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터 첨단 산업까지" 中으로 몰리는 걸프 자금, 원유 거래에 묶였던 협력 문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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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지역 교육 수요 中으로 대거 이동, 중국산 기술도 '각광' 걸프 국가 국부펀드, 잇달아 中 현지 투자 포트폴리오 강화 나서 급성장하는 中 첨단 산업, AI 필두로 무역 수지 개선세 두드러져

중동 걸프 지역의 자본이 중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초고액 자산가 가문들의 교육 수요가 몰리는 것은 물론, 중국산 기술 도입·현지 투자 확대 흐름까지 나날이 가속화하며 양측의 교류 문법이 재편돼 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핵심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중국 첨단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꼽힌다.
줄줄이 中에 손 뻗는 걸프국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핵심 기술 도시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주요국들의 중상류층 가문 및 사립학교들의 교육·비즈니스 패키지 연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출입국 당국 및 UAE 중국문화센터 공시 기준 지난해 GCC 6개국에서 중국 영토를 밟은 인원은 15만 명 이상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0% 이상 늘었다. 한국, 일본 등 여타 동아시아 선진국이 아닌 중국에서 새로운 '교육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장강상학원(CKGSB)의 유마디(Madi Yoo) 한국 오피스 담당자는 "한국을 찾아오는 중국 기업가가 줄어들며 업무 내용이 일부 바뀌었다"며 "중국을 찾아오는 외국 기업인들에게 중국 업체들을 보여주는 일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동과 중국의 협력 흐름은 산업계 내에서도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중국계 첨단 기술 공급망이 중동 자본과 결합해 각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UAE 아부다비 정부의 행보다. 압둘라 후마이드 알 자르완 아부다비 에너지부 의장은 최근 개최된 제18회 상하이 국제 물 전시회에 참석해 인터뷰를 갖고 "재생에너지, 전기차(EV), 로봇공학 등 중국의 최첨단 기술을 아부다비 영토 내에 광속으로 이식하겠다"고 발언했다. 현재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 업체인 CATL을 포함해 총 22개의 중국계 기술 기업들과 연쇄 인프라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현지 밸류체인에서 목격한 하이테크 스케일업은 경이로운 수준"이라며 "중국 선구체들은 아부다비의 혹독한 기후와 지형 인프라에 딱 들어맞는 최적의 맞춤형 솔루션을 전개할 준비가 완벽히 끝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자본을 살포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부다비 본토에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인프라가 완공되기까지 단 6주밖에 소요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중국계 공급망의 신속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아부다비 당국은 향후 고성장 기회를 독점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과 정책 펜스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中, 투자·기술 파트너로 변신
중국으로 흡수되는 중동 자금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1조 달러(약 1,5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최근 중국 내 해외 투자 거래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하이에 현지 추가 사무소를 개소했다. PIF는 이미 레노버에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선전시 푸톈구와 공동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이미 220억 달러(약 33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중국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상하이 사무소는 단순 연락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현지 네트워크를 상시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Mubadala) 역시 최근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정부 방침에 따라 또 다른 국부펀드인 ADQ와 손잡고 보유한 중국 자산을 새로운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흐름과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이미 다수의 중동 국부펀드와 패밀리오피스가 중국 내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홍콩을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AI, 반도체, 첨단 제조업, 신에너지 기업을 직접 찾아내기 위해 현지 인력을 배치하는 일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오히려 중동 국가들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 가고 있다. 자체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동산 원유 수입을 줄이며 단순한 '대형 고객'의 위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 중인 국가로 꼽히며, 기저 전력원 확보를 위해 석탄 생산량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태양광 발전량은 36만6,010기가와트시(GWh)로 2018년(17만6,680GWh)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석탄 생산량 역시 48억3,000만 톤(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드컵에서도 등장" 中 AI의 약진
중동과 중국의 교류 문법이 급속도로 재정립돼 가는 가운데, 향후 중동 자본의 중국 진입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등 첨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현지 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투자 스토리는 전기차와 배터리 중심이었으나, 지난해 1월 소위 '딥시크 쇼크' 이후로 순식간에 판도가 바뀌었다. 당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자체 개발한 추론 모델 'R1'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안겼다. 미국 빅테크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대형언어모델(LLM)에 근접한 성능을 저비용으로 구현해 낸 탓이다. 이후 딥시크는 수개월 만에 중국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상했고,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도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딥시크 외에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다수의 중국 기업이 AI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알리바바는 생성형 AI 모델 'Qwen'을 중심으로 기업용 AI 시장을 공략 중이며, 텐센트는 자체 모델 'Hunyuan'을 위챗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목했다. 바이두는 검색 기반 AI 모델 'ERNIE'를 고도화하고 있고,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AI 챗봇 'Doubao'를 앞세워 소비자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중국 정부 역시 AI를 반도체와 함께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 중이다. 중국에서 AI 분야가 국가 차원의 산업 생태계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산 AI의 영향력도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 공식 기술 파트너인 중국 빅테크 레노버의 AI 기반 축구 분석 서비스를 전면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도입 비용에 민감하고 비교적 AI 인프라가 부족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는 아예 중국의 고효율 무료 모델이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MS는 최근 보고서에서 딥시크가 벨라루스(56%), 쿠바(49%), 러시아(43%)에서 절반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아프리카 주요 국가에서도 17~18%의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계 오픈소스 AI 모델들이 글로벌 사우스 전역의 AI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의 즉각적인 무역 수지 개선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를 강타한 AI 열풍이 중국에도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최근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중국의 지난 5월 수출액이 3,767억8,000만 달러(약 570조원)로 전년 동월 대비 19.4%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 및 블룸버그통신의 전망치(15% 증가)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713억5,000만 달러(약 410조원)였으며, 무역 흑자액은 1,054억3,000만 달러(약 160조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