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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 연준’에서 ‘시장상황 대응 연준’으로, 단기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물가 안정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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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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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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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취임 후 첫 FOMC 주재 매파적 금리동결 
소통·대차대조표·물가 체계 전면 재검토 
“미래 예측 보다 시장 상황에 초점” 연준 ‘메스’ 
FOMC 성명서/출처=연방준비제도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기존 해석 틀을 뒤흔들었다. 물가 안정 의지는 강하게 천명했지만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사전 약속은 거부했고, 점도표 제출과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 안내)에도 공개적으로 거리를 뒀다. 물가 목표는 유지하되 정책 수단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점도표는 지우개 달린 연필로 쓴 것”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시사

18일(이하 현지시간) CNBC,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16~17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1월과 3월, 4월에 이어 4번째 금리 동결이다. 워시 의장이 취임 이후 처음 이끈 이번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연준 위원 12명은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에 찬성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2.0% 목표치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에너지 등 특정 분야의 가격 상승이 초래한 공급 충격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경제 전망 등이 발표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CNBC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약 43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12차례 넘게 '물가 안정'을 언급하며 매파적 신호를 쏟아냈다. 의장 취임을 앞두고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던 것과는 비교적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물가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는 강력하고, 만장일치며, 모호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경로 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대표적으로 미래 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를 홀로 제출하지 않았다. 관행에 따라 동료들에게 제출을 독려했다면서도, 자신은 신념에 따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점도표에 대해 “지우개 달린 연필로 쓴 것”이라고 표현하며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그간 연준은 FOMC 회의가 끝나면 위원들이 향후 미래 시점에 금리가 어느 수준에 있을지를 예상한 점도표를 공개해 왔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점도표가 연준의 정책 유연성을 제약한다고 보고 있다. 점도표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그는 "연준이 금리 전망과 관련한 발언을 너무 많이 공개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연준 운용 제약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15년 만에 폐지

워시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도 명확히 했다. 인플레이션 예측 실패와 잦은 정책 번복의 주범이 돼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이 연준의 다음 행동을 추측하기보다 실제 경제지표에 반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시장 가격이 연준 발언만 되비추는 구조가 되면 중앙은행도 중요한 정보를 잃게 된다고 역설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이 정점을 향하던 1999년 5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 처음 도입한 이래 간헐적으로만 사용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벤 버냉키 전 의장 때부터 성명서에 고정적으로 삽입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버냉키 의장은 그해 정례 기자회견을 도입하고 2012년 1월부터는 점도표까지 공개했다. 금리 결정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던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과 반대인 버냉키 의장의 소통 기조는 재닛 옐런, 제롬 파월 전 의장까지 이어졌지만, 워시 의장이 방향을 튼 셈이다.

2006년 2월 최연소 이사로 ‘버냉키 연준’에 발을 담갔던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과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례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직에서 물러났다. 워시 의장은 이달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책 성명서가 다소 간결해졌고 일부 오래된 표현은 생략됐다”며 “현재의 정책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포워드 가이던스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사례도 있다. 2021년 파월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뒤늦게 ‘자이언트 스텝’으로 불리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거시경제학에서는 통상 통화정책 운용 방식을 준칙(Rule)과 재량(Discretion)으로 구분한다. 중앙은행이 사전에 정한 원칙과 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할수록 시장 신뢰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학계와 시장은 오랫동안 준칙 기반 정책에 무게를 실어왔다. 반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는 재량적 접근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이라는 강한 준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금리 경로는 사전에 확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목표는 고정한 채 정책 수단의 선택은 경제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점도표 제출 거부와 포워드 가이던스 축소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힌트’ 줄이는 워시식 소통, 시장 상황이 결정할 금리 경로

워시 의장은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신호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제안은 하나뿐이었다며, 금리 인상 또는 인상 경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은 "19명 누구에게서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점도표가 매파적으로 이동했지만, 7월 회의 등 단기 내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워시 의장은 "6주 뒤 다시 회의를 열 것"이라며 향후 결정은 들어오는 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워시 체제의 또 다른 특징은 연준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다. 그는 17일 취임 후 첫 공식 개혁 조치로 5개 태스크포스(TF) 신설을 발표했다. 새로 출범하는 TF는 △연준의 정책 소통 방식 △대차대조표 운영 △경제 데이터 수집·활용 체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확산에 따른 생산성과 고용시장 변화 △연준의 인플레이션 정책 체계 등 5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들 과제는 워시 의장이 취임 전부터 연준의 핵심 개혁 과제로 지목해 온 분야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차대조표 TF다. 워시 의장은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거치며 6조7,000억 달러(약 1경300조원) 규모까지 불어난 연준의 자산이 시장 가격 기능을 왜곡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비판해 왔다. TF는 적정 자산 규모와 양적긴축(QT) 운영 방식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데이터 TF는 연준의 정책 판단에 활용되는 경제지표와 분석 체계를 전면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워시 의장은 기존 통계만으로는 급변하는 경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실시간 데이터와 새로운 분석기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생산성 TF는 AI 확산이 생산성과 고용시장, 장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화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연구한다. 그간 워시 의장은 AI가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커뮤니케이션 TF는 연준의 정책 소통 방식을 재설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은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지만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TF는 연준의 물가 측정과 정책 결정 체계를 재검토하는 조직이다.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의 역할이 시장을 안심시키거나 자산 가격을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가 강조한 인플레이션 관련 발언에도 이런 철학이 담겨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은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해서는 재검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연준의 의지와 능력을 다시 확립하기 전까지 이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은 주로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며 "인플레이션은 선택"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는 물가의 장기 추세를 중앙은행의 정책 선택으로 설명하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폭등했지만 관건은 지속성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기구(OPEC) 탈퇴와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원유 공급 확대 기대도 함께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국면이 조기에 정리되고 해상 운송이 정상화될 경우 최근의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 에너지발 물가 충격이 장기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추가 긴축 필요성도 그만큼 축소된다. 따라서 6월 FOMC 직후 시장이 반영한 '연내 추가 인상 전망' 역시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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