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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 6년 소송 끝에 1심 승소, 사법 리스크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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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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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등 취소 소송 승소
재판부 "일부 처분 사유 인정, 제재는 전부 취소"
'분식회계' 인정, 이재용 형사 재판과 다른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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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이 6년간의 재판 끝에 법원에서 전부 취소됐다. 재판부는 2015년 삼성바이오의 자산을 과다 계상한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일부 인정되지 않는 사유가 있어 이전에 내린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요 쟁점인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재판부 "회계처리 시점을 임의로 정한 것은 재량권 남용"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재판장 최수진)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 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바이오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바이오가 자본 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회계처리 시점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에 검토한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면서도 "인정되지 않은 처분 사유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부 취소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2~2014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회계를 처리하면서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 계약을 맺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후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을 재평가한 뒤, 2015년 삼성바이오 자산을 약 4조8,000여억원으로 과다 계상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증선위는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과 과징금 80억원의 처분을 내렸고 삼성바이오 측은 '정당한 회계 처리였다'고 주장하며 증선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종속기업으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재무제표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 처리에 대해선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판결 주문상 전부 패소이기는 하지만, 형사사건 1심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용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1심 무죄 판단 뒤집는 판결, 2심에 영향 미치나?

이번 판결은 결과만 놓고 보면 법원이 증선위 처분을 전부 취소했기 때문에 분식회계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판결 내용을 뜯어보면 삼성바이오가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점이 확인된다. 법원은 비록 과징금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으나, 2015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을 변경한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점과 분식회계와 삼성 합병 간 연관성을 인정했다.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2012년~2014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공동 지배했다는 증선위 결정뿐이다.

특히 법원은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지배력 상실 근거가 되는 사실과 상황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자본 잠식 등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원고 삼성바이오에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 시점을 같은 날로 선택한 것이라 꼬집은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각종 증거자료를 배척하며 분식회계를 부정하고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삼성합병 1심 판단을 뒤집는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올해 2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들은 1심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부정하고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삼성 합병 1심 판결의 문제점이 다시금 드러났다"며 "이번 판결은 삼성 합병 2심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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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연이은 승소에도 사법 리스크 여전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이번 재판에서 승소했음에도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행정소송의 경우 금융당국의 항소 가능성이 높은 데다, 앞서 있었던 형사 사건은 이미 1심 결과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사건에서 김동중 삼성바이오 경영지원센터장이 증거인멸 혐의 관련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안도 관련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록 1심이지만 형사 재판과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하면서 당분간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경쟁력을 입증해 왔지만, 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송 과정에서 타격을 입었던 기업 신뢰도를 일부 회복한 가운데 글로벌 탑티어 바이오 기업으로의 도약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와 관련한 각종 소송이 수년간 이어지는 사이 수주 확대를 통해 고속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연 매출 4조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회장도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 공장을 직접 찾아 공사가 진행 중인 제2캠퍼스 부지를 둘러보고 경영진으로부터 기술개발 로드맵과 중장기 사업전략을 보고 받았다. 이는 이 회장의 첫 국내 현장 경영으로,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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