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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전부터 증시까지" 대외투자 규제에 힘 싣는 中, EU도 '제2의 넥스페리아 사태' 막으려 규제 장벽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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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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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된 中 대외투자 규정, 기술 이전 제한하고 투자 심사 강화
"자본 유출 막아라" 본토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강경 제재
넥스페리아 사태로 홍역 치른 유럽, 中 자본 M&A 시도에 날 세워

중국 정부가 새로운 대외투자 규정을 전격 공포했다. 해외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데이터 유출을 차단하고, 국가 안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감독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자본 이동보다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기조는 여타 주요국에서도 속속 관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우 집행위원회가 직접 중국 자본의 전략 산업 투자와 인수합병(M&A) 시도에 제동을 걸며 급속도로 규제 장벽을 높여 나가는 추세다.

中, 대외투자 규제 수위 높여

1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날 리창 총리 서명으로 '대외투자에 관한 규정'을 공포했다. 새 규정에는 해외투자 절차에서 발생하는 기술·데이터 이전과 국가 안보 관련 거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심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중국 기업은 해외투자 과정에서 국가가 수출을 금지한 기술, 서비스, 데이터, 물품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사용할 수 없으며, 제한 품목의 경우에도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술 인력의 해외 파견 및 해외 근무 조직 △국경을 넘는 기술 지도 △해외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우회적인 이전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해외투자 승인 절차 자체도 눈에 띄게 엄격해졌다. 기업들은 투자 진행 전 관련 인허가 및 등록 절차를 완료해야 하며, 투자 정보 보고 및 국경 간 자금 등록도 의무화된다. 감독 기관의 조사에도 협조해야 한다. 만약 허위 자료 제출이나 사실 은폐를 통해 투자 승인을 받은 경우, 시정 명령과 함께 불법 수익이 몰수되며 투자 금액의 0.1~0.5% 규모 벌금이 부과된다. 뇌물이나 기망 행위로 승인을 취득했을 시에도 승인 취소 및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국가 안보 심사 권한도 명문화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해외투자 및 관련 자산 처분에 대해 안전심사를 실시할 권한을 확보했다. 향후 중국 정부가 금지한 해외투자 분야에 자금을 투입한 본토 기업에는 투자 금액의 최대 1%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되며, 국가 안보 심사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최대 3년간 해외투자가 금지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보유 중인 해외 자산이나 지분에 대한 강제 처분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규정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에 대한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해외 증시 투자 통로도 막혔다

중국은 자국 내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통제도 이어 가고 있다. 기존의 포괄적인 규제 수준을 넘어서, 개인 투자자와 기업들의 행동을 정부가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7개 부처는 해외 인터넷 증권사 타이거브로커스, 푸투홀딩스, 창차오증권 등에 국경 간 불법 증권 영업 혐의로 총 3억3,000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고 불법 수익을 몰수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시작된 해외 증권사의 중국 본토 신규 모객 금지 조치가 추가로 강화된 것이다. 당국은 향후 2년 이내에 이들 증권사의 중국 본토 대상 해외 증권 서비스와 관련 웹사이트, 모바일 앱, 서버 운영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규제 대상에는 기존 투자자들도 포함됐다. 현재 해당 플랫폼을 이용 중인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추가 입금과 신규 매수가 불가능하며, 기존 보유 자산 매도와 출금만이 허용된다. 이는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강경책으로 읽힌다. 그동안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홍콩, 싱가포르 등에 기반을 둔 인터넷 증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해외 증권 시장에 투자해 왔다. 이들은 연간 5만 달러(약 7,500만원) 수준인 개인 외환 한도를 활용하거나, 홍콩 보험 상품에 가입한 후 환급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하 환전 네트워크 등을 이용했다고도 전해진다.

블룸버그 인더스트리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이처럼 비공식적인 경로로 중국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약 1조400억 달러(약 1,56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문제가 위안화 환율 불안과 금융 리스크를 가중한다고 본다. 특히 미국 증시 및 홍콩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중국 본토 증시의 유동성을 약화하고, 자금 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통제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EU도 中 자본 침투 적극 견제

이러한 정부 차원의 해외투자 통제 기조는 중국 외에도 다수 주요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일례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징둥닷컴의 유럽 전자제품 소매 업체 세코노미 인수 계획과 관련해 역외보조금규정(FSR)에 따른 심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징둥닷컴은 지난 4월 세코노미를 22억 유로(약 3조8,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사의 근거가 된 FSR은 비(非)EU 국가의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보조금,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을 지원받은 기업이 EU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재 EU는 징둥닷컴이 중국 정부, 국영 금융기관 등의 지원을 통해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인수전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처럼 EU가 중국 자본의 M&A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으로는 넥스페리아의 전례가 꼽힌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의 범용 반도체 사업부였다. 2016년 NXP는 이를 중국계 투자펀드 JAC캐피털과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매각했고, 2017년 해당 사업부를 기반으로 한 독립 기업 넥스페리아가 출범했다. 이후 중국 스마트폰 주문자 개발생산(ODM) 기업 윙테크테크놀로지가 2019년 넥스페리아를 인수함에 따라 넥스페리아는 사실상 중국 자본이 통제하는 유럽 반도체 기업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거래가 마무리된 뒤 넥스페리아는 본격적인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뉴포트 웨이퍼 팹과의 관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뉴포트 웨이퍼 팹은 영국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 중 하나로, 2021년 7월 주요 고객이자 주주였던 넥스페리아에 인수됐다. 문제는 영국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이 해당 거래를 사실상 중국 자본의 영국 반도체 산업 진출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전략 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중국이 영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당초 영국 정부는 거래를 즉각 저지하지 않았으나, 각계의 우려 끝에 2022년 국가안보투자법(NSIA)을 근거로 심사에 착수했다. 이후 영국은 뉴포트 팹의 미래 연구·개발(R&D) 역량, 공급망 통제 가능성, 전략 산업에 대한 영향력 등을 문제 삼으며 넥스페리아에 뉴포트 팹 지분 86% 이상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어지는 넥스페리아의 반발에도 영국 정부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결국 뉴포트 팹은 2023년 미국 반도체 기업 비쉐이 인터테크놀로지에 매각됐다.

이후로도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기술, 핵심 생산 역량 등이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 속 1952년 제정된 비상법인 '상품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발동해 넥스페리아 경영권에 직접 개입했다. 이로 인해 중국계 최대주주 측 경영진의 권한이 정지됐으며, 독립 관리인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조치도 뒤따랐다. 중국은 네덜란드 정부의 행보가 사실상의 국유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의 수출을 제한했다. 중국의 강경 대응으로 공급망 혼란이 커지자 같은 해 11월 네덜란드 정부는 해당 조치를 일시 중단(suspend)했으나, 네덜란드 기업법원이 수립한 독립 관리인 체계 및 당시 윙테크 CEO에 대한 해임·정직 조치는 별개로 유지되고 있다. 윙테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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