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실업률만으론 안 보이는 노동시장의 진짜 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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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업률 안정세에도 이어진 인력 부족 고용·참가율·근로시간이 보여주는 수급 변화 정책 판단도 다층적 지표 활용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 미국 실업률은 3.6%로 팬데믹 이전 최저치인 3.5%에 근접했다. 겉으로는 완전고용에 가까운 흐름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같은 시기 노동참가율은 2020년 2월 대비 1%포인트 이상 낮았고, 비농업 고용자 수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을 52만4,000명 밑돌았다. 실업률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지만, 노동시장 곳곳에서는 인력 부족을 겪었다. 실업률과 노동시장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했던 셈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상황을 판단할 때는 고용자 수와 노동참가율, 근로시간, 구인 규모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구조적으로 재편된 노동공급 체계
과거에는 실업률이 낮으면 노동시장이 과열되고, 실업률이 높으면 경기 둔화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대체로 유효했다. 노동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근무 방식과 근로시간, 거주지 선택, 돌봄 부담 등 노동시장 여건도 큰 변화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시적인 고용 충격에 그치지 않았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인력 규모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근무 형태와 근로시간, 근무지에 대한 기준까지 바꿔 놓았다.
이후 노동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다. 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하며 채용을 확대했지만, 고용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앙은행은 낮은 실업률에도 임금 상승 압력에 직면했고, 정부 역시 고용지표 개선과 별개로 공공서비스와 돌봄, 운송, 숙박·외식업 등 대면 서비스업 전반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겪었다. 이 같은 괴리는 실업률이 포착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비롯됐다. 실업률은 구직을 중단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한 인구를 포착하지 못한다. 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는 단시간 근로자는 불완전취업자로 분류되며, 기업이 장기간 충원하지 못한 채용 수요도 실업률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초기 회복기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노동수요가 노동공급보다 빠르게 회복됐다. 기업들은 채용을 서둘렀지만, 근로자들은 건강 문제와 돌봄 부담, 생활 방식 변화 등을 이유로 기존 일자리로 복귀하기보다 직업을 바꾸거나 거주지를 옮겼다. 실제 영국의 구인 건수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131만8,0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업률보다 중요한 노동시장 지표
이처럼 노동시장 구조가 달라지면서 실업률만으로는 수급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노동참가율과 비농업 고용, 근로시간 등 주요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노동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우선 노동참가율은 노동공급 회복 여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실업률은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인구만을 대상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한 인구가 늘면 실제 여건과 관계없이 수치가 낮아지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다. 미국의 노동참가율은 2020년 2월 63.4%에서 같은 해 4월 60.2%까지 급락한 뒤 점진적으로 회복됐지만 2022년 6월에도 62.2%에 머물렀다. 실업률 하락만으로 노동시장 회복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농업 고용지표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이 지표는 실제 일자리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데도 고용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노동공급 부족이나 채용 과정의 비효율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22년 6월 미국의 레저·숙박업 고용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돈 반면 운송·창고업 고용은 이미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근로시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노동공급은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할 의향이 있는지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근로자가 원하는 노동시간 감소 폭은 노동참가율 감소 폭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이와 같이 숙련 인력의 근로시간이 줄고 일부 인력이 노동시장 복귀를 미루는 상황에서는 실업률이 낮더라도 기업들이 체감하는 인력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

원격근무가 바꾼 노동공급
노동시장 변화에는 원격근무 확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근무지가 일자리의 고정된 조건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노동시장 참여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전체 근무일 가운데 약 20%가 원격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이전 약 5% 수준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원격근무는 통근 부담을 줄이고 돌봄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 노동공급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육아 부담이 있는 부모와 고령층, 장애인, 장거리 통근자는 근무 유연성이 확보될 때 노동시장 참여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기업이 원격근무를 축소할 경우 노동공급 역시 줄어들 수 있다. 물론 건설과 물류, 소매업, 보육 등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직종에는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정책 당국도 인력난의 원인이 기술 부족인지, 근무 여건의 문제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노동시장 정책, 원인별 접근 필요
노동공급 구조 변화는 정책 대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인력난이라도 원인에 따라 필요한 해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경우에는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 우선 과제가 된다. 반면 노동력 부족이 원인이라면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이민 정책, 보육 지원, 건강관리 서비스 확충 같은 근본적인 여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근로시간 부족이 문제라면 유연한 근무제도와 보상 체계 개편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구인·구직 간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업훈련과 재교육, 자격 인정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교육기관과 직업훈련기관 역시 실업률만을 기준으로 수요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구인 건수와 임금 상승률, 산업별·지역별 고용 동향 등을 함께 살펴야 실제 현장 수요에 맞는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실업률은 낮지만 구인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면 대규모 직업훈련보다 보육시설 확충이나 교통 여건 개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기술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면 현장 수요에 맞춘 교육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반대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문제라면 직업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로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숙련 인력을 양성하더라도 현장의 인력난 해소로 이어지기 어렵다.
노동시장 해석의 새로운 기준
통화정책 역시 노동공급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커졌다. 실업률 하락이 경기 회복보다 노동공급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라면 임금 상승 압력과 물가 흐름을 정확히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 증가세 둔화가 공급 제약에서 비롯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의존할 경우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낼 수 있지만 인력 부족 문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노동공급은 고령화와 이민, 돌봄 체계, 원격근무 확산, 근로자 선호 변화 등의 영향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실업률과 노동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평가는 실업률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고용과 구인, 노동참가율, 근로시간 등 다양한 지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노동시장 구조가 달라진 만큼 이를 바라보는 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Unemployment Rate Is Not Enough When Labour Market Signals Brea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