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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연도 따라 특별퇴직금 차등 지급
경기 불황·정국 혼란에 퇴직자 셈법 복잡
오프라인 점포 줄며 인력 축소 불가피
신한은행이 13일부터 닷새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처음 30대 행원까지 신청 대상자를 넓힌 신한은행은 올해도 그 범위를 소폭 확대했다. 은행권의 연례행사인 희망퇴직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업계 종사자들은 최적의 타이밍과 조건 등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1986년생도 짐 싼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부부장·부지점장(Ma) 이상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66년 이후 출생 직원 ▲4급 이하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 1972년 이전 출생 직원 ▲리테일서비스 직원 중 근속 7.5년 이상, 1986년 이전 출생 직원이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출생 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 임금이 지급된다. 이는 지난해 희망퇴직과 동일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그 대상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특히 하반기 실시한 희망퇴직 대상자는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및 19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으로, 당시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39세 직원까지 포함됐다.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 중 1986년생은 생일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만 38세에 해당해 그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이번 희망퇴직 신청을 취합해 내년 1월 2일까지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연령, 고연차 직원들의 ‘제2의 인생’ 출발을 돕고, 인력 효율화를 통해 신규 채용 여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더 받으려는’ 직원들, ‘덜 주려는’ 은행들
은행권의 희망퇴직 시즌이 도래하면서 대상자들은 최적의 타이밍과 조건 등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은행이 제시한 조건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경기 불황에 정국 혼란까지 겹치면서 추후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좋은 조건을 기다리다 오히려 더 가벼워진 봉투를 받고 나갈 수도 있다는 게 은행권에서 흘러나오는 냉소 섞인 이야기다.
실제로 올 상반기 진행된 은행권 희망퇴직에서는 상생 금융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은행들이 일제히 특별 퇴직금을 축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각종 규제로 영업 환경이 악화했고, 대내외적 위기 상황 리스크가 고스란히 은행권으로 전이 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불안 또한 확대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고액 연봉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짚으며 “이런 상황에서 계엄 쇼크로 IMF·금융위기 재현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앞으로 희망퇴직 보상은 더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나아질 것 같진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고 은행권 분위기를 전했다.
비대면 업무 늘며 설 곳 잃어
갈수록 줄어드는 오프라인 영업점도 더 많은 직원을 은행 밖으로 내모는 요소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국내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은행) 점포 수는 2012년 말 4,729개에서 지난 3월 말 2,989개로 11년여 새 1,740개(37%)가 줄었다. 영업점 10곳 중 4곳은 사라진 셈이다. 올해 1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시중은행 영업점 32개가 없어지는 동안, 신설된 영업점은 10곳에 그쳤다. 폐쇄 사유는 영업권 중복, 권역별 중·대형화, 근접 점포와 통합이 대부분이다.
영업점 축소에 따라 필요 인력도 대폭 감소했다.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3월 말 기준 6만2,023명으로 2013년 말 대비 1만4,488명(19%) 감소했다.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하나은행으로 2021년 6,161만1,302명에서 지난해 1만686명으로 616명(5.5%) 감소했으며, 이어 우리은행(380명·2.8%), 신한은행(123명·1.0%), 국민은행(80명·0.5%) 등 순을 보였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와 임직원 수가 일제히 감소한 배경으로는 팬데믹 이후 활성화한 비대면 금융이 꼽힌다. 기존 영업점에서 처리하던 업무의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점 축소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2억704만 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