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청산가치] "청산 위기 목전" MBK·메리츠 책임 공방 속 홈플러스 회생 난항, 주주 책임론 넘어 메리츠로 시선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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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메리츠, 홈플러스 DIP 지원 여부·규모 두고 공방전 기대 밑돈 익스프레스 매각 성과, 파산·청산 가능성 고개 들어 주식 가치 사실상 소멸하며 약화한 MBK 책임론, 열쇠는 메리츠에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의결했지만, 회생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메리츠가 대출 실행 조건으로 MBK파트너스의 추가 자금 지원 및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을 요구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격화한 탓이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주식 가치가 사실상 소멸하며 MBK 책임론이 힘을 잃은 만큼, 향후 대규모 담보를 쥔 메리츠의 대응에 따라 파산·청산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헛도는 홈플러스 DIP 지원 논의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17일 홈플러스와 MBK에 보낸 공문을 통해 "19일 오전까지 1,0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생 절차에 필요한 추가 운영 자금 및 회생 자금 부족분인 1,000억원을 MBK파트너스나 그 지정 회사가 직접 추가 조달해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등 책임 있는 자금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출 실행의 전제조건' 항목에는 MBK의 연대보증은 물론, 김병주 회장의 개인 일반보증 제공 의사가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제안의 유효기간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오는 7월 3일까지다.
현재 메리츠와 MBK는 해당 공문에 기재된 'MBK 자금 지원 참여' 관련 내용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다. 메리츠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먼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 노력과 자금 지원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과 손실 부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메리츠는 “MBK파트너스의 운용자산은 325억 달러(약 49조6,700억원)에 달하며,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의 추정 자산은 99억 달러(약 15조1,320억원)로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MBK파트너스는 지난 3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 달러(약 2조5,980억원)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MBK파트너스는 투자 성과를 통해 얻은 수익은 투자자와 함께 향유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따른 부담은 채권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이는 시장의 상식과 책임경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MBK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MBK는 “홈플러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에게 요청하는 것은 청산을 막고 홈플러스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와 소상공인과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핵심은 메리츠금융이 파산 위기에 직면한 홈플러스를 살리는 데 동참할 것인지, 아니면 파산을 전제로 담보 회수와 초과 수익만을 극대화하려는지에 있다”고 일갈했다. 홈플러스는 수많은 이들의 생계가 걸린 기업이며, 회수해야 할 담보물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겹악재 속 청산 가능성 부각
홈플러스 측도 메리츠를 향해 "조건이 아니라 '촉구'라는 궁색한 설명으로는 2,000억원 대출 거부라는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2,000억원 대출을 요구했다. 2,000억원은 현시점 홈플러스 회생계획 실행에 필요한 자금이다. 만약 메리츠가 홈플러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1,000억원만을 내주면 MBK가 나머지 절반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BK는 회생 절차 개시 이후 홈플러스에 2,2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으며, 법인·개인 보증을 제공하는 등 가용 신용을 한계까지 썼다는 입장이다. 메리츠 측에서 MBK의 추가 자금 조달 방안으로 '부동산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 동의(Waiver)'를 언급하기도 했으나, 이미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기업의 부동산에 대해 기존 대주단이 추가적인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홈플러스 추가 지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홈플러스가 추가 구조조정이 아닌 파산·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산업이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뒤에도 수익성이 낮은 점포들을 처분하지 않은 채 점포 중심 사업 구조를 유지해 왔다. MBK 인수 이후 일부 점포 매각이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업 체질 개선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버티기'에 가까운 경영을 이어가며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회생 계획의 핵심 카드로 꼽혔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 익스프레스마저 매각 적기를 지나면서 몸값이 나날이 하락했고, 결국 지난달 7일 체결된 NS쇼핑과의 영업양도계약에서는 1,206억원까지 미끄러졌다. 2024년까지만 해도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1조원 수준에서 거론됐다.
현재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외에 대규모 현금 유입원이 사실상 마땅치 않으며, 해당 자금마저도 협력업체 대금·임금 등 당장의 빚을 청산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올해 1월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2월 급여와 명절 상여금 지급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월 급여는 25%만 지급됐으며, 지난달 급여 역시 체불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회생 절차 개시 이후 기존 채권 변제가 중단되면서 일부 식품 업체가 납품을 멈췄고, 최근에는 납품 대금 결제 불안으로 일반 브랜드 상품 공급마저 끊기기 시작했다. 다수 점포의 매대가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가득 찰 정도다.

메리츠 결정이 사태 향방 좌우
일각에서는 결국 홈플러스의 명운이 메리츠의 대응 노선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홈플러스 사태 초기까지만 해도 시장의 화살은 MBK의 책임론에 집중돼 왔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차입과 자산 유동화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유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이었다. 다만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현재 국면에서는 실질적인 책임의 층위가 달라졌다. 과거 부실을 야기한 주주의 책임과 현재 기업의 계속가치를 보전할 것인지 결정하는 채권단의 판단 책임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회생 국면에서 홈플러스의 주식 가치가 사실상 소멸한 이상, 최대주주인 MBK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크게 축소된다. 반대로 채권단, 특히 담보를 보유한 선순위 채권자의 판단은 기업의 존속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담보를 손에 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 등 3사가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총 1조2,166억원 대출을 내주고, 전국 대형마트 62개 점포를 담보신탁에 맡겨 해당 신탁의 1순위 수익증권을 확보한 것이다. 홈플러스의 금융채무가 동결된 상황이라도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 메리츠는 1순위 수익권자로서 담보를 처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처럼 담보 구조의 차이는 회생에 대한 이해관계 차이로 이어진다. 일반 채권단은 파산 시 회수율이 낮기 때문에 회생에 협조할 유인이 크지만, 메리츠는 청산 시에도 담보 처분을 통해 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메리츠의 운영자금 지원 여부가 협력 업체 피해, 고용·점포망 유지, 후순위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 등을 좌우하는 핵심 의사 결정이라는 점이다. 메리츠가 자사의 회수 안정성만을 기준으로 움직일 경우, 회생 실패의 비용은 여타 이해관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존 익스포저가 큰 만큼, 메리츠 입장에서도 추가 자금 투입은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다. 주주 충실 의무와 선관주의 의무 위배 가능성이 있는 데다, 담보가 확보된 채권자가 추가 위험을 떠안기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