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원가 뛰고 자동차 생산 멈추고, 중국 공급망 장악에 흔들리는 글로벌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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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소재·부품에 쏠린 글로벌 공급망 가격 인상·수출 제한 겹쳐 제조업 부담 가중 EU, 대체 원료 확보·역내 생산 확대 추진

중국에 집중된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이 글로벌 제조업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LCD 패널 업체들의 가격 인상과 감산에 삼성전자·LG전자의 TV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희토류 수출 통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동차·항공 소재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대체 공급처가 부족한 해외 기업들은 중국 업체의 가격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수출허가를 기다리며 생산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다.
中 패널 3사, LCD 공급망 장악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BOE·TCL CSOT·HKC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TV 제조사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인상을 통보하면서 연말 성수기를 앞둔 TV 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격 인상 요구에는 패널 제조에 필요한 소재·부품의 조달 비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상위 공급망의 소재 생산능력이 다른 용도로 배분되면서 4분기 TV 패널 생산원가가 전 분기보다 4~7%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중국 3사는 국경절 연휴를 활용한 가동 중단과 감산도 추진했다. 재고 누적을 억제해 패널 가격을 방어하려는 조치로, TV 제조사들의 원가 관리와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중국 업체들의 협상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소수 기업에 집중된 TV용 LCD 공급 구조다. 트렌드포스가 파악한 중국 상위 3사의 공급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TV용 LCD 생산을 종료했고,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월 광저우 LCD 생산법인과 모듈법인 지분을 TCL CSOT에 넘겼다. 한국 업체들이 생산을 접는 과정에서 중국 경쟁사가 기존 공장까지 인수하며 공급 기반을 넓힌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 TV 판매를 이어가기 위해 외부에서 대규모 패널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주요 공급사의 가격 인상에 맞서 거래처를 바꿀 여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판매 부진 속 패널값 부담 확대
패널 조달 부담은 가뜩이나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약해진 국내 TV 사업에 추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실적을 보면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의 3분기 매출은 13조9,000억원, 영업손실은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TV 사업은 글로벌 스포츠 행사 종료 이후 수요가 줄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하락 폭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반의 판매 여건도 녹록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8월 올해 세계 TV 출하량을 전년보다 0.8% 감소한 1억9,465만 대로 전망했으며, 삼성전자도 내년 TV 수요가 정체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 부진에 부품 구매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TV 사업의 실적 회복에도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공들이는 중고가 TV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패널 공급사 CSOT를 계열사로 둔 TCL은 대규모 부품 구매에 따른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퀀텀닷·미니 LED TV 제품군을 확대했으며, 올해 상반기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한 1,508만 대를 기록했다. 미니 LED TV에도 LCD 패널이 들어가 한국 업체들은 제품 고급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중국 경쟁사 계열의 패널 공급망에 의존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미니 LED는 LCD 뒤에서 빛을 비추는 광원을 작은 LED로 촘촘하게 배치해 밝기와 명암 표현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화면을 구현하는 LCD 패널은 그대로 필요해 고급 제품 판매를 늘려도 중국 공급사의 패널 가격 정책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유지된다. 여기에 하이센스도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의 판매 기반을 토대로 RGB 미니 LED 적용 제품을 늘리며 중고가 시장 공략에 가세했다. 하이센스의 상반기 TV 출하량은 1,423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표1. 국내 TV 사업 수익성 부담 및 중국 업체 경쟁 동향
| 구분 | 주요 지표·요인 | 내용 |
|---|---|---|
| 삼성전자 | 3분기 실적 | VD·DA 합산 매출 13조9,000억원, 영업손실 2,000억원 TV 부문, 글로벌 스포츠 행사 종료 이후 수요 둔화로 매출 감소 |
| 수익성 대응·수요 전망 |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비용 효율화로 수익성 하락 폭 축소 내년 TV 수요 정체 또는 소폭 감소 전망 | |
| 세계 TV 시장 | 올해 출하량 전망 | 1억9,465만 대, 전년 대비 0.8% 감소 트렌드포스 8월 전망 기준 |
| TCL | 상반기 TV 출하량 | 1,508만 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 |
| 중고가 시장 공략 | 계열 패널 공급사 CSOT·대규모 부품 구매 협상력 기반 퀀텀닷·미니 LED TV 제품군 확대 | |
| 하이센스 | 출하량·제품 전략 | 상반기 TV 출하량 1,423만 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 판매 기반 활용, RGB 미니 LED 적용 제품 확대 |
| 국내 TV 업체 | 패널 조달 부담 | 미니 LED TV에도 LCD 패널 필요 제품 고급화 과정에서도 중국 경쟁사 계열 패널 공급망 의존·가격 정책 영향 지속 |
中 희토류 수출 통제로 멈춘 미국 생산라인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뒤 해외 제조업체들의 조달 부담이 커진 흐름은 희토류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희토류 7종과 관련 자석에 수출허가제를 도입해 해외 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등에 쓰이는 자석의 원료 공급이 당국의 허가에 묶이면서 해외 제조업체들은 납기조차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미국에서는 완성차 생산부터 차질을 빚었다. 포드는 지난해 5월 희토류 부족으로 시카고 공장의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간 중단했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뿐 아니라 차량의 창문·와이퍼 모터와 각종 센서에도 들어가 내연기관차 생산까지 영향을 받았다.
항공산업의 소재 공급망에서도 희토류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올해 2월 이트륨을 사용하는 북미 코팅 소재업체 두 곳이 생산을 일시 중단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트륨은 항공기 엔진과 발전용 터빈을 고온으로부터 보호하는 코팅의 원료로, 엔진 제작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소재다. 한 업체는 주요 엔진 제조사에 공급할 물량을 남기기 위해 소규모·해외 고객의 주문을 거절했고, 다른 업체는 재고가 바닥나 이트륨 산화물을 함유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공급 감소는 중국 해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4월 수출 통제 도입 이후 8개월간 중국의 대미 이트륨 제품 수출량은 17톤으로, 직전 8개월의 333톤에서 급감했다. 이후 올해 3월 이트륨 산화물 60톤이 미국에 수출됐지만, 당시 기준 최근 12개월간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75%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
유럽 자동차도 생산 차질
유럽에서도 부품업체의 원료 부족이 완성차 공급망을 흔들었다. 유럽자동차부품공급업체협회(CLEPA)는 지난해 6월 초 희토류와 자석 부족으로 역내 여러 공장과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당시 업계가 제출한 수백 건의 수출허가 신청 가운데 승인된 비율은 약 25%에 불과했다. BMW는 일부 협력사가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고 밝혔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주요 공급업체들과 희토류 비축 등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특히 BMW는 최신 전기차의 구동모터에 영구자석을 쓰지 않는 기술을 적용하고도 와이퍼와 창문을 움직이는 소형 모터에는 희토류가 필요했다. 핵심 구동계의 원료 의존도를 낮춘 뒤에도 차량 곳곳에 들어가는 부품의 공급 차질까지 피하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유럽 기업들은 허가 심사 과정에서도 납기 불확실성과 민감한 사업정보 제출이라는 부담을 떠안았다. 독일 보쉬는 공급업체들이 수출허가에 필요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제출하느라 복잡하고 긴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CLEPA 역시 중국 내 지역마다 심사 절차가 달랐으며, 일부 신청은 절차상 이유로 반려되거나 지식재산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제출한다고 해도 원료를 언제 받을지 기약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6월 말 유럽 부품업계의 허가 승인 비율이 약 60%로 높아진 뒤에도 수백 건의 신청이 대기 중이었고, 최종 사용자가 미국에 있거나 인도 등 제3국을 거치는 거래는 심사가 더 지연됐다. 유럽에서 부품을 생산하더라도 최종 납품처와 거래 경로에 따라 원료 확보 일정이 달라지는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다.
EU, 단일시장 접근 제한 카드 추진
원료 확보와 생산 일정이 중국의 수출허가에 좌우되자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통상 대응 수단을 강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 정상회의 이후 역내 단일시장 접근을 신속하게 제한하는 새 제도의 도입 계획을 밝혔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은 개별 제품 중심의 무역구제 조치를 보강하는 공동 제안을 내놨다. 특정 국가가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기존 수단만으로는 유럽 기업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상대국의 경제적 압박에 EU 시장 접근 제한으로 대응할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오는 12월 핵심 물자의 특정 공급처 의존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역외 국가의 강압이나 보복을 받는 회원국·산업을 공동 지원하는 장치도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대체 원료 확보와 역내 생산 기반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베트남의 희토류·텅스텐 등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현지 채굴·가공 사업에 대출과 보조금,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지난달 22일 양측 정상 간 회담에서도 핵심 원자재 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역내에서는 핵심원자재법(CRMA)에 따라 2030년까지 전략 원자재 연간 소비량 대비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에 해당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집행위는 이를 뒷받침할 전략사업 46개를 지난달 추가 선정했고,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는 지난해 프랑스 라로셸 공장에 영구자석용 희토류 생산라인을 신설했다. 해외 조달선을 넓히는 동시에 정제·가공과 재활용 역량을 유럽에 축적해 중국산 수입을 대체할 생산 기반을 갖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