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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주거 불안 원흉” 무허가 관광 숙소 정조준, 에어비앤비에 역대급 제재

스페인 “주거 불안 원흉” 무허가 관광 숙소 정조준, 에어비앤비에 역대급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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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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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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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관광업’ 둘러싼 내부 인식 전환
광고 삭제→숙소 폐쇄, 행정 조치 누적
관광·주거 갈등 심화에 규제 강화 흐름

스페인 정부가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허가받지 않은 단기 임대 숙소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며 제재에 나섰다. 당국은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를 운영하기 위해선 지방 당국의 허가와 등록 번호가 필수라는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 숙소가 이를 충족하지 않은 채 게시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는 단기 임대 플랫폼을 단순 중개자가 아닌 ‘책임 주체’로 보고 관광 관련 법규 준수를 요구하겠다는 스페인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행정 처분으로 평가된다.

“합법적 주거 시장 교란” 비판

15일(현지시각) 현지 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스페인 소비권리부는 이날 에어비앤비가 허가받지 않은 불법 관광용 숙소를 플랫폼에 노출했다는 혐의로 6,410만 유로(약 1,1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스페인 당국이 소비자 권리 침해와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소비권리부 관계자는 “다수의 불법 숙박업소가 인터넷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합법적인 주거 시장을 교란했다”며 이번 처분의 배경을 밝혔다.

제재의 본질은 에어비앤비의 영업 행태를 ‘플랫폼 중개’가 아닌 ‘관광업 영업의 실질 수행’으로 본 스페인 정부의 법적 판단에서 찾을 수 있다. 스페인 현행법상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숙소의 단기 임대는 지방 당국의 허가 및 고유 등록 번호 표시가 필수다. 하지만 조사 결과 플랫폼에 게시된 6만5,122개 숙소 중 대부분에서 고유 등록 번호 누락과 데이터베이스 불일치, 허위 번호 기재 등이 확인됐다. 스페인 당국은 이 같은 행위가 숙소의 법적 지위와 안전성을 오인하게 한다는 판단 아래 고액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페인 정부가 강조한 또 다른 쟁점은 공정 경쟁의 붕괴다. 호텔과 정식 관광 숙소는 안전과 위생, 소방 기준을 충족하고 세금과 고용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데, 무허가 단기 임대는 동일한 수요를 흡수하면서도 규제 부담을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소비권리부는 이러한 구조가 합법 숙박업의 비용 구조를 왜곡하고 가격 경쟁을 불공정하게 만든다고 봤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합법적인 주거 시장을 교란했다”는 당국의 표현은 주거와 관광의 경계를 흐린 단기 임대 모델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인식된다. 

플랫폼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도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스페인 정부는 “에어비앤비가 단순 게시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숙소의 적법성 검증을 소홀히 한 채 거래를 촉진했다”면서 “일부 숙소는 호스트 신원 정보조차 불분명했으며, 합법 숙소로 인식한 소비자들조차 보험·분쟁 보호 체계가 부재한 공간에 머물렀다”고 꼬집었다. 단기 임대가 자국 관광 산업과 지역 주거 시장 등에 미치는 파급을 고려할 때, 기존의 ‘공유 숙박’ 프레임으로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게 스페인 당국의 입장이다.

사진=에어비앤비

1억 명이 찾는 ‘관광 국가’의 명암

스페인 정부는 이번 과징금 부과에 앞서 올해 상반기부터 대규모 숙소 폐쇄와 광고 삭제 조치를 단행하며 단기 임대 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스페인 법원은 지난 5월 말 관광용 주택 규정을 위반한 숙소 5,800곳에 대해 즉각적인 단기 임대 중단을 명령했고, 나머지 6만여 곳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폐쇄 조처를 내렸다. 에어비앤비는 “허가가 불필요한 임대 숙소까지 포함된 무차별적 조치”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스페인 정부는 문제 숙소들이 주거용 주택을 관광 상품으로 전환해 지역 사회에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원의 판단을 지지했다. 

이 같은 강경 조치의 배경에는 관광객 급증과 맞물린 주거난 심화가 자리한다. 스페인은 지난해 약 9,4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방문객을 기록했고, 올해는 1억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스페인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단기 임대 숙소가 빠르게 늘어나고,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 등 주요 도시에서 장기 임대 물량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스페인 사회학 연구소는 “공유 숙박 플랫폼에 등록되는 주택이 급증하면서 주요 관광 도시는 주택 임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수치는 이러한 압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스페인의 평균 주택 월 임대료는 992유로(약 155만원)로 집계됐으며. 수도 마드리드의 평균 임대료는 1,600유로(약 250만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85%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파블로 부스틴두이 스페인 소비자권리부 장관은 “폐쇄를 명령한 6만6,000개의 단기 임대 숙소는 가족·근로자·학생을 위한 주택이었다”며 “주민들이 동네에서 밀려나고, 도시는 소수 투자 펀드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테마파크로 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임대료 상승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행정 정책으로 전환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유 경제’ 모델 중요 분기점

이러한 갈등과 규제 흐름은 유럽 전역에서 수년 전부터 누적돼 온 단기 임대 규제 논쟁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스페인 동부 카탈루냐 지방, 특히 바르셀로나다. 해당 지역은 수도 마드리드와는 언어·문화적으로 구별되는 강한 지역 정체성과 자치권을 가진 곳으로, 주거·관광 정책에서도 일찌감치 독자 노선을 취해 왔다. 지중해성 기후와 도시 브랜드를 앞세운 관광 산업이 급성장하며 단기 임대 수요가 폭발하고, 그 여파로 거주용 주택이 빠르게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지역 정부는 공유 숙박을 주거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바르셀로나는 신규 단기 임대 허가 중단, 기존 허가 회수, 플랫폼 책임 강화 등 가장 급진적인 규제 실험을 선도했고, 스페인 중앙정부 정책의 사실상 ‘전초전’ 역할을 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2014년 불법 관광용 아파트 광고를 게시했다는 이유로 에어비앤비에 3만 유로(약 5,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유럽 내 첫 제재에 나섰다. 나아가 시정 명령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지역 내 웹사이트 접근 차단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직접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 같은 규제 흐름은 특정 지역에 그치지 않고 유럽 주요 도시로 확산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단기 임대를 연간 30일로 제한하고 등록된 숙소만 플랫폼에 게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프랑스 파리는 연간 120일 임대 제한과 등록 번호 의무화, 불법 게시물에 대한 벌금 부과를 병행했다. 독일 베를린 역시 2014년부터 단기 임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2018년에는 예외 요건을 대폭 축소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공유 숙박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관광 수요가 주거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주거 우선’ 원칙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도 관광용 주거 임대 제한을 골자로 한 주민투표 절차에 착수하며 그 원인으로 주택난과 임대료 급등을 꼽았다. 실제로 주택 데이터업체 컨피덴셜 이모빌라리오 집계에서 지난 10년간 리스본 집값은 약 200% 상승했고, 임대료 역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 같은 사례들은 관광 활성화와 외국인 유입에 따른 비용이 ‘주거 불안’이라는 형태로 주민들에게 전가됐다는 인식이 커진 배경이자, 단기 임대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이 유럽 도시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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