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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전 구속영장 청구
구속 수사 될 경우 김 의장 주도로 진행되던 카카오 경영 쇄신 지연될 수도
금융 CEO 처벌에 따른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박탈 우려도 조심스레 언급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SM엔터 인수 경쟁자였던 하이브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관련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들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중 주식 공개 매수가 불법이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김 의장을 소환해 20시간이 넘는 밤샘 조사를 벌인지 8일 만의 일이다. 김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는 안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공개 매수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검찰은 김 의장이 공개 매수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던 것을 입증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같은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를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배 대표 역시 SM 인수전의 공개 매수는 자본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었고 불법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이번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막기 위해 SM엔터 시세를 조작한 혐의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이려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회장을 기소한 상태다.
당시 치솟은 주가에 하이브는 결국 인수 절차를 중단했고,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 매수 등을 통해 SM엔터 지분을 39.87% 취득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총 2,400억원을 동원해 53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의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았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의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 없다”며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영장 청구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만 답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2일 오후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가릴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이 존재하는 만큼, 검찰의 주장대로 공개 매수 중 김 의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김 의장 측이 확실한 반박 증거를 낼 수 있어야 구속적부심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경영 정상화 더더욱 어려워질 전망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신청을 두고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신아 의장 단독 체제로는 카카오의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벤처스 대표에서 공동의장 자리에 오른 정신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이 공동 경영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김 의장이 경영 쇄신을 총괄하는 가운데 정 의장이 전면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김 의장의 공석은 사실상 카카오 쇄신 작업의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부터 고강도 쇄신 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더불어 지난 2022년 하반기에 터진 서버 중단 사태, 연이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갈등 등으로 내부 경영이 어수선하게 돌아가는 데다, 문어발 식으로 확장한 계열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그룹 전체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그간 강조해 왔던 자율 경영을 버리고 최근 6개월간 김 의장 주도로 중앙집권형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당분간 쇄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15만원대였던 주가가 이달 들어 4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와 주주들은 김 의장의 경영 쇄신에 큰 기대를 걸었다.
카카오뱅크 매각 위험 우려도
한편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구속 수사가 확정될 경우 금융 CEO의 사법 리스크가 함께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은 최근 횡령 및 불법대출 사태가 격화되자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금융 CEO의 비리 혐의가 당국의 중징계 이상 처벌로 이어질 경우 금융기관 운영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금감원의 연이은 압수수색, 지도조사 등에 금융권은 한껏 긴장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 김 의장이 재판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운영 자격 박탈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김 의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 의장의 구속 수사 여부가 재판 결과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자칫 카카오뱅크 매각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이 나오면 매수하겠다는 대기 수요가 상당하다. 벌써 프로젝트 펀드(사전에 투자처를 정해놓고 결성하는 펀드) 조성까지 고민하는 기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이제 수사에 착수한 만큼,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이 더 걸릴 수 있고, 설령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 해도 항소와 대법원 상고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어 카카오가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형 이상 처벌을 확정받는다 해도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 매각이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