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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흔드는 건 증시 아닌 국채금리, 채권시장 압박 속 빨라지는 종전 셈법

트럼프 흔드는 건 증시 아닌 국채금리, 채권시장 압박 속 빨라지는 종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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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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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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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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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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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금리 동반 폭등으로 美 재정 압박 확대
울프리서치 "채권 금리 상승이 종전 계기될 것"
국채시장 압박에 관세 유예로 물러선 전례도 있어

금리에 민감한 모습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해 이란 전쟁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채권 폭락과 금리 급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 추진에 결정적인 압박 요인이다. 종전 기대감이 부각될 때마다 국제유가와 장기 국채 금리는 동반 급락했고, 반대로 협상 결렬이나 확전 우려가 고조되면 채권시장에서는 즉각적인 투매가 출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금리 폭등이 재촉한 전쟁 종결 시나리오

20일(이하 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리서치기관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세넥(Chris Senyek) 수석분석가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백악관이 전쟁 종식을 위해 개입하게 만드는 더 유력한 계기는 주가 하락이 아니라 채권 금리 상승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넥 분석가는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 기조 유지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키우면서 금리가 상승세를 재개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주가가 하락할 때보다 금리가 걷잡을 수 없이 더 높아질 때 전쟁을 끝내기 위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지난해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증시 급락에도 꿈쩍 안 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상호관세 발효 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1%까지 치솟자, 상호관세 발효 14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채권시장은 이제 아름답다"며 "시장을 지켜봤는데 사람들이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시장의 압박은 채권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의 외교 협상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배경이다. 세넥 분석가는 미국 국채시장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온 가운데 이번 주가 변곡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이른바 '채권 자경단'(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나 인플레이션 정책에 반발해 국채를 매도하며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시장 참여자)이 이란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종전 멀어지자 미·일·영·독 채권 시장 ‘패닉’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거시경제 전략은 국채 금리의 변동성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확산하자, 글로벌 채권 시장은 즉각적인 발작 증세를 나타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연쇄적으로 폭등하며 채권 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15일 끝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종전 돌파구가 가시화되지 않자, 19일 30년 만기 미국 국채는 금리가 5.197%까지 치솟았다가 5.183%로 마감하며 200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주 30년물 국채를 5% 금리로 발행했는데 이 또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 역시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약 0.75%포인트 올라 4.67%를 기록했다. 이는 2025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10년물 금리가 12bp(1bp=0.01%포인트) 상승해 4.6%를 기록, 작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시장이 패닉에 빠진 이후 주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다른 선진국들의 국채도 수십 년 만에 최고 금리를 보였다. 일본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4.13%로, 일본의 30년 국채가 4%를 돌파한 것은 1999년 해당 채권 발행 이래 처음이다. 영국 30년물 국채(길트) 금리도 5.773%를 기록해 28년만의 최고치를 보였고,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 역시 3.17%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렇듯 미국의 취약성은 이자 비용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 재정은 이미 막대한 국채 이자 부담에 노출돼 있으며, 장기금리 상승은 곧바로 차입비용 증가와 재정적자 확대 압력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경제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 방어와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이자율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동맹국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세 장벽 구축을 통해 재정 수입을 확충하려 시도했으나, 국채 이자 비용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세가 이를 압도하는 실정이다. 종전 기대감에 따라 금리가 급락하고 증시가 반등하는 미 금융시장의 극단적 변동성 역시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체감하는 금리 압박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외교로 끝낸다” vs 네타냐후 “더 때려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출구는 제한적이다. 전쟁을 끌고 가면 유가와 물가, 금리, 재정 부담이 연쇄적으로 악화된다. 반대로 종전을 서두르면 미국 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지만, 금융시장의 추가 발작은 막을 수 있다. 실제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의지를 밝히면서도 협상 타결 기대감을 내비치자,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발작 증상을 보였던 채권시장은 금리 하락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0.062%포인트 하락한 5.119%, 10년물 채권금리도 0.089%포인트 급락한 4.58%를 기록했다. 배럴당 11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5.63% 떨어진 배럴당 105.02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66% 떨어진 배럴당 98.26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종전 기류에 불만을 드러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중재국들이 양쪽의 서명을 받아내기 위한 ‘의향서(letter of intent)’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서는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의 핵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30일간의 협상 기간’을 시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란으로부터 핵 프로그램 관련 조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고, 미국으로부터 동결된 이란 자금이 어떻게 단계적으로 해제될지에 관한 세부 내용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미국은 이달 초에도 이러한 방안을 비롯해 14개안이 포함된 제안을 이란에 전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양해각서(MOU) 형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의향서 형식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의향서의 세부 내용을 전달받은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빨리 외교로 전쟁을 끝낸다는 입장이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어떤 합의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 추진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 활동을 폐기하고 역내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리 없다는 의구심을 오랫동안 드러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통화와 앞서 지난 17일 통화에서도 이런 입장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은 미국의 군사적·재정적 지원 없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미국이 국채 금리 급등과 재정 위기를 이유로 지원 축소나 차단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 독자적인 전면전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미국의 종전 협상 기류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지원 없이 장기전을 지속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전략 자산을 소진하는 수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쟁의 출구를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금리 급등 압박 앞에서 종전 협상을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분위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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