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커까지 디폴트 위기" 가라앉는 中 부동산, 경제 침체에 정부 '내수 부양' 의지 표명
"완커까지 디폴트 위기" 가라앉는 中 부동산, 경제 침체에 정부 '내수 부양' 의지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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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업체 완커, 채무 상환 연장안 부결되며 디폴트 위기 직면 부동산 수요 위축되며 거래 급랭·가격 하락, 주택 매물도 넘쳐나 "강대한 국내 시장 구축하겠다" 中 정부, 경기 부양에 힘 실어

경영난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萬果·Vanke)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다.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침체로 헝다그룹을 비롯한 민간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최근 수년 사이 줄줄이 무너진 가운데,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꼽히던 완커마저도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부동산발(發) 리스크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압박을 가하자,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을 내년 핵심 경제 기조로 채택하고 나섰다.
완커, 유동성 압박에 '신음'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완커는 이달 15일이 만기로 설정된 20억 위안(약 4,190억원) 규모 채권의 만기 연장안을 채권단 표결에 부쳤으나 가결 요건인 90%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완커가 제시한 첫 번째 안은 선지급금이나 분할 상환 없이 원리금 상환을 12개월 미루는 방안이었지만 찬성한 채권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후 완커는 신용 보강 조치 추가와 이자의 정상 지급 조건 등 두 개의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각각 83.4%와 18.95%의 찬성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완커는 순식간에 디폴트에 직면하게 됐다.
완커는 상환 기한 연장안을 개선해 채권단과 다시 논의를 진행, 재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해당 투표는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22일 오전 2시에 마감된다. 완커는 유예 기간인 5영업일 안에 채무를 상환하거나, 별도 합의에 도달해 채무 상환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 채권자 투표를 통해 채무 연장이 이뤄진다면 일단 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별도 합의 없이 유예 기간이 지나면 채권단이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완커는 오는 28일 만기가 도래하는 37억 위안(약 7,720억원) 규모의 채무 상환에 대해서도 1년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채권단 회의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완커가 궁지에 몰린 핵심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자금난이 꼽힌다.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떠받치며 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버블 붕괴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 사이 헝다그룹, 비구이위안 등 수많은 대형 부동산 기업이 막대한 빚을 남기고 맥없이 무너졌으며, 완커 역시 자금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완커의 현금 보유액(지난 9월 기준)은 600억 위안(약 1조2,250억원) 규모지만, 단기 부채가 1,520억 위안(약 31조7,8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완커가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중국 경제에는 기존 민간기업들의 파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파문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커는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분류돼 왔으며, 시장에는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최종적으로 완커의 버팀목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존재했다. 완커가 무너지면 단순 부동산 시장을 넘어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침체의 늪 빠진 中 부동산 시장
더 큰 문제는 수많은 부동산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몬 중국의 부동산 침체 흐름이 좀처럼 개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의 중고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평균 0.9% 하락했다. 9월에 잠시 반등했던 1선 도시의 기존주택 거래량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베이징은 전월 대비 23.7% 감소한 1만2,087건, 상하이는 9.3% 감소한 1만8,483건(상업용 포함)이었으며, 선전 역시 7.7% 감소했다. 해당 지표와 관련해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고주택 시장이 가격 규제가 존재하는 신축 시장보다 수요를 더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된다"며 "가격과 거래량의 동반 하락은 각종 부양책에도 실수요자의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의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0대 개발업체의 11월 주택 매매는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리서치 업체 중국지수연구원은 중국 100개 도시의 재고 주택가격이 11월에 7.95% 하락했다고 밝히며 가격 하락 심화의 원인으로 과잉 매물과 주택 매수 심리 약화를 꼽았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중국의 완공 및 미판매 주택 재고 규모는 7억6,200만㎡에 달한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러우지웨이(Lou Jiwei) 전 중국 재무장관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신 서밋(Caixin Summit)에서 "부동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부문을 안정적인 모델로 전환하는 데 최소 5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발언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재정을 이끌었던 거물급 인사가 공개 석상에서 이처럼 장기적인 침체를 예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중국이 현행 선분양 모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완공 후 분양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 과정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 만큼 단기간 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부동산發 경기 충격 극심, 中 정부 진화 나서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중국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안겼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양위안천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과 관련 공급망은 중국 GDP의 약 4분의 1~3분의 1을 차지한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철강, 시멘트, 가전 등 연관 산업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자산 가치가 급락하며 내수 전반이 가라앉는 구조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해 시장 예상치(2.9%)와 전월 증가 폭(2.9%)을 크게 밑돌았다. 통상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가 포함된 달이었음에도 내수 소비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내수 침체 위기가 가중되자 중국 당정은 지난 10~11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경제정책방향회의)에서 내년 경제 기조로 “강대한 국내 시장(强大国内市场)” 구축을 공식 선언했다. 그동안에도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강조해 왔지만, 표현 수위가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정책 패키지에는 소비 보조금 지급, 농촌·도시 주민 소득 증대 방안, 중앙정부 투자 확대, 첨단 기술 산업 육성, 정책 금융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이 포함됐다.
단기적으로는 내수 회복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조치들이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노무라, 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공통적으로 “정책 지원은 강화됐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부양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부채 부담을 우려해 큰 폭의 금리 인하나 재정 확장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도 만만치 않다. 우선 높은 저축률이 문제다. 의료·교육·노후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큰 만큼, 중국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임금·분배 구조 역시 걸림돌로 지적된다. 내수를 키우기 위해 임금을 과감히 올릴 경우 제조업계가 부담하는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투자 감소와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조업 기반이 경제의 핵심인 중국 입장에서는 쉽게 꺼내 들기 어려운 카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