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속도 내도 공급은 역부족" 中 AI 칩 수급난에 엔비디아 의존 지속, 밀반입·해외 클라우드 활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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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엔비디아 게임·워크스테이션용 GPU 대량 구매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 약진에도 공급 턱없이 부족 美 수출 통제 속 첨단 칩 밀반입·해외 클라우드 우회 이용까지 확산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게임·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거 매입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확보에 제약이 걸린 가운데, 수출이 허용되는 일부 GPU를 AI 연산에 활용하며 부족한 컴퓨팅 자원을 보완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으로 중국 자체 AI 칩의 공급 한계를 지목한다. 화웨이 등 현지 AI 칩 제조 기업들의 생산 역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외 연산 자원에 대한 의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칩 흡수하는 中
13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기업들이 AI 연산 능력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올해 엔비디아 게임용·워크스테이션용 칩을 100만 개 넘게 사들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통제를 받는 데이터센터용 가속기 대신, 수출이 허용되는 일부 게임용·워크스테이션용 GPU를 확보해 AI 연산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이 구매한 제품은 RTX 프로 6000D, RTX 프로 5000, RTX 5090 등으로, 세 제품 모두 대부분 작업에서 화웨이 어센드 910C보다 느리지만 프리필(AI가 답을 생성하기 전에 이용자가 입력한 질문이나 문서를 읽어 들이는 단계) 등 가벼운 AI 작업은 처리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실제 대량 구매 사례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13일 중국 경제 매체 매일경제신문은 현지 IT 기업 아이소프트스톤이 엔비디아의 RTX PRO 6000D GPU 8,000개를 확보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제품은 베이징 퉁저우 공장에서 AI 서버 완제품의 생산·검증·납품에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시세를 기준으로 추산한 물량 가치는 5억6,000만 위안(약 1,130억원) 수준이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중국 금융 IT 기업 톈양테크놀로지도 공급업체와 RTX PRO 5500 블랙웰 GPU 2만 개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中의 자체 AI 칩 개발 노력
이러한 흐름은 현지 AI 칩 공급망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최근 AI 칩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는 기존 어센드 910C에 이어 차세대 AI 가속기인 어센드 950 시리즈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알리바바 역시 반도체 설계 자회사 티헤드를 통해 AI 가속기 '전우(Zhenwu)' 시리즈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바이두의 쿤룬신과 캠브리콘 등도 차세대 AI 칩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는 중신궈지(SMIC)가 AI 관련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 역량을 강화 중이며,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역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신규 공장 건설과 생산 시설 확충에 힘을 싣는 추세다.
이 같은 국산화 행보는 실제 시장 점유율 변화로도 이어졌다. 지난 13일 로이터통신이 시장조사업체 IDC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출하량은 총 200만8,000개로 집계됐다. 이 중 화웨이의 출하량은 57만2,000개에 육박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28%에 달했다. 이 밖에도 티헤드가 7%, 캠브리콘이 5%, 쿤룬신이 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해당 기간 엔비디아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7만8,000개에 그쳤고, 시장 점유율 역시 지난해 연간 기준 약 55%에서 34%까지 낮아졌다.
표1. 중국 AI 칩 공급망 현황
| 구분 | 주요 내용 |
|---|---|
| 국산화 확대 | 화웨이·티헤드·캠브리콘·쿤룬신 등을 중심으로 자체 AI 칩 개발 가속화 |
| 공급 부족 | 자체 AI 칩 생산 역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연산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수급 격차 지속 |
| 생산 제약 | HBM 가격 상승과 첨단 노광장비 접근 제한으로 생산 비용·수율 부담 가중 |
연산 수요가 공급 웃돌아
문제는 이런 변화 속에서도 중국의 자체 AI 칩 공급 능력이 급증하는 연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FT는 중국의 올해 AI 칩 생산량이 약 350만 개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체 수요는 500만 개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전했다. 예상 생산량과 수요 간 격차가 최소 150만 개에 달하는 셈이다. 현지 핵심 공급자인 화웨이 역시 자국 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달 17일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6' 행사에서 "중국 내 수요조차 충족할 만큼의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AI 칩 공급량을 대폭 늘리기도 어렵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제 지난달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AI 칩 기업들은 HBM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화웨이의 차세대 AI 가속기 어센드 950DT 카드 제시 가격은 25만 위안(약 5,050만원)을 넘어섰으며, 기존 어센드 910C 카드 가격 역시 연초 약 9만 위안(약 1,820만원)에서 11만 위안(약 2,22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여기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 제한도 생산 효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발(發) 규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받지 못해 기존 심자외선(DUV) 장비와 멀티패터닝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노광·식각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에 따라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공정 단계가 늘어나 수율 확보 난도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비디아 제품 밀반입 사례 속출
이 같은 공급 부족은 중국 산업계의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중국으로 불법 반출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잇따라 등장할 정도다. 지난 9일 로이터는 대만 국적의 팅웨이 윌리 선이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미국 수출통제법 위반 공모와 밀수 공모, 미국 정부 상대 사기 공모, 사법방해 등 4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검찰은 지난 3월 선과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이셴 월리 랴오, 대만 지사 영업관리자 루이창 스티븐 창 등 3명을 25억 달러(약 3조3,790억원) 상당의 미국산 AI 기술을 중국으로 불법 반출하려 공모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10월부터 엔비디아의 B200·H100·H200 등 고성능 GPU를 탑재한 서버를 수출 허가 없이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제3국 업체를 경유하는 거래 구조를 활용했다. 특히 선은 수출 주문을 중개하고 중국으로의 최종 반출 사실을 은폐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실제 서버 대신 모형 서버를 배치해 미국 상무부의 현장 검사를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도 유사 사례가 존재했다. 지난해 8월 미국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겅촨과 양스웨이를 수천만 달러 상당의 첨단 AI 칩을 중국으로 불법 수출한 혐의로 체포·기소했다. 이들은 2022년 설립한 업체 ALX솔루션스를 통해 지난해 7월까지 미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 없이 AI 칩을 중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는 슈퍼마이크로에서 엔비디아 H100 칩 200개 이상을 구매하면서 최종 고객이 싱가포르와 일본에 있다고 신고하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소재 운송업체를 대상으로 20건 이상의 화물을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조사 결과 해당 주소에서 업체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직접 대금을 수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동남아 인프라 거쳐 우회 접근하기도
일각에서는 첨단 AI 칩을 밀반입하는 대신 해외 데이터센터의 연산 자원을 임대하는 중국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설치된 엔비디아 GPU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FT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이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동남아 데이터센터에서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텐센트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과 동남아 데이터센터 여러 곳에 설치된 첨단 AI 칩 약 10만 개를 이용하는 5년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70억 달러(약 9조4,620억원)로 추산되며, 초기 지급액은 전체 계약 금액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중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확보 경로와 해외 클라우드 인프라 이용 실태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메가스피드 인터내셔널 등이 포함됐다. 메가스피드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대규모 구매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에 공급했다고 알려졌으며, 이들 시설은 중국 고객들에게 원격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당국은 이와 별개로 메가스피드가 일부 반도체를 중국 본토로 불법 반출했을 가능성도 검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