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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中 보조금 성장모델 정조준, EU 대중 통상공세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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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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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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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중국 국가 주도형 경제 모델에 제동
中 기업 시장 점유율 증가분의 60%가 보조금 덕
경제안보 리스크로 재분류된 중국, 산업 직격탄 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국 제조업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산업 보조금 실태를 정면으로 겨냥한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 기업들이 OECD 회원국 기업보다 최대 8배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의 상당 부분이 국가 지원에 기반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공급 과잉과 시장 왜곡 문제를 제기해 온 유럽연합(EU)은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보다 강경한 통상 대응에 나설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중국 제조업 전반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전기차 산업이 가장 먼저 충격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OECD “중국 기업 보조금, 글로벌 경쟁사 최고 8배”

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ECD는 최근 공개한 ‘각국 산업 보조금에 관한 보고서(OECD MAGIC Database of Industrial Subsidies)’에서 중국 기업이 받는 보조금이 OECD 38개 회원국 기업 평균의 3∼8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의 2005년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는 약 60%가 보조금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직접 보조금과 시장금리보다 낮은 대출(BMB)을 통해 상당한 지원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MB 규모가 상당히 컸다. 이는 기업 대출 대부분이 국유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중국 1년 만기 기준 금리에 가까운 낮은 금리로 이뤄지는 중국 금융 시스템 구조로 인해 가능했다고 OECD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15개 제조업 분야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각국 정부의 직접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 시장 금리 이하의 대출을 모두 보조금으로 간주했는데, 2024년의 경우 전 세계 보조금 1,080억 달러(약 164조원) 중 52%가 중국에서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금이 집중된 분야로는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 철강·알루미늄 등이 꼽혔다. 반도체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 매출의 2%가 보조금 평균이지만 중국 소재 반도체 기업들의 보조금은 2021~2022년 매출의 10%에 달했다. 중국은 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부인하면서 자국 수출업체들이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태양광 패널 시장 점유율을 14%에서 87%로 늘리는 등 특정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보조금이 있었다고 OECD는 분석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중국 제조업체가 매출 대비 OECD 회원국 업체보다 4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 풍력터빈의 경우 2005~2024년 글로벌 평균 보조금은 기업 매출의 1% 수준이었지만 중국 기업의 보조금은 지난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2%를 웃돌았다. 일부 해에는 5%를 넘기도 했다. 마티아스 코만(Mathias Cormann) OECD 사무총장은 "대규모·지속적인 산업 보조금은 글로벌 시장을 왜곡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만들고 과잉 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품목 대응에서 산업 방어 체계로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시장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강경한 무역 구제 조치 도입에 합의하고 중국 당국 역시 보복 조치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번 OECD 보고서는 유럽에 강력한 법적·제도적 명분을 제공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EU의 대중국 정책은 회원국별 이해관계에 묶여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독일은 자동차·기계 수출 이해관계로 중국과의 충돌을 회피했고, 프랑스는 산업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앞세워 강경 기조를 강조했다. 동유럽과 남유럽 일부 국가는 중국 투자 유치와 인프라 협력을 중시하면서 EU 차원의 통일된 대중 전략은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 과잉이 전기차·배터리·태양광·철강·화학으로 확산되면서 유럽의 계산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유럽의 핵심 수입원인 동시에 제조업 공동화 압력을 증폭시키는 최대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EU의 상품·서비스 분야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지만, 대중국 무역적자만 3,600억 유로(약 645조원)에 이른다. 유럽이 중국을 단순 교역 상대가 아닌 경제안보 리스크의 한 축으로 재분류하고 있는 이유다.

EU 집행위는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수입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조치 사용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24년 유럽은 중국을 상대로 7건의 사건을 제기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17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50건이 넘는 사건이 진행 중이다.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공급망, 강철 실린더, 발린, 유리섬유 및 기타 제품에 대해 관세나 부과금이 매겨졌다. 하지만 유럽에는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중국을 포괄적으로 다룰 비전이 전무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개별 정치 지도자들은 모두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으나, 통일된 접근법 없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또한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의 새로운 산업전략 제안인 ‘산업가속화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중국을 어떻게 배제할지를 놓고 여전히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경제안보 위협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급망·교역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서면서 통합된 대중 전략 수립도 지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OECD 보고서는 유럽 내부의 분산된 문제의식을 하나의 정책 언어로 묶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업 성장 모델 자체를 통상 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압력 커지는 중국 전기차 산업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제조업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산업이 전기차다. 전기차는 중국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막대한 보조금과 정책금융을 투입해 육성해 온 전략 산업이자, 유럽이 공급 과잉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해 온 분야다. 중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은 전기차 산업의 성장 기반이 유럽 시장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수 시장은 여전히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능력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복적으로 내수 진작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공급 과잉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그 결과 유럽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시장은 이미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배터리와 첨단기술 공급망에서도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구매력이 높은 유럽 시장이 사실상 마지막 대형 선진국 시장인 셈이다. 이에 BYD와 지리자동차, SAIC 등 주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수년간 유럽 판매망 확대와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BYD는 헝가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체리자동차 역시 스페인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 나서고 있다.

하지만 OECD가 보조금과 공급 과잉 문제를 공식화하면서 향후 반덤핑 조사와 상계관세, 공공조달 제한, 공급망 규제 등이 연계될 공산이 커졌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전기차 산업 내부의 구조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이미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는 BYD와 CATL 정도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한 기업이 많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현재 100개가 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2030년까지 생존 가능한 기업이 15개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위 기업마저도 대부분이 유럽 시장에 의한 성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BYD와 CATL 역시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유럽 시장은 중국 전기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인 동시에 과잉 생산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해 온 만큼, 유럽의 무역장벽이 높아질수록 중국 업체들은 수출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이 이러한 인식을 통상정책에 본격 반영할 경우, 중국 전기차 산업이 대규모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통상 정책 전문가는 "유럽 정책 당국이 중국의 공급 과잉과 산업 보조금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경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직면할 시장 환경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해외 시장 접근성이 제한될수록 업계 재편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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