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정권 붕괴 없었다" 이란 전쟁서 전략적 목표 놓친 美, 對이란 제재 완화·경제 지원 여부가 최종 성패 좌우

"정권 붕괴 없었다" 이란 전쟁서 전략적 목표 놓친 美, 對이란 제재 완화·경제 지원 여부가 최종 성패 좌우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美-이스라엘, 민중 봉기 유도·이란 정권 축출 계획 틀어졌다
신속한 승계로 이란 국가 시스템 유지, 국민들도 경제난 버티며 결속
종전 협상서 '경제 회복' 주장하는 이란, 美 측 지원 여부가 핵심 변수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전략적 목표 달성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 정권 핵심 인사가 다수 제거됐음에도 불구, 예상했던 민중 봉기가 일어나지 않고 체제가 굳건히 유지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세를 버텨낸 이란 정권의 입지가 향후 종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경제 지원 여부에 따라 이란 내부 여론이 변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美-이스라엘의 궁극적 목표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것은 모두를 위한 '위대한 합의'가 될 것이며, 아니라면 협상 불발뿐"이라고 밝혔다. 각국 매체가 이란과 미국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쏟아내는 가운데, 직접 협상 상황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전장으로 돌아가 공격이 재개될 것이고, (이란에 대한 공격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강력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국 간 합의가 순항한다고 해도 미국이 '전략적 성공'을 거머쥐지는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의 시사지 더 뉴요커에 따르면, 중동 전문가인 대니 시트리노비츠 애틀랜틱 카운슬 비상주 연구원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이번 협상은 미국에 전술적 성공일지는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명백한 실패"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 사이에서 결국 대안이 없어 이 합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미군은 개전 6주 만에 △방공망 △탄도미사일 저장 시설 △드론 기지 △해군 함정 등 이란의 핵심 전력을 다수 파괴하는 전술적 성과를 거뒀으나, 유의미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사실상 정권 축출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은 전쟁 발발 후 대규모 민중 봉기가 확산하며 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이란 군사작전 첫날 “용감한 이란 국민이 이 살인적인 정권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며 체제 저항을 부추겼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 왔다. 지난 3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 측에 "대규모 시위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민들이 학살당할 것”이라면서도 "이란 내 민중 봉기가 일어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란 정권, 혼란 속에서도 '굳건'

미국과 이스라엘은 실제 공습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해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 이란군 참모총장 모하마드 바게리,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등 군 수뇌부 상당수를 제거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정권 붕괴는 현실화하지 못했다. IRGC와 성직자 네트워크가 즉각 권력 승계 체제를 가동하고, 모즈타바 하메네이 중심의 후계 구도가 형성되면서 국가 시스템이 유지된 것이다.

대규모 내부 봉기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IRGC와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전국 치안 통제를 강화했고, 인터넷 제한과 대규모 검문·체포 작전까지 병행하며 조직적 시위 확산을 차단했다. 이란 사회에서 반정부 시위보다 ‘전시 결속’ 분위기가 두드러진 이유다. 외부 군사 개입이 오히려 이란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외세가 정권 교체를 강요한다는 반감이 확산하며 국민들 사이에서 체제 비판과 별개로 국가 방어에는 동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진단이다.

전시 상황의 특수성 역시 ‘아래로부터의 붕괴’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핵심 지역 인구 900만 명 중 약 600만 명이 공습 등 위험을 피해 도시 외곽으로 이동한 상태다. 이처럼 당장의 생존이 급급한 상황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종의 ‘사치’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을 짓누르고 있는 경제난 역시 민심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복적인 제재와 전쟁을 수십 년간 견뎌 온 이란 국민들의 '역치'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생존해 온 이란 국민들은 각종 압박에 상당한 내성을 갖추고 있다”며 "전력망 장애, 인플레이션 등이 당장의 시위 동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종전 협상에 정권 입지 달렸다

향후 이란 정권의 입지는 미국과 이란이 도출할 종전 합의안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현재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측에 '경제 정상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출구 전략 확보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경제 회복 없이는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양상이다. 이란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 △동결 자산 반환 △원유 수출 정상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미 해상 봉쇄 종료 △전쟁 피해 보상 등이다.

미국이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할 경우 이란의 정권 붕괴 여지는 한층 줄어들게 된다. 제재 완화와 대규모 경제 지원이 현실화하면 극심한 인플레이션 및 실업난에 시달리던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상당 부분 완화되고, 체제 반대 동력 역시 약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강도 높은 제재를 유지하고 제한적 지원 기조를 고수할 시, 전쟁 이후 심화한 생계난과 권력층 특혜에 대한 불만이 반정부 정서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이번 협상은 이란 군부와 성직자 권력을 궁지에 몰아넣을 중요한 기회인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까지 조기 타협을 압박하면서 현실적인 절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최근 다수의 협상 안건에서 양보를 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핵 문제다. 당초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를 요구했으며, 고농축 우라늄은 반드시 해외로 반출해 미국 주도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농축 우라늄의 제3국 이전·현지 폐기 등 한층 유화적인 방안이 거론되는 중이다. 아울러 미국은 최근 협상안에 단계적 제재 완화, 원유 수출 재개, 일부 동결 자산 해제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고 전해진다. 핵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기 전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