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로 버텼지만 국내 붕괴 앞 ‘속수무책’, 건설업 매출액 18조원 증발
해외 수주로 버텼지만 국내 붕괴 앞 ‘속수무책’, 건설업 매출액 18조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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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부진 및 공사 지연 매출에 반영 역성장 흐름 속 수익성·안정성 동반 악화 지방 붕괴·후방 산업 침체·고환율 삼중고

지난해 국내 건설업 매출액이 500조원을 밑돌면서 2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해외 건설 매출이 일정 수준 증가하며 전체 수치를 방어했지만, 국내 매출이 더 크게 고꾸라지면서 하락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주택·토목을 중심으로 한 내수 수요 급감과 공사 지연 등이 매출 인식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가운데, 상위 건설사들은 일제히 보수적 경영 기조를 보이면서 이 같은 업황 악화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외 수주 ‘완충 장치’에도 내수 기반 약화 뚜렷
16일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가 발표한 ‘2024년 건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 매출액은 487조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506조7,000억원) 대비 3.8%(18조4,000억원) 감소한 수준으로, 금액과 비율 모두 199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두 자릿수 감소율에는 미치지 않지만,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건설업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매출 증발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매출 감소의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충격의 대부분은 국내 시장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해외 건설 매출액은 4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1,000억원 증가했지만, 국내 건설 매출액은 같은 기간 465조4,000억원에서 439조3,000억원으로 26조1,000억원 줄었다. 해외 부문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매출 감소 폭이 이를 압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통계의 핵심을 ‘전체 감소’가 아닌 ‘내수 기반의 급격한 위축’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내 매출 급감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민간 건축 부문의 위축이 꼽힌다. 2023년 민간 건축 계약 실적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지난해 매출 인식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2020년대 들어 국내 건설업계는 장기화한 고금리 환경에서 금융 비용 부담이 커졌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이 겹치며 공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신규 착공이 미뤄지거나 기존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었고, 분양 시장 침체로 주택 사업의 자금 회수 속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이처럼 계약은 체결됐지만, 매출로 잡히지 않는 프로젝트가 누적되면서 통계상 매출 감소도 한꺼번에 드러냈다.
매출 급락은 고용과 산업 체력에도 즉각적인 후유증을 남겼다.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 수는 175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기반 조성 및 시설물 축조 부문(-5만6,000명)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진 가운데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인력이 빠져나갔다. 반면 건설업 기업체 수는 8만9,101개로 오히려 늘었는데, 이는 영세 전문업체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매출 상위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매출 상위 100대 건설사의 지난해 매출 감소율은 6.9%로 전체 평균(1.7% 감소)치를 크게 웃돌았다.
낮아진 눈높이, 내년 실적 전이 가능성
수주부터 착공·완공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건설업의 특성을 떠올려 보면, 올해의 부진한 업황은 내년 이맘때 실적 발표에서 더 뚜렷한 하락으로 드러날 공산이 크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 역시 연초부터 매출 목표치를 전년 실적보다 낮게 제시하며 보수적 경영 기조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올해 매출 목표를 15조9,000억원으로 잡아 전년 대비 14.8% 낮췄고, 현대건설 역시 30조3,837억원으로 7.1% 줄였다. 대우건설은 감소 폭이 20%에 달했고, DL이앤씨와 GS건설도 각각 6.2%, 2.1% 낮은 목표를 내놨다.
이 같은 목표 하향은 이미 체결된 수주 잔고와 향후 공정 일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가깝다. 건설 매출은 통상 계약 체결 이후 착공과 공정 진행을 거쳐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에 걸쳐 인식되는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분양 부진과 신규 사업 지연이 수주 감소로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내년 실적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데이터처 집계 기준 지난해 4분기 건설기성은 전년 대비 10.1% 감소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이미 현장에서 매출로 전환될 공정 자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수익성 지표 흐름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 국내 건설업 영업이익률은 2021년 6.2%에서 지난해 3%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각종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올해 2분기 건설업 매출액 증가율은 -8.92%로 4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8.39%p 하락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하는 이자보상비율은 그 수치가 낮아질수록 해당 기업의 재무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국면에서 비용 구조를 단기간에 조정하기 어려운 산업의 특성이 건설업 수익성 회복을 가로막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단기 반등 기대 어려운 산업 환경 정착
국내 건설 경기의 충격은 이제 대형사 실적 둔화를 넘어 지방 건설사와 후방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준공 이후에도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현금 흐름 또한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2023년 8월 이후 21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보인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은 지난 10월 기준 2만8,080호까지 늘었다. 완공 시점에 분양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금융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회사채 발행이나 추가 차입이 어려운 지방 건설사들은 사실상 버틸 여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별로 보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대구·경북에서는 올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39개 종합건설사가 폐업했으며, 최근 3년간 누적 폐업 건수는 116곳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 폐업 규모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전문건설사의 이탈 속도는 더 가팔라 올해에만 249개 전문건설사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10월 말 기준 대구 지역의 전체 미분양 물량은 줄어들었지만, 악성 미분양은 3,370호로 전국 물량의 12%를 차지하며 10개월 연속 17개 시도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의 여파는 시멘트·철근·창호 등 후방 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집계에서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고, 주택 착공은 25% 급감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8% 줄어들면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하량이 4,000만 톤을 밑돌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또 철근 생산량은 3년 전과 비교해 25% 감소한 반면, 재고는 51% 늘었다. 창호와 가구 업계 역시 신규 분양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KCC와 LX하우시스의 1분기 건자재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 8.2% 급감했다.
여기에 고환율 환경까지 겹치며 중소·지방 건설사의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으로 오를 경우, 건설업 생산 비용은 평균 3.3%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대형사는 연간 단위 자재 계약과 해외 사업으로 일부 완충이 가능하지만, 출혈 경쟁으로 최소 마진에 의존하는 지방 업체들은 추가 비용을 흡수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드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지방 건설사 줄도산 시나리오’는 한층 더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