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도 트럼프 독주 견제” 美 하원 ‘이란전쟁 중단 결의안’ 통과, 트럼프 추진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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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4명 결국 트럼프에 반기 실제론 강제성 없어 상징적 의미 트럼프 역시 확전보다 출구찾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란과 전쟁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War Powers Resolution)’이 통과됐다.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작전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이 결의안은 상징적 행위에 불과하지만, 의회에서조차 전쟁 확대에 대한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215대 208, 전쟁 권한 초당적 견제
4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연방 하원은 전날 본회의에서 그레고리 믹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쟁 권한 결의안을 찬성 215표, 반대 208표로 가결 처리했다. 해당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박한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를 방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회의 승인 없이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에 참여 중인 미군을 철수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및 결의안 찬성 측은 미국 헌법상 전쟁 선포에 관한 권한이 대통령이 아닌 입법부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명확한 출구 전략 없이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위험성을 지적하는 한편, 전쟁으로 석유 및 식료품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등해 민생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껏 여러 차례 비슷한 여러 결의안이 상·하원 표결에 부쳐졌지만, 다수석을 차지한 공화당에서 줄곧 저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하원 표결에선 토머스 매시(켄터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톰 배럿(미시간), 워렌 데이비슨(메인) 등 4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 표결에 동조하는 반란표를 던지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상원에서도 별도의 전쟁 반대 결의안이 지난달 상정 여부를 묻는 예비표결 문턱을 간신히 넘기고 본 표결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하원에서 먼저 가결에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은 전쟁 시작 이후 양원에서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반복적으로 상정해 왔다. 뉴욕타임스-시에나 칼리지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64%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결정이 잘못됐다고 답했으며, 옳았다고 평가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또한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미군을 적대행위에 투입한 후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60일 이내에 이를 끝내야 한다. 이 법은 ‘미군의 안전한 퇴각을 위해’ 30일의 연장 기간을 부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한은 90일째인 5월31일까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이후 '적대행위가 종료됐다(Hostilities have terminated)'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회피하고 있다.
상원 통과해도 법적 효력 불확실, 사실상 정치적 압박 수단
다만 이번 결의안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발을 묶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통과한 하원 결의안은 대통령 서명이 필요한 구속력 있는 ‘합동 결의안(Joint Resolution)’이 아닌, 의회 입장을 밝히는 ‘공동 결의안(Concurrent Resolution)’이다.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 없는 대신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 현재 상원에서 상정 상태인 별도의 전쟁 반대 결의안의 경우, 하원 결의안과 달리 법적 효력이 있는 합동 결의안이지만, 아직 상정만 한 상태라서 상원 본 표결을 먼저 통과한 뒤 이 결의안이 또다시 하원 표결을 거쳐야 한다.
양원 통과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의회가 대통령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지만, 양당이 극도로 대립하는 현재 환경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이번 결의안이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한 백악관 관계자도 “이번 하원 공동결의안은 대통령 책상엔 올라갈 수 없다. 설령 상원에서 통과된들, 아무 법적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가 민주당과 함께 이란 군사행동 제한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여 온 대이란 강경 전략에 여당 내부 균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서 전쟁 권한은 민감한 쟁점이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지만 전쟁을 승인하고 예산을 통제하는 권한은 의회가 갖는다. 역대 행정부는 테러 대응과 해외 분쟁 과정에서 대통령 권한을 넓게 해석해 왔고 의회는 전쟁권한법을 근거로 이를 견제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행동도 같은 논란을 불렀다. 미국은 지난 2월 이란을 겨냥한 군사작전에 나선 뒤 중동에서 긴장을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개발과 역내 위협을 이유로 강경 대응을 주장했으나, 의회 안에서는 명확한 승인 없는 장기 군사개입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이번 표결은 그런 불만이 실제 이탈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함의가 크다. 공화당 지도부는 결의안에 반대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이상 백지수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에 섰다. 이들은 이란과의 충돌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미국이 어떤 목표로 전쟁을 이어가는지 설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결의안을 헌법상 의회 권한을 되찾는 조치로 내세웠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확대 명분을 더 강하게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큰 문제는 표결 결과 자체보다 흐름이다. 지난달 하원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결의안이 212대 212로 부결됐다. 당시에는 과반을 넘지 못해 막혔지만 이번에는 공화당 이탈표가 더해지며 결과가 뒤집혔다. 불과 몇 주 사이 의회 내 기류가 그에게 불리하게 움직인 셈이다. 미국 안팎에서는 이란 충돌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중동 긴장은 유가와 물가, 미군 안전 문제로 곧장 이어진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거스르기는 어렵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계속 동의하기도 쉽지 않다.

트럼프, ‘전면전 재개’ 카드 포기
이번 결의안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재폭격 카드를 접은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란과 전면전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참모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사망을 휴전 종료의 '기준선'으로 제시한 것인데, 그에 이르지 않는 소규모 무력 충돌은 감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이란의 주변국 공격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쿠웨이트 공격과 관련해 백악관 취재진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며 미국도 최근 이란에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맞대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분명하다. 협상 국면 유지다. 그는 ‘이란의 쿠웨이트 공격에도 미국·이란 간 휴전 협정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자체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합의가) 성사된다면 주말 중에라도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2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간 휴전 중재에 직접 나선 것 역시 합의 의지의 방증이다. 미 국무부는 3일 워싱턴에서 미국 중재하에 열린 회담 뒤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이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약해지는 협상력이다. 마이클 매콜(공화·텍사스) 미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결의안 통과가 “대통령의 대이란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농축 우라늄(HEU) 비축분 처리 등과 관련해 추가 양보를 하라고 이란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자산 동결 해제 등 미국의 경제적 보상이 없으면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4개월째 이어져 온 호르무즈해협 경색 위기도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22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 선물 시장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2~3주 내에 글로벌 원유 재고 부족으로 유가가 치솟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