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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아마존, AI 스타트업 인재만 쏙 빼가는 방법으로 반독점법 규제 피해 편법 인수?

MS·아마존, AI 스타트업 인재만 쏙 빼가는 방법으로 반독점법 규제 피해 편법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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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아마존, 경쟁 규제 강화에 AI스타트업 투자 늘려, 인수 대신 인재만 채용하는 전략으로 선회?
미국·유럽 챗봇 기업들 지분 투자 활성화하자 미국·영국·유럽 경쟁 당국에서 반독점법 조사 나서
반독점법 회피 위해 인수 대신 채용했다는 의혹 제기
Mustafa Suleyman TE 20240717
무스타파 술레이만 창업자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영국 경쟁 당국이 빅테크 기업들의 AI스타트업 '편법 인수' 조사에 돌입했다. AI스타트업 인수 시 경쟁 당국의 강도 높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회피 목적에서 인재와 기술만 영입한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AI스타트업 직접 인수 대신 인력만 채용하는 편법으로 경쟁법 회피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플렉션(Inflection) AI 공동 설립자 및 직원 영입에 대해 영국 규정에 따른 인수합병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MS는 지난 3월 AI 챗봇 개발회사 인플렉션 AI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공동창업자를 MS의 AI 사업 최고책임자로 영입하며 직원 70명 대부분을 함께 채용했다.

이에 영국 CMA는 MS의 인플렉션 인수가 AI 스타트업의 편법 인수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간 CMA는 구글, 애플, MS 등 거대 기술 기업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보고서를 통해 “MS와 인플렉션 AI, 아마존과 앤트로픽 간 파트너십은 이들 (대형 기술) 기업이 자신의 이익에 맞게 시장을 형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CMA는 공식 1단계 합병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를 심층 조사로 확대할지 여부는 9월 11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MS는 “우리는 인재 채용이 경쟁을 촉진한다고 확신하며, 이를 합병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CNBC 등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AI 에이전트 개발 스타트업 어뎁트의 거래에 대해 비공식 조사에 나섰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어뎁트의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루안과 팀원 일부를 아마존의 일반인공지능(AGI) 팀에 합류시켰다. 이후 어뎁트의 AI 시스템 등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도 획득했다. 어뎁트는 당시 블로그를 통해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며 “아마존과의 협약을 통해 AI 에이전트 구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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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마존

올해 초부터 각국 경쟁당국 조사 나서

영미권 경쟁 당국이 채용을 가장한 편법 인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 1월 FTC는 MS·구글·아마존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독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MS가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8조원)의 투자를 진행한 후 오픈AI가 설립 목적과 달리 기술 공유를 포기하고 MS에만 기술 이전을 해 줬다는 의혹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투자를 이용해 사실상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FTC는 MS, 아마존, 구글, 오픈AI, 앤스로픽에 협력사에 대한 영향력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각각의 회사가 공유하고 있는 문서는 무엇인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지 등에 대한 내부 문서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FTC는 빅테크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이사회 자리나 기타 감독권을 요구했는지 여부를 포함한 내용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및 인수를 통한 기술 독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 전략이 변경됐다는 것이 업계에서 최근 AI스타트업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경제적 실질은 투자 혹은 인수지만, 외형적으로는 스타트업 인력을 통째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경쟁 당국의 감시를 피했다는 것이다. 빅테크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MS가 독점 금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오픈AI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MS-오픈AI 전략적 제휴, EU 경쟁법 위반 여부 조사도

지난해 MS와 오픈AI의 전략적 제휴가 가시화되면서 MS가 각종 AI 제품을 출시하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사무국도 올해 1월부터 MS와 오픈A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이 반독점법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AI 산업을 선도하는 두 기업의 전략적 제휴가 사실상 기업 합병 절차였음에도, EU가 규정한 기업결합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MS는 올해 2월 프랑스에서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와 1,500만 유로(약 217억원)를 투자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미스트랄의 AI 기술에 관한 연구 개발(R&D) 성과를 사실상 1,500만 유로에 독점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약 사실이 발표되자 레아 쥐버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 집행위는 대형 디지털 시장 참여자와 생성 AI 개발자, 제공업체 간 체결된 합의를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언급된 합의를 통보받았고 그것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스트랄 AI는 오픈AI처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딥러닝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연구·개발하는 회사다. 구글과 메타 출신 엔지니어들이 지난해 4월 설립해 10개월 만에 약 5억 유로(약 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시장에서는 이 기업의 잠재적 가치가 21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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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에 1만1,130대 생산 차질 빚은 한국GM, 호실적 기세 결국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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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영업이익 전년 대비 388% 증가, 자사 차종 '수출 왕' 등극하기도
노조 파업 장기화 흐름, 사측 수정안 제시에도 '교섭 결렬'
지나친 요구 등으로 노조 사회적 이미지 실추, 한국GM 노조도 잦은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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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모습/사진=한국GM

한국제네럴모터스(GM)공장이 보름째 정상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동조합 측이 파업에 들어간 탓이다. 파업 사태로 구조조정 이후 역대급 실적을 이뤘던 한국GM의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 매출 52% 급증했지만, 노조 파업에 생산 차질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2% 급증한 13조7,339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8% 급증한 1조3,506억원에 달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덕에 역대급 실적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18년 GM은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수립했고, 군산공장 매각 등 구조조정을 이룬 바 있다.

인기 차종의 수출 증가세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 창원공장이 생산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21만6,833대)는 지난해 4년 연속 수출 1위였던 현대차 코나(21만2,489대)를 누르고 '수출 왕' 자리에 올랐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21만4,048대) 역시 수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수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기간 내수 판매(1만3,457대)가 29.1% 감소하긴 했지만 수출(25만6,000대)이 31% 늘면서 전체 판매량은 25.7% 급증했다. 한국GM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이에 한국GM은 올해 생산 목표를 전년 판매량(46만8,059대)보다 13% 늘어난 52만9,200대로 잡았다. 북미 시장으로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를 위해 7월 한 달 동안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4만1,000여 대의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게 한국GM 측의 당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GM 노조가 이달 1일부터 잔업을 거부하고 8일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GM에 따르면 14일까지 총 1만1,13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하루 생산량이 절반가량 급감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한국GM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 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측이 부분파업 이후 전면파업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한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주요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올해 성과금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5% 이상 지급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평·창원공장 생산 물량의 30% 내수 물량 우선 배정 △고용안정과 신차 물량 확보를 위한 고용안정 협약서 확약 등을 제시한 상태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기업회생을 위해 고통을 분담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취지다. 이에 한국GM 측은 두 차례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사측 제시안에 임금 및 성과급 내용이 제외돼 있다는 이유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KGM모빌리티·르노도 노사 간 이견 표출

다른 완성차 업계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기본급의 500%+정액 1,800만원) 및 주식 25주 지급 등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노조 측의 눈높이가 달라진 영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의 형제 업체인 기아다. 기아 노조 측은 "지난해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11.63%로 현대차(9.3%)보다 높았던 만큼 이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장기근속자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기아 노사는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매주 3회씩 교섭을 벌이는 중이다.

KGM모빌리티 역시 지난 3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KGM 노조 측은 올해 요구안에 △기본급 14만3,000원 인상 △정년 63세 연장 △퇴직연금제 도입 등을 담았지만, 사측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된 탓이다. 지난 11일 노사 본교섭을 시작한 르노코리아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폐지 및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르노의 경우 실적이 부진한 데다 최근 사내 직원의 혐오 표현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어 노사 간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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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무리한 요구로 논란 일으키기도

이 같은 노조 활동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며, 노조는 통상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로 작용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쟁의행위가 반복되면서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됐단 점이다.

한국GM 노조도 이전부터 잦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2020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임단협에서 노조 측은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TC 수당 500% 인상 등 총 1조원에 달하는 협상안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들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 3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누적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잔업 및 특근 거부,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를 펼쳤다. 한국GM에 따르면 당시 한 달간의 누적 생산 손실은 차량 2만 대에 달했다. 월평균 생산량의 68%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2022년에도 다소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GM 측은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고 유휴 인력을 1공장으로 전환배치해 총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1공장은 극심한 인력 부족을 겪고 2공장은 인력이 남는 비효율적인 고용 형태를 재정비하겠단 취지였다.

그러나 노조 측은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려면 특근 감소로 발생하는 급여를 사측이 보전해야 하며, 1공장의 인력 부족은 신규 채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시대에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엔진공장에 배치된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일감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력 재배치를 거부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사측에 전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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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적대적 공격 들어온 바둑계, 다음 타깃은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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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공격을 통해 바둑 AI 이기는 방법 발견해
여러 방어책 마련했으나, 큰 효과 거두지 못해
바둑은 시작에 불과, 자율주행·의료 등에도 적대적 공격 들어올 수 있어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바둑
사진=Scientific American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1 대승을 거두고 난 후, 이제는 AI가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바둑 AI의 성능은 세계 최고 바둑 프로기사가 2점을 놓고 둬도 이기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토록 ‘초인적’ 성능을 보이는 바둑 AI에 취약점이 드러났다. 더 나아가 이 발견은 바둑뿐만 아니라 다른 AI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다.

세계 최강 이기는 초보

지난 6월 적대적 공격을 통해 바둑 AI의 약점을 찾아낸 논문이 공개됐다. 연구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게시되었다. 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섐페인의 컴퓨터 과학자인 후안 장은 “이 연구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AI란 무엇인가에 대해 중요한 물음을 남긴다”라며 AI 정체에 의문을 던졌다. 또한 MIT 컴퓨터 과학자인 스티븐 캐스퍼는 이 연구를 두고 “인간이 원하는 대로 AI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증거”라며 오류 없는 AI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구원들은 이미 재작년에 카타고(KataGo)를 이길 수 있는 적대적 AI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카타고는 프로기사를 가볍게 이길 정도로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적대적 AI는 바둑 아마추어가 상대해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이다. 단지 카타고를 이기는 데 특화된 것뿐이다. 심지어 인간이 적대적 AI의 수법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하면 카타고를 이길 수 있다.

바둑 AI, 예상치 못한 수 맞닥뜨리면 오류 일으켜

사실 바둑 AI가 오류를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세돌 대 알파고 제4국에서 ‘신의 한 수’라고 불리는 78수도 엄밀히 말하면 꼼수였다. 즉, 알파고가 오류를 내지 않고 정확하게 응수했다면 안 되는 수였다. 그러나 78수는 알파고가 생각지 못한 수였고, 그 결과 오류를 내며 대국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

이처럼 바둑 AI는 생각지 못한 수를 맞닥뜨렸을 때 자주 오류를 일으킨다. 논문에서 공개한 적대적 AI 대 카타고 기보를 보면, 적대적 AI는 당황스러운 수를 두어 카타고를 먹통으로 만든다. 카타고는 프로기사 기보를 교재로 삼는 만큼 적대적 AI가 두는 수를 거의 고려조차 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다는 의견이다.

적대적 AI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을까

따라서 연구진은 카타고의 약점을 인지하고 적대적 AI로부터 방어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파에이아이(FAR AI)의 CEO이자 2022년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아담 글리브는 바둑 적대적 AI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방어책은 적대적 AI가 공격하는 수를 카타고에게 미리 알려주고 카타고가 스스로 바둑을 두게 하여 해당 수를 학습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바둑을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적대적 AI는 이렇게 학습한 카타고를 상대로 91% 승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 방어 전략은 적대적 AI와 카타고를 번갈아가며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우선 적대적 AI를 상대로 카타고를 훈련한 다음, 훈련된 카타고를 상대로 적대적 AI를 훈련한다. 이렇게 카타고와 적대적 AI를 번갈아가며 9번에 걸쳐 학습시켰다. 그러나 이 방법도 ‘무적의’ 카타고를 만들 수 없었다. 적대적 AI는 계속해서 카타고의 취약점을 찾아냈고, 최종적으로 카타고를 상대로 81% 승률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전략은 바둑 AI를 새로운 모델로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카타고는 합성곱 신경망(CNN)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연구진은 CNN이 국소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하여 전체적인 패턴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비전 트랜스포머(ViT)라는 대체 신경망을 사용하여 바둑 AI를 생성했다. 하지만 적대적 AI는 새로운 바둑 AI에서도 새로운 약점을 발견하여 ViT 시스템을 상대로 78% 승률을 기록했다.

적대적 AI, 이제 시작에 불과해

적대적 AI는 카타고와 다른 바둑 AI를 이길 수 있으나, 다재다능한 전략가는 아니다. 적대적 AI는 단순히 바둑 AI의 숨겨진 ‘취약점’을 찾도록 훈련받은 것뿐이다. 글리브는 “사람은 적대적 AI에게 쉽게 이길 수 있다”며 적대적 AI가 만능이 아님을 강조했다.

인간이 적대적 AI 전략을 사용하여 바둑 AI를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AI를 두고 ‘초인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전히 합당한지 의문이다. 글리브는 이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했던 문제라며 바둑 AI를 ‘일반적으로 초인적’이라고 정의했다. 카타고를 처음 개발한 데이비드 우도 바둑 AI는 평균적으로 초인적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초인적이 아니라며 약점을 인정했다.

카타고가 적대적 AI의 공격을 받고 오류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 연구는 논문을 위한 논문일 뿐 아무 효용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바둑은 시작에 불과하다. 만약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적대적 AI의 공격을 받아 오류를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적대적 AI의 공격을 받은 의료용 AI 로봇 팔이 멋대로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은가?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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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 구속영장 청구, SM 삼키려다 창업주 구속 사태까지

김범수 카카오 의장 구속영장 청구, SM 삼키려다 창업주 구속 사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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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
구속 수사 될 경우 김 의장 주도로 진행되던 카카오 경영 쇄신 지연될 수도
금융 CEO 처벌에 따른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박탈 우려도 조심스레 언급
KAKAO SM TE 001 20240717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SM엔터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관련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들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중 주식 공개 매수가 불법이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김 의장을 소환해 20시간이 넘는 밤샘 조사를 벌인지 8일 만의 일이다. 김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는 안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공개 매수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검찰은 김 의장이 공개 매수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던 것을 입증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같은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를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배 대표 역시 SM 인수전의 공개 매수는 자본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었고 불법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이번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막기 위해 SM엔터 시세를 조작한 혐의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이려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회장을 기소한 상태다.

당시 치솟은 주가에 하이브는 결국 인수 절차를 중단했고,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 매수 등을 통해 SM엔터 지분을 39.87% 취득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총 2,400억원을 동원해 53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의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았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의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 없다”며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영장 청구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만 답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2일 오후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가릴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이 존재하는 만큼, 검찰의 주장대로 공개 매수 중 김 의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김 의장 측이 확실한 반박 증거를 낼 수 있어야 구속적부심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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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사진=카카오

카카오 경영 정상화 더더욱 어려워질 전망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신청을 두고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신아 의장 단독 체제로는 카카오의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벤처스 대표에서 공동의장 자리에 오른 정신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이 공동 경영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김 의장이 경영 쇄신을 총괄하는 가운데 정 의장이 전면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김 의장의 공석은 사실상 카카오 쇄신 작업의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부터 고강도 쇄신 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더불어 지난 2022년 하반기에 터진 서버 중단 사태, 연이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갈등 등으로 내부 경영이 어수선하게 돌아가는 데다, 문어발 식으로 확장한 계열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그룹 전체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그간 강조해 왔던 자율 경영을 버리고 최근 6개월간 김 의장 주도로 중앙집권형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당분간 쇄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15만원대였던 주가가 이달 들어 4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와 주주들은 김 의장의 경영 쇄신에 큰 기대를 걸었다.

카카오뱅크 매각 위험 우려도

한편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구속 수사가 확정될 경우 금융 CEO의 사법 리스크가 함께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은 최근 횡령 및 불법대출 사태가 격화되자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금융 CEO의 비리 혐의가 당국의 중징계 이상 처벌로 이어질 경우 금융기관 운영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금감원의 연이은 압수수색, 지도조사 등에 금융권은 한껏 긴장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 김 의장이 재판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운영 자격 박탈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김 의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 의장의 구속 수사 여부가 재판 결과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자칫 카카오뱅크 매각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이 나오면 매수하겠다는 대기 수요가 상당하다. 벌써 프로젝트 펀드(사전에 투자처를 정해놓고 결성하는 펀드) 조성까지 고민하는 기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이제 수사에 착수한 만큼,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이 더 걸릴 수 있고, 설령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 해도 항소와 대법원 상고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어 카카오가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형 이상 처벌을 확정받는다 해도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 매각이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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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탈취 vs 자체 기술력, VCV 공법 두고 LS-대한전선 '강대강 충돌'

기술 탈취 vs 자체 기술력, VCV 공법 두고 LS-대한전선 '강대강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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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경찰 '대한전선' 피의자 전환, 사무실 압수수색 후 조사 착수
LS전선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 모든 법적 조치 취할 것”
대한전선 “탈취 사실 無, 과도한 견제" 민형사상 조치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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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을 맞이한 국내 전선업계가 때 아닌 ‘기술 탈취’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국내 전선기업 1·2위를 다투는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분쟁이 단순 의견 대립을 넘어 경찰 수사까지 확대되면서다. 이번 의혹은 LS전선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공장 설계를 담당해 오던 가운건축사무소가 올해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 참여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양측 모두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경찰, 기술유출 의혹 수사 본격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과 가운건축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 첩보 등을 입수해 혐의점을 인지하고 LS전선 관계자를 피해자 신분으로 불러 입건 전 내사를 벌여 왔다. 이후 경찰은 최근 가운건축과 대한전선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벌이며 사실관계를 파악할 전망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가운건축을, 지난 11일에는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은 해저케이블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ing‧수직연속압출시스템) 공법 기술 탈취 의혹에서 비롯됐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이 가온건축을 통해 LS전선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 등을 탈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을 설계한 업체로 LS전선은 당시 가운건축에 압출, 연선 등 해저케이블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가운건축은 올해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에 준공한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도 참여했는데 LS전선은 가운건축을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0km 이상의 해저용 HVDC 케이블을 만드는 글로벌 공장(LS전선 포함) 은 모두 다른 외형인 데 반해 대한전선 공장만 LS전선과 매우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S전선은 또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여러 차례 설계를 요청했으며 계약금액도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른 협력사도 같은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 LS전선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는 기술은 해저케이블 공장 1~4동 등에 적용한 제조 설비 도면과 배열 등이다. LS전선은 지난해 약 2,600억원을 투입해 강원도 동해 사업장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아파트 63층 높이(172m)의 해저케이블 생산설비 VCV 타워를 완공했다. VCV 타워의 높이는 해저케이블 기술력과도 직결된다. 성인 여성의 몸통만큼이나 굵은 케이블 표면에 묽은 절연체(폴리에틸렌·PE)를 균일하게 코팅하고 말리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수직으로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압출된 PE가 무른 탓에 수평으로 작업할 경우 중력에 따라 아래로 처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VCV 타워는 굵기에 따라 짧으면 수십㎞에서 길게는 100㎞까지 케이블을 끊김 없이 뽑아 완성품의 품질을 높인다. 해저케이블의 경우 내부에 작은 거품이나 이물질이 있으면 폭발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데다, 바닷속에 묻히는 만큼 짧은 케이블을 여러 개 이어 붙이지 않고 수십㎞짜리 케이블을 한 번에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는 일반 공장 설계와 달리 연결점 없이 길고 무거운 케이블, 이른바 '장조장·고중량'의 케이블을 생산·보관·이동하기 위한 설비 배치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500m~1km 길이로 짧게 생산하는 지중 케이블 생산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그 자체가 기술력이기 때문에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장조장·고중량으로 인해 도로로 이송할 수가 없어 선박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 역시 전선업계에서는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 LS전선은 해저 1동부터 4동까지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R&D(연구개발) 투자와 실패 비용을 들인 만큼 이러한 제조 노하우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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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LS전선 VCV 타워, (우) 대한전선 VCV 타워/사진=각 사

대한전선 "기술 탈취 강력 부인, 자체 기술력"

이에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과 생산 관련 연구를 진행했으며 당진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하기도 했다며 탈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자체 기술력만으로 공장을 건설한 것으로, LS전선의 영업비밀을 가로채거나 활용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전선에 따르면 2011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공장으로 꼽혔던 당진 공장의 VCV 타워 건립을 시작으로 2016년 이후 당진 소재의 기존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수직연합기, 턴테이블 등)를 설치했고, 해당 설비에서 내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해 2017년부터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등에 납품한 실적을 갖고 있다.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이 핵심 기술이라는 LS전선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공장의 레이아웃은 해외 설비 업체로부터 소정의 비용만 지불해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핵심 기술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대한전선은 이미 국내 최초로 지중케이블 VCV 타워를 구축해 수십년간 VCV 설비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탈취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운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한 것에 관해선 공정한 경쟁 입찰 과정에 따른 결과라고 일축했다. 공장 설계 경험이 있는 다수의 설계 업체 중 정성·정량 평가를 통해 선정한 것일 뿐, LS전선의 주장대로 가운건축에 먼저 수차례 연락해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LS전선의 이번 움직임이 경쟁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독점기업의 과도한 견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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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맞은 '전선업계', 제살깎아먹기 우려도

현재 양사는 수사 결과에 따라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낸 상태다. LS전선은 15일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대한전선도 “만약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기술 유출 수사 특성상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의 갈등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해상 변전소를 기준으로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나뉘는데 현재 내부망은 양사가 경쟁하지만, 외부망은 LS전선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이탈리아 프리즈미안(30%), 프랑스 넥상스(25%), 덴마크 NKT(15%) 등 해외 기업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점유율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전선기업끼리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은 실익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회사가 생산능력(캐파)을 공격적으로 확충해 해저케이블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도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고압 해저케이블 수요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해상풍력발전 확대에 힘입어 규모가 폭증하고 있다. 기존에 유럽 정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던 해상풍력발전이 최근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라 북미 기업들도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영국 원자재시장조사업체 CRU에 따르면 2022년 6조4,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연평균 16.1%씩 성장해 2029년에는 29조5,000억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해저케이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해저케이블 수요가 쏟아지면서 세계 전선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했지만 우리나라는 빅2 기업의 갈등으로 해저케이블 산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및 시장 견제가 약화될 위기에 놓여 있어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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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대 A교수의 명예훼손 소송과 김박사넷의 승소

[기고] 서울대 A교수의 명예훼손 소송과 김박사넷의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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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서울대 A교수, 김박사넷에 올라온 평가에 명예훼손 소송했지만 패소
법원, 개인정보의 공익성 판단할 때 김박사넷 위법 행위 아냐
교수 사회, 제대로 연구하면 김박사넷 D급 평가 받는다 불만 제기
연구 역량보다 학생들 취직 지원하는데 더 집중해야하는 대학원 세태에 대한 지적도
같은 사건 계속되면 국내 귀국 고민하는 교수들 늘어날 것이라는 불만도 나와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서울대 A 교수가 '김박사넷' 운영업체 팔루썸니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달 동안 서울대 A교수가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이달 17일 대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김박사넷은 국내 주요 대학의 이공계 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이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평가를 남기고 공유하는 사이트다. 학생들이 교수의 인품, 인건비, 논문 지도력, 강의 전달력, 연구실 분위기를 평가해 각각 A+부터 F등급까지 평가한다. 과거 해당 연구실을 거쳐간 학생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지원 역량을 판단하겠다는 것이 서비스의 취지이지만, 교수의 실질 연구 역량보다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를 더 강조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학계에서 이번 판결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최근 들어 대학원이 연구의 요람이라기 보다는 학생들의 취직을 위한 자격증 제공처로 격이 추락했다는 평가를 받던 중에, A 교수가 연구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실을 운영해왔었기 때문이다.

KimPhDNet GK 20240717
사진=김박사넷 홈페이지

직장 평가 서비스와 교수 평가 서비스

학계 관계자들은 이공계 연구실이 사실상 교수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컨설팅 업체와 유사하게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직장 평가 서비스와 동일한 선상에서 김박사넷을 평가한다. 그러나 기업 평가에 직원의 복리 이상으로 기업의 자산 규모, 사회적 영향력 등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수 평가에 대학원 생들을 위한 서비스 외에 교수들의 연구 역량, 학계에서의 위치 등에 대해서는 평가가 부실한 것이 김박사넷의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대 K모 자연대 교수는 미국 P모 명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후 지난 20여년간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은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P모 명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지나친 욕심 탓에 연구실 학생들이 졸업을 제때 못한다는 악명도 널리 퍼져 있는 교수다. 미국 대학들은 연구 역량이 부족하면 아예 박사 과정에서 퇴출시켜버리거나, 스스로 학교를 떠나도록 만드는 구조인데, 한국은 어지간하면 다 학위를 받아서 나갈 수 있도록 빡빡하지 않게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폐해 중 하나다.

국내 명문대 이공계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국 학부 2학년, 미국 학부 3학년 AI 및 데이터 과학 과정을 가르쳐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된 부분 중 하나로, 한국 대학들의 교육 수준이 매우 낮고, 그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금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덕분에 내부 개혁의 목소리가 거의 없다는 속사정을 들 수 있다. 한국 명문대 대학원을 마친 학생들 중 영미권 대학의 학부 2-3학년 과정에서 F학점을 받지 않은 경우는 절반에 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기초 학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됐을리 없지만, 그런 학생들을 학교에서 쫓아내봐야 김박사넷에서 혹평을 받기만 할 뿐이다.

학생은 고객일까? 수련을 받는 제자일까?

서울대 A 교수의 손해배상 고소 사건은 K 교수에 대한 김박사넷의 저질 비난과 함께 국내 교수 사회에서 수 년간 화두 중 하나다. 영미권 명문대에서 혹독한 경쟁을 뚫어가면서 박사 과정을 밟은 후, 교수직이나 연구직, 혹은 기업 연구소 등의 자리를 포기하고 한국의 명문대 교수 자리에 기대를 갖고 귀국한 교수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다녔던 한국 명문대와 2020년대 한국 명문대의 대학원 학생 수준 차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일부 연구에 손을 놓고 싶어 한국으로 귀국하는 교수들도 있지만, 최근들어 많은 전공들이 출판 예정 논문(학계에서는 '파이프 라인'으로 불림)이 탄탄한 학자들에게만 한국 교수직 제안을 낸다. 자신들의 국내 대학원 시절을 생각하고 우수한 학생들의 연구 도전을 지원해주면서 한국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이용해 더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싶은 교수들이 귀국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지만, 정작 2020년대 한국 대학원생들은 빨리 졸업장을 받아 나가서 대기업들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태반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식 '물렁한 교육'이 아니라 영미권의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는 교수들은 백안시 당하는 대상이 된다. 한 서울 시내 대학의 노(老) 교수는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학생들의 교수 평가가 교수의 연구 역량과 학계의 명성,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올려주려는 열정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대기업에 높은 연봉으로 하루 빨리 취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다.

"이렇게 욕이나 먹을거면 대학원생 왜 데리고 있냐?"

A 교수에 대한 이번 판결이 알려지면서 교수 사회에서는 과거 B급 대학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건이 서울대에서도 일어났다는 평가들을 내놓는다. 더 이상 서울대도 연구를 위한 도전 의식,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속칭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대학원을 선택하는 비율이 부쩍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SKYPK 군으로 분류되는 한 명문대 교수는 김박사넷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평가와 대학원 생들의 댓글을 보면서 "이렇게 욕이나 먹을거면 대학원생 왜 데리고 있냐?"라는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필자의 대학원 석사 시절, 졸업 논문 주제를 못 잡아 애를 먹다가 하나의 주제를 골라서 지도 교수님을 만났는데, 교수님이 듣다가 화가 났는지 말을 자르더니, "We are not stupid, right? If we were stupid, we shouldn't be here, right? (우리 바보 아니지? 우리가 바보였으면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라며 내 논문 주제가 얼마나 한심한지를 지적해 주신 적이 있었다. 한 때는 그 교수님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그 교수님이 얼마나 뛰어난 학자인지, 왜 그런 분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 놓고는 이해도 못했는지, 왜 그렇게 조잡한 논문 주제 밖에 못 갖고 갔을까는 자책에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학원을 다닐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교수 사회에서는 인구 감소로 대학 교수 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과 더불어, 서울대 정도의 명문대 교수로 귀국해도 연구 역량을 전혀 갖추지도 못한 인력들에게 김박사넷에서 놀림감이나 되는 상황이 계속 되면 굳이 한국 귀국을 고민하려는 교수들이 있을지에 대한 불만들이 제기된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종류의 괄시를 받지만 모국의 저급 인력들에게까지 놀림감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 귀국을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필자 역시도 국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및 데이터 과학 교육을 하던 중, 데이터 처리를 위해 경제학계에서 쓰던 계량경제학적 방법론 일부를 설명했더니 'AI 안 가르치고 경제학 가르친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이 퍼지는 것을 보면서 굳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대학원이 하루 빨리 졸업장을 받아 대기업에서 더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자격증이 아니라, 진정 한국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정부의 대학원 지원 체계를 뜯어 고치고 대학원 생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개혁안을 내야한다. 10년, 20년간 젊음을 쏟아 익힌 학문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다못해 손해배상 소송까지 치뤄야하는 세태는 대학원 학생 숫자로 지원금을 결정했던 교육부 정책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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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중국자본 장악 주의보', 한국 생태계 위협한다

해상풍력 ‘중국자본 장악 주의보', 한국 생태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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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풍력기자재 장악한 中, 국부유출 가능성 제기
해상풍력 사업지분 취득, 우회투자로 프로젝트 참여도
정부, 글로벌 연합체 동참 "中시장과 사실상 결별"
offshore wind power TE 001 20240717

국내 해상풍력 업계에서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중국산 저가 기자재 대규모 유입에 더해 중국 자본이 해상풍력 사업자 지분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중국 업체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중국자본 유입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A사에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에너지엔지니어링공사(CEEC)가 우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사의 지분 49%를 보유한 B사가 CEEC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알려졌다. B사는 CEEC의 PF 보증을 통해 자금 1조5,000억원가량을 조달했고 현재 건설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준공되면 사업 이익을 CEEC와 정산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CEEC는 나아가 국내 기업인 C사와 함께 설계·조달·시공(EPC)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해당 해상풍력 단지 공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이 참여하는 셈이다. 해당 해상풍력 단지는 현재 풍력 터빈과 해저 케이블 외부망 공급자로도 중국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풍력은 발전단가가 높아 정부가 발급한 신재생에너지발급인증서(REC)가 간접적인 보조금 역할을 하며,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장기 고정 가격 계약을 통해 운영 후 20년간 보조금이 얹어진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안정적 수익을 내도록 보장받는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영기업이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운영에 참여한다면 우리 정부가 주는 보조금으로 수익을 내게 된다"며 "이는 국부 유출로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에 따르면 2036년까지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은 8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가 시행 중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해상풍력 규모가 약 14.3GW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환산한 금액이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해상풍력 기자재 시장에도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이 선정한 해상풍력 프로젝트 5곳 모두 해외 기업의 터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세 곳은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공급하기로 했고 나머지 한 곳은 중국 밍양이, 다른 한 곳은 독일 벤시스가 공급할 예정이다. 벤시스는 중국 골드윈드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계 기업이다.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 붕괴 우려

이에 국내 업계에서는 저가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유입될 경우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후판부터 터빈까지 해상풍력 가치사슬(밸류체인)의 단계별 공정에 글로벌 수준의 기업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가 반도체 시장의 파운드리(수탁생산)와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 중이라고 분석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설계와 금융을 맡고 핵심 제작은 한국에 맡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풍력발전기와 육지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제조하는 LS전선이 대표적 사례다. LS전선은 올해 들어 대만에서 1,100억원 규모 해상풍력용 케이블 계약을 따냈고 지난달에는 벨기에에서 2,821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일에도 미국에서 1,000억원 규모 계약을 했다. 올해 1분기 LS전선의 전선 수주액은 7조1,787억원에 달한다.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와 손잡고 해상풍력발전단지에 들어가는 기자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SK오션플랜트가 하부 구조물인 재킷을 제작하고 SK에코플랜트는 해상 변전소를 짓는 식이다. SK오션플랜트는 국내 협력업체 24곳과 해상풍력연합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야드’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도 해상풍력 훈풍을 타고 특수선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기 용량이 기당 10㎿급으로 커지면서 대형 해상풍력발전설치선(WTIV)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터빈, 풍력발전 타워 등을 나르고 크레인을 장착해 발전소를 설치하는 데 쓰이는 선박이다. 발전타워업체 씨에스윈드도 영국에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올해 1분기에만 해외에서 7,200억원가량의 타워 물량을 수주했다.

중견·중소기업으로 낙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KMC해운은 해상풍력 전용 예인선을 운영하는 덴마크 에스바그트(ESVAGT)와 합작사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 영국법인인 세아윈드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사업 개발사인 오스테드로부터 하부 구조물(모노파일)을 수주했다. 이를 위해 영국에 모노파일 생산 기지를 착공했고 올해 말 완공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운영에 참여할 경우 이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offshore wind power TE 002 20240717
영광낙월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감도/사진=호반산업

치솟는 中 풍력 점유율에 反中 풍력동맹 가입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5일 글로벌해상풍력연합(GOWA)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하반기 가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실 그간 GOWA의 한국에 대한 러브콜은 삼고초려에 가까웠다. 출범 직후인 2022년 말에도 한국에 가입을 권했으나 정부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덴마크 베스타스 등 풍력발전 기술에 특화된 글로벌 기업에 휘둘릴 수 있는 데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GOWA는 터빈, 타워, 하부 구조물 등 풍력발전의 주요 기자재 제작뿐만 아니라 기자재를 실어 나를 전용 선박이 필요한데, 중국 외에 이를 공급할 곳은 한국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결정에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마저 중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윈드와 엔비전이 세계 풍력터빈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의 해상풍력 생태계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며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에 따르면 2021년 신규 풍력터빈의 53%가 중국산이었고, 지난해에는 65%까지 늘었다. 하부 구조물, 타워 등 각종 기자재를 합치면 중국의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중국의 기술력도 날로 발전하는 추세다.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중국은 풍력발전 관련 국제 특허를 17만여 건 출원했으며,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16㎿급 풍력 터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의 해상풍력 파워는 한국 앞바다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 계마항에서 약 40㎞ 떨어진 안마도 인근에 들어설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의 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만 해도 핵심 부품이 모두 중국산이다. 터빈 64기는 벤시스가, 해저케이블은 중국 1위 전선업체 헝퉁광전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GOWA가 한국을 해상풍력 파운드리 거점으로 낙점하면서 국내 발전, 조선, 철강 등 제조업 전반에도 낙수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스타스가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있던 아시아·태평양본부를 한국으로 옮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스타스는 풍력터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기자재를 한국에서 제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동맹 가입으로 풍력발전업계의 수출에도 날개가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원국 간 협력으로 수주 경쟁에서 중국에 앞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국제표준을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도 커졌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GOWA 가입은 기업 차원의 협력에서 이제 국가 단위로 협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형 사업을 수주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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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to replace not (intelligent) jobs but (boring) tas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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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is to replace not jobs but tedious tasks
For newspapers, 'rewrite man' will soon be gone
For other jobs, the 'boring' parts will be replaced by AI,
but not the intellectual and challenging parts

There has been over a year of hype for Large Language Models(LLMs). At the onset and initial round of hype, people outside of this field asked me if their jobs were to be replaced by robots. By now, over a year of trials with ChatGPT, they finally seem to understand that it is nothing more than an advanced chatbot that still is unable to stop generating 'bullshit', according to Noam Chomsky, an American professor and public intellectual known for his work in linguistics and social criticism.

As my team at GIAI predicted in early 2023, all LLM trials will be able to replace some jobs, but most jobs that will be replaced will be simple mundane tasks. That's because these language models are meant to find higher correlation between text/image groups, but still unable to 'intelligently' find logical connection between thoughts. In statistics, it is called high correlation with no causality, or simply 'spurious relations'.

LLMs will replace 'copying boys/girls'

When we were first approached by EduTimes back in early 2022, they thought we could create an AI machine to replace writers and reporters. We told them the best we can create is to replace a few boring desk jobs like 'rewrite man'. The job that requires to rewrite what other newspapers have already reported. 'Copy boy' is one well-known disparaging term for that job. Most large national magazines have such employees, just to keep their magazines to be up-to-dated with recent news.

Since none of us at GIAI are from journalism, and EduTimes is far from a large national magazine, we are not aware of exact proportion of 'rewrite man' in large magazines, let alone how many articles are re-written by them. But based on what we see from magazines, we can safely argue that at least 60~80% articles are probably written by the 'copy boys/girls'. Some of them are at the high risk of plagiarism. This is one sad reality of journalism industry, accoring to the EduTimes team.

The LLM that we are working on, GLM(GIAI's Language Model), isn't that different from other competitors in the market that we also have to rely on text bodies' correlations, or more precisely 'associations' by the association rules in machine learning textbooks. Likewise, we also have lots of inconsistency problems. To avoid the Noam Chomsky's famous accusation, 'LLMs are bullshit generators', the best any data scientist can do is just to set a high cut-off in support, confidence, and lift. Beyond that, it is not the job of data models, which includes all AI variants for pattern recognition.

Photo by Shantanu Kumar

But still correlation does not necessarily mean causality

The reason we see infinitely many 'bullshit' cases is because the LLM services still belong to statistics, a discipline to find not causality but correlation.

If high correlation can be translated to high causality, there has to be one important condition satisfied. The data set contains all coherent information so that high correlation naturally means high causality. This actually is where we need the EduTimes. We need clean, high quality, and topic-specific data.

After all, this is why OpenAI is willing to pay for data from Reddit.com, a community with intense and quality discussions. LLM service providers are in negotiation with U.S. top newspapers precisely the same reason. Although it does not mean that coherent and quality news articles will give us 100% guarantee in correlation to causality, at least we can establish a claim that disturbing cases will largely be gone without time-consuming technical optimization.

By the same logic, jobs that can be replaced by LLMs or any other AIs with pattern matching algorithms are the ones that have strong and repeating patterns that does not require logical connections.

AI can replace not (intelligent) jobs but (boring) tasks

As we often joke around at GIAI, technologies are bounded by mathematical limitations. Unfortunately, we are not John von Neumann who can solve every impossible mathematical challenges as easy as college problem sets. Thanks to computational breakthroughs, we are already at the level far from what we expected 10 years ago. Back then, we did not expect to extract corpora from 10 books in a few minites. If anything, we thought it needed weeks of supercomputer resources. It is not anymore. But even with surprising speed of computational achievements, we are still bound to mathematical limits. As said, correlation without causality is 'bullshit'.

With the current mathematical limitations, we can say

  • AI can replace not (intelligent) jobs but (super mega ultra boring) tasks

And, the replaceable tasks are boring, tedious, repetitive, and patterned tasks. So, please stop worrying about losing jobs, if yours torture your brain to think. Instead, plz think about how to use LLMs like automation to lighten your burden from mundane tasks. It will be like your mom's laundary machine and dish washer. Younger generation females no longer are bound to housekeeping. They go out to work places and fight for the positions that meet their dreams, desires, and w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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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대한전선 기술 탈취 의혹 공방 본격화, 경찰 압수수색 단행

LS전선-대한전선 기술 탈취 의혹 공방 본격화, 경찰 압수수색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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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vs 대한전선 '기술 유출' 공방 가열
'영업 비밀·레이아웃'만으론 판단 어려워
독점 시장 형성 시 국내 시장 잠식 우려
lscns tech 001 TE 20240716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설계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놓고 양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LS전선은 기술 탈취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모든 법적조치를 취한다고 격분한 반면 대한전선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LS전선이 자사를 과도하게 견제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전력케이블 시장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국내 시장이 독점 시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해외 업체들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LS전선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16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대한전선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서류 등을 토대로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실제 대한전선에 유출됐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그간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과 건축 설계업체인 가운종합건축사무소(가운건축) 관계자 등을 형사입건해 조사해 왔다. .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을 설계한 업체로 LS전선은 당시 가운건축에 압출, 연선 등 해저케이블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가운건축은 최근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에 준공한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도 참여했는데 경찰은 가운건축을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또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km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 km,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해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S전선은 기술 탈취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전선 "독점기업의 과도한 견제"

이에 대한전선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공장의 레이아웃은 해외 설비 업체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적인 기술 사항이 아니다"라며 "기술 탈취의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한전선은 수십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기술력 및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며 "당사가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고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전선은 이번 기술 탈취 논란이 '독점기업의 과도한 견제'라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LS전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적극 소명해 혐의가 없음을 밝혀 나가겠다"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선 측이 기술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만약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으로부터 경쟁사의 기술을 입수한 것이 확인될 경우 심각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선 산업에서도 기술 유출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선은 그간 반도체, 배터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유출 심각성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lscns tech 0002 TE 20240716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 4동 및 VCV타워 전경/사진=LS전선

기로에 선 해상풍력시장

이번 사건의 쟁점은 LS전선의 공장 도면과 고전압 해저 케이블 기술이 대한전선 공장 건설에 활용됐는지 여부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용 고전압 송전 케이블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해상풍력 발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전력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 6개 업체만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양사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해상풍력 시장 때문이다. 해상풍력에 이용되는 해저케이블의 경쟁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인지 아니면 한쪽이 독점할 것인지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lobal Wind Energy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해 총 발전 용량이 447GW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해상풍력 에너지 잠재량은 연간 119TWh(테라와트시) 수준이다.

이런 블루오션에서 해저케이블은 해상 변전소를 기준으로 크게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구분된다. 해저케이블 내부망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경쟁 체제를 갖추고 있으나 외부망은 현재 LS전선이 독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이 늦어진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 등 해외 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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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 인력난까지 '이중고' 겪는 SK온, 해외법인 퇴사자 6,70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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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해외 사업장 퇴사자 수 총 6,658명
불투명한 미래에 현대차로 떠나는 직원도
임원도 예외 아냐, 올해 1~3월 13명 퇴직
career move SKon TE 001 20240716

지난해 SK온 해외법인에서 근무한 임직원 가운데 6,000명이 넘는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위축과 중국 업체의 약진, 만년 적자 등으로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인력 이탈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SK온 해외법인 직원, 지난해 6,658명 퇴사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SK이노베이션이 발간한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지난해 SK온을 그만둔 해외법인 임직원 수는 총 6,658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임직원 수가 1만2,839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자 수가 절반에 이른다. 가장 퇴사자 수가 많은 곳은 아시아 지역으로 지난해 2,912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어 미주(2,508명), 유럽(1,238명) 순으로 나타났다.

해고나 정년퇴직 등을 제외한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자발적 이직’의 경우 권역별로 아시아 72.89%, 미주 52%, 유럽 30%로 집계됐다. 국내 사업장에선 지난해 164명의 임직원이 퇴사했다. 자발적 이직률은 4.56%로 LG에너지솔루션(1.5%)과 삼성SDI(2%) 등 경쟁사와 비교해도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SK온의 이직률이 두드러진 데는 SK온의 해외 고용 시장 특성상 계약직 등 유연 근무 형태가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SK온이 전기차 캐즘(수요정체)과 만성 적자를 겪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배터리 인재 유출은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해외 진출을 늘린 만큼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인력이 빠져나가면 적기 생산 등 공장 가동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온이 배터리 제조 공장을 비롯해 해외에 보유한 사업장 수는 13개에 달한다.

career move SKon TE 003 im20240716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사진=현대자동차

SK온 국내 사업장 이탈 인력, 현대자동차로

SK온의 국내 사업장에서 이탈한 인력들의 경우 대부분 현대자동차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SK온 직원이 현대차로 이직을 택한 것은 비밀유지 조항 등의 이유로 인해 경쟁사 간의 이직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인력 유출에 따른 특허분쟁까지 겪은 상태라 양사 간의 이직은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 성장 둔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소 안정적인 현대차로의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국내 배터리 기업 직원은 “올해 성과급이 불투명하고, SK온의 경우는 회사 매각 소문까지 들리고 있어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마침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관련 대규모 인력 채용을 하고 있어 퇴사자 증가세는 가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만 유출 인력이 50명을 넘기자 SK온의 인사관련팀이 현대차에 일종의 항의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나친 인력 빼가기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다만 현대차가 고객사인 만큼 회사 차원의 공식 항의는 없었다는 게 SK온 측의 주장이다.

10분기 연속 적자 SK온, 임원도 13명 퇴직

SK온 임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SK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에만 총 13명의 임원이 퇴직했다. 이 중 진교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1월에 단행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1월 1일부로 퇴임했다. 진 COO를 포함한 미등기 상근 임원 11명이 1월 퇴임했고 2월과 3월 각각 1명의 미등기 상근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의 미등기 임원 수는 65명으로 이 중 퇴임한 임원 수만 20%에 달했다. 반면 신규 선임된 미등기 임원은 단 5명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임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원인을 실적 부진으로 보고 있다. SK온의 연간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 3,137억원에서 2022년 1조727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5,858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으로 현재 누적 적자는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SK온 대표에 선임된 이석희 사장은 흑자 전환을 위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는 식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사장은 흑자 전환 시까지 자진해서 연봉 20%를 반납하고 임원에게는 오전 7시 출근을 지시하는 등 체질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에는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SK온 관계자는 "RFP(제안서)를 발송한 것은 아니고 투자 의향을 물어본 수준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앞서 2026년 말 상장을 목표로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다.

이와 함께 올해 성과급 대신 전 직원에게 가상 주식인 '밸류 셰어링(VS)'을 지급하기도 했다. 구성원이 부여일을 기준으로 향후 3년을 재직하고 SK온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실물주식으로 교환되지만 2027년까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권리가 소멸된다. 이처럼 SK온은 '흑자전환'과 '상장'을 목표로 전력 질주하고 있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도 상반기에만 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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