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 0.75% 인상 유력, 엔캐리 충격 제한 속 한국 수출 숨통 트이나
일본 금리 0.75% 인상 유력, 엔캐리 충격 제한 속 한국 수출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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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전원 금리 인상 예상, 정치적 용인과 경기 회복에 0.75% 인상 확실시 국채 금리 1.97% 선반영으로 엔캐리 청산 충격 제한, 코인 시장은 변동성 확대 경계 슈퍼 엔저 진정세로 韓자동차·조선 경쟁력 회복 기대, 원·엔 동조화와 기술 격차는 과제

일본은행(BOJ)이 오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해 초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용인과 경기 회복세가 맞물려 긴축이 빨라진 가운데, 시장은 엔캐리 충격보다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슈퍼 엔저’ 해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도, 원·엔 동조화와 일본의 기술 강화를 경계해야 할 변수로 꼽는다.
기준 금리 25bp 인상 전망, 30년 만의 0.5% 벽 돌파
1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오는 19일 기준금리를 현 0.5%에서 0.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OJ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코노미스트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전원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 취임 이후 전문가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상이 단행되면 일본의 정책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0.5%의 벽'을 넘어서게 된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기록적인 엔화 약세를 방어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비롯해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용인, 그리고 지표로 확인된 실물 경기의 뚜렷한 회복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81%는 최근 10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우에다 총재의 결단을 재촉했다고 분석했다.
최대 변수였던 정치적 걸림돌도 해소됐다. 응답자의 98%는 저금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금리 인상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점이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고 봤다. 다만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통화 긴축이 다카이치 총리가 추진하는 ‘사나에노믹스(감세 및 대규모 투자)’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15일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질 경우 사나에노믹스의 경기 부양 효과를 억누르고, 엔화 강세를 유발해 일본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BOJ가 공개한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결과도 금리 인상론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단칸 지수는 일본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기준치인 0을 넘으면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형 제조업 업황 판단지수(DI)는 12월 기준 '+1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월 조사(+14)보다 1포인트 개선된 수치이자 시장 전망치와 일치하는 결과다. 해당 지수는 3분기 연속 개선 흐름을 보이며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12.6% 늘리겠다고 응답하는 등 실물 경제의 기초 체력이 금리 인상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음이 수치로 입증됐다.
국채 금리 급등 선반영에 엔캐리 충격 제한, 코인은 경계
정치적 용인과 실물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쌓이면서 금리 인상 경로는 채권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5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1.94%까지 치솟으며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 역시 사상 최고치인 3.44%를 찍은 뒤 현재 3.38% 수준에서 숨 고르기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금리 인상 반영을 넘어, 다카이치 내각의 재정 확대 정책이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린 결과로 해석한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경제와 물가가 전망대로 움직인다면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면서도 중립 금리 수준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시장의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엔캐리 자금의 대규모 일본 환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인상이 25bp 수준의 소폭 조정인 데다, 당분간은 단기금리 중심의 정상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글로벌 유동성을 단번에 흡수하는 ‘쇼크’로 번질 확률은 낮다는 판단이다. 이미 10년물 금리가 1.9%대까지 오르며 선반영됐고, 엔화 가치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캐리 포지션 청산은 점진적 축소나 헤지 강화로 조정될 공산이 크다.
다만 채권·주식 등 전통 자산과 달리 유동성에 민감한 가상자산 시장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풍부한 엔화 유동성의 수혜를 입었던 비트코인 등은 펀더멘털보다 유동성 장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작년 8월 5일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월요일 증시 대폭락)’ 당시 엔캐리 청산 공포가 확산하자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15% 이상 급락한 전례가 있다.
14일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돼 비트코인이 7만 달러(약 1억원) 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번에는 시장의 내성이 강해져 낙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엔화 강세가 완만하게 진행된다면 비트코인 조정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유동성 위축의 신호탄이 될 경우 20~30%의 변동성은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엔저 족쇄 풀린 韓 수출, 원·엔 동조화와 기술 격차가 변수
일본의 금리 인상은 한국 실물경제, 그중에서도 수출 기업에 반가운 기회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슈퍼 엔저는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한국 기업을 옥죄어왔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 하락할 때마다 한국 수출액 증가율은 0.61%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상황은 반전된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한·일 수출 경합도는 0.458로, 특히 석유제품(0.827), 자동차 및 부품(0.658), 선박(0.653) 등 주력 품목에서 양국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수출 경합도는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함을 뜻하는데, 통상 0.5를 넘으면 경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엔화 강세는 일본 경쟁사의 수출 단가 인상을 유발해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엔화 강세가 한국 수출 실적 개선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가 엔화의 ‘프록시 헤지(Proxy Hedge)’ 통화로 여겨져 동조화 현상이 강하다는 점을 짚었다. 프록시 헤지는 유동성이 낮은 통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유동성이 풍부한 상관 통화(엔화)로 대신 거래하는 기법을 말한다. 엔화가 오를 때 원화 가치도 덩달아 오를 경우, 기대했던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산업 정책도 변수다. 일본은 기업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공제와 즉시상각 등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 결국 사나에노믹스를 통해 일본 기업의 기초 체력이 강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일시적인 환율 효과보다 근본적인 기술 격차가 한국 수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