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컬쳐] 재택근무가 넓힌 취업 문턱, 사무실 복귀에 고용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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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정규직 고용 증가분 최대 85% 원격근무 효과 출산 후 여성 소득 손실 77% 상쇄, 육아 부담 경감 출근 의무화에 노동력 이탈 가능성, 유연근무 제도화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미국 신체장애인 고용 규모는 2019년 1월 대비 12.4%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고용 격차는 여전히 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연령대 장애인 고용률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최고치인 22.7%를 기록했지만, 비장애인 고용률(65.5%)에는 크게 못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두 집단의 평균 고용률 격차는 27%포인트에 달한다. 영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 정부의 '킵 브리튼 워킹(Keep Britain Working)'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건강 문제로 근로에 제약을 받는 생산가능연령 인구의 57%가 미취업 상태에 머물렀다.
이 같은 고용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는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 방식이 꼽힌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장시간 사무실에 머물러야 하는 환경이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특히 만성 통증이나 피로를 겪는 장애인은 출퇴근 과정에서 업무에 필요한 체력을 소진하기 쉽다. 반면 재택근무는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면서도 기존 근로시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영국에서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장애인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이 약 29% 줄었지만, 주당 근로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
재택근무의 효과는 출퇴근 부담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6월 미국경제학회(AEA) 학술지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인사이트(American Economic Review: Insights)'에 발표된 스탠퍼드대·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스톡홀름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신체장애인 정규직 고용 증가분의 68~85%가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재택근무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신체장애인의 정규직 고용은 약 1% 증가했다. 특히 고용 증가분은 실업자 감소보다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에 따른 영향이 컸다. 장애인 고용이 늘어나는 동안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한 반면 실업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직종에서 장애인 근로자의 임금이 소폭 하락한 점도 노동공급 확대가 고용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리버풀대·사우스플로리다대·텍사스A&M대 연구진이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의 워킹페이퍼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신체장애인의 정규직 고용은 약 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정규직 고용률은 2018~2019년 34.4%에서 2023~2024년 37.6%로 상승했으며, 보수적인 분석모형에서도 증가분의 약 77%가 재택근무 확산으로 설명됐다. 이와 같이 두 국가의 산업구조와 고용지원제도, 장애 판정 기준이 다른데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9년부터 2023년 초까지 전체 구인공고에서 재택근무 가능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영국에서는 5배 이상, 미국에서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재택근무가 국가별 노동시장 여건의 차이에도 장애인의 취업을 제약하는 공통적인 장벽을 낮췄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출산 후 여성 소득 감소 완화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도 경직된 근무 환경으로 노동시장 참여에 제약을 받아왔다. 미국 캔자스대 케어보드(The Care Board) 지표에 따르면, 1989년 1월 5세 미만 자녀를 둔 25~4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8.9%로 같은 연령대 아버지(95% 이상)를 크게 밑돌았다. 이러한 격차에는 개인의 선택이나 선호뿐 아니라 보육시간과 근무시간의 불일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택근무는 이러한 부담을 개선해 출산 후 여성의 소득 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이탈리아 중앙은행과 칼라브리아대, 에이나우디 경제금융연구소(EIEF)가 올해 6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가능한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은 어머니들과 비교해 출산 전후 소득 손실의 약 77%를 상쇄했다. 출산 후 근로기간이 늘고 정규직 근무를 유지하는 비율도 높아진 결과다. 아버지의 재택근무 역시 어머니의 소득 유지에 비슷한 효과를 냈다. 배우자가 육아를 유연하게 분담하면서 어머니가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덕분이다. 연구진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재택근무 보급 수준은 근로 생애에 걸친 성별 임금격차 확대를 약 11%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모든 직무에 재택근무를 도입하면 그 효과는 약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사무실 복귀 확산에 고용 이탈
그러나 유연근무가 축소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5세 미만 자녀를 둔 미국 어머니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23년 8월 7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월 69.7%에서 6월 66.9%로 하락했다. 4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6개월 하락세다. 같은 기간 미국 대기업과 연방정부를 중심으로 사무실 출근 의무화가 확대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대규모 이탈(The Great Exit)' 보고서 역시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대학 학위가 있고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23년 약 80%에서 2025년 8월 약 77%로 떨어졌다.
이러한 여성의 경제활동 위축은 개별 가계의 소득 감소를 넘어 노동공급과 공공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취업은 세금과 사회보험료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향후 5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연금 지출 비중이 약 5%에서 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를 유지할 경제적 유인이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중국 여행기업 트립닷컴(Trip.com) 직원 1,612명 대상 실험에서는 주 2일 재택근무를 허용하자 퇴사율이 약 3분의 1 감소했다. 또한 구직자들이 출퇴근 시간과 비용 절감을 고려해 다소 낮은 임금도 수용하면서 기업의 채용 가능 인력이 확대되는 효과도 관찰됐다.
노동력 이탈 방지 위한 근무체계 개선
이처럼 유연근무의 경제적 효과가 확인되고 있지만 근로자의 수요와 기업의 채용 조건 사이에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올해 2월 영국 랭커스터대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근로자의 80% 이상이 구직 시 재택근무 가능 여부를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그러나 2024~2025년 전체 구인공고 가운데 하이브리드 근무를 허용한 비율은 13.5%에 그쳤다. 이러한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택근무를 개인별 편의 제공이 아닌 공식적인 근무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재택근무 가능 여부를 관리자의 재량이 아닌 직무 특성에 따라 결정하고 이를 채용공고에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남성 근로자의 유연근무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재택근무가 여성 중심의 제도로 인식되면 이를 활용하는 여성 근로자의 업무 몰입도가 낮다는 편견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부모 모두에게 유연근무 기회를 제공하면, 육아 부담이 분산돼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기업 차원에서는 주 5일 출근 대신 주 2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사무실 복귀 정책을 시행하기 전 성별과 육아 여부, 장애 유무에 따른 퇴사율 변화를 평가해 인력 이탈 위험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 신체장애인 고용 규모는 12.4% 증가하며 1990년 미국 장애인법(ADA) 시행 이후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성과를 거뒀다. 법적 보호와 지원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웠던 고용 장벽을 재택근무 확산이 낮춘 셈이다. 따라서 사무실 복귀 정책으로 이러한 성과가 후퇴하지 않도록 직무별 특성과 근로자의 여건을 반영한 유연한 근무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eleworking Brought Mothers and Disabled Workers into the Labor Marke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