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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산업 보호 vs 핵심 시장 확보" EU·中, 격화하는 무역 갈등 속 고위급 통상 담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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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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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中, 프랑스서 고위급 통상 실무 협상 진행 예정
中 산업 보조금 문제 삼아 온 EU, 최근까지도 규제 장벽 높여
"美도 日도 막혔다" 中 입장에서는 EU가 핵심 수출 시장

유럽연합(EU)과 중국의 통상 정책 대표들이 담판에 나선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 보조금 공세 속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추가 충돌을 막고 통상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대화 채널 복원 노력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은 이번 회담이 핵심 수출 시장을 사수하고자 하는 중국과 자국 산업 경쟁력을 지키고자 하는 EU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U-中 고위 통상 당국자 회담 임박

3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과 EU의 통상 정책 대표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마로시 세프코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급 회의 중 4일 리청강 중국 국제무역담판대표(상무부 부부장)와 별도로 만날 계획이다. 이는 오는 28~29일 예정돼 있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벨기에 브뤼셀 방문을 앞두고 협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냉각된 통상 관계에 대한 합의점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U는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의 대규모 산업 지원을 문제 삼으며 적대적인 무역 기조를 유지해 왔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철강 등 전략 산업 분야에 과도한 보조금과 저리 대출을 제공하며 과잉 생산을 유발하고, 저가 상품을 대량 수출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분의 약 60%가 정부 보조금에 의해 설명되며, 중국 기업들이 OECD 국가 경쟁사보다 평균 3~8배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는 EU의 무역수지에도 명백한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EU의 대(對)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3,598억 유로(약 645조원)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이 1,996억 유로(약 357조8,200억원)에 그친 반면, 수입은 5,594억 유로(약 1,002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특히 수입 증가세가 두드러진 품목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집중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이었다. 이 같은 무역적자 확대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1분기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EU의 강경한 규제 행보

EU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이어 왔다. 시발점은 2023년 시작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였다. EU는 약 1년간의 조사 끝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역내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고 판단했고, 2024년 7월 중국산 전기차에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첫 대규모 무역 제재 조치였다. 이후 같은 해 10월 EU는 회원국 승인을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업체별로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최종 확정했다. 현재 양국은 중국 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최저 판매가격을 보장하면 관세를 일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전기차 외 분야에서도 강력한 규제가 다수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기업들의 유럽 의료기기 공공 조달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됐으며, 최근에는 외국보조금규정(FSR)을 근거로 한 인수·합병(M&A) 규제까지 본격화했다. 지난달 28일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징둥닷컴의 유럽 전자제품 소매 업체 세코노미 인수 계획과 관련해 FSR에 따른 심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FSR은 비(非)EU 국가의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보조금,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을 지원받은 기업이 EU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EU는 추가 규제 시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테판 세주르네 EU 산업 전략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유럽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화학, 금속, 청정 기술 산업이 중국의 불공정 경쟁으로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면서 역내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할당량, 관세 등 무역 방어 수단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같은 달 29일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력위원회 역시 성명을 통해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협력과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대중국 무역·투자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中, 주요국 시장 진출 제약 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중국이 유럽 공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여타 주요국 시장 진입에 제약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에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고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제품 등에 추가 관세를 매겼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대한 관세를 대폭 상향 조정하며 한때 평균 관세율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후 양국은 협상을 통해 일부 품목의 관세 인하에 합의했지만, 전반적인 대중국 관세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중이다.

달러 금융망도 중국을 압박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4월에 걸쳐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한 중국 정유사 및 원유 터미널 운영 업체를 잇달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제재 대상 기업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며, 달러 결제망 이용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국제 원유 거래의 상당수가 달러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유 구매, 금융 조달, 보험 가입, 선박 운용 등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중국을 넘어 주변 공급망에 대한 견제도 심화하는 추세다.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각국의 강제노동 관련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관리가 미흡한 국가들에 대해 10~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신들은 미국의 이 같은 행보가 사실상 신장 위구르 지역 강제노동 논란이 있는 중국을 정조준했다고 본다. 지난 2021년 신장산 제품의 수입을 사실상 금지한 데 이어, 강제노동 상품을 충분히 차단하지 않는 제3국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하며 추가 제재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또 다른 핵심 시장인 일본 역시 중국 기업들이 진입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핵심 소비재 시장 내 자국 기업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탓이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경우 도요타, 혼다, 닛산, 스즈키 등 일본 브랜드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사실상 중국 전기차 업체가 입지를 확보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도 반도체, 배터리, 첨단 기술 등의 분야에서 공급망 재편 및 보조금 정책을 통해 중국 기업의 시장 침투를 암묵적으로 견제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 EU는 아세안, 아프리카, 인도 등과 함께 핵심 대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내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인도는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는 중국산 소비재 및 부품 수요가 꾸준하다. 아프리카에는 중국 기업들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인프라와 현지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고, 저가 전기차, 전자제품, 태양광 설비 등에 대한 수요도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EU는 각종 통상 규제를 강화 중이지만,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 전반의 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았다. EU가 소비력이 높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공략 가치가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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