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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엔저의 덫에 갇힌 日, 경제 안보와 성장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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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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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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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엔저가 키운 중국 의존 공급망 재편 난관 
부채·인구 감소·자본 유출 겹친 구조적 부담 
생산성 향상이 엔화 의존의 덫 탈출 열쇠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환율 방어에 나섰음에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0엔(100엔당 약 950.23원) 안팎에 고착된 상태다. 엔저 장기화로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 경제는 값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 중심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생산기지 이전과 보조금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약세 엔화가 이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수출기업은 환율 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가계는 실질 구매력 하락과 생활비 상승 부담을 떠안고 있다. 여기에 국가부채와 고령화, 저성장까지 맞물리면서 경제 안보와 물가 안정, 성장 전략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제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공급망 재편 가로막는 엔저의 역설

일본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기지 이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경제 여건에서는 재편 속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원자재와 부품 조달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물가 안정과 재정 부담 관리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저가 장기화될수록 공급망 재편 비용은 더 높아진다. 해외 원자재와 중간재 조달 부담이 확대되면서 대체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더욱 부각시키며 일본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역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2024년 중일 교역 규모는 44조2,000억 엔(약 420조원)으로 일본 전체 수입의 22.5%, 전체 교역의 20.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역 품목도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컴퓨터와 통신장비, 의류 등으로 폭넓게 구성돼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일본 기업의 중국 내 해외 거점은 3만1,000개를 넘어 국가별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대중 의존이 가격 체계와 생산망, 기업 운영 전반에 구조적으로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주: 주요 통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비용 부담이 일본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엔저가 드러낸 경제 안보의 비용

공급망 의존 문제와 맞물린 엔저는 일본 경제 전반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특히 물가 상승 압력이 성장 둔화와 맞물리면서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엔저의 영향은 외환시장에 그치지 않고 식품과 교통, 제조업 투입 비용 전반으로 확산되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올해 5월 일본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했고, 엔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25.5% 급등했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으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은행(BOJ)의 정책 운신 폭도 좁히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엔화 약세를 완화할 수 있지만 내수 둔화와 국채 이자 부담 확대라는 부담이 뒤따른다. 반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세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가 안정과 성장,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난제가 일본은행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급망 재편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배터리, 희토류 등 전략 품목의 공급망 강화는 추진할 수 있지만 소비재와 산업용 부품 전반에서 중국산 제품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조선산업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24~2025년 세계 선박 인도량 가운데 일본 최대 조선소의 비중은 약 11% 수준에 머물며 중국과 한국에 뒤처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조선업이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임금과 전력비, 설비 부담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과거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모두 국내 생산으로 되돌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로 평가된다.

주: 일본은 물가 안정과 생산 기반 유지를 위해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재편 비용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절벽과 자본 유출의 이중 압박

국가부채와 인구구조 변화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웃도는 수준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중기 잠재성장률을 연 0.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역시 장기 성장 전망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1억2,615만 명이었던 일본 인구는 정부의 중위 전망 기준 2070년 8,70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 부양비율은 28.6%에서 38.7%로 상승한다. 노동인구 감소와 세수 기반 약화는 재정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수지 구조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2024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29조3,000억 엔(약 278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흑자의 대부분은 무역수지가 아니라 해외 증권 투자와 직접투자에서 발생한 본원소득 40조2,000억 엔(약 382조원)에서 나왔다. 문제는 이 같은 소득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유입되지 않고 해외 재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일본의 순대외자산은 561조7,500억 엔(약 5,34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유액도 2조2,200억 엔(약 21조원) 증가했다.

환율 아닌 생산성이 해법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배경에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환율 개입은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그치고 금리 인상은 내수 둔화와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 기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생산성 수준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하위권에 그친다. 2024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60.1달러(약 8만2,000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2000~2008년 연평균 1.2%에서 2019~2024년 0.3%로 둔화됐다.

이에 따라 산업 정책도 전면적인 공급망 내재화보다 전략 분야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에는 자본과 인력을 집중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DX)과 에너지 효율 개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구조 개편과 해외 자본 유치, 인력 확보도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또한 경제 효율성과 사회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지원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노동과 자본이 비효율 부문에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업 간 인수합병(M&A) 활성화와 노동 이동성 제고, 성과 중심의 지원 체계 구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보조금 정책 역시 공급망 안정과 생산성 향상, 고용 창출 등 구체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운영해야 한다.

일본 경제의 핵심 과제는 성장 기반 복원이다. 엔저는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생산성 정체와 성장 둔화, 인구 감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까지 해소하지는 못한다. 공급망 재편과 경제 안보 강화 역시 생산성 향상과 산업 경쟁력 회복이 뒷받침될 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환율이 아니라 생산성 회복 여부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s Yen Dependency Trap Is Deepening China Relia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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