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넘어 유럽까지" 삼성 위조 스마트폰 유통 확산, 각국 플랫폼 규제·지식재산 보호 강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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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삼성 스마트폰' 판매 조직, 유럽검찰청에 단속 덜미 잡혀 베트남·인도·홍콩 등 아시아 각국도 위조 상품 문제로 골머리 韓 정부 부처, 국내 기업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 강화 착수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모방한 위조 단말기가 대규모 유통됐다. 아시아 각국에서 위조 스마트폰 판매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돼 온 데 이어, 서방국 시장에서도 중고 부품을 활용해 조립한 제품을 신제품처럼 포장·판매하는 문제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위조 상품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나섰으며, 한국 정부 역시 해외 상표권 침해와 위조 상품 유통에 대응하기 위한 보호 체계를 확대하는 추세다.
유럽서 삼성전자 모조품 유통돼
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서독일방송(WDR)에 따르면, 유럽검찰청(EPPO)은 지난달 29일 중고 부품으로 조립한 휴대전화를 신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국제 범죄 조직을 상대로 대규모 단속을 벌였다. '트로야(Troja)'로 명명된 이번 수사는 유럽사기방지청(OLAF)의 제보를 계기로 시작됐으며, 유로폴과 유로저스트를 비롯한 EU 및 각국 수사기관이 참여했다. 투입된 경찰·세무·세관 인력은 1,770명에 달하며, 독일·네덜란드·스페인·오스트리아 등 19개국에서 16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EPPO는 해당 조직이 100만 대가 넘는 중고 휴대전화를 신제품으로 판매해 EU 소비자에게 최소 3억 유로(약 4,520억원)의 피해를 주고, 회원국들에 3,000만 유로(약 45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세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추산했다.
EPPO 조사 결과 조직은 홍콩과 UAE에서 중고 부품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조립한 뒤 이를 세척·포장해 네덜란드로 반입했으며, 이후 독일 내 창고로 옮겨 온라인 장터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WDR은 북독일방송(NDR)·쥐트도이체차이퉁(SZ)과 공동 취재한 결과 이들 제품이 외관상 삼성전자 정품 모델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으며, 상당수가 삼성전자 신제품으로 표시돼 판매됐다고 전했다. 용의자 7명은 지난달 26일 오스트리아·독일·스페인에서 체포됐으며, 이 중에는 조직을 이끈 것으로 의심되는 주모자 2명도 포함됐다.
DSA 필두로 규제 강화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모방한 위조 스마트폰 판매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독일 정보기술 전문매체 하이제(Heise)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장터에서 판매되는 저가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해 분석하고, 일부 제품이 실제 브랜드와 모델명을 내세운 가품이었다고 보도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스마트폰 검색 결과 상위 100개 제품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서도 다수 제품이 판매 페이지에 기재된 사양과 실제 성능이 일치하지 않는 허위·위조 제품으로 분류됐다. 특히 일부 단말기는 시스템 화면상 고용량 메모리와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것처럼 표시됐지만, 실제 내부에는 구형 프로세서와 훨씬 적은 용량의 메모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EU 측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향해 이러한 가품 유통 문제의 차단·관리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 7월 알리익스프레스에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을 이유로 5억5,000만 유로(약 8,28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EU 집행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위조품을 비롯한 불법·위험 제품이 플랫폼에서 판매될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으며, 위조품 차단 체계에도 구조적인 허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특정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려는 입점업체에 판매 권한을 증명하도록 하는 '브랜드 승인(brand authorisation)' 제도를 운영했지만, 조사 결과 일부 판매자들은 해당 절차를 손쉽게 우회해 위조품을 등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위법 상품을 판매해 제재를 받은 업체가 이후에도 플랫폼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사례도 확인됐으며, 불법 상품이 적발된 뒤 수 주 동안 게시된 상태로 남아 있거나 형태를 바꿔 다시 등록되는 경우도 있었다.
베트남·인도서도 가품 기승
이러한 문제는 비단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지난 6월 베트남 뚜옌꽝성 공안은 페이스북과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가짜 '갤럭시 S23 울트라'를 판매한 일당 3명을 기소·구속했다. 이들은 '100% 정품', '70% 할인', '12개월 보증' 등의 문구와 착불(COD) 결제 방식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았으며, 베트남 전역에 1,000대가 넘는 위조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현장에서는 가짜 스마트폰 469대와 포장 상자, 액세서리, 위조 보증서 등이 압수됐다. 베트남 당국은 압수품을 정품 가격으로 환산한 가치가 60억 동(약 3억96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024년 4월에는 하띤성·하노이 경찰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가짜 아이폰과 삼성 스마트폰을 판매한 조직원 22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온라인에 정상 제품보다 300만 동(약 15만5,000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폰 광고를 게시한 뒤, 구매자에게 위조품을 배송하고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영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조직이 취한 부당이득은 900억 동(약 46억4,350만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에서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조직이 적발됐다.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델리 경찰은 지난해 12월 카롤바그 지역의 한 작업장을 급습해 가짜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한 일당 4명을 체포했다. 현장에서는 갤럭시 울트라·폴드·플립 등을 모방한 위조 단말기 512대와 메인보드 124개, 배터리 138개, 'Made in Vietnam' 문구가 적힌 가짜 IMEI 스티커 459장이 압수됐다. 경찰은 조직이 중국에서 메인보드·카메라·스피커·프레임·후면 유리 등 부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단말기를 조립한 뒤, 이를 신제품 삼성 스마트폰으로 속여 대당 3만5,000~4만 루피(약 48만8,000~55만7,000원)에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표1. 국가별 위조 스마트폰 유통 사례
| 국가·지역 | 주요 사례 |
|---|---|
| 유럽 | 홍콩·UAE에서 중고 부품으로 조립한 휴대전화를 삼성 신제품으로 위장해 온라인 판매한 국제 조직 적발 |
| 베트남 | 온라인상에서 가짜 삼성 스마트폰·아이폰을 정품으로 속여 판매한 조직들이 잇달아 적발 |
| 인도 | 중국산 부품으로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방품을 현지 조립·판매한 조직 적발 |
| 중국·홍콩 | 위조 스마트폰·전자제품의 해외 환적 물량 대규모 적발 |
| 한국 | 삼성·애플 상표 도용 휴대전화 액세서리와 관련 위조품 유통 적발 |
삼성전자 본고장 韓까지 영향권
중국 본토와 홍콩의 경우 위조 스마트폰의 생산·조달 및 해외 환적 거점 역할을 수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세관은 지난 2024년 1월 국경 간 위조 전자제품 유통을 집중 단속해 총 19건을 적발하고, 휴대전화·스마트워치·이어폰·태블릿PC 등 위조 전자제품 1만4,800여 점을 압수했다. 압수품에는 애플과 삼성전자 상표가 부착된 제품이 포함됐으며, 시가는 1,000만 홍콩달러(약 17억890만원)를 웃돌았다. 이에 더해 홍콩 세관은 중국 본토에서 들어온 컨테이너 1대와 화물차 3대를 검사해 약 4,900점의 위조 전자제품을 추가로 찾아냈고, 화물차 운전기사 3명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압수품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밀반입된 뒤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미국·프랑스·아일랜드·영국 등 해외 시장으로 재수출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브랜드를 도용한 위조 제품의 반입·유통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관세청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40일간 휴대전화 관련 위조제품을 집중 단속해 지식재산권 침해 38건을 적발하고, 밀수·유통에 관여한 41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적발 수량은 총 8만6,988점, 정품 가격 기준 약 22억원 규모였다. 품목별로는 휴대전화 케이스가 4만2,307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폰 1만3,263점, 충전기 1만606점, 보조배터리 6,777점, USB 케이블 4,485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에는 애플 아이폰 관련 제품을 모방하거나 삼성전자 상표를 무단 사용한 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유입 경로도 비교적 뚜렷했다. 적발 38건 가운데 32건(84%)은 중국에서, 나머지 6건(16%)은 홍콩에서 반입됐다.
韓 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
세계 각국에서 삼성전자 위조품 유통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지식재산처는 지난 8~9월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1차 참여 기업을 모집했다.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내 기업 제품임을 인증해 주고, 인증 상표의 권리자가 돼 직접 해외 위조 상품 제작·유통 문제에 대응하는 제도다. 인증 상표로 선정되면 정부가 주요 수출국, 위조 상품 유통 위험국 등 70여개 수출국에 K-브랜드 인증상표를 직접 출원·등록해 준다. 또 대상 기업에는 정부인증상표 사용이 허가되고, 최대 2억원의 정품인증기술 도입 비용이 지원된다. 여기에 인증 제도를 토대로 해외에서 위조 상품 유통 등 상표권 침해 행위가 발생할 시에는 정부가 현지 당국을 상대로 범정부적 대응을 하게 된다.
지난 2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식재산처가 ‘중소기업 K-브랜드 지식재산 보호 협의체’ 운영을 위한 착수 회의를 열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함께 해외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을 위한 협업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진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지식재산처 산하 지식재산보호원의 해외 지식재산권센터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 발생한 상표 무단 선점·위조 상품 유통 등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수시로 공유하고, 중기부 수출 지원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이 해외 지식재산권 보호 사업을 연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련 사업 간 협업을 강화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