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동맹" vs "7조 배임" 美 국방부 등판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안보 동맹" vs "7조 배임" 美 국방부 등판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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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낀 JV, 고려아연 신주 10% 확보, 내년 주총 '태풍의 눈' 부상 테네시 제련소,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핵심 기지로, 13종 전략광물 생산 영풍·MBK "7조 연대보증은 명백한 배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으로 맞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국 테네시에 11조원 규모의 제련소를 건설하고, 미 국방부 등이 참여한 합작법인(JV)에 지분 10%를 배정하는 '안보 동맹' 승부수를 던지며 내년 주주총회 표 대결의 판 흔들기에 나섰다. 이에 영풍 측은 "7조원 연대보증은 배임이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위법한 신주 발행"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공급망 파트너 격상'이라는 명분과 '주주 권익 침해'라는 위법성 논란이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격렬한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제련소 건설에 美 국방부 등판, 신주 10%로 지분 경쟁 판 흔든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초대형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의 설비 투자 규모는 66억 달러(약 10조원)며,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한 총 사업비는 74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축은 고려아연이 지난 11일 설립한 미국 종속회사 크루서블메탈즈(CrucibleMetals, LLC)가 주도하는 한·미 JV다. JV에는 고려아연이 약 1조원을 출자하고, 미 상무부·국방부 및 방산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3조2,000억원(약 21억5,000만 달러)을 투자한다. 나머지 7조원가량은 고려아연의 연대보증을 바탕으로 미 정부와 JP모건 등에서 차입해 조달하는 구조다.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투자와 정책금융을 결합하는 흐름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거래는 그 전략이 동맹국 핵심기업 지분 참여로까지 확장된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미 국방부가 JV의 최대주주(40.1%)로 참여함에 따라, 미국은 지분과 정책금융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통해 프로젝트 통제력을 한층 높이게 됐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JV가 오는 26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신주가 상장되는 내년 1월 13일, 미 정부와 방산 자본을 등에 업은 JV는 단숨에 주요 주주로 부상해 의결권 판도를 재편할 전망이다. 특히 이 지분 10%는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내년 3월 정기주총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의 자리를 두고 벌어질 과반(8석) 확보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약 5%)과 소액주주에게 쏠려있던 캐스팅보트의 무게중심이 사실상 JV로 이동하는 셈이다.
지분 경쟁의 균형추도 급격히 기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12%포인트가 넘는 영풍·MBK 연합(44.24%)과 최 회장 측(약 32%)의 격차는 신주 발행 후 희석 효과와 우호 지분 합산을 거치며 초박빙 양상으로 재편된다. 영풍·MBK 측 지분율은 40%대 초반으로 희석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39%대까지 상승해 턱밑까지 추격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美 “획기적 딜”, 안티모니 등 13종 전략광물 생산
이번 거래가 단순한 지분 변화를 넘어 산업과 안보가 결합된 ‘패키지 딜’로 설계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려아연은 내년부터 부지 조성 및 EPC(설계·조달·시공) 업체 선정에 착수해 2027년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65만㎡(약 20만 평) 부지에 온산제련소의 습식·건식 융합 공정을 이식해, 연간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하고 54만 톤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과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게르마늄·갈륨 등 총 13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 내무부의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2025 Final List of Critical Minerals)’에 등재된 자원으로, 포탄과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이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된 품목들이다. 고려아연 측은 연간 생산 목표로 아연 30만 톤, 연 20만 톤, 동 3만5,000톤, 희소금속 5,100톤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transformational deal)"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항공우주·국방, 반도체, AI 등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전략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타국 민간 기업의 주주로 나선 것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가 안보 직결 이슈로 격상시킨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안티모니 등 핵심 광물의 대중국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상황에서, 환경 규제로 무너진 자국 공급망을 재건할 대안으로 기술력을 갖춘 고려아연을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7월 미 국방부의 MP머티리얼즈 투자 사례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전략 광물 공급망을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설계도 뒷받침됐다. 고려아연은 맨땅에서 시작하는 ‘그린필드’ 대신, 니어스타(Nyrstar)의 클락스빌 자산을 인수해 인프라를 활용하는 ‘브라운필드’ 방식을 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기존 공장을 철거하고 대규모 최신 시설을 신축할 계획인데, 이는 1970년대 이후 미국 내 첫 대규모 아연 제련소 사례로, 기존 숙련 인력과 인프라를 승계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2029년 상업가동 속도전을 펴겠다는 복안이다. 테네시 주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로 총 74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클락스빌의 경우 연봉 8만6,000달러부터 시작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영풍 "7조 보증은 배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예고
제련소 완공은 2029년이지만, 경영권 분쟁의 1차 승부처는 당장 2026년 3월 정기주총이다. 이번 딜에 정부 보조금, 조건부 대출, 우선 접근권 등 ‘안보 패키지’가 깔리면서, 주총 표 대결에서도 국익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이번 투자를 단순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닌, 국가 안보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필수적 결단으로 받아들일지가 중요해졌다.
다만 이 거대한 안보·산업 패키지가 경영권 분쟁을 위한 ‘표 대결 도구’로 해석될 경우 상황은 급변한다. 막대한 재무 부담이 곧바로 법적 리스크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에 영풍·MBK 연합도 즉각 반격에 나선 상태다. 핵심 쟁점은 7조원 규모의 연대보증과 경영권 방어 목적의 신주 발행 여부다.
16일 영풍 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재무안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최 회장 측 이사진이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국 측에 알짜 지분 10%를 넘기는 것도 모자라, 7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에 연대보증까지 서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채 제3자에게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며 즉각적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사태가 '미국 주도의 탈중국 공급망 파트너 격상'이라는 안보 명분과, '주주 평등권 침해 및 배임'이라는 위법성 논란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