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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북한군 투항 땐 하루 세끼 고기 지급" 한국어 심리전 착수

우크라 "북한군 투항 땐 하루 세끼 고기 지급" 한국어 심리전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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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당국, 파병된 북한군에 투항 촉구
“항복하면 세끼 고기와 빵 제공하겠다”
우크라, '가상의 영웅' 만들어 러시아 사기 꺾은 전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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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당국이 23일 텔레그램 '나는 살고 싶다' 채널에 공개한 북한군 포로수용시설 소개 영상/사진=텔레그램 '나는 살고 싶다' 캡처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에 이어 미국 백악관까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확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이 조만간 전선 투입이 예상되는 북한군을 상대로 본격적인 심리전에 착수했다. 타국의 전쟁에 뛰어들어 괜한 희생을 치르지 말고, 투항하거나 귀순해 목숨을 건지라는 내용이다.

우크라 "무의미하게 죽지 말라" 투항 독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은 이날 ‘나는 살고 싶다(Хочу жить)’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투항 채널 텔레그램에 한국어로 제작한 1분 14초 분량의 홍보 동영상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2022년 9월부터 해당 채널을 운영하면서 러시아 군인의 투항을 독려해 왔다.

정보총국은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는 국적과 종교, 이념과 관계없이 모든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투항하라! 우크라이나가 쉼터와 음식, 따뜻함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항복한 러시아 군인 수천 명도 하루 세끼 따뜻한 식사와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종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총국 측은 포로 수용 시설을 보여주는 별도의 동영상을 통해 “전쟁 포로들은 별도의 수면 공간을 갖춘 크고 따뜻하고 밝은 방에 수용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용소의 포로들은 하루 세끼 식사를 받으며 식단에는 고기와 신선한 야채, 빵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 말미에는 투항을 위한 메신저 및 전화 연락처와 QR코드도 나왔다.

앞서 키릴로 부다노우 정보총국장은 22일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TWZ)과의 인터뷰에서 “약 1만1,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주둔하고 있으며 11월 1일까지 전투 준비를 완료할 것”이라며 “우리는 내일(23일) 쿠르스크 방면에 (북한군) 첫 부대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약 20여 개 소도시와 마을을 점령한 곳이다.

‘심리전’ 효과 입증한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의 심리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 침공 사흘째였던 2022년 2월 27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위터(현 엑스)에 자국의 미그-29기가 러시아 전투기를 연이어 격추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에 '30시간 동안 6대를 격추했다',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가 40대를 넘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극적인 영웅담이 만들어졌다.

이후 영상이 컴퓨터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조종사 사망설까지 돌자 우크라이나군은 두 달 만에 '가상의 영웅'이라는 답을 내놨다. 우크라이나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로, 실존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키이우의 영웅' 신화는 우크라이나인은 물론 각국의 누리꾼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인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한 터였다. 이에 냉전을 거치며 선전 기술을 연마해 온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심리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심리전에서 밀린 러시아는 자국민의 반전 여론에 부딪혔고, 군과 정보기관·정치권 내부 불화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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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경계선 일대의 대북 확성기/사진=국방부

북한, 韓 심리전에도 쉽게 동요

8년 전인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당시 러시아가 소셜 미디어에 "우크라이나는 극우 극단주의로 인해 분열됐으며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량으로 유포했는데, 합병 전후로 우크라이나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심리전을 동원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이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국가가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잃은 후인 2015년 초 우크라이나 투데이(Ukraine Today)', '스톱 페이크(StopFake)' 같은 팩트체크 사이트를 열고 러시아 관영매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2021년 발간한 국방백서에선 러시아의 심리전을 상세히 묘사하며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부터 강력한 심리전을 펼 수 있었다. 정부가 직접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정보를 퍼뜨리는가 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수시로 열어 전 세계에 육성을 전달했다. 관영매체를 통해서만 입장을 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기술도 적극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AI(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러시아 군인 8,600여 명의 안면 정보를 수집, 이를 텔레그램에 올렸다. 러시아인들에게 가족이 징집됐다는 점을 알려 사기를 꺾고 러시아 내 반전 여론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포로 모욕 등을 금지한 제네바협약 위반이란 지적이 제기됐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역사상 가장 큰 효과를 본 심리전 작전이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북한군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심리전 또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북 심리전을 통해서도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분단 이후 남북한은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을 전개했는데 북한의 방송 내용은 우리 병사들에게는 시끄러운 소음 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반면, 한국의 대북 방송은 북한 병사들에게 남한의 자유로운 모습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북한 병사들이 남한을 동경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뒀다. 민심의 동요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먼저 우리 측에 휴전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고 제의했을 정도다. 이에 지난 2000년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상호 비방 중단에 합의하면서 국가 차원의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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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시아에 파병한 것 맞다" 백악관 입장 표명, 깊어지는 북·러 밀월 관계

"北, 러시아에 파병한 것 맞다" 백악관 입장 표명, 깊어지는 북·러 밀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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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러시아 파병 사실 공식적으로 확인한 美 
러시아 "북한 파병 보도는 과장, 韓·우크라이나에 놀아나지 마라"
北, 러시아 파병 통해 군사·경제력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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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수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 위치한 훈련 시설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있으며, 차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러시아 측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인을 파견했다는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한국의 분쟁 개입을 적극 경계하고 나섰다.

美 "북한군 최소 3,000명 러시아에"

23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군이 배로 북한 원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본다"며 "이후 북한군은 러시아 동부에 있는 다수의 러시아군 훈련 시설로 이동했으며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 1진으로 파병한 3,000명 규모 병력이 러시아의 훈련소 3곳에서 기본 전투 훈련을 받으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임할지 아직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히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라며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면 사상자 발생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데 배치된다면 그들은 정당한 사냥감(표적)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방어하듯이 북한군을 방어할 것이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다가 죽거나 다치는 북한군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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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는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사진=러시아 외무부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러시아, 韓에 경고 메시지 보내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보도가 '허위'라는 입장이다. 러시아 통신사 리아노브스티 보도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상호작용은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러시아로 군인을 파견했다는 주장은 과장된 정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날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도 보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파병을 처음 확인한 바 있다. 24일에는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 보고를 통해 현재까지 북한군 3,000여 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오는 12월까지 1만여 명이 파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정부는 ‘테러 정권’인 우크라이나 정권에 놀아나면 안 된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한국의 안보에 미칠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한국과 러시아가 서로 다른 정치적·지정학적 견해를 가졌음에도 경제·인도주의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다져왔던 경험을 언급하며 “왜 지금 한국은 명백한 서방의 도발에 굴복하는가”라고도 되물었다.

견고해지는 북·러 협력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에 특급 전투 병력을 파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북러가 혈맹 관계가 됐다는 의미"라며 "북한은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경제·군사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적 이익은 병사들의 급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 CNN, 독일 도이체벨레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외국 출신 러시아군 병사들은 매월 2,000달러(약 276만원) 안팎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의 평균 연봉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나, 올해 초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탈북자 증언을 모아 추산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공장 근로자 평균 월급은 2,500원(1.81달러) 수준이다. 즉 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북한 군인의 월급은 기존 대비 무려 1,104배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더해 북한군은 이번 파병을 통해 실제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데이터를 확보, 낙후된 북한의 무기 체계를 현대화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통해 무기 체계를 혁신했듯, 북한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군사력 제고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북한 측의 경제·군사력이 향상되고 북-러 동맹이 본격적으로 강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유의미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북러의 밀월 관계가 깊어져 가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이목은 한국의 사태 개입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북한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대응 방안을 발표했으며,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힌 상태다. 만약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실제 무기를 제공할 경우, 본격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전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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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확률 높다" 긴장감 감도는 韓 산업계, 배터리·반도체 '희비교차'

"트럼프 당선 확률 높다" 긴장감 감도는 韓 산업계, 배터리·반도체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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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확률 50% 웃돌아
AMPC 등 美 친환경 지원금 의존도 높은 K-배터리, 실적 타격 우려
디커플링 전략 따른 강력한 대중국 규제 예상, 반도체 업계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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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미국 대선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점치는 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닥쳐올 시장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조사 우위 점한 트럼프 전 대통령

22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54%라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의 대선 결과 전망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확률은 52%로 집계됐다. 이에 더해 의회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민주당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시 의회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계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에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첨단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바이든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정책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IRA를 비롯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며 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AMPC 축소될라" 위기의 배터리 업계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업계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AMPC는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나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때 해당 기업에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미국 정부가 첨단 기술 기업들에 제공하는 일종의 보조금인 셈이다. 배터리 생산 업체는 셀을 생산할 때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을 생산할 때 1㎾h당 10달러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MPC는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의 '실적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 AMPC 의존도가 가장 높은 LG에너지솔루션은 AMPC 혜택에 기대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48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4,660억원 규모 AMPC 혜택이 포함된 수치로, AMPC 혜택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사실상 적자(-177억원)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분기에도 AMPC에 의존해 적자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지난 영업이익 1,953억원 중 AMPC 규모는 4,478억원으로, AMPC 혜택을 제외하면 2,525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1분기 영업이익(1,573억원) 역시 AMPC(1,889억원)를 제외하면 -316억원으로 미끄러지게 된다.

china usa pe 20240619

트럼프 집권 시 반도체는 '수혜'

반면 반도체 업계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의 향방은 미국 대통령 후보 양측의 대중 견제 방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쪽 모두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민주당 측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첨단 전략 분야에 한정해 수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중국 성장을 견제하고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아예 분리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이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첨단 반도체 분야는 물론 스마트폰을 만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수요 산업에도 전방위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법(Chips Act) 입안 시기가 트럼프 1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도 낮다”며 “중국 반도체의 기술 추격을 늦춘다는 점에서 한국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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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 사망에 커진 불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택 드론 공습

신와르 사망에 커진 불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택 드론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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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부부는 공습 당시 집 비워
헤즈볼라 드론에 뚫린 이스라엘 방공망
아랍권, 신와르 저항 모습 영웅화
Benjamin Netanyahu_PE_20241021

하마스와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일원인 레바논 헤즈볼라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노린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 영향으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 사망을 계기로 관심을 끌었던 가자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도 꺾이는 분위기다.

헤즈볼라, 네타냐후 자택에 무인기 공격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 자택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 부부가 공습 당시 집에 없었다"면서 "이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관련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 3대가 날아왔으며, 이 중 1대가 카이사레아의 건물을 타격했고 나머지 2대는 격추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 북쪽 해안 도시인 카이사레아는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 주택 중 한 채가 있는 곳으로, 레바논 국경에서 약 70㎞ 떨어져 있다. 알자지라는 사업가와 정치인이 다수 거주하는 카이사레아가 군사기지와 정유공장 등 많은 권력과 전략적 자산이 집중된 곳이라고 전했다. 총리 관저는 예루살렘에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나와 아내를 암살하려 한 이란의 대리 세력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란과 악의 축 파트너들에게 이스라엘 시민을 해치려는 자는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유엔 대표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헤즈볼라 소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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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로 추정되는 인물/사진=이스라엘군

이스라엘, 신와르 영웅화에 골머리

헤즈볼라의 네타냐후 총리 자택 공격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 살해에 따른 보복 성격이다. 지난 18일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시신 이미지를 인쇄한 전단을 가자지구 남부에 살포하며 하마스 잔당에 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스라엘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에 "신와르는 전장에서 끝까지 용감하게 싸웠다"고 적었다. 이스라엘의 예상과 달리 신와르의 영웅화에 기여한 셈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서 신와르는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에서 부상을 입은 채 무인기를 향해 막대기를 던졌는데 이 모습이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최후의 저항'으로 읽히며 신와르를 추앙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비판적이었던 가자지구 주민조차 "신와르는 군용 조끼를 입고 소총과 수류탄으로 싸우다 죽었고 다쳐서 피를 흘리면서도 막대기로 싸웠다"며 "이는 영웅이 죽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주민은 신와르가 죽은 방식이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이란도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이 영웅적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신와르의 죽음을 확인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칼릴 하이야는 "신와르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리를 높이 들고 총을 쏘며 용감하게 최후를 맞이했다"며 "그는 저항 투사이자 순교자라고 강조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신와르가 은신처가 아닌 야외에서 전투복을 입은 채 적과 직면했다"며 "저항 정신이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낮은 고도서 느리게 움직이는 드론, 요격 힘들어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변 글릴로트 군사기지에서는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드론이 폭발한 네타냐후 총리 자택 근처에서는 어떤 경보도 발령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방공망이 지속적으로 위협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드론이 격추되지 않았고 총리 자택을 노렸다는 점에서 이스라엘도 충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 시스템은 최근 헤즈볼라나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론은 열을 덜 방출하고 금속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기체라는 특성에 더해 로켓과 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드론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지난 6월에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의 중요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도시 상공을 휘젓고 다닌 헤즈볼라 드론은 제지받지 않았다. 7월에는 후티가 발사한 드론이 텔아비브 해안가 지역에 있는 미국대사관 분관 근처의 아파트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 공격으로 주민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는데, 이스라엘은 실제 표적이 미국대사관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 방공망이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짚으면서 지난달 헤즈볼라의 드론부대 수장이 사살되면서 잠잠해졌던 드론 공격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WSJ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이스라엘군은 로켓, 미사일과 같은 오래된 위협에 집중하면서 드론을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해 왔다며, 지금은 안보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드론 방어 개선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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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 파병 북한군’ 추정 영상 공개, ‘북러 혈맹’에 세계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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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SPRAVDI , 북군 러시아 보급품 수령 장면 공개
장비 받으며 “나오라 야” 北 말투, 한글로 군복 치수 설문도
"실전 경험 없어 역할 한계" vs "전쟁 단축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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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영상 일부 캡처, 북한군 추정 병력들이 러시아 군사기지에서 보급품을 지급 받고 있다/사진=SPRAVDI 페이스북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결정과 일부 병력의 러시아 이동을 확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군 파병 정황을 담은 듯한 영상 및 사진이 우크라이나 당국과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3차 대전’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영국·프랑스 등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속속 드러나는 북한군 러 파병 증거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는 북한 군인들이 이미 러시아 영토에 있으며, 러시아 군복을 지급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SPRAVDI는 “이 영상은 72시간 이내 촬영된 것으로, 러시아 극동 지역인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러시아군으로 보이는 군인으로부터 장비를 지급받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군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선 “나오라(나와라), 야” 등의 북한 억양의 음성도 확인된다.

이날 미국 CNN 방송도 SPRAVDI를 통해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위해 마련한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NN이 공개한 설문지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 등의 한글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적혀 있다. 설문지에서 모자와 군복은 각각 ‘여름용’이라고 분류됐다. 매체는 이 설문지가 북한 군인에게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제작됐고,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 군인은 이 설문지에 답해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텔레그램의 친(親)러시아군 채널인 파라팩스(ParaPax)에 ‘러시아의 훈련장 중 한 곳에 있는 북한 군인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군인들이 줄지어 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1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RFA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영상을 촬영했던 군인의 군복엔 러시아 동부 군사 지구의 부대 상징이 부착돼 있고, 영상 촬영 장소는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소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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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 시설 연병장 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400여 명이 운집한 모습/사진=국가정보원

북한군 격전지 투입 가능성, 사상자 90% 될 수도

이런 가운데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될 지역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북한군들은 특수부대원으로 공격에 특화됐기 때문에 후방보다는 격전지에 배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차관은 "도네츠크는 상대적으로 지금 전선이 정체돼 있는 반면 쿠르스크 지역은 러시아가 굉장히 애를 먹고 있고 다시 뺏어오려고 애를 쓰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차관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북한이 과연 파견 대가로 무엇을 받았냐"라며 "군사 기술 같은 경우에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도 대단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예의주시해서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정예 부대원 1만2,000명을 다른 나라 전쟁에 보내면 북한 군 입장에서는 자기의 영토를 지키는 데 그만큼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도로를 폭파하고 요새화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2020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정부의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안드리 자고로드니우크 전 장관도 “북한군은 현재 러시라군이 대부분 맡고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역할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진지를 돌파하고 점령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사들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사상자 비율이 90%에 이를 수도 있다”고 봤다.

자고로드니우크 전 장관은 또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일부를 장악했을 당시 그곳은 거의 비어 있었고 러시아 병력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거의 모든 전력은 남동부 돈바스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에) 돌격대를 보내고 있다”며 “이것은 제1차 세계대전에나 사용된 전술로, 특정 진지를 점령하는 전술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하루 사상자는 1,300명에 이르는데, 바로 이 지역에 북한군이 배치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극도로 심각한 전개", 우크라이나 '3차 세계대전' 우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북한군의 기여도에 대한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군이 전투 경험이 없을 수도 있으나 그들은 신병이 대다수인 러시아군과는 다르다"며 "그들은 오랫동안 군에 있었고 결속력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에서 상당히 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러시아가 약간의 우위에 있는 교착 상태지만 북한의 파병은 전쟁을 아마 단축시킬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가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1년 정도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러시아군 지원이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 전쟁학 부교수이자 군사 전문가인 프랭크 레드위지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전쟁에서 지고 있는 국면에서 북한이 가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드위지는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위험하다. 향후 몇 달에 걸쳐, 그리고 앞으로도 진짜 나아갈 방법이 없다"며 "어떤 분야나 역할에서든 러시아군의 증강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불리한 것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군이 전장에서 어떤 활동으로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글로벌 안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만큼은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먼저 우크라이나는 3차 세계대전을 운운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이 1만 명 파병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히면서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북한이 무기와 인력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돕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전쟁 당사자급으로 참여시켜 침략을 심각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당장은 러시아와 군사적 직접 충돌을 우려해 대응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군 가세에 따른 상황 변화 때문에 한때 파장이 일었던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관측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북한의 파병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의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지만, 이 입장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만약 해당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극도로 우려스럽고 심각한 전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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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수장 신와르, 방에 숨어 있다 드론 공격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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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야흐야 신와르 사망 직전 ‘최후의 영상’ 공개
신와르, 얼굴 가리고 숨은 방에 들어온 드론 공격으로 사망
휴전 반대 강경파 사망에 중동 정세 급변 예측 팽배
드론 공격력에 글로벌 군수 시장 내 드론 수요 증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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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고 있다/사진 및 영상=이스라엘군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가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 숨을 거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핵심 인물인 신와르의 사망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對) 이스라엘 강경파 신와르 사망 확인

17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신와르가 사망한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의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0대 훈련병의 목적 제보를 받고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위치한 하마스 세력의 건물 일부를 파괴했다. 포격으로 인한 먼지가 걷히고 난 뒤 건물 수색 중 하마스 1인자인 신와르의 시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눈 주위 사마귀와 툭 튀어나온 치아 등을 바탕으로 신와르의 신변을 확인했고, 이어 소지품 등을 통해 시체가 신와르라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신와르가 사망하기 직전 최후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신와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하마스의 학살자’, ‘칸유니스(가자 남부 도시)의 도살자’라는 별칭도 가진 인물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에 암살된 ‘하마스 1인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후임인 신와르의 강경한 태도 탓에 이스라엘 - 하마스 휴전 협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47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드론이 부서진 건물의 창을 통해 건물의 잔해, 베개, 문 등으로 어지럽혀진 건물 내부로 진입, 흙먼지가 날리는 건물 내부에서 홀로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촬영했다. 영상은 천으로 만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를 붉은 선으로 표시하며 신와르라고 설명했다. 영상은 신와르가 자신을 촬영하는 드론을 응시하다 막대기로 보이는 것을 드론 쪽으로 던지며 저항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의 사망, 중동 전쟁 판세 급변 전망

신와르가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올해 8월로 하마스의 실질적인 수장직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단행한 대규모 기습 공격의 기획자로 알려져 ‘가자 전쟁’이 발발하게 만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때문에 이스라엘 군인과 정보요원들은 수개월 동안 신와르를 찾아내려고 애쓰며 단서를 찾았다. 그러나 신와르는 좀처럼 덫에 걸리지 않았다. 신와르의 DNA는 6주 전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터널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신와르를 사망이 발표되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중동 전쟁의 종결을 희망한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주요 미국 정치 관계자들도 중동 전쟁 종결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 역시 대외 강경파 중에서도 초 강경파로 분류되던 신와르의 사망이 중동 일대 아랍 세력 전체에 주는 상징적인 신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7월 하니에가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살당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차례 급변한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미 암살단 투입을 통해 지도자를 제거한 사건이 있었던 데다 심지어 기술 무기인 드론으로 다음 지도자를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 만큼, 하마스를 포함한 아랍 세력 지도자들이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논평했다.

자살특공대 스타일 공격력에 드론 무기 수요도 급증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 기술 개발에 한창이던 드론 무기 시장에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신와르가 드론이 보유한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천으로 덮었다는 점과, 드론 공격 사거리 및 방어 메커니즘을 피하기 위해 막대기를 던지는 방식으로 반격했다는 점도 군사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신와르가 신체의 빠른 동작, 무기류 등을 직접적인 공격 의지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론 대응 방식을 실제 무기가 아니라 막대기로, 원거리에서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봤다.

게다가 이미 러-우 전쟁에서 드론 무기의 위력을 여러 차례 실감한 데다, 암살 작전에도 투입할 수 있는 역량까지 확인된 만큼, 향후 국방 시장에서 드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경우 AI(인공지능) 기반 드론 무기로 상상률이 80%까지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바바 야가(Baba-Yaga)로 불리는 폭격 드론은 러시아군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다. 바바 야가는 프로펠러가 6~8개인 농약살포용 드론을 폭격기로 개조한 것으로, 낮게 비행하다 러시아군 기지 주요 시설물에 2,000도의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신와르 사망이 각국 지도자들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드론 공격에 대응한 드론 추적 레이더, 드론 회피 알고리즘 개발 등에 군사·안보 분야의 관심이 한층 더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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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대규모 부양책에도 '잃어버린 30년' 우려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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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시 재정과학연구원장 "4분기 성장률 급락 위험"
"수요 촉진 위한 조치로 '10조 위안' 부양책 내놔야"
최악 경기에도 소극적, 日 ‘잃어버린 30년’ 전철 밟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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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2,00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가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5%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채 발행 확대 등 잇따라 부양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中 4분기 성장률 급락 위험, 비상조치 시급

18일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刘尚希) 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며 "중국 당국이 2008년엔 4조 위안(약 77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산업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10조 위안(약 1,920조원) 이상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중국 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며 "10조 위안 경기부양책이 실현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원장은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부채 증가를 우려한 신중한 정책을 펴왔지만, 이젠 국내 수요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채를 늘리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새 부채와 적자 증가를 우려한 재정억제 정책을 펴왔던 중국 지도부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적자재정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짚은 대목이다.

실제 중국 경제 성장률은 1분기엔 5.3%로 출발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투자·외국인직접투자(FDI) 위축으로 2분기 4.7%로 꺾이더니 3분기 성장률은 그보다도 낮은 4.6%를 기록하며 비상이 걸렸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올해 목표인 '5% 내외'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이전과는 달리 부채 증가를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 정부는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큰 여지를 갖고 있다"며 "경기 부양책 마련에 동원된 국유은행 지원용 특별 국채와 지방 정부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용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류 원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각각 130%와 260%고 중국은 100% 수준"이라며 "중국 당국이 재정 적자율의 경우 3%를 경고선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증상이 심각하면 고용량의 약을 먹어야 낫는다"고 꼬집었다. 류 원장은 또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 내 중소기업 어려움은 커지고 상장기업들의 재정적 손실이 불어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은 매출 증가 속 이익 감소라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 급락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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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보다 인프라 등 투자 규모 더 커야

류 원장의 분석은 다른 경제 전문가의 전망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16일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전 고문 위융딩(余永定)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투입한 4조 위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경제 규모가 과거에 비해 큰 만큼 재정 지출 규모도 2008년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 전 고문은 이어 "경제에 단번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경기 부양 계획을 세우고 자세한 일정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국유은행 자본확충 등을 위한 국채발행, 지방정부 지원 방안이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바우처 지급 등 직접적인 지원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정도 정책만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만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주택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 한 소비 심리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상황, 30년 전 일본보다 더 심각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중국이 1990년대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헤지 펀드의 대부’로 통하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최근 중국 경제를 ‘잃어버린 30년’의 초입에 섰던 일본과 비교했다. 달리오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중국 투자 옹호파로 통하는 인물로, 4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국은 생산적이고,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을 비교해 볼 때 원칙적으로 중국이 더 유리하다”며 중국 투자를 권했다. 하지만 최근 달리오는 중국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 고용·임금 감소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많은 기업과 지방정부가 부채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거듭 날리고 있다.

실제 중국과 30년 전 일본의 경제 사이클은 상당 부분 닮아있다. 일본은 1980년대 폭등한 부동산과 주식 등이 1990년대 초에 붕괴하면서 장기 불황에 빠져들었는데, 중국 역시 매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거듭한 끝에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자 중국 가계와 기업은 금리 인하에도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 통화당국에 따르면 중국 유동성 지표의 상징 격인 M1(현금+요구불예금) 증가율은 올해 7월 -6.6%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미래가 불확실한 탓에 즉시 벽장 속으로 퇴장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 사이클 유사성을 넘 공공부채 확대, 인구 감소,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오히려 30년 전 일본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공공부채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GDP 대비 총 공공부채는 95%로 1991년 당시 일본(62%)보다 크게 높다. 공공부채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나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일본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일본은 거품이 붕괴되고 거의 20년 후인 2008년까지 인구 감소를 겪지 않았다.

미국과의 갈등 관계 역시 일본 대비 중국에 더 큰 과제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경제적으로 고립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대결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첨단 분야를 육성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데, 미중 간 기술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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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제 난민 그만 받고 송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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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 난민 송환 촉진 및 송환 허브 구축 방안 논의
EU 내 난민센터 아닌 제3국 송환 허브로 보내는 안건 마련
이탈리아, 알바니아에 난민 허브 구축 공식화
난민 외주화 비난에 타국 정상들은 주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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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총리(첫 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사진=EU 집행위원회

유럽연합(EU) 정상 회담에서 난민 관리가 화두로 떠 올랐다. 정상들은 난민 송환 촉진 및 역외 송환 허브를 구축해 그간의 불만을 잠재우겠다고 발표했다. 송환 허브를 역외로 만들어 불법 입국자가 EU 내에 거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U 정상회담, 드디어 난민 송환 문제 다뤘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불법입국 이민자 송환을 촉진하기 위해 교역, 개발원조, 비자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EU 정상들은 이주민 역외 송환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정상들은 이날 역외 송환 허브를 구축하고 망명 신청이 반려된 난민을 추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제 3국 난민 허브 사항은 공동 성명에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간 EU 각국 내에서는 난민을 그만 받아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달부터 반이민 정책 추진을 공식화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반이민 정서로 연립정권이 붕괴된 데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치안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알바니아에 난민 이주 센터를 건립하고, 지중해를 넘어온 난민들을 다시 알바니아로 보내는 정책을 이달부터 공식화했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국내 여론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와 같은 방식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EU 및 국제법에 따라 불법 이민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다만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일부 정상들은 이탈리아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일부는 정책이 인권에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며 이민 흐름을 통제하기에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U 외부에 ‘이주민 송환 허브’를 구축하자는 방안 역시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정상회의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이민자들이 제3국의 임시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망명 신청이 거부했지만 EU를 떠나지 않는 불법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같은 방안은 불법 이민자 문제를 사실상 제3국에 외주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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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 회의/사진=EU 집행위원회

난민 문제에 제각각 딴소리 중인 유럽 각국, 합의 어려워 공동 대응 힘들 듯

이렇듯 EU는 회원국들이 불법 이민자와 관련해 각각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어 접근 방식에서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EU의 국경 국가들은 이민자들의 입국을 처리하는 한편 독일, 스웨덴 등은 주로 이민자들이 망명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들이 2026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신(新)이민·난민 협정’의 조기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협정은 회원국 간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수용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자금이나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네덜란드와 헝가리 등은 ‘난민 의무 수용’에 반발해 이행 거부를 예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그간의 난민 수용 입장을 깨고 제3국 송환 허브를 마련해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EU 정상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이 방안에 대해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해법”이라고 극찬한 뒤 이탈리아 모델을 EU에 확대 적용할 것을 회원국에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네덜란드도 제3국에 송환 허브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딕 슈프 네덜란드 총리는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우간다에 송환 허브를 건설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나눠 받자 → 돈 내자 → 역외 수용하자

그간 유럽 각국은 난민 문제에 대한 책임 분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프리카 및 서아시아 주요국에 식민지를 설치했던 후폭풍으로 유럽 언어를 쓸 수 있는 전(前) 식민지 국가 출신 난민들이 한편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되는 상황인 만큼, 무조건 난민을 반대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정치적으로 난민 포용 정책을 이어왔던 주요 좌파 정권은 지지 기반의 붕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난민을 수용해 노동력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들을 앞다퉈 내놓으며 상당한 정치적 자원을 소비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2015년부터 난민들을 나눠 받는 안을 논의했고, 동시에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지중해 국경순찰대 예산 증가, 소피아 작전 등을 실시했다. 집행위의 방침에 따라 난민을 할당받은 국가들은 지중해 순찰대 예산 분담을 절감해 주는 방식으로 비용을 나눠서 감당해 왔다. 그러나 난민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러-우 전쟁으로 각국의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실제로 EU 집행위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정국 불안으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이 급증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탈출하는 난민이증가한 데다, 10여 년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지난해 강진 피해까지 겹친 탓이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는 29만2,985명의 난민이 도착했는데 이는 2016년(38만9,97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EU는 지난해 48만5,000명의 이민자에게 떠날 것을 명령했지만 이 중 80%는 여전히 역내에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집행위가 제공하는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의 효과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우파 정권이 집권한 일부 국가들에선 역외 수용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유럽 주요 관계자들은 난민을 선별해서 수용하는 정책이 더 강화되는 기조인 만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주요국에서 먼저 역외 수용이 진행되고, 자국 내에 난민을 수용하는 나라들로 이민자들이 몰려가면 EU 전반으로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미 난민 수용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중해 순찰 인력 증대 논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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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분기 GDP 성장률 4.6%, 정부 목표 '5%안팎 달성' 적신호

중국 3분기 GDP 성장률 4.6%, 정부 목표 '5%안팎 달성'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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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5.3%→2분기 4.7%→3분기 4.6%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 어려워져
부동산 위기·인구 고령화·수출 둔화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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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성장 동력인 부동산이 끝없이 추락하고 물가도 낮은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고군분투하던 수출마저 꺾인 영향이다.

중국, 3분기 GDP 성장률도 4%대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3조2,910억 위안(약 6,399조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장률은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이 각각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4.5%를 소폭 웃돌았다. 다만 2분기 성장률(4.7%)보다 둔화해 2023년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4.8%로, 역시 1~2분기 누적 5.0%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이대로라면 올해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워진다. 로이터는 “조사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올해 4.8%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2025년에는 성장률이 4.5%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듬해에 그 목표가 달성됐는지 여부를 판가름한다. 그런데 지난해 초 중국 정부는 5%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십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중국 GDP 규모는 2023년 기준 120조 위안(약 2경3,100조원)에 달해 세계 경제 내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어려워졌다. 규모가 작을 때의 10% 성장률과 비교해도 지금의 5%를 낮은 성장률이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2010년 중국 경제가 40조 위안(약 7,700조원) 규모일 때는 연간 10% 성장해야 4조 위안(약 770조원) 늘어나는 것이지만, 지금은 5%만 성장해도 연간 6조 위안(약 1,160조원)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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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수출 둔화·물가 하락 등 영향

이번 3분기 성장률이 내려앉은 것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부동산 침체 영향이 크다. 1~9월 부동산 개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 하락하며 1~8월(-10.2%)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액은 올해 1~2월 -9.0%에서 지속 하락해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째 10%대 감소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계 투자은행 UOB의 웨이천호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부문은 가계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앞으로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계 자산은 최대 70%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들어 발표된 경제 지표 역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시장이 6% 성장을 전망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2.4% 증가하는 데 그친 9월 수출액이 대표적이다. 수출은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성장 동력 중 하나였다. 여기에 더해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중국 경제 성장을 막는 요인이다. 브루스 팡 JL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약한 수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 수출 성장 둔화를 고려할 때 (3분기 성장률 둔화는) 시장 기대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피크 차이나’ 담론에 무게

미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 첨단 기술 수출 규제 강화 등 외부 요인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견제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인구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 인구 증가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 복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연금 제도 개혁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진핑 정부의 통치 철학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유기업 중시가 '마윈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민영기업 퇴조를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다 보니 공동부유 구호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 부호들의 자산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중국 성장을 견인하던 외국인 직접투자도 급격히 줄었다. 올해 1~8월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31.5%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미국 GDP의 75.2%까지 추격했던 중국 경제는 2022년 급격한 경기 둔화 이후 지난해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 나아가 중국 위기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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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재차 저격, '안보 장사'에 韓 본보기 삼았나

도널드 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재차 저격, '안보 장사'에 韓 본보기 삼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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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은 머니 머신”, 방위비 인상 언급
최근 타결한 2026년 1.5조보다 9배 많은 규모
주한미군 규모, 실제 분담금 왜곡하며 표심 자극
2기 행정부 집권 시 '재협상 시도' 전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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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미 간에 최근 타결한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다시 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또 내놨다. 이는 '한국은 부유하면서도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집권 당시 한국 등 우방국들에 고액의 계산서를 들이밀었던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한미동맹이 또 한 번 '트럼프 탠트럼(발작)'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또 韓 방위비 거론 "이용당해선 안 돼"

1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는 폭스뉴스의 ‘포크너 포커스(Faulkner Focus)’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에는 4만2,000명의 미군이 있지만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들에게 돈을 내게 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협상을 해 그들은 더 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며 “그들(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용당할 수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전날인 15일에도 시카고경제클럽에서 진행된 블룸버그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자동지급기)’이라 지칭하며 자신이 재임 중이라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는 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지불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규모다.

앞서 한미 양국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원으로 책정하는 내용의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타결했다.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조건으로 물가를 반영키로 함으로써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예방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런 약속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의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We have to start)'는 발언은 재집권 시 이번 SMA를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트럼프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바도 있다. 이에 외교가에서도 만일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국과 미국이 대선에 앞서 서둘러 끝맺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방위비·주둔 규모 등 기본 사실도 왜곡

트럼프가 한국의 실제 분담금과 관련한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데 대해선 한국을 표적으로 삼기 위한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미국 대선의 한반도 안보 영향을 분석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와도 맞아떨어진다. CSIS는 지난달 “트럼프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국방비 지출이 적은 동맹국을 가장 경멸한다”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한국은 쉽게 트럼프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445억 달러(약 60조9,000억원) 규모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점이 트럼프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방위비 분담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았다거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분담금을 대폭 낮췄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2016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이었고,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1조389억원이었다.

한국의 방위비가 낮다는 것도 거짓이다. 우리나라 방위비 분담금은 다른 동맹국과 비교해서도 최고 수준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은 우리가 0.052%로, 일본(0.037%), 독일(0.015%)보다 높다. 국방비 수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국방비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2.5%에 이르고 있어 1%대 수준인 일본과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트럼프가 줄곧 4만 명이라 주장하고 있는 주한 미군 규모도 실제로는 2만8,500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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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한미군

미군 주둔, 쌍방이 윈-윈

주한미군을 마치 한국에 시혜를 베푸는 존재로 여기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주한미군의 철수보다는 ‘철수론’을 활용해 한국과 협상할 때 큰 이익을 취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진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에서도 미국 쪽 협상대표 리처드 롤리스(Richard Lawless)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부차관은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 들었다.

이에 당시 북핵 문제 이외에도 용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등의 모든 난제가 미국의 뜻대로 이뤄졌다. 이렇게 터득한 주한미군 철수론 활용법은 한미 협상에 있어 미국의 만능 보검이 됐다. 트럼프 역시 지난 집권 당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지렛대 삼아 분담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치적으로 자랑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이익은 쏙 빼놓고 오로지 한국을 위해서만 주둔하는 것처럼 강변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미군이 아무런 이득 없이 한반도에 주둔할 리 만무하다. 지난 2차 세계대전으로 패권을 쥐게 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에 군대를 배치하며 자국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토를 늘려왔다. 냉전 시대 당시 라이벌이었던 소련과 인접한 한국에 주둔하며 ‘남한의 공산화’를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가 공짜 혜택을 입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산 무기를 대량 사들이고 있다. 당초 지급할 의무가 없었던 방위비 분담금도 1991년(당시 1,000억원)부터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은 토지, 건물만 제공하고 주둔비용은 일체 미국이 부담하도록 했지만, 미국이 한국의 경제력 상승에 변심한 것이다. 물론 냉전이 종식되고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현행 주둔 방식의 효용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이에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특정 지역에 주둔하는 붙박이 미군을 전략적 상황에 따라 어디든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기동군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2004년 전국에 흩어진 미군 기지를 모아놓은 경기 평택의 험프리스 기지가 사실상 ‘중국 견제 맞춤형’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도발하면 곧바로 미사일로 베이징을 타격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북한이 미 본토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알래스카에서 탐지하는 데는 15분이 걸리지만 한국에선 8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북한 공격에 대한 미 본토 방어에도 주한미군이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 감축은 불가피할지 모르나 전면 철수는 미국에도 좋을 게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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