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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신뢰 높은 사회,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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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ky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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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 간 상호신뢰도 높을수록 무형 자산의 경제적 효과↑
노동 규제 강한 환경에선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떨어져
인간 신뢰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적 접근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식 집약적 산업처럼 정보의 흐름과 자율적인 업무 방식에 따라 굴러가는 비즈니스 환경에선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 많은 역할을 한다. 경제학적 개념의 사회 자본은 공동의 목표를 이뤄내고자 하는 이들의 관계를 구성하는 무형의 요소들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신뢰와 협동, 상호의존성 등의 가치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길버트 세테(Gilbert Cette)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NEOMA Business School) 교수, 지미 로페즈(Jimmy Lopez) 프랑스 부르고뉴대(Université de Bourgogne) 교수, 자크 메어세(Jacques Mairesse)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Maastricht University) 교수 등 연구진은 이 중에서 신뢰가 무형 자본 집약적 산업의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형 자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 구조에선 높은 신뢰가 다른 산업에서보다 생산성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엄격한 고용 및 해고 규정들은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분석됐다.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생산성 향상의 배경엔 늘 효율적인 관리 방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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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신뢰 등 무형 자산, 생산성에 직접적 영향 미쳐

지난 30여 년간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을 이끈 근본적 동력은 이른바 ‘무형 자산(intangible assets)’으로 일컬어지는 지식의 축적과 교환이었다. 이 같은 자산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산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쳤다. 무형 자산이 생산 요소로 직접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또 다른 생산 요소의 효율적 사용을 돕는 파급효과를 내기도 했다. 그런 덕에 경제 및 경영학 분야에선 무형 자산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았는데, 이 연구들의 상당수는 조직 자본(organisational capital)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선진 경영 방식으로서의 무형 자산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지식에 기반한 비즈니스 환경에선 근로자와 관리자, 공급자, 고객 등 산업 주체들 사이 자율적인 방식의 업무 능력에 대한 신뢰, 믿을 수 있는 정보들의 흐름 등이 필수적이다. 사회 자본의 중요한 틀인 신뢰는 큰 조직에서도 여러 주체들이 기본적으로 갈등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굳건해야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신뢰는 집단행동에 대한 관리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조직적 변화를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해 기업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무형 자산들이 만들어 내는 생산성 향상이 사회 내의 신뢰 수준과도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에 연구진은 각국의 사회적 신뢰 수준의 차이가 대규모의 무형 자산 투자에 따른 산업의 생산성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지 들여다봤다. 또 신뢰에 기반한 매개 효과가 신뢰가 굳건한 기업 환경에서 실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다.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 책임을 지정하는 절차를 줄여 거래 비용을 낮추는 방법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또 특정한 노동 환경이 무형 자산 수익률과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고용 및 해고 규제의 영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고용 및 해고 규제는 무형 자산 집약적 산업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관리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사회 신뢰도 높은 환경에서 무형 자산의 생산성 향상 효과 높아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1995~2018년 사이 19개국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실증 분석을 실시했다. 이 데이터는 다양한 종류의 무형 자산을 담고 있는가 하면 생산과 부가가치의 일관성을 보장하고 있다. 신뢰 측정을 위해선 유럽사회조사(European Social Survey)의 개별 응답 데이터를 사용했다. 각국의 경영 관리 방식을 분석하기 위해선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과 존 반 리넨(John Van Reenen) 등이 펴낸 2010년 논문의 글로벌 경영 조사의 자료를 썼는데, 이 자료는 일부 국가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용과 해고 규정의 엄격함을 측정하기 위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보호법 지표를 참고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전체 자본에서 무형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생산성 모델을 추정했다. 또 분석 과정에서 신뢰와 노동 시장 규제를 다른 통제 요소와 더불어 매개 역할로 규정했다. 그 결과 신뢰가 높은 환경에선 무형 자본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추정치가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고용과 해고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한 경우엔 무형 자본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더뎌지는 경향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무형 자산과 생산성 사이의 관계에서 신뢰의 역할은 상호 신뢰도가 높은 환경에서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낸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즉 서로 간의 신뢰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 조직이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으며 경영 관리 방식 또한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보다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진은 데이터를 신뢰 수준이 가장 높은 핀란드 및 고용 규제가 가장 약한 미국과 비교해 무형 자산과 생산성 향상 사이의 관계를 계산했다. 신뢰도를 핀란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노동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완화해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 들여다본 것이다. 그 결과 핀란드 수준의 신뢰도를 유지할 경우엔 프랑스나 영국처럼 무형 자산의 사용 비중이 높거나 그리스와 같이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좋았다. 신뢰 수준이 핀란드와 비슷한 스웨덴, 그리고 무형 자산의 비중이 낮은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에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사 대상 국가들의 평균 잠재 생산성 향상 효과는 2.2%대였다.

마찬가지로 고용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완화했을 땐 고용보호법이 가장 엄격한 프랑스에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좋았다. 반면 고용 규제가 미국과 비슷한 영국에선 가장 작은 효과가 도출됐다. 무형 자산 비중이 낮은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에서도 고용 규제 완화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더불어 고용 규제 완화를 통한 조사 대상 국가들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2.6%대로, 신뢰를 통제 요인으로 삼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무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국가 정책이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고용 및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만 고용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은 극심한 사회적·정치적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또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상호 신뢰도는 정책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역사와 문화 등 여러 요인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사회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면 세제나 공공 지출 구조, 법치, 노조의 역할 등 보다 근원적인 구조를 개혁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 및 가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심리학계와 사회학계의 연구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신뢰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기술 수준이나 혁신 인센티브 등 보완적인 공공 정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많은 국가의 경제 구조에서 지식 집약적인 생산 방식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그 기술의 경제적 적용 가능성 등은 새로운 지식 기반 무형 자산으로서 신뢰와 생산성 사이 관계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원문의 저자는 길버트 세테(Gilbert Cette)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NEOMA Business School) 교수, 지미 로페즈(Jimmy Lopez) 프랑스 부르고뉴대(Université de Bourgogne) 교수, 자크 메어세(Jacques Mairesse)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Maastricht University)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Trust, intangible assets, and productiv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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