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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 종전 협상 '패싱'에 긴급 회의 소집, 대서양 동맹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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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파견,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착수
美 방위비 압박에 유럽 내에서도 자강론 부상
NATO 내 유럽 회원국들, 방위비 확대 등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러 직접 대화를 통한 종전 협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방적인 침공에 면죄부를 주고,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흔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에는 미국이 종전 협상 과정에서 유럽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 정상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이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배제될 처지에 놓인 데 대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17일 유럽 정상들, 프랑스에 모여 긴급회의 개최

16일(이하 현지시각)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 유럽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들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기점으로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이 급변한 상황과 이에 따른 유럽의 안보 위험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키스 켈로그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 특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유럽 국가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뒤 미국 고위 관료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NN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종전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트럼프, 우크라 안보 보장에 유럽의 역할론 강조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패싱'은 미국 우선주의 안보 정책의 연장선으로, NATO 내 유럽 국가의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적게 쓰면서 자국의 경제와 복지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켜 "미국에 대한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현재 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2024년 기준 32개 회원국 중 9개국이 '2%룰'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NATO 회원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미군의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유럽 국가들의 책무를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유럽 동맹국에 외교 문서를 보내 종전 협상이 이뤄질 경우,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파병 여부, 유럽 주도 평화유지군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에 있어 유럽의 책임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문서를 토대로 유럽에 '안보 청구서'를 내밀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켈로그 특사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협상 참여 여부를 불평할 게 아니라 구체적 제안과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미국과 러시아가 오는 18일 고위급 회담 등 본격적인 실무 협상을 예고하자, 유럽 주요국은 방위비 규모 확대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는 등 새로운 군사 강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달 23일 독일 총선이 끝나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은 뮌헨 안보회의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과거에 본 적 없는 대규모 방위 패키지를 출시할 것"이라며 "유럽 안보를 위해 유로존 재정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재정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핀란드나 크로아티아 등 일부 국가 정상들은 EU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려면 특사를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켈로그 특사처럼 유럽 차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협상 과정에 참여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긴급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유럽의 메시지는 스타머 총리가 이달 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때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유럽 당국자들은 미·러의 종전 협상이 가시화함에 따라 당혹감 속에서도 종전 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무엇인지, 이를 주도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자주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뮌헨 안보회의

中, 평화적 위기 해결 강조하며 중재자 역할 자처

미국의 유럽 패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독일을 비롯한 EU와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뮌헨 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독일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자유무역, 다자주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독일을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며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정신에 입각한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일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같은 날 진행된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왕이 부장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위기 해결을 원한다"며 공통의 목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유럽 당사국과의 소통을 유지하며 평화 회담을 촉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뤼터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NATO의 유럽 회원국들을 향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균형 잡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력 강화가 아닌, 유럽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개입 움직임 속에 미국은 유럽 다독이기에 나섰다.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분명히 종전과 관련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고 스타머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전 협상 이후 유럽의 안보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군사 안보 측면에서 유럽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먼저 시작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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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실적 악화에 올해 전망도 어두운데 '배당 확대'하는 상장사들, 기업가치 제고 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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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지분 높은 지주사들
배당 확대하며 ‘주주환원’ 강조
밸류업 명분 내세워 실리 채우는 상장사도

금융 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가운데,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배당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결정한 이들 기업 상당수는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경우가 많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명분 삼아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악화에도 배당 확대하는 상장사들

1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신세계는 악화된 실적과 함께 확대된 배당 계획을 공개했다. 신세계는 면세사업이 부진해 지난해 순이익이 44%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도 보통주 1주당 4,500원을 배당한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롯데케미칼이 1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적자 전환한 롯데지주도 보통주 1주당 1,200원 배당을 결정했고, 지난해 순손실이 6,000억원에 육박하는 이마트도 보통주 1주당 2,0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올해 배당금은 최고 2,500원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다.

GS그룹의 지주사인 GS 또한 깜짝 고배당주로 등극했다. GS는 보통주 1주당 2,7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 발표 전 주가가 3만8,000원 수준에서 움직인 것을 고려하면 시가 배당률이 7.0%에 이른다. 전년도 배당금은 1주당 2,500원이었다. 하지만 GS 역시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 자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GS 순이익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8,428억원에 그쳤다.

회사가 경영 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배당 재원의 핵심은 당해 순이익이다. 이익이 감소하면 배당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 상장사가 배당을 확대한 건 오너 일가가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GS와 신세계 모두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기업집단으로, 경영권과 함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하다. 실제 GS의 경우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53%가 넘으며, 신세계의 경우 정유경 회장이 회사 지분 18.6%를 보유하고 있고, 이명희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도 10.0%다.

GS와 신세계의 경우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회사라는 점도 배당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주회사가 아닌 정유사 SK이노베이션 역시 대규모 적자 전환에도 배당 확대를 발표했다. 2023년도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1주당 2,000원 배당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당 재원으로만 2,975억원을 쓸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의 배당은 ‘지배주주 배 불리기’라는 프레임에 비판받았는데, 금융 당국이 기업의 배당을 독려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밸류업을 명분으로 내세워 실리를 챙기는 상장사도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은 밸류업 목표 아닌 수단, 밸류업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

이유야 어찌 됐든 배당을 확대하면서 주주 환원에 공력을 들이는 기업은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모범 사례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밸류업을 위한 중요 정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상장사 배당액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한 34조원이라는 수치를 공개하면서 기업의 주주환원이 강화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손쉬운 배당에 쏠리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기업 특성에 맞춰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인데,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주 환원이 곧 밸류업’으로 인식돼 정책을 추진하는 당국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리 주식시장에는 장치 산업 중심의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이들의 경우 배당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투자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기업 특성에 맞춘 가치 제고 계획을 실행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주주 환원도 확대하는 균형을 찾는 게 밸류업의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실적이 부진하고 올해도 딱히 묘수가 없어 보이는 기업이 배당을 대폭 확대했길래 부정적으로 코멘트했더니, 회사 측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면서 “최근 CEO 사이에서 배당 확대 바람이 불다 보니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는 주주환원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인데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주주환원은 밸류업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늘려야 밸류업에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며 "밸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주환원과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지수’ 종목 3개 중 1개 지배구조 불량, 신뢰성 의문

실제로 기업 가치를 올리겠다며 만든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지수 종목 3개 중 1개는 지배구조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밸류업지수 전 종목(105개)을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지배구조 등급과 대조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34.3%(36사)가 B 이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10월 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와 주요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등급을 발표한다. 등급은 S부터 D까지 총 7단계로 부여되는데 B 이하 등급은 지배구조 등이 취약해 개선이 필요한 ‘열위’ 등급으로 분류된다.

전체 종목 중 지난해 C 이하 등급을 받은 상장사 비중도 20%(21사)에 달했다. 한미반도체(D), DB하이텍(D), 리노공업(D) 등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종목은 지배구조 등급에서 최하점을 받았지만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기 전인 2023년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38.8%(40사)가 지배구조에서 B등급 이하를 받았고 23.3%(24사)는 C등급 이하를 기록했지만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다. 특히 2년 연속 B등급 이하로 지배구조에서 낙제점을 받은 밸류업지수 종목은 4곳 중 1개꼴인 25개 종목에 육박했다. 이 중 동국제약, 한미반도체, 다우데이타, 이수페타시스 등 10개 종목은 2년 연속 C등급 이하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당장 지난 11일 발표된 밸류업우수기업 선정 기준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거래소는 지배구조 B등급 이상 종목만 우수기업에 선정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여기엔 지배구조가 ‘다소 취약’한 B등급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밸류업지수에서 적당한 평가기준이 없고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며 “졸속으로 선정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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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손자회사 '키이스트' 매각 본격화, 우협으로 청담·KNT인베스트먼트 선정

SM엔터 손자회사 '키이스트' 매각 본격화, 우협으로 청담·KNT인베스트먼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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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키이스트 '청담·KNT인베스트먼트'에 매각
"반도체·바이오 투자사들인데", 투자 배경에 이목 집중
몸값 하락으로 손실 본 SM엔터,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의 한계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자 회사인 키이스트를 매각한다는 확정 공시를 냈다. 지난해 SM엔터의 비핵심자산 매각 계획이 공개된 뒤로 시장 곳곳에서 제기되던 키이스트 매각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청담인베스트먼트, 케이엔티(KNT)인베스트먼트 등 FI(재무적 투자자)가 선정됐다.

SM, 키이스트 매각 공시

17일 SM엔터는 “자회사인 SM스튜디오스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관련해 주간사 안진회계법인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이어 “SM스튜디오스는 키이스트 지분 매각과 관련해 2월 14일 청담인베스트먼트와 KNT인베스트먼트를 우협으로 선정했다”며 “SM스튜디오스는 우협과 주요 계약 조건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 요구에 최종 답변을 제시, 2024년 초부터 불거진 매각설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SM엔터 측은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2,80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시장에서는 꾸준히 키이스트가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매각 협상을 진행하게 된 SM스튜디오스는 2021년 설립된 SM엔터의 콘텐츠 총괄 자회사다. SM엔터는 SM스튜디오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며, 이를 통해 키이스트와 SM C&C 등을 손자 회사로 두고 있다. 키이스트는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보건교사 안은영’, ‘드림하이’ 등을 제작했다. 대표적인 소속 아티스트로는 배우 김서형, 배정남 등이 꼽힌다.

청담·KNT, 키이스트 투자 왜?

이번 공시를 두고 시장 곳곳에서는 우협으로 선정된 청담·KNT인베스트먼트의 키이스트 투자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청담·KNT인베스트먼트가 반도체 및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 왔기 때문이다. 청담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설립된 한국계 벤처캐피털(VC)로, DS자산운용과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큐알티에 공동 투자하며 지난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경력이 있다. KNT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된 사모펀드(PEF)로, 싱가포르·북미·유럽 등을 포함한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과 바이오 헬스케어 섹터에 주로 투자한다. 현재 KNT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동방메디칼과 오스트리아노바, 닷바이오 등이다.

청담·KNT인베스트먼트가 기존 포트폴리오와는 무관한 분야에서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 사가 키이스트가 품은 '가능성'을 눈여겨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키이스트는 최근 수년 스튜디오플로우, 보야저필름 등을 인수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해 왔다"며 "투자자들이 이들 자회사와 키이스트의 시너지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2년 키이스트의 자회사로 편입된 스튜디오플로우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는 감독들이 모여서 설립한 예능 및 드라마 제작사이며, 2023년 키이스트에 인수된 보야저필름은 해외 특수 촬영에 특화된 기업이다.

사진=키이스트 홈페이지

2018년 대비 몸값 미끄러져

한편 시장은 키이스트의 '매각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SM스튜디오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키이스트 지분 33.71%를 매각할 예정이며, 주당 매각가는 5,000원대 수준이다. 키이스트는 37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새 주인의 품에 안기는 셈이다.

문제는 앞서 2018년 SM엔터가 당시 키이스트 대주주이자 최고 전략 책임자(CSO)였던 배용준의 지분 25.12%를 500억원에 확보했다는 점이다. 수년 사이 키이스트의 몸값이 미끄러지며 SM엔터가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키이스트 몸값 하락의 원인으로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 특유의 '한계'를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우 매니지먼트는 가수 매니지먼트 대비 수익 구조에 한계가 있다"며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은 음악, 공연, MD상품, 팬미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은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이스트를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FI가 직접 나서 인수하는 현 상황은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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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멈춘 국내 이커머스 시장, G마켓·11번가 이어 네이버도 역성장

성장 멈춘 국내 이커머스 시장, G마켓·11번가 이어 네이버도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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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네이버쇼핑 거래액 사상 첫 '역성장' 추정
G마켓·11번가, 2023년부터 두 자릿수 매출 감소
C커머스 공습·전문몰 성장 속 업계 1·2위도 위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주요 플랫폼들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4분기 거래액 증가율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을 밑돌며 사실상 역성장했고, 쿠팡 역시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G마켓과 11번가도 상당 기간 두 자릿수 감소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진출과 무신사·당근마켓 등 버티컬몰(전문몰)의 성장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네이버 4분기 성장률, 시장 평균에 못 미쳐

17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 1월 네이버파이낸셜 대상 신용카드 결제금액(추정치)은 2조5,44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1월보다 0.35% 감소한 수치로, 2019년 네이버의 전자지급결제대행 사업을 떼어서 회사를 설립한 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한 것이다. 한경에이셀은 회원 2,000만 명 이상의 결제 데이터에 기초해 1주일 단위로 전체 결제금액을 추정하는데 네이버파이낸셜 대상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네이버쇼핑(이커머스 부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마트스토어에서 신용카드 결제 외에 충전금, 포인트 결제 등이 늘고 있다"며 "관련 내용 등을 고려한 네이버쇼핑의 1월 거래액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이버쇼핑의 부진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감지됐다. 트렌드라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직전 분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전체 거래액 성장률이 5.9%임을 고려할 때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해 실질적인 거래액은 역성장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거래액 증가율 '0%'

쿠팡과 네이버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 3위와 4위인 G마켓과 11번가는 이미 2023년부터 상당 기간 두 자릿수 감소율을 이어왔다. G마켓의 지난달 결제금액은 4,34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9% 줄었고 11번가는 2,708억원으로 23.0% 급감했다. 쿠팡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성장 둔화는 피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쿠팡의 결제금액은 3조5,01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증가율은 64.0%이었다. 지난해 1월 증가율(25.6%)과 비교해도 크게 둔화한 수치다.

상위 업체 모두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역성장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우려도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 10월과 11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거래액은 20조2,056억원, 11월은 21조1,41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3%, 0.7% 증가에 그쳤다. 다만 연말 쇼핑 시즌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했던 공격적인 외형 성장 전략도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저가 상품을 미끼로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해 플랫폼의 쓰임과 지배력을 높이는 네트워크 효과가 고금리 등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기업은 계획된 적자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 자본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매자와 상품 구성이 다양해지면 더 많은 소비자가 찾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할인 정책이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이어지면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시장 성숙기 진입, 새로운 동력 필요

이런 가운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의 국내 시장 진출과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부상은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그룹 등 C커머스의 참전으로 직구(직접 구매) 시장에서도 격전이 불가피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해외 직구액은 7조9,58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3조6,360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데다 중국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다"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해외 직구 시장에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진화한 차이나머니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코리안워싱(Korean Washing)'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AI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대거 본사를 이전한 것처럼 이커머스 부문에서는 중국 자본이 한국을 점찍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알리익스프레스와 G마켓은 각각 3조원을 투자해 JV(조인트벤처)를 설립했고,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세계 3위 글로벌 스포츠 의류업체인 중국 안타스포츠도 최근 500억원을 무신사에 투자하며 지분 1.7%를 확보했다.

버티컬 플랫폼의 성장도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무신사, 에이블리, 오늘의집, 당근마켓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몰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고 거래 전문몰 당근마켓은 2023년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패션몰 에이블리도 같은 해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인테리어 전문몰 오늘의집 역시 2023년 11월 기준으로 월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그 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무신사는 2023년 매출이 1조원에 육박했고 컬리, 아이디어스, 지그재그 등도 흑자 전환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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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우크라이나 재건은 ‘과학 기술 투자’로부터

[딥테크] 우크라이나 재건은 ‘과학 기술 투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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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과학 및 혁신 분야 투자 ‘필수’
연구개발 투자가 전쟁 수행에도 “큰 힘”
연구 인력 확충, 국제 협력 강화, 지역 거점 마련이 ‘핵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과학 및 혁신 분야에 심각한 피해를 안겼지만, 해당 분야는 여전히 향후 경제 재건을 위한 주춧돌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인적 자본 개발 및 국제 협력 강화, 지역 혁신 촉진 등을 포함한 정책 수립을 통해 과학, 혁신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당장의 전후 복구 목적에서 한발 나아가 우크라이나를 기술 분야 글로벌 리더로 위치시킬 수도 있다.

사진=CEPR

우크라이나 연구개발 투자, 전쟁에서 “큰 힘 발휘”

혁신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지만 위기 시에 더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증명했다. 러시아 침공에 대항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국방 및 의료 기술이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쟁에서 활약하고 있는 드론은 기체 역학, 제어 이론, 무선 통신 등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사전 연구개발 투자 덕에 가능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이러한 과학 인프라가 다수 파괴됐지만 향후 경제 재건과 성장을 위한 가능성도 결국 같은 지점에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연구개발에 대한 공공 부문의 투자는 전시에도 생산성과 혁신을 북돋운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전후 부흥을 준비해야 한다.

전쟁으로 인한 두뇌 유출 복구 ‘급선무’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과학적 전통을 보유했지만 전쟁으로 심각한 인력 손실을 입었다. 2022년까지 전체 연구원의 10% 정도가 고국을 떠났고 남은 인력들 역시 전쟁 피해를 입거나 다른 분야로 일자리를 옮겼다. 제2차세계대전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두뇌 유출이 장기적인 피해를 가져오지만 한편으로는 피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오히려 전후 재건을 위한 혁신을 앞당길 수도 있다.

인력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과학 인력의 유지와 영입에 주력해야 한다. 어렵지만 재정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국제 연구 지원금에 대한 소득세 감면 조치도 시행해야 한다. 단기 해외 연수와 장학금 제도도 과학자들의 복귀를 도울 수 있다.

논란은 있지만 중국의 ‘해외 고급 인재 채용 프로그램’(Thousand Talents Plan, 중국의 해외 거주 과학자 복귀를 위한 지원 제도)을 필요에 맞춰 참고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해외 거주 과학자들을 협업에 참여시키는 것은 단절된 지식 생산을 연결시키고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 강화도 필수

일정 부분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주요 국제 과학 연구 프로젝트 참여는 아직 제한적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연구 기관들이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민관 공동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에서 받은 지원금이 전체의 0.12%에 지나지 않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공동 연구비 지원 및 해외 거주 과학자들의 참여를 통해 유럽 및 북미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격차를 메워 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공동 연구개발 협력국 현황
주: 연도(X축), 국제 연구 논문 공동 저작 비중(Y축), 폴란드, 영국, 미국, 독일,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보기 위부터)/출처=CEPR

‘지역 연구 거점’ 설치해 경제 재건 ‘주춧돌’로

비극적이었지만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국방 및 의료 기술 분야 전문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고 향후 세계적인 협력과 상용화를 향한 전망도 밝다. 국방 관련 연구개발 투자가 민간 분야 적용을 통한 상업화 및 창업, 고용 창출로 연결된 국가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면 유사한 성공 사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의 과학 활동은 수도인 키이우(kyiv)와 하르키우(Kharkiv)에 몰려 있었는데 이들 지역이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복구를 위해서는 국가 전역에 과학기술 연구 거점을 분산 설치하는 지역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 과학기술 중추는 대학과 기업, 지방 정부들의 협력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UC 버클리-우크라이나 혁신 허브’(UC Berkeley-Ukraine Innovation Hubs, 우크라이나 핵심 산업 및 지역에 건설되는 혁신 네트워크)는 맞춤형 지역 개발 방식이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대학 간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지원과 연구개발 상업화에 대한 규제 간소화도 지식 이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작년에 입안된 ‘우크라이나 우선 행동 계획’(Priority Action Plan)상의 ‘과학 도시’(Science City) 건설 계획도 과학 중추를 통한 혁신 활성화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

원문의 저자는 율리아 베즈베르셴코(Yulia Bezvershenko) 미국 국립 과학, 공학, 의학 아카데미(US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프로그램 책임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novation for economic resilience: Strengthening Ukraine's human capital and science sector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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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살리기’ 시급 트럼프 행정부, 대만 TSMC에 ‘책임 분담’ 압박

‘인텔 살리기’ 시급 트럼프 행정부, 대만 TSMC에 ‘책임 분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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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에 ‘공동 투자 및 기술 이전’ 제안
인텔 파운드리 분할→TSMC 합작 가능성↑
웨이퍼 후공정 단축 과제 해소 방안 대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대만 거대 경쟁사인 TSMC에 미국 내 공장 운영권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 정부가 TSMC에 이를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다만 TSMC로서는 투자자들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실제 인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 ‘실리콘밸리 몰락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인텔이 이번 운영권 매각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경쟁사와 동행 가시화에 인텔 주가 반등 신호

1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트럼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요청에 따라 인텔의 현지 공장 운영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TSMC 측에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설 구축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공동 투자 및 기술 이전 △미국 내 생산 반도체 패키징을 인텔에 위탁 등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파운드리는 막대한 시설 투자로 여러 분기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중심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엔비디아 같은 인공지능(AI) 칩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하면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전임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가 2021년 제시한 로드맵의 가장 마지막 공정인 18A(1.8나노급)는 올 하반기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지만, 성능과 수율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요 수입 품목에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선언하는 등 자국 보호주의 강화에 한창이다. 특히 대만산 반도체에 대해서는 최대 100%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 때문에 미국 투자회사 베어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TSMC와 인텔 간 협력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베어드는 보고서에서 “인텔이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할한 다음 TSMC와 합작 투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TSMC가 일부 반도체 엔지니어와 전문 지식을 제공해 미국에서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2㎚ 공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가 미국 정부의 제안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 기업의 주가는 들썩였다. 14일 뉴욕 증시에서 장 초반 한때 5.3% 하락세를 그리던 인텔 주가는 TSMC의 인텔 공장 지분 인수 검토 보도가 나온 직후 낙폭을 줄여 2.20% 하락한 23.6달러에 장을 마쳤다. TSMC 주가 또한 1.03% 오른 203.9달러로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 우려 종식은 선행 과제로

다만 TSMC 주주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은 인텔과의 협력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입장에서 실적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인텔을 떠안는 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난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70억 달러(약 9조4,5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이민 정책 또한 인텔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만중앙통신사(CNA)는 “TSMC의 엔지니어는 대부분 대만 또는 미국 이외 지역 출신”이라고 짚으며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으로 TSMC가 자체 엔지니어를 미국에 보내 (반도체) 생산을 감독할 수 있느냐가 인수 추진 및 결정에 관건”이라고 전했다.

대만 내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TSMC의 인텔 인수가 대만의 ‘실리콘 실드’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약 65%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TSMC는 중국의 대만 침략을 막고, 유사시 다른 국가들이 서둘러 원조에 나서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텔과의 협력이 가시화하면, 세계 최대 첨단 프로세서 공급 업체로서의 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실리콘 실드 기능 또한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만 언론이 “TSMC가 부분적으로 미국 기업이 되면,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서의 지위 또한 위협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 공상시보는 최근 관련 소식을 전하며 “TSMC가 최신 합작 투자 계획으로 기술 유출 위험에 직면했다”며 “첨단 제조 리더십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보다 더 부정적인 요소”라고 힘줘 말했다.

미국 투자 시기 조절해 온 TSMC, 지금이 적기?

현재 인텔과 TSMC는 이번 소식에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TSMC가 그간 정치권의 향배에 따라 미국 투자 시기를 조절해 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TSMC는 2020년 총 650억 달러(약 86조9,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3기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으나, 당초 지난해로 예정됐던 1공장의 생산 시기를 올해 상반기로 연기한 바 있다.

이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도 TSMC의 미국 시장 투자 확대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 10일과 11일 미국 현지에서 열린 이사회 직후 TSMC는 올해 미국 제3공장 건설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에는 약 18개월이 소요되며, 2027년 초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28년에는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직전 발표된 것보다 1년 반가량 앞당겨진 일정이다.

나아가 완제품을 바탕으로 한 첨단 패키징(CoWoS)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TSMC 애리조나 팹에서 생산된 웨이퍼는 후공정을 위해 대만으로 보내졌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CoWoS 공장이 설립되면 미국 내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에서 TSMC와 인텔의 협업이 패키징 사업을 시작으로 단계적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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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회복세 보인 PF 유동화증권 시장, 올해 전망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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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PF 유동화증권 발행액, 전년 대비 33.5% 증가
시장 "PF 구조조정 끝나지 않으면 근본적 회복 어려워"
금융당국,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 압박 더해

지난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 금리가 하락하고 발행 여건이 개선되며 개발 자금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회복세가 올해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당국 차원의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자금 경색 국면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PF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 확대

1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PF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약 33조원으로, 전년(24조7,000억원) 대비 33.5% 증가했다.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본PF 발행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체 발행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PF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누적 PF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14조1,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5%가량 줄었고, 같은 해 6월 말에는 전년 대비 감소폭이 9.5%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며 자금 수요가 일부분 회복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급등했던 PF 유통 금리 역시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급별 PF 유통 금리는 2023년 12월 A1 4.6%, A2+ 6.4%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A1 3.9%, A2+ 4.2%까지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가 관계자는 "조달 금리가 떨어지면서 브리지론(착공 전 단기 자금) 단계에 머무르던 부동산 개발 사업이 속속 본PF(착공 단계)로 전환되고 있고, 브리지론을 차환하거나 새로 조달하려는 수요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나신평 "추세적 회복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회복세가 올해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025년 자산유동화시장 발행 전망 및 현황’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규제를 포함해 긴축 경기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PF 시장 관리 강화가 유지되고 있어 본격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나신평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발행이 늘기는 했지만 시장의 추세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장이 PF 리스크와 자산 유동화 시장 침체를 확실히 털어내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당국의 PF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관련 시장이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는 시공 능력 상위의 건설사가 보증을 선 사업장이나, 재건축·재개발 등 분양 사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PF 사업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금융당국 주도의 PF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는 자금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곳곳에서 미온적인 예측이 제기되는 것은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부동산 PF 구조조정의 영향 및 관련 잠재 리스크 점검'을 통해 공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210조4,000억원, 부실 PF 익스포저는 총 22조9,000억원에 달한다. 2023년 말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230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일부분 완화됐지만, 여전히 안도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금융당국, 부동산 PF 정리에 '박차'

한편 금융당국은 향후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에 한층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에 '부동산 PF정리·재구조화 촉진 방안'을 전달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금융사는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가 늦어질 경우 한 달이 넘기 전에 다음 회차 최저 입찰가를 적용해 경·공매에 재응찰해야 하며, 매물이 유찰될 경우 더 높은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사실상 부실 사업장 정리 기간에 '마지노선'을 설정하며 신속한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부동산 PF 관리 대책을 포함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까지 16조2,000억원 규모 PF 사업장을 정리하고, 자기자본비율에 따른 위험가중치·충당금 등 규제를 업권별로 차등화해 건전성 규제 체계를 합리화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증권사와 부동산신탁사의 부동산 PF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증권사의 유동성 비율 규제도 개선한다. 증권사 순자본비율(NCR)에 부동산 PF 실질 리스크 및 부동산 총익스포저 한도 규제를 포함하고, 부동산신탁사 순자본비율(NCR)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실질 리스크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계획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부동산·건설업 경기가 나란히 침체한 상황인 만큼, 당국의 PF 정리·재구조화 목표 달성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까지 경·공매가 순조롭게 진행된 부실 사업장은 대부분 사업성을 인정받는 곳이었다"며 "올해부터는 비교적 사업성이 부족한 지방 사업장 정리도 진행해야 하는데, 건설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 금융당국의 구상대로 재구조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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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대가로 희토류 절반 요구한 트럼프에 젤렌스키 "러에 뺏긴 영토 수복 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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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 젤렌스키 만나 안보 논의 "희토류 절반 달라"
우크라 측 "이게 트럼프 협상 방식" 비판
희토류 절반 러 점령지에 매장, 우크라 측 협상 카드로 제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 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자국의 광물 자원 분포가 그려진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사진=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X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절했다. 해당 제안이 미국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속한 ‘종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 점령지에 매장돼 있는 희토류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자원 외교에 나선 상황이다.

美 재무, "우크라 희토류 지분 50% 주면 파병"

1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보장받으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인이 우크라이나 광물 매장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미국 자산이 있으면 인계철선(引繼鐵線) 역할을 할 수 있어 러시아가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다만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이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식민지 협정' 반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에 희토류 등을 의존하지 않으려고 우크라이나로부터 약 5,000억 달러(약 719조원) 규모의 광물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미 수천억 달러를 지원했다며 그 대가로 희토류를 갖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최근 우크라이나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트럼프)이 나타났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뜻을 따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직 고위 관리 역시 미국의 이번 제안을 두고 “식민지 협정”이라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희토류 채굴이 이뤄진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할 것이라는 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라며 “힘들다”고 토로했다.

우크라 "러 점령지 내 광물 처리도 논의해야"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점령지 내 광물 처리 문제를 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 점령지 안에 있는 광물이 러시아와 동맹국인 이란·북한·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 문제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함께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 상원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크라이나에는 티타늄이 있다"며 "산업용으로 4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매장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국은 티타늄을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티타늄을 방어하면 미국은 더 이상 러시아나 중국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와 이 자원을 방어해 달라"며 "그러면 함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연합(EU)이 중요하다고 지정한 34개 광물 중 22개가 매장돼 있다. 산업 및 건설 자재, 철 합금, 귀금속 및 비철 금속, 일부 희토류 원소가 포함된다. 우크라이나에는 석탄 매장량도 상당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대부분이 러시아 점령지에 매장돼 있다. 우크라이나 지질 조사국이 발행한 광물 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희토류가 가장 많이 매장된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이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희토류 매장량의 약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미국 정부 관리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양측이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공화당의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이 같은 협정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이것이 미국의 부담이 아니라 혜택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광물 개발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안보협정과 연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CNBC는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핵심 광물 개발을 추진해 왔고, 이를 위해 미국과 협정 맺기를 원했다”면서 “미국이 광물 채굴과 가공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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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도 마주한 프랜차이즈 상장 잔혹사, M&A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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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불패 신화 '흔들' 빽햄 논란 더본코리아
주가 급락 속 인수합병 본격 착수
F&B 업체 인수해 밸류에이션 조정 의도
사진=백종원 유튜브 채널 캡처

몸값 고평가 논란 속에 상장했다가 주가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더본코리아가 기업 인수합병(M&A)에 본격 착수했다. 실제로 이익을 내는 식음료(F&B) 업체들을 사들여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매물로 나와 주인을 못 찾고 있는 F&B 기업들을 더본코리아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더본코리아, M&A 인력 영입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인수할 만한 F&B 업체를 물색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형 회계법인 출신 인력을 M&A팀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가 인수하려는 회사는 의미 있는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나오는 F&B 업체”라며 “여러 주관사들을 통해 매물을 열심히 소개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본코리아의 최대 강점은 백종원 대표 자체가 가진 브랜드파워”라며 “기존 프랜차이즈 네트워크에 백 대표의 브랜드파워를 결합해, 마케팅을 조금 해주면 뜰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년 상반기 말 기준 더본코리아의 연결 기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395억원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면서 회사로 총 1,020억원이 추가 유입됐다. 수익성도 견조한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4,643억원, 영업이익 3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대비 13.0%, 40.8% 증가한 수치다. 동 기간 당기순이익도 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지난해 신사업 실적 개선과 가맹·유통사업부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익 내는 F&B 물색 중

앞서 더본코리아는 상장 과정에서 “공모 자금 일부를 F&B 관련 업종 등의 M&A 및 지분 투자에 사용할 것”이라며 총 935억원을 M&A 예산으로 할당한 바 있다. 올해 200억원, 내년 300억원, 2027년 43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작게는 수백억원, 크게는 1,000억~2,000억원 수준의 매물이 인수 대상으로 적당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F&B 내에서 어떤 종류의 회사를 인수할지 정해둔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는 이익을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현재 시장에는 새 주인을 못 찾고 표류 중인 F&B 매물이 꽤 있다. ‘피자나라치킨공주’를 운영하는 리치빔의 경우 지난해 SG프라이빗에쿼티(PE)가 2,000억원에 인수하려다 딜이 무산된 바 있다. 큐캐피탈과 코스톤아시아는 노랑통닭의 매각을 추진 중인데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가 2,000억원 안팎이다.

오케스트라PE가 보유한 KFC코리아, 반올림피자 역시 더본코리아가 인수할 만한 F&B 업체로 거론된다. KFC코리아의 경우 지난 2023년 KG그룹이 오케스트라PE에 550억원에 매각했으며, 반올림피자는 2021년 550억원에 오케스트라PE의 품에 안겼다. 반올림피자는 특히 지난해 말 오구쌀피자를 100억원에 인수하며 외형을 확장하기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케스트라PE는 특히 김재욱 전 대표와 LP들 간 갈등으로 인해 비전홀딩스 위탁운용사(GP) 지위를 박탈당하는 등 내부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라며 “국내 포트폴리오사들을 빨리 정리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PO)에 참석해 기업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더본코리아

고평가·빽햄 논란에 주가 곤두박질

더본코리아가 ‘이익을 내는’ F&B 기업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상장 전부터 불거졌던 몸값 고평가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코스피에 상장한 더본코리아는 공모가를 3만4,000원으로 정하며 기업가치를 4,900억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7.6배에 달했다. 당시 더본코리아는 CJ씨푸드·대상·풀무원·신세계푸드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는데,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종합 식품 기업들과 비교했다는 점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풀무원의 경우 PER이 23.79배에 육박해, 더본코리아가 높은 몸값을 정당화하기 위해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비교기업에 넣었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고평가 논란에 더해 최근 불거진 ‘빽햄 선물세트’ 논란도 더본코리아가 M&A를 결정지은 배경으로 꼽힌다. 백 대표는 지난달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백종원’을 통해 더본코리아가 설 명절을 앞두고 출시한 ‘빽햄’ 선물세트를 정가 5만1,900원에서 45% 할인한 2만8,500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후 정가를 과도하게 높게 산정하고 이를 할인해 파는 일종의 상술이라는 논란이 일어났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캔햄 시장 점유율 1위인 스팸과 빽햄을 비교하면서 빽햄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데 제품의 돼지고기 함량은 오히려 떨어진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스팸 200g 통조림 10개로 구성된 1박스는 지난달 31일 기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8,500~2만4,000원선으로, 백 대표가 홍보한 빽햄의 할인가격 2만8,500원(200g 9개들이 1박스 기준)보다 최대 1만원 저렴하다.

논란이 지속되자 백 대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상술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후발주자라 생산비가 그만큼 더 들어간다”, 부대찌개에 가깝게 만들어 국물에 끓이기 위해 양념이 더 들어갔다”, “한돈 비선호 부위를 활용해 농가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등의 부연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해당 영상은 50만 회 이상 조회됐는데 댓글이 대부분 백 대표의 해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이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 할인율이 높은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논란과 함께 더본코리아의 주가도 고꾸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3만300원으로, 이는 백 대표가 출연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지난해 11월 8일 기록한 최고가(6만4,5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상장 당시 공모가 3만4,000원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NH투자증권에 의하면 NH투자증권을 통해 더본코리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1만8,115명 중 손실을 본 투자자 비율은 99.9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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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미국 종전 논의 급물살, 우크라이나 "우리 없이 합의 안 돼"

러시아-미국 종전 논의 급물살, 우크라이나 "우리 없이 합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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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곧 만날 것,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 우려 표명
경제 위기 본격화한 러시아, 종전 의사 적극 타진했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논의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 인사들이 수일 내로 중동 지역에서 종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정상회담까지 확실시되며 양국 사이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한편 논의 테이블에서 사실상 배제된 우크라이나는 공개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종전 협상 속도 내는 러-미

16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 시점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곧(Very soon)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 푸틴 대통령과 만나냐는 질문에는 "곧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종전을 위한 대화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관여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도 관여할(be involved) 것"이라고 말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언제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미국의 고위 인사들은 수일 내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초기 종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동 순방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현지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합류해 러시아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와) 회동할 것"이라며 "정말로 좋은 진전을 이루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 측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협상 테이블에 초청받지 못했으며,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15일 뮌헨 안보 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누군가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무슨 회의인지는 모르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푸틴 믿지 말라"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목전까지 다가오자, 관련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우크라이나 측은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공개된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푸틴을 믿지 말라"며 "단지 휴전에 대한 단어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선순위가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이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더 중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 '테러리스트'라고 묘사하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푸틴)는 살인자고, (이 같은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협상)은 테러리스트와의 대화"라고 했다. 이어 "우리 없이 푸틴과 정말로 합의를 할 수 있는 지도자는 세계에 없다"며 "푸틴은 평화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국이 종전 협상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종전 협상에 자국은 물론 유럽 동맹국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국의 지원을 얻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조만간 유럽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이 보복할 위험이 없다고 믿으면 옛 소련 지역 등 유럽 일부를 점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침공은) 작은 나라들부터 시작할 것이고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이 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재 3국의 상황에 러시아의 의지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경제 위기에 몰린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종전 의사를 타진, 미국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구도를 형성했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현재 러시아는 경제 공황이 심각한 상태"라며 "종전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일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 최근 러시아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장기화하는 ‘특별군사작전’으로 인해 시장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러시아는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입대 계약금 등 금전적인 보상을 내걸어 왔다. 그 결과 민간 부문 인력난이 심화하며 임금이 급등했고,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특별군사작전 수행에 따른 정부 예산 지출 확대, 루블화 약세 등도 인플레이션 흐름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작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9%에 달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급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2023년 7월부터 치솟기 시작한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2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달 14일에도 금리 동결을 결정, 강력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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