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도 자국산으로” 전기차 앞세운 중국, 韓·獨·日 부품 공급망까지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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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부품 채택 확대에 글로벌 조달망 재편 기존 협력사 주문까지 中 기업으로 이동 韓·獨·日 자동차 산업, 판매·납품 기반 동반 압박

중국의 전기차 공세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정부의 자국산 부품 채택 지침과 세제 지원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유럽 부품사를 인수하고 일본 완성차 업체의 핵심 공급자로 진입하면서 기존 협력사들의 일감을 잠식하는 양상이다. 특히 완성차 브랜드가 유지돼도 내부 부품과 기술의 조달처는 중국으로 바뀌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국·독일·일본 등 자동차 수출 강국들은 중국산 전기차와의 판매 경쟁에 더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떠받쳐 온 부품 공급망의 잠식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수입 전기차 83% 중국산, 국내 부품사 일감 비상
3일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이 개최한 ‘공급망 정책 세미나’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확대와 국내 생산 기반 약화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종사자 41만 명의 고용이 영향을 받을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조철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특임교수는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의 중국 외 시장 점유율이 51.2%로, 2021년 9.2%에서 5년 만에 5배 이상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1~7월 수입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83.1%에 달해 2023년 21.1%의 약 4배로 불어났다.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이 국내 수요를 흡수할수록 국내 완성차 공장과 연결된 부품업체의 일감 확보에도 압박이 가해지는 흐름이다.
고용 충격에 대한 우려는 국내 부품업계의 높은 내연기관 의존도에서 비롯된다. 내연기관 관련 부품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사업체의 37.3%, 생산액의 39.1%를 차지하며,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관련 업체 비중은 77.6%에 이른다. 중국산 전기차 확산으로 국내 내연기관차 생산 기반이 약해지면 완성차 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1차 협력사에 이어 소재·가공 등을 맡는 하위 협력사까지 주문 감소 압박을 받는 구조다. 여기에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이 빨라질 경우 기존 내연기관 부품으로 매출을 유지해 온 업체들은 주력 제품의 수요 감소와 생산설비 전환 부담을 함께 떠안게 된다. 종사자 41만 명에 대한 고용 영향 전망에는 완성차 생산 변화가 여러 단계의 협력업체로 전달되는 공급망 특성이 반영돼 있다.
완성차부터 핵심 부품까지 중국 중심 조달망
국내 부품업체의 신규 판로 확보를 어렵게 하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추진해 온 ‘전기차 굴기’도 자리 잡고 있다. 완성차 생산 확대와 함께 핵심 부품의 개발·조달을 자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이다. 중국의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목표는 2027년까지 자체 개발·생산한 칩을 전면 사용하는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해당 목표는 강제 의무가 없는 정책 지침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당국은 상하이자동차·이치·광저우자동차·BYD 등 주요 업체에 중국산 반도체 채택 확대를 독려했다. 광저우자동차 등은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제조사와 자국산 대체품의 성능 검증에도 나섰다. 완성차 업체를 초기 고객으로 확보해 부품 개발과 실제 차량 탑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한국 부품사에는 중국 기업의 조달망에 진입할 문턱이 높아지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부품의 채택을 뒷받침할 시험·인증과 기술 표준도 정비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올해 초 공개한 자동차 표준화 업무계획에는 차량용 반도체 표준 개발과 배터리 안전·충전시스템·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준 마련이 포함됐다. 자율주행에 적용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의 시험·보안 요건과 차량용 대형 모델에 관한 지침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부품을 개발한 뒤 완성차에 적용하기까지 필요한 검증 절차를 국가 차원에서 갖추겠다는 취지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안전성과 장기간의 공급 안정성을 입증해야 납품이 가능한 만큼, 공통 검증 기반은 중국 신생 부품사의 시장 진입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자국산 사용 지침에 시험·인증 체계를 결합해 중국 완성차 업체가 국내 공급사를 선택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中 전기차 보조금, 부품 공급망 확대 동력
부품 국산화에 필요한 생산 규모는 장기간 이어진 전기차 수요 지원이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 지원을 구매 보조금, 차량 구매세 면제, 충전 인프라, 연구개발(R&D), 공공조달 등 다섯 갈래로 분석했으며, 구매 보조금과 세금 감면이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의 차량 구매 부담을 낮춰 판매를 늘리는 데 재정 지원을 집중해 온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6’에서도 지난해 중국의 소비자 대상 정부 지원 가운데 구매세 면제가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는 구매세를 50% 감면하는 방식으로 조정해 2027년 말까지 혜택을 이어간다. 세제 지원으로 차량 판매가 늘면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전장부품 발주도 증가하고, 납품업체는 생산량을 늘려 제품당 고정비를 낮출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자국산 부품 채택 확대가 맞물리면 수요 지원으로 발생한 물량이 중국 공급업체에 집중되는 효과가 커진다.
수요 지원으로 자국 공급망을 키워 온 중국은 축적한 제조 기술의 해외 이전에도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을 개정해 리튬인산철(LFP)을 포함한 배터리 양극재 제조 기술을 수출 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리튬광석에서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기술 등도 통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배터리 소재의 제조·가공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의 기술을 도입해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는 해외 업체는 계약 협상에 더해 수출 허가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기술 도입이 지연될 경우 생산공정 구축과 제품 양산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 중국산 소재 의존을 줄이려던 계획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전문가 분석에서도 해당 조치는 중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해외 경쟁사의 추격을 어렵게 하는 수단으로 평가됐다.
표1. 중국 전기차 수요 지원 및 배터리 기술 수출 통제
| 구분 | 주요 항목 | 내용 |
|---|---|---|
| 전기차 수요 지원 | 지원 체계 | 구매 보조금·구매세 면제·충전 인프라·연구개발·공공조달 구매 보조금·세금 감면 중심 지원 |
| 구매세 면제 비중 | 2025년 소비자 대상 정부 지원 중 90% 이상 | |
| 세제 지원 조정 | 2026년부터 구매세 50% 감면 2027년 말까지 혜택 유지 | |
| 공급망 확대 효과 | 차량 판매 증가 시 배터리·전장부품 발주 확대 생산량 증가로 제품당 고정비 절감 여력 확보 자국산 부품 채택 확대 시 중국 공급업체 물량 집중 | |
| 기술 수출 통제 | 제한 대상 확대 | 2025년 7월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 LFP 포함 배터리 양극재 제조 기술·리튬광석 기반 탄산리튬 생산 기술 등 추가 |
| 해외 이전 절차 | 통제 대상 기술 해외 이전 시 당국 허가 필요 해외 도입업체 계약 협상·수출 허가 절차 부담 | |
| 해외 경쟁사 영향 | 기술 도입 지연 시 공정 구축·양산 일정 차질 가능성 중국산 소재 의존 축소 지연·중국 기술 우위 유지 효과 |
자동차 본고장 유럽도 中 공급망 영향권
중국의 공급망 장악은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현지 부품사를 인수하며 완성차 업체의 조달망에 깊숙이 들어섰다. 미국 경제·정책 분석기관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자동차 부품업체 130곳 이상에 투자했다. 중국 전자부품업체 럭스쉐어가 지난해 독일 자동차 케이블업체 레오니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 부품사를 사들이면 생산설비와 기술인력을 확보하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와의 납품 관계도 이어받게 된다. 신규 공급사가 고객사를 발굴하고 납품 실적을 쌓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전기차 전환 비용과 판매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는 유럽 부품업체가 늘어난 가운데, 중국 자본이 기존 거래망을 확보할 기회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와 완성차 생산시설을 함께 구축해 중국 기업 간 공급 관계를 유럽 현지에 정착시키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다국적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은 스페인 사라고사에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합작사를 세우고, 올해 말 생산 개시를 목표로 연산 최대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스텔란티스와 중국 립모터의 합작사 립모터인터내셔널이 지난 6월 인근 마옌에 배터리 조립시설을 열면서 모듈 생산 거점도 더해졌다. 초기 공급 규모는 약 6만5,000개로, 향후 최대 10만 개까지 생산을 확대할 공간을 확보했다.
생산인력도 중국 공장의 제조 경험을 현지에 적용하도록 배치했다. 스페인 근로자들은 중국 배터리 시설에서 교육을 받은 뒤 현지 조립시설에서 중국인 직원들과 함께 근무한다. 설비 구축에 맞춰 공정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생산망과 연결될 완성차 조립 일정도 잡혔다. 립모터는 올해 말 같은 아라곤 지역의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B10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조립할 예정이다. CATL의 배터리 셀 공장 역시 연말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같은 지역에 셀 제조·모듈 조립·완성차 생산 거점이 차례로 갖춰지는 모습이다.
中 공급망 확장 속 일본 부품업계도 입지 축소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자국 완성차 업체의 판매를 뒷받침하던 계열 부품사들이 중국 공급망에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닛케이 크로스테크가 분석한 토요타의 중국 판매용 전기차 bZ3X는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합작법인이 개발을 주도하고 현지 공급사를 대거 채택하면서 기존 토요타 계열 부품사들이 납품 계약을 놓쳤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완성차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오랜 협력사에 돌아가던 주문이 현지 업체로 옮겨간 것이다. 중국 기술의 채택 범위도 차량의 핵심 영역으로 넓어지는 분위기다. 닛케이에 따르면 혼다는 중국 업체가 개발한 섀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토요타도 전기차 bZ7에 화웨이 기술을 적용했다. 섀시는 차량의 기본 구조와 주행 성능을 좌우하는 만큼, 중국 업체가 신차 개발의 주요 공급자로 자리 잡는다는 의미다.
중국산 부품 채택 압박은 일본의 1차 협력사 내부 조달망까지 파고들었다. 지난 9월 로이터통신이 확인한 혼다 내부 문건에는 협력사들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중국산 부품을 늘리도록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혼다는 프레스·단조 부품과 전장부품,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관련 부품 등 세 분야에서 비용을 30%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협력사별 절감 목표도 전달했다. 아울러 중국 공급사에서 직접 조달하는 물량을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협력사들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 가격을 낮춰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거래하던 하위 업체의 부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할 유인도 커진다. 완성차 업체의 직접 구매와 협력사의 하위 부품 구매 양쪽에서 중국 공급사가 진입할 경로가 열리는 셈이다. 일본 업체가 최종 부품을 납품하더라도 내부에 들어가는 소재·가공품의 조달처가 바뀌면 기존 중소 협력사에 돌아가는 일감은 그만큼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