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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심 무기 질서 흔들, 유럽 ‘탈미국 무장’ 본격화

美 중심 무기 질서 흔들, 유럽 ‘탈미국 무장’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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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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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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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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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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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보 불확실성 확산·유럽 방산 의존 리스크 부각
에어버스·사브 중심 나토 조달축 이동 본격화
전투기·방공망까지 번지는 유럽 방산 자율화 움직임

미국 중심으로 유지돼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산 질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과거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산 플랫폼을 사실상의 표준처럼 받아들였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탈리아의 에어버스 A330 MRTT 도입, 나토 내부의 글로벌아이 검토 확대, 유럽형 방공망 강화 움직임 등은 모두 미국 중심 군수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안보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유럽은 무기체계·정비망·공급망 전반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이탈리아, KC-46 버리고 A330 MRTT 6대 확정

25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 조달공고시스템 TED(Tenders Electronic Daily)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방항공조달국(ARMAERO)은 지난달 프랑스 항공기 회사 에어버스와 A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MRTT) 6대를 도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장기 통합군수지원(ILS)을 포함해 13억9,000만 유로(약 2조4,3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결정은 이탈리아가 15년간 운용해 온 미국 보잉 KC-767 계열 급유기를 사실상 대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탈리아 공군은 2022년부터 보잉의 KC-46 페가수스 도입을 추진했다. 계약 예상 규모는 11억2,000만 유로(약 1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기존 KC-767 4대를 보잉에 매각하는 조건까지 검토됐지만, 2024년 관련 절차를 중단한 뒤 공개 입찰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에어버스가 사실상 단독 입찰 형태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이 탈락한 원인은 고질적인 기술적 결함이다. 특히 원격 급유 시스템(RVS)의 카메라 왜곡 이슈와 시야 확보 문제, 이로 인한 반복된 개량 지연은 미 공군 내에서도 완전 운용 안정화에 의문을 낳으며 신뢰도에 치명타를 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상은 유럽방위기금(EDF)을 중심으로 공동 조달을 확대하려는 EU 차원의 방위산업 자립 정책과 맞물려 있다. 미국 중심의 정비·물류 체계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적인 유지·보수(MRO) 및 공급망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에어버스 A330 MRTT는 이미 한국·프랑스·영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 등 다수 국가가 운용 중인 검증된 플랫폼이다. 나토 다국적 MRTT 프로그램(MMF)의 핵심 기종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 17개국이 85대를 주문했고, 66대 이상이 인도된 상태다. 미국 외 공중급유기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평가된다.

기체 성능 측면에서도 에어버스는 보잉을 능가한다. A330 MRTT는 KC-46 대비 15~16% 많은 연료를 탑재할 수 있으며, 화물 적재능력은 약 50%, 병력 수송능력은 최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 380명 병력 수송, 전략화물 운반, 의료후송(MEDEVAC) 임무까지 수행 가능하다. 장거리 작전 지속 능력과 다목적 활용성 측면에서 유럽 국가들의 선호가 집중되는 이유다. 특히 이탈리아 공군이 F-35A/B 전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장거리 공중급유 능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A330 MRTT는 장거리 전개 작전과 지속적 전투초계(CAP) 임무 수행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발트해·동유럽·홍해 등 나토 작전 범위 확대 흐름과도 맞물린다.

보잉 E-7 공백 파고든 유럽형 조기경보체계

유럽 국가들의 탈미국 움직임은 이탈리아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유럽 각국은 미국산 무기체계 의존도를 장기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나토 회의론과 유럽 방위비 압박 기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산 무기 의존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나토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사업에서 발생했다. 나토 조달기구(NSPA)는 당초 보잉 E-7 웨지테일을 E-3 센트리 후속 플랫폼으로 추진했으나, 미국 공군이 E-7 사업 철회를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전체가 흔들렸다. 이후 네덜란드 국방부는 나토 차원의 E-7 도입 계획 중단 사실을 공식화했고, 그 공백을 스웨덴 사브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현재 나토 내부에서는 사브의 글로벌아이를 차세대 조기경보 플랫폼 유력 후보로 검토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역시 글로벌아이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아이의 부상은 미국 측 변수에서 촉발됐다. 미국 공군이 2025년 회계연도 이후 E-7 사업을 둘러싸고 비용 증가, 개발 지연, 고위협 환경 생존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나토 내부의 기존 조달 논리가 약화됐다. E-7은 당초 E-3A 후속 플랫폼의 유력 후보로 평가됐지만, 미국 본국의 사업 지속 의지가 흔들리자 동맹국 공동 운용 체계 역시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나토가 핵심 감시전력을 미국 조달 일정과 예산정책에 연동시키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배경이다.

글로벌아이는 봄바디어 글로벌 6000·6500 비즈니스제트 기반 플랫폼에 에리아이 ER(Erieye ER) 레이더 체계를 결합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다. 항공기 자체는 캐나다 봄바디어가 담당하고, 핵심 감시·지휘통제 체계는 스웨덴 사브가 제공하는 구조다. 이 조합은 보잉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면서도 나토 표준 운용성과 장거리 감시능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글로벌아이 선택이 지닌 정치적 함의도 작지 않다. 나토의 AWACS 전력은 독일 가일렌키르헨 기지를 중심으로 운용돼 왔고, 동유럽 영공 감시와 연합작전 지휘통제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이 전력을 보잉 플랫폼에서 스웨덴·캐나다 연합 플랫폼으로 바꾸는 결정은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 유럽 회원국들이 감시·정찰·지휘통제 같은 최상위 전력에서도 미국산 단일 의존 구조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미국산 전투기·방공망도 균열, 유럽 방산 자율화 가속

전투기와 방공망 시장에서도 미국산 독점 구도가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과거 나토 회원국들의 무기 도입 기준은 실전 운용 경험과 미국과의 군사적 연계성에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급망 통제권, 소프트웨어 접근권, 정비 독립성, 전시 운용 자율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 플랫폼 의존도가 높을수록 유사시 전략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둘러싼 논란이다. F-35는 ALIS·ODIN 기반 정비·군수 체계가 미국 서버와 긴밀히 연동되는 구조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핵심 정비 권한 역시 미국 주도로 관리된다. 유럽 방산업계와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시에 미국 승인 체계에 지나치게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나토 개입 축소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산 플랫폼 의존 리스크가 정치·안보 변수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흐름이다.

프랑스가 최근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라팔(Rafale) 전투기 판매 공세를 강화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유럽은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프랑스 방산업계는 F-35 대비 라팔의 핵심 강점으로 완전한 운용 독립성을 강조한다. 실제 라팔은 미국 승인 체계 없이 무장 통합과 임무 소프트웨어 수정이 가능하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전투기 판매와 함께 유럽 안보 주권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확산시키는 셈이다.

6세대 전투기 개발 구도 또한 같은 흐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이 추진하는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영국·이탈리아·일본이 공동 추진 중인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은 모두 미국 차세대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 전략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특히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독자 방산 생태계 유지 필요성이 커졌고,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 중심 항공전력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자체 기술 주권 확보를 핵심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방공망 분야 변화는 더욱 직접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장거리 방공체계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 패트리엇(Patriot)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처럼 평가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프랑스·이탈리아 공동 개발 체계인 SAMP/T NG와 독일 IRIS-T SLM 계열이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SAMP/T NG는 아스터(Aster) 30 블록1NT 미사일 기반으로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강화하면서 패트리엇 대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방산기업들의 영향력도 점차 흔들리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미국산 플랫폼 구매가 곧 나토 결속의 상징처럼 작동했으나, 현재 유럽 내부에서는 “안보 협력과 산업 종속은 다른 문제”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능 우위만으로 시장을 장악하던 시대의 논리가 약화되고, ‘방산 주권(defence sovereignty)’과 ‘전략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 핵심 판단 기준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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