리금)의 90% 안팎에서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80% 정도로 내려왔다”고 부연했다.

금융당국 ‘대출 조이기’에도 연체율 꾸준히 상승

전문가들은 NPL 시장 확대로 대변되는 경기 불황이 쉽사리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환율 상승, 글로벌 경기 불안, 내수 회복 지연 등 각종 부정적 요소가 겹치면서 당분간 연체율이 우상향을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부실채권 대규모 상·매각에도 연체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연체 증가율이 대출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상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암울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조1,970억원으로 전년(3조1,910억원)과 비교해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연체율 증가세는 중소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2023년 1조4,863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539억원으로 38.2% 증가했다. 연체율도 0.64%에서 0.83%로 뛰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기경보 및 신용위험 특별점검 등을 통해서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해 적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충당금 잔액을 고려할 때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워낙 심했던 만큼 대외적으로 건전성에 취약하게 노출되는 업체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 심층 점검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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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 원흉 ‘악성 미분양’ 해소 나선 정부 “3천 가구 매입·공공임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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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이후 15년 만에 직접 매입
“세제 혜택 등 실효성 낮다는 판단”
시장 양극화 심화에 회의론적 시각도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매입 금액은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대치

국토교통부는 19일 발표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통해 LH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계획을 밝혔다. LH가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하고, 매입한 주택은 ‘든든전세주택’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든든전세주택은 시세의 90% 수준 전세금으로 최소 6년간 임대받아 살다가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한 유형이다.

정부가 직접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은 건설이 끝난 후에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11년 만에 최대치로 쌓이면서 지방 건설경기 침체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480가구로 2014년 1월(2만566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1만7,200가구가 지방에 분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이번 지방 미분양 매입에 기축 매입임대주택 확보 예산 약 3,000억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10 대책 등을 통해 1가구 1주택 특례, 주택 수 제외 등 지방 미분양 매입에 세제 혜택을 부여했으나, 추가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해도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면서 “LH가 직접 매입하는 편이 낫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예산을 활용하는 만큼 추가로 투입되는 예산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듯 다른 2010년·2025년

LH가 지방 미분양 직접 매입에 나서는 것은 2010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앞서 LH는 2008부터 2010년 사이 악성 미분양이 5만 가구를 웃돌자, 7,000여 가구를 매입한 바 있다. 악성 미분양 적체라는 점에서 2010년과 작금의 상황은 비슷하지만, 과거 미분양 물량은 대형 주택이 주를 이뤘다는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2008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은 앞다퉈 ‘국민평형’(전용면적 84㎡)보다 큰 대형 주택들을 쏟아냈고, 이들 대형 주택은 전체 미분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이상 악성 재고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대형 주택이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수요·공급 예측 실패도 있었지만, 저출생과 핵가족화라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도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0년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중소형 미분양 물건이 급감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탠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데다 전용면적 59·84㎡도 ‘방 3개·화장실 2개’ 구조로 효율화되는 등 굳이 대형 주택에 큰 자금을 투입할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현황 통계를 보면 2007년 11만2,254가구였던 미분양은 2008년 16만5,599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12만3,297가구로 감소했다. 이 중 전용면적 60~85㎡ 주택 비율은 47.7%→42.2%→38.8%로 점차 감소한 반면, 85㎡ 초과 주택 비율은 47.2%→53.4%→56.5%로 꾸준히 증가했다.

일각에서 이번 LH의 악성 미분양 매입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평형별 양극화가 심했던 2008년 이후 미분양과 달리, 최근의 미분양은 지역별 양극화에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공급 대비 수요”라고 꼬집으며 “2008년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 공급이 부족한 만큼 지방의 미분양이 수도권으로 번지는 등 전체 경기를 끌어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제 완화·대출 문턱 낮추기, 미분양 해소엔 역부족

이 같은 회의론적 시각에도 정부가 미분양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한 대부분 정책이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위기감이 짙게 작용했다. 일례로 2022년 8월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로 상향하고 생활안정자금을 2억원으로 완화하는 등 파격적인 금융 제재 완화를 시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사실상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 기대한 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기존 주택 보유자는 기존 LTV에 걸려 한도가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단계(대출 총액 1억원 초과 시 DSR 40% 적용)로 강화되면서 이전보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주택업계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등록세를 감면해 주고, 1주택자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2주택자에서 제외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도 이를 적극 수용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미분양 아파트(전용 85㎡·취득가액 6억원 이하)를 개인이 최초로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 산출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경기 부양은 요원한 실정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규제 지역 해제에도 미분양 적체가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현재 미분양 물량은 2008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매우 가팔라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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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퇴출' 속도내는 거래소, 실질심사 상장폐지 칼바람

'좀비기업 퇴출' 속도내는 거래소, 실질심사 상장폐지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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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결정 유보적이던 거래소
쌍방울·이아이디 상폐 결정
상장 문턱 높인 개선안 예고도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에서 8년 만에 ‘실질심사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관련 규정을 손보면서 좀비 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량 조건에 미달하면 상폐 절차를 밟게 되는 형식적 심사와 달리 기업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실질심사를 통해서는 상폐가 없었지만, 제도 개선 원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것이다.

한계기업 퇴출 본격화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거쳐 코스피 종목에 상폐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주 쌍방울과 이아이디의 상폐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최근 10년간을 살펴봐도 2건에 불과했다. 쌍방울·이아이디를 제외한 가장 최근 사례는 8년여 전인 2017년 6월에 상폐된 보루네오가구다. 당시 보루네오가구는 임직원이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됐으나 5년 새 최대주주가 10차례 넘게 바뀌고 주가 조작 사건이 불거지는 등 한계까지 몰린 끝에 상폐 결정을 받았다.

2015년에 상폐된 이코리아리츠 역시 횡령·배임 사건에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한국거래소가 상폐 결정을 내렸다. 실질심사 사유로 상폐 절차에 들어선 경우 한국거래소가 기업과 조율을 거쳐 상장 유지를 끌어내 왔기에 최근의 연이은 상폐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선 기간을 연장하는 등 온정적인 대응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개선 기회를 또다시 주면서 거래 정지를 장기화하기보다는 절차에 따라 발 빠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 종목의 경우 상폐 심사에 4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 쌍방울과 이아이디 모두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상폐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쌍방울과 이아이디가 제출한 개선 계획에 따라 개선 기간을 부여했으나 심사 결과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개선 의지와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상장공시위원회가 결국 상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건전성 강화 드라이브

한국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업들의 퇴출 가능성도 커졌다. 2020년부터 심사를 받아온 주성코퍼레이션(컨버즈)의 경우 지난달 개선 기간이 끝나 상폐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에이리츠는 오는 6월에 개선 기간이 종료되고, 선도전기와 부산주공은 실질심사의 1심 수순인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퇴출 강화 제도 개선 발표와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 당국은 2028년부터는 시가총액 500억원(유가증권시장), 300억원(코스닥시장)에 미달하는 한계기업을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폐 제도 개선안에 따른 상폐 관련 세칙 개정 역시 마무리 단계다. 이번 주 안에 시행세칙 개정 예고를 발표하고 일주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 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오는 3월부터는 상폐지 과정에서 부여되는 개선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형식적 상폐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함께 발생할 경우 형식 심사만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두 심사를 병행해 진행한다.

거래 부진 기업은 퇴출 대상 아냐

예전에 비해 유독 올해 상폐 결정 기업이 대거 확대된 배경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자리한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받는 원흉 중 하나로 부실기업을 꼽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올해 초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등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에 대해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증시의 건정성 측면에서 이 같은 당국의 행보는 반길 만한 소식이다.

다만 ‘주식 거래량’ 기준은 유지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다. 한국거래소는 엄밀히 따져볼 때 거래량은 기업의 본질과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량 상폐 기준을 타이트하게 잡을 경우 한국거래소가 거래를 부추긴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코스피 상장 기업의 경우 2개 반기 연속으로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이면 상폐될 수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코스피보다 기간이 더 짧다. 코스닥은 2개 분기 연속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수 1% 미만일 때 상폐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이라고 판단하는 1% 미만이라는 거래량 기준은 정해진 지 약 20년이 됐다. 2005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선물거래소 등이 통합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사명 변경 후 한국거래소)가 출범할 때의 수치가 여전한 것이다.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인 기업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1% 미만이라는 기준은 그대로 상폐 요건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다. 거래량 부진을 이유로 상폐된 종목은 많지 않아서다. 우선주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거래량 미달로 상폐된 건 2008년 디씨씨다. 그 이후 16년간 거래량 요건을 맞추지 못해 상폐된 종목은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거래량이 현저히 낮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지난해 8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좀비기업의 경우 일반 주주들이 빠져나갈 수단이 없다”며 “상장 제도의 좋은 면(자금 조달)만 취하고 책임이 없는 이런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거래량 요건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거래량 1% 미만’이라는 상폐 기준의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투자자와 기업의 반발이 있겠지만 1%가 적정한 수준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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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에 흔들리는 테무, 초저가 전략 위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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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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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들, 제품 신뢰도보다 저렴한 가격 선택
테무, 북미서 아마존 이용자 상당수 흡수하며 급성장
트럼프 추가 관세 부과에 가격 인상 불가피할 듯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가 미국 시장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2023년 설립된 테무는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아마존에 육박하는 이용자 수를 확보하며 급성장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와 함께 소액 수입품에 대한 면세 혜택 폐지를 추진하면서, 테무의 핵심 경쟁력인 '초저가 전략'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이에 테무는 판매자가 개별적으로 미국으로 배송하는 새로운 물류 방식을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테무 이용자, 아마존 사용자의 91% 육박

18일(현지시각) 이커머스 마케팅 기업 오미센드는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아마존과 테무의 이용 경험 등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마존에서 쇼핑한 응답자는 75%였으며 아마존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87%에 달했다. 테무와 관련해서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5%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테무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3%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오미센드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신뢰도보다 비용 절감 효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테무는 신뢰도와는 별개로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시장에서 테무의 이용자 수가 아마존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매체 IT즈자는 미국 조사업체 센서타워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8월 테무의 글로벌 이용자 수가 아마존의 91%에 도달했다"며 "설립 2년 만에 30년 역사의 아마존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4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유럽 28개국을 포함한 총 53개국에서 아마존보다 테무를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외형 성장도 가파르다. 모건스탠리의 자료에 따르면, 테무의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해 6월 기준 2억3,400만 명이었다. 이 중 미국과 유럽 소비자는 각각 22%와 33%로 나타났으며 라틴아메리카 소비자도 20%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5억5,0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 세계 이커머스 앱 중 최고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누적 다운로드 수는 9억 건에 육박했고 한국, 미국, 유럽, 중동에서는 1위를, 중남미와 일본에서는 2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다.

中 소싱 제품 일괄 관리에서 물류망 변화 모색

세계를 점령하다시피 한 테무의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테무는 중국 내 가성비 높은 제품을 소싱해 글로벌 시장에서 거의 원가에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테무의 성공 전략에 전환점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약 116만원) 이하의 소액 물품에 대한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혜택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무도 유통 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무는 기존의 물류 정책을 일괄 관리 방식에서 판매자 직접 배송 방식인 '하프 커스터디(half-custody)' 모델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중이다. 그동안 테무는 판매자가 가격 설정·배송·마케팅 등을 모두 플랫폼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판매자가 미국 내 창고로 제품을 대량 배송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 방식이 의무화되지는 않았지만, 테무는 하프 커스터디를 적용한 판매자들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테무가 더 이상 대량 물류 지원을 제공하지 않음에 따라 배송비가 상승하면 개별 판매자는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송 기간 지연에 대한 우려도 있다. 디 미니미스 조항이 폐지되면 미 세관 당국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우편 패키지의 내용물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미국 운송이 늦어지면 중국 직구 업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美 아마존 반사이익 전망

이에 반해 아마존은 미 행정부의 관세 기조와 테무의 물류 정책 변화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트럼프 정부의 디 미니미스 적용 철회로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업체의 사업 비용이 높아지는 반면, 아마존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이미 북미 시장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초저가 전용몰 '아마존 홀'의 경쟁 제품 상당수가 디 미니미스 적용 제품인 만큼, 해당 상품의 가격 상승은 아마존 홀의 외형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3년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하는 디 미니미스 적용 상품 가운데 테무, 쉬인 등 중국 직구 업체가 공급한 제품의 비중이 30%를 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로 아마존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제품의 25%가 중국산이고 제3자 판매자 중 절반이 중국 기반"이라며 "아마존의 중국산 수입 관세 취약성은 다른 전자 상거래 업체들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조치로 아마존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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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할 수 없는 비주얼”, 스타벅스 ‘뜻깊은 시도’에 불만 폭주

“자랑할 수 없는 비주얼”, 스타벅스 ‘뜻깊은 시도’에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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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개 주 매장에 새 일회용 컵 도입
특수 성형 섬유로 제작, 퇴비화 가능
‘혹평’ 시범 도입에서 달라지지 않아
스타벅스 '컴포스터블 컵'/사진=스타벅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미국 내 14개 주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원료로 만든 새 컵을 도입한 가운데, 일부 고객 사이에서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컵 소재에서 독특한 맛이 나 음료의 풍미를 망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할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포착돼 눈길을 끈다.

“커스텀 음료 자랑 불가능해”

19일(이하 현지시각) 폭스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달 1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워싱턴, 하와이 등 14개 주 매장에서 ‘컴포스터블(compostable) 컵’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컵은 플라스틱 컵을 대체하는 친환경 컵으로, 특수 성형 섬유로 제작돼 퇴비화가 가능하다. 외형은 흰색 종이컵과 유사하며, 질감 또한 종이컵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스타벅스는 따뜻한 음료는 종이컵에, 차가운 음료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번 14개 주 매장 도입을 비롯해 컴포스터블 컵이 도입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컴포스터블 컵은) 회사의 지속 가능성 목표를 향한 또 다른 걸음”이라고 정의하며 “폐기물을 줄이고 지역 시장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으로, 퇴비화 가능한 컵과 뚜껑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일례로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컴포스터블 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이 다수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불만은 컴포스터블 컵과 뚜껑의 결함에 대한 내용으로, 컵과 뚜껑이 허술하게 디자인돼 내용물이 흘러나온다는 지적이다. 또 새 컵이 음료의 맛을 해친다는 지적 또한 다수 눈에 띈다. 한 레딧 이용자는 “휘핑크림을 빨아들이기 힘들고, 뚜껑에서 이상한 맛과 질감이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역사상 최악의 컵과 뚜껑”이라는 동조의 댓글이 달렸다.

컵이 불투명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부적합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음료가 안 보이면 과시할 수 없어 사람들이 ‘틱톡 음료’를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레시피로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스타벅스 특성상, 기존 메뉴 외에도 색다른 메뉴를 주문 마실 수 있다. 이에 틱톡 이용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레시피로 주문한 음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했고, 틱톡 음료 또한 스타벅스를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도 스타벅스 측은 “(컴포스터블 컵에 대한) 대안으로 고객은 텀블러 등 개인용 재사용 컵을 가져오거나 매장에서 세라믹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이 장기적인 환경 보호 목표를 위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파트너(직원)와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혁신과 테스트, 피드백을 지속해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수 코팅 물질 유해 논란도

이에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고객의 불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컴포스터블 컵이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의 한 매장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았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한 틱톡커는 약 44초 분량의 영상에서 불투명한 흰색의 돔형 뚜껑이 달린 새로운 유형의 스타벅스 컵을 선보였다.

해당 틱톡커는 새로운 컵과 뚜껑을 UFO와 우주선에 비유하며 “(컵이 불투명해서) 앞으로는 (픽업대에서) 어떤 음료가 자신의 것인지 추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은 이틀 만에 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네티즌들은 “종이 빨대 쓰는 것도 지치는 데 종이컵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이스 음료는 투명하게 보여야 하는데, 저 컵은 답답하다”, “맛이 변질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종이 빨대나 종이컵의 방수 코팅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은 식료품점과 약국 등에서 사용 중인 39개 브랜드의 빨대를 대상으로 과불화화합물(PFAS) 함유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69%에 해당하는 27개 브랜드에서 PFA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는 장기간 노출되면 저체중이나 면역체계 약화, 나아가 신장암 및 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스타벅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 도전

스타벅스는 이에 앞선 지난해 4월에도 플라스틱을 최대 20% 줄인 일회용 컵을 새롭게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프라푸치노, 리프레셔, 콜드브루와 같은 차가운 음료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들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미국 내 매장에서 차가운 음료 매출 비중은 2013년 37%에서 75%까지 확대됐다.

당시 스타벅스는 “컵의 튼튼함을 유지하면서 플라스틱을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천 번의 반복 테스트를 했다”며 “개발에만 약 4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개발한 일회용 컵 사용으로 연간 6,120t(톤)이 넘는 플라스틱 매립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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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폭풍의 새로운 축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일본 이어 한국도 참여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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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으로 프로젝트 지원
투자비용 450억 달러 규모 ‘초대형’사업
관세 압박 명분 된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대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오랫동안 지연돼 온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일본으로의 LNG 수송 시간 단축, 지정학적 위험 감소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라는 날개를 달고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예외 없는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든 트럼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 LNG 수입 안정성 확보

20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워싱턴 DC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440억 달러(약 63조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산 LNG를 수입하기로 한 데 대해 "기록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LNG를 원유와 함께 핵심 수출품으로 키우겠다고 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다. 해당 사업은 2012년 엑손모빌 등 대형 정유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식 발표됐으나 높은 비용과 시장 가격 변동, 환경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했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연간 2,000만 톤의 LNG를 생산해 일본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일본 연간 LNG 수요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래스카에서 일본까지의 LNG 수송 기간은 7~9일로 미국 남부, 호주, 중동보다 훨씬 짧다. 이는 수송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LNG 공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산 LNG는 중동이나 러시아산 LNG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LNG 수입 제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알래스카 LNG는 일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韓 통상 압력 완화 지렛대 역할 기대

우리 정부도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통상압력 완화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한을 정해 둔 4월 1일까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방안을 찾는 중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고, 4월 이후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LNG 발전 비중은 29.8%를 기록하면서 원자력 발전(32.5%)에 이어 두 번째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석탄 발전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 속 미국산 LNG 구매 확대는 트럼프 정책 노선과 부합하고, 대미 무역 수지 균형도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수출품으로 내세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한다면 관세를 무기로 한 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에 민간과 공공이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두고 신중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철강·건설 등 우리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확대되고, 우리 기술력과 자본이 적극 활용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쇄빙선·철강 등 韓 기업에도 기회

전문가들도 한국이 LNG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여러 요인을 종합해 봤을 때 프로젝트 투자가 손해만은 아니라는 평이다. 실제로 한국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미국 비중은 2021년 18.5%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2.4%로 하락한 데 이어 2023년 11.6%까지 떨어졌다. 미국산 비중을 늘릴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러시아발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 전역에 추위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며 LNG 가격이 급등한 상태다.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10일 오전 직전 거래일보다 5.4 상승한 MWh(메가와트시)당 58.76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28유로)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고, 북극해라는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은 만큼, 사업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 능력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이 더 직접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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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AI로 개도국 장악, 중국 ‘첨단 기술 굴기’ 어디까지 왔나

딥시크 AI로 개도국 장악, 중국 ‘첨단 기술 굴기’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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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러시아 “딥시크 적극 수용”
IT·가전 전시회 주인공 된 中 AI
한국 '제자리걸음'할 때 중국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를 둘러싼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딥시크 생성형 AI 수용 여부에 따라 각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를 지칭하는 개념)를 AI 영향력 확대 거점으로 삼고 기술 굴기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나아가 첨단 기술 전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추격자’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낮은 개발 비용' 강조하며 딥시크 활용 독려

19일(이하 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딥시크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자국 서버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딥시크 AI 모델을 토대로 자체 AI 모델 개발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CNBC는 “그간 인도는 AI 개발에 고가의 반도체가 필요했던 탓에 투자를 망설여 왔지만, 낮은 개발비로 탄생한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자국도 자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딥시크 코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AI 모델을 공개했으며,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딥시크 사용 독려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도 딥시크의 AI 기술이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개발을 위한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딥시크 기술 및 서비스에 더욱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 등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개도국의 딥시크 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또한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AI 통제 정책이 강해질수록 개도국들은 더욱더 딥시크에 다가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고사양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AI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미국보다 고성능 오픈소스 AI를 선보인 중국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중국 역시 딥시크를 앞세워 글로벌사우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리우 빈싱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국제 비즈니스 부사장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매우 낮은 비용으로 개발된 딥시크의 등장은 말레이시아 기업들에도 매우 좋은 일”이라며 딥시크 활용을 독려했다.

GPU 거인 엔비디아에 도전장

중국의 기술 고도화는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며 글로벌 산업지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는 이 같은 중국의 노력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자리다. 지난해 CES 혁신상을 받은 타임케틀은 고성능 AI 번역기 ‘X1’을 들고 나왔고, 베이징 키아이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챗GPT를 탑재한 반려로봇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또 AI를 적용한 4족 로봇(유니트리), 지능형 수영장 청소 로봇(싱마이), 잔디깎이 로봇(선전한양기술·맘모션) 등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분전이 눈에 띄었다.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를 모두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빠른 발전 속도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GPU 시장 개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신제품 ‘어센드910C’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부다. 어센드910C는 딥시크 AI 모델 R1의 추론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힘을 보탰다.

화웨이의 GPU 시장 도전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분주한 시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의 동행을 위해 골머리를 앓는 동안 중국은 엔비디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과거 ‘추격자’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제는 ‘초격차’로 전 세계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中 ‘가성비’ 앞에 韓 기업들 ‘막막’

기업들 또한 이 같은 변화를 몸소 체감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국내 200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이미 국내 업체와 비슷하거나(33.3%) 우려스러운 수준(49.7%)이라고 답했다. 격차가 매우 크거나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또 수출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40개)의 32.5%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및 저가 수출에 따른 경쟁 심화(27%)를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19.5%), 미국·중국 갈등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17.9%), 주력 수출 품목 관련 산업의 일시적 불황(12.4%) 등을 꼽았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갈수록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암울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산기평)이 진행한 산업기술 수준 연구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 미국과 기술 격차를 0년이라고 할 때 한국의 기술 수준은 88%, 기술 격차는 0.9년으로 조사됐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유럽연합(EU) 0.39년, 일본 0.43년임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성적이다. 중국은 1.2년으로 한국을 바짝 뒤쫓았다.

미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2017년만 해도 1.5년이었다가 2021년 0.8년까지 좁혀졌는데, 지난해 다시 0.9년으로 0.1년 늘어났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도 2021년 0.4년 뒤처진 데서 지난해 0.5년으로 격차를 넓혔다. 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0.3년 앞선 상태를 간신히 유지 중이다. 전윤종 산기평 원장은 “기술 수준이 높은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글로벌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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