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패권 경쟁 격화, 美中 최소 공통 규범 필요성 부각
[AI MEMO] AI 패권 경쟁 격화, 美中 최소 공통 규범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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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도적 투자 속 中 AI 추격 본격화 美中 디커플링 한계, 공통 AI 기준 필요성 부상 AI 표준 부재 시 글로벌 산업·규제 비용 확대 우려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미국의 민간 인공지능(AI) 투자 규모는 1,091억 달러(약 164조430억원)로, 중국의 93억 달러(약 13조9,816억원)의 약 12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압도적인 자금 격차에도 중국은 15개의 주요 AI 모델을 배출하며 AI 논문과 특허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유지했다. 대부분의 성능 평가에서도 미국과의 격차를 사실상 대등한 수준까지 좁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AI 글로벌 표준’은 양 진영 간 충돌 비용을 줄일 최소한의 질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구조상 미·중 간 전면적 협력 가능성이 낮은 만큼, 글로벌 AI 경쟁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고비용 규제 체계로 분리되지 않도록 공통 AI 규범을 구축하는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냉전의 교훈과 적대적 상호운용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경쟁국들이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마련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극단적 대립 속에서도 가장 위험한 분야에서 공동 관리 체계를 적용한 바 있다. 대기권·우주·수중 핵실험을 금지한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LTBT)’은 군비 경쟁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했지만, 방사능 오염 확산이라는 공동 위험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아폴로-소유즈 실험계획(Apollo-Soyuz test project)’ 역시 우주 경쟁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았으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도킹 기술과 승무원 호환 체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AI 표준 역시 이와 유사한 접근이 요구된다. AI는 사이버 안보와 생명과학 연구, 무기 개발, 금융, 공공 담론 전반에 활용되는 핵심 기반 기술로 부상했다. 예를 들어 코딩 학습 모델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탐지하는 동시에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과학 분석 모델은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 위험한 화학·생물학 물질 개발 경로를 제시할 우려도 안고 있다. 상업용 모델이 복제와 변형을 거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기존의 느슨한 국제 협력 체계만으로 충분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기술과 공급망, AI 생태계를 완전히 분리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은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현실적 대안으로는 ‘적대적 상호운용성(Hostile Interoperability)’이 거론된다. 기술 패권과 상업적 이익을 둘러싼 경쟁은 지속하되, 위험 평가와 사고 보고, 비상 연락 체계 등 최소한의 공통 기준은 유지하는 방식이다.

공통 기준 부재가 키우는 비용 부담
글로벌 AI 표준 부재는 외교적 갈등을 넘어 시장 전반의 비효율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기업과 국가는 시험 방식과 데이터 교환 기준, 위험 판단 임계치, 수출 규제 변화 등을 모두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클라우드 기업, 의료기관, 연구소 등은 특정 기술 생태계에 전체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기업과 규제기관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범용 안전 기준 대신 서로 다른 두 개의 규제 체계를 각각 학습해야 하고, 공공 부문 역시 새로운 AI 도구를 도입할 때마다 안전 교육과 위험 평가 체계를 반복적으로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목표는 세계 전체 생산성 극대화에 있지 않다. 양국 모두 자국 진영의 전략적 이익 확대를 지향할 뿐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제조 장비를 군사·안보 자산으로 간주하며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외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 반도체와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중복 투자는 비효율이라기보다 통제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양측이 반도체 접근권과 안전 기준을 맞교환하는 포괄적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표준 제정 권한 자체가 시장 구조와 신뢰 체계를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인 접근은 합의 범위를 제한적인 기술·안전 영역으로 좁혀 최소 수준의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기술 중심의 제한적 합의와 규제 조율
실효성 있는 AI 표준 합의는 개발 경쟁 자체를 제한하거나 핵심 기술을 공개하는 방식보다 시스템 오작동과 악용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실무 체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이버 공격과 위험 물질 개발, 무기 체계 악용, 핵심 인프라 교란 등 고위험 AI 활용 범주에 대한 공통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위험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국가마다 다를 경우 규제 충돌과 시장 혼선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체계 표준화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각 연구기관의 독자적 평가 방식은 유지하되, 대규모 배포 이전 특정 위험 기준 충족 여부를 공통 형식의 문서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AI 오용이나 오작동 발생 시 정부와 기업이 동일한 용어 체계로 문제를 설명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고 통지 체계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미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ISO/IEC 42001’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는 위험 평가와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한 실무형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중대한 악용 사례 발생 시 즉각 소통할 수 있는 양자 간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된다.
일각에서는 국가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표준이 형식적 규범에 머물거나 기술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AI 표준은 상호 신뢰보다 제3자 검증과 반복 시험, 허위 안전 주장에 대한 국내 처벌 체계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 오히려 명확한 기준 부재는 금융과 의료, 공공 부문의 AI 도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안전 기준과 조달 체계가 정비될 경우 위험 관리 절차가 단순화되면서 산업 확산 속도 역시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경쟁의 효율 유지하려면 공통 기준 필요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연구기관들은 연산 비용 절감과 소형 모델 효율 개선 압박을 받게 된다. 실제로 2025년 AI 인덱스(AI Index)에 따르면 GPT-3.5 수준 성능을 구현하는 시스템의 추론 비용은 최근 2년 동안 280배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효과는 글로벌 차원에서 시스템 비교가 가능할 때 유지될 수 있다. AI 표준이 진영별 체계로 나뉠 경우 투자 자금은 기술 경쟁력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은 시장으로 왜곡되어 흘러갈 수밖에 없다. 또한 제3국들은 기술 선택 과정에서 지정학적 압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기업들도 기술 개발보다 규제 대응 비용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초국가적 AI 규제 기구 설립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위험 정의 공유와 사고 통지 체계, 비국가 행위자의 AI 악용 가능성에 대한 공동 모의훈련 등 제한적이고 단계적인 협력 체계 구축은 충분히 추진 가능한 영역으로 거론된다. 중국은 특허 출원과 모델 개발 속도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신뢰와 자본, 반도체 공급망, 해외 고객 기반 없이 장기적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 미국 역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중복 투자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우호 관계 구축보다 예측 가능한 경쟁 질서 확보다. 글로벌 AI 경쟁이 격화될수록 위험 관리와 비상 대응을 위한 공통 기준 필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AI 표준은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충돌 비용과 시스템 불안을 줄이기 위해 감수해야 할 최소한의 비용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Standards Are the Only Realistic Truce in the US-China AI Ra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