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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글로벌관세 막히자 ‘강제노동’ 카드 꺼낸 美, 불공정 해소 명분 앞세웠지만 본질은 ‘관세장벽’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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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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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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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USTR,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공개
강제노동 수입 규제 미흡 이유로 관세 예고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 대체 수단으로 추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력화된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 관세 체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 제품 수입 차단 미흡과 과잉생산 문제를 앞세워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강제노동 생산품 유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린 기존 관세 정책을 우회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해석된다.

54개 경제권 12.5% 적용 대상 분류

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60여 개 교역국을 대상으로 최소 10%에서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추가 관세안의 핵심은 강제노동 수입품에 대한 규제와 각국의 대응 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세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의 도입과 효과적 집행에 모두 실패한 54개 경제권 그룹에 포함돼 12.5% 관세가 적용됐다. 한국과 같은 그룹에는 중국, 일본, 호주, 브라질,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스위스, 대만, 태국, 튀르키예, 영국, 베트남 등 대부분 조사 대상국이 포함돼 있다.

반면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 중 또는 이를 약속했거나, 부분적으로 관련 제도를 도입한 캐나다, 에콰도르,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멕시코, 파키스탄 등 6개 경제권에는 10% 관세를 제안했다. 무역대표부는 조사 대상국들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시장 진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비용 측면에서 인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외국 생산자와의 불공정 경쟁에 내몰렸다는 입장도 밝혔다. 과잉생산 관련해서는 각국의 과잉 생산이 세계 무역 불균형과 비효율을 초래했고, 그 피해가 미국 산업과 고용 시장에 미쳤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노동 용인을 이유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다. 위법 판결 이후 미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를 임시방편으로 가동했지만, 이 조치도 의회 동의 없이는 최대 150일까지만 유지돼 다음달 24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체 관세 카드로 꺼내든 게 무역법 301조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한 정책과 관행에 관세 부과 등으로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과한다. 무역대표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301조 조사를 두 갈래로 진행했다. 하나가 이번에 결과가 나온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미규제’며, 나머지는 ‘구조적 과잉생산’ 조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미 의회 공청회 등을 거쳐 이번 강제노동 관련 관세 부과 방침을 먼저 발표했다. 무역대표부 홈페이지에도 301조 조사 항목으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 미도입·미집행'과 '제조업 부문의 구조적 과잉생산'이 올라 있다.

구체 사례 명시 부재, 근거도 빈약

하지만 정작 무역대표부가 공개한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 도입·집행 실패에 관한 무역법 301조 조사보고서(Report on Section 301 Investigation: Failure to Introduce and Enforce Ban on Imports of Products Produced by Forced Labor)'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담겨 있지 않았다. 한국을 다룬 개별 항목도 단 한 문단에 불과했다. 한국이 강제노동 수입금지 제도를 도입·집행하지 않아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는 정형화된 문장이었다. 나머지 53개국 역시 국가 이름만 다를 뿐, 판정 문구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그나마 거론된 사례는 강제노동 연계 품목을 미국으로 우회 반입하려고 한 사례로 태양광 소재를 다룰 때였다. 무역대표부는 중국이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웨이퍼를 한국·태국·베트남의 셀 제조사로 주로 수출한다고 지적했다. 강제노동으로 제조된 것으로 의심되는 폴리실리콘 웨이퍼를 주요 교역국들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미국에 반입하려는 '우회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강제노동 추정 폴리실리콘이 시장에 워낙 퍼져 있어 위험이 극심하다"고만 주장할 뿐, '극심한 위험'이 실제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폴리실리콘 수출과 미국의 다운스트림 제품 수입 전부가 반드시 강제노동의 산물인 것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른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한 통상 관행으로 미국 상거래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관세 상한이 없는 막강한 권한 때문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역대표부는 사례마다 "해당 제품이 모두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지만(although it cannot be determined that all such products are produced by forced labor)", "강제노동이 은밀해 실제 규모를 알 수 없지만(although the clandestine nature of forced labor makes its true scale unknown)" 등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 미국산 점유율 하락이 전적으로 강제노동 탓이라고 스스로도 단정하지 못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 소고기를 수입한 배경에 대해서도 "금수조치와 2019년 보복관세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sanctions and the 2019 retaliatory tariffs may have also played a role)"고 인정해 놓고 '강제노동에 따른 원가 절감'이 미국산 수입 감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라질산 소고기가 강제노동 연계 품목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품목은 강제노동과 관련이 없었다. 보고서는 △이미 품목관세가 적용돼 있거나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원자재 △미국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없는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품목 등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강제노동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세를 매긴다면서, 정작 면제 기준은 강제노동을 방지하거나 저지하는 것과 무관한 셈이다. 실제 면제 품목에는 한국·대만·일본·중국 등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전자제품과 집적회로, 디스플레이 등도 포함했지만 보고서는 이 제품들이 '강제노동 연계 제품(products linked to forced labor)'이라고도 지적했다.

관세 약점 지운 강제노동 프레임, 민주당 입 막을 새 방어선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추가 관세안이 오는 7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민주당의 동의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을 핵심 공급망 규제로 집행해 왔고, 미국 노동부와 국무부도 신장 지역 강제노동 연계 상품의 미국 시장 유입 차단을 대외경제·인권정책의 주요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제노동 수입품 차단은 이미 미국 정가 내에서 대중국 견제, 인권 외교, 노동권 보호가 결합된 초당적 통상 의제로 굳어진 상태다.

특히 UFLPA는 민주당이 트럼프식 보호무역과 구별해 내세워 온 ‘가치 기반 통상’의 상징적인 사례다. 바이든 행정부는 UFLPA를 통해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에 강제노동 추정 원칙을 적용했고, 국토안보부와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면화·토마토·폴리실리콘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 보류와 기업 제재를 확대해 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강제노동 규제 자체를 약화시키는 듯한 태도를 취할 경우 자신들이 구축해 온 인권·노동 중심 통상정책의 정당성까지 훼손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미국 노동계의 압박도 민주당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강제노동은 인권 문제인 동시에 저임금·저규제 생산품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산업정책 논리와 맞물린다. 이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과 제조업 노동자층이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프레임이다.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강제노동 연계 공급망 차단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할 경우 노동계와 인권단체의 반발을 동시에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견제에 대한 초당적 합의 역시 이번 관세안의 정치적 방어력을 높인다. 미 의회는 수년간 신장 강제노동, 첨단기술 공급망, 전략산업 보조금 문제를 둘러싸고 대중 강경 노선을 강화해 왔다. 이 중 강제노동 규제는 공화당의 보호무역 논리와 민주당의 인권·노동 의제가 만나는 교차 지점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직면했던 정치적 한계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기존 상호관세는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확대, 동맹국과의 갈등 심화라는 비판에 노출돼 있었던 반면, 강제노동은 인권과 노동권, 공급망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이 관세 자체를 비판하더라도 강제노동 차단이라는 정책 목표까지 부정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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