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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대한전선 기술 탈취 의혹 공방 본격화, 경찰 압수수색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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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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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vs 대한전선 '기술 유출' 공방 가열
'영업 비밀·레이아웃'만으론 판단 어려워
독점 시장 형성 시 국내 시장 잠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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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설계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놓고 양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LS전선은 기술 탈취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모든 법적조치를 취한다고 격분한 반면 대한전선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LS전선이 자사를 과도하게 견제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전력케이블 시장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국내 시장이 독점 시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해외 업체들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LS전선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16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대한전선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서류 등을 토대로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실제 대한전선에 유출됐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그간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과 건축 설계업체인 가운종합건축사무소(가운건축) 관계자 등을 형사입건해 조사해 왔다. .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을 설계한 업체로 LS전선은 당시 가운건축에 압출, 연선 등 해저케이블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가운건축은 최근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에 준공한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도 참여했는데 경찰은 가운건축을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또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km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 km,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해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S전선은 기술 탈취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전선 "독점기업의 과도한 견제"

이에 대한전선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공장의 레이아웃은 해외 설비 업체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적인 기술 사항이 아니다"라며 "기술 탈취의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한전선은 수십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기술력 및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했다"며 "당사가 가운건축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고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전선은 이번 기술 탈취 논란이 '독점기업의 과도한 견제'라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LS전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적극 소명해 혐의가 없음을 밝혀 나가겠다"며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선 측이 기술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만약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으로부터 경쟁사의 기술을 입수한 것이 확인될 경우 심각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선 산업에서도 기술 유출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선은 그간 반도체, 배터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유출 심각성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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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 4동 및 VCV타워 전경/사진=LS전선

기로에 선 해상풍력시장

이번 사건의 쟁점은 LS전선의 공장 도면과 고전압 해저 케이블 기술이 대한전선 공장 건설에 활용됐는지 여부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용 고전압 송전 케이블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해상풍력 발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전력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 6개 업체만 해당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양사가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해상풍력 시장 때문이다. 해상풍력에 이용되는 해저케이블의 경쟁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인지 아니면 한쪽이 독점할 것인지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lobal Wind Energy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21% 성장해 총 발전 용량이 447GW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해상풍력 에너지 잠재량은 연간 119TWh(테라와트시) 수준이다.

이런 블루오션에서 해저케이블은 해상 변전소를 기준으로 크게 내부망과 외부망으로 구분된다. 해저케이블 내부망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경쟁 체제를 갖추고 있으나 외부망은 현재 LS전선이 독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이 늦어진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 등 해외 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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