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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항공유 쇼크에 LCC 위기 고조, 공급망 정상화 지연 속 美·中·인도 증산 나서

중동發 항공유 쇼크에 LCC 위기 고조, 공급망 정상화 지연 속 美·中·인도 증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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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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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치솟는 항공유 가격, 세계 각국 LCC '비상'
중동 원유 생산 설비·물류망, 단기간 내 정상화 어려워
"정제 마진 높아졌다" 중동 외 국가서 항공유 공급 증가 

글로벌 항공업계가 중동발(發) 에너지 쇼크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항공유 가격이 치솟으며 각국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제히 생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물류망 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은 중동 외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수출 물량을 공급망 내 최대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LCC 업계의 수익성 악화 흐름

20일(이하 현지시각) 폴란드 경제매체 머니닷피엘(money.pl)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유가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유럽의 여러 항공사가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항공유 가격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80달러(약 12만1,200원)대였지만,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50달러(약 22만7,000원)선까지 올랐다. 오리어리 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유럽 전역에서 항공사 파산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며 헝가리 위즈에어, 라트비아 에어발틱 등을 '위험군'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LCC의 위기는 유럽 외 지역에서도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LCC들의 운항편은 이란 전쟁 이전 대비 약 20% 감소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와 베트남 비엣젯은 약 30%,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및 시티링크는 각각 20%가량 좌석을 줄였다. 이들 기업은 지난 3월부터 일제히 운임을 올렸지만,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노선에서는 운임 인상이 오히려 탑승률 하락으로 이어져 추가 감편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LCC가 동남아 국내·역내 항공 연결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현 상황이 향후 동남아 경제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비교적 유류할증료 부담이 큰 중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축소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운항의 약 4%(왕복 187편)를 감편하며 객실 승무원 무급휴직을 실시했고, 진에어는 괌·푸꾸옥 등 14개 노선을 중심으로 왕복 176편을 줄였다. 이스타항공은 150편, 에어프레미아는 73편을 각각 축소 편성했고, 에어서울은 이달과 다음 달에 걸쳐 베트남과 괌 노선에서 왕복 51편을 감편할 예정이다. 에어부산은 왕복 212편을 줄였으며, 다음 달에는 부산발 다낭, 방콕, 비엔티안, 괌, 세부 노선과 인천발 치앙마이, 홍콩 노선 등 8개 노선의 운항편을 추가로 조정한다.

원유 공급망 차질 장기화 전망

시장에서는 이러한 항공업계의 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전쟁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원유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중동의 원유 생산 체계는 전쟁의 여파로 막대한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중동 현지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 정유 단지는 지난 3월 이란 드론 요격 잔해로 화재가 발생해 가동을 멈췄고,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무사파 석유 터미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만 두쿰항에서는 연료 저장 탱크와 유조선이 피격됐으며,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도 이란의 공격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처럼 훼손된 원유 생산 시설을 단기간 내 복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표면 설비나 모듈형 장비는 수주 내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핵심 공정 장치나 압축기·터빈 등 장납기 설비가 손상된 경우에는 신규 제작, 운송, 설치, 안전 점검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특히 정유·석유화학 설비는 구조가 복잡하고, 핵심 부품 및 엔지니어링·시공 인력 확보가 어려워 복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LNG 설비에 쓰이는 대형 가스 터빈 역시 공급사가 제한적이고 기존 주문 대기만 2~4년에 달해 완전 정상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 부담 역시 막대하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에너지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의 복구·복원 비용이 최대 580억 달러(약 87조8,700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류 리스크 역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 보험사들은 중동 분쟁이 격화한 뒤 걸프 지역 선박에 대한 전쟁위험 보험 제공을 줄줄이 축소·중단했고, 이 여파로 계약상 필수 보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다수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이 묶였다.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포기하고 우회 항로로 방향을 돌리며 유조선 배정과 선적 일정이 연쇄적으로 밀리는 사례도 급증했다. 앞으로 휴전 혹은 종전이 공식화된다고 해도 보험사가 위험 등급을 낮추고, 대기 중인 유조선이 순차적으로 선적·통항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든다. 수송 능력이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정상 궤도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美·中·인도, 항공유 수출 확대

향후 공급망 상황을 좌우할 만한 변수로는 중동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물량이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총 50만 톤(t) 규모의 휘발유·디젤·항공유 등 정제유 수출을 승인했다. 이는 선박 추적 업체 보텍사가 집계한 4월 수출 추정치(32만 톤) 대비 약 56% 증가한 수준이다. 국영 정유사들이 정제 마진 급등 상황을 고려해 해외 판매 확대를 요청하자, 에너지 안보와 내수 공급 안정을 위해 시행하던 정제유 수출 제한 조치를 일부분 완화한 것이다.

미국 역시 항공유 생산을 늘려 가는 추세다. 블룸버그는 20일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항공유 생산량이 최근 4주 연속 하루 200만 배럴을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 같은 수준의 항공유 생산량을 4주 이상 유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둘째 주 기준 항공유 수출 규모 역시 하루 45만5,000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정유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미산 원유를 활용해 중동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멕시코만 연안 정유사들의 정제 마진은 배럴당 20~25달러(약 3만~3만7,8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도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 14일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유사들이 중동 공급 차질과 항공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수출 확대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FGE는 인도의 항공유 수출이 올해 2분기 하루 최대 120만 배럴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나야라 에너지 등 인도 대형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할인 원유를 대량 수입한 뒤 항공유·디젤 형태로 정제하고,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이를 재수출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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