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AI 거품론 현실화하나” 레버리지와 광기가 주도하는 시장, 투자 과열 속 재평가 임박

“AI 거품론 현실화하나” 레버리지와 광기가 주도하는 시장, 투자 과열 속 재평가 임박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AI 투자 과열 누적 속 자본 구조 왜곡
공급 선행·수요 후행이 만든 성장 착시
AI 산업에 임박한 가치 재평가 국면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AI 거품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평가·과잉투자·레버리지 확대라는 역사적 버블 징후 위에, 생성형 AI 특유의 비용 구조와 수익 불확실성이 겹치며 시장 불안감이 빠르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현금 소모 속에서도 실질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채 주가만 선행하는 구조는 과열 국면의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AI 거품 경고음 지속

15일(이하 현지시간) 글로벌 투자분석가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록펠러인터내셔널 회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기고문에서 AI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네 가지 핵심 지표로 △고평가(over-valuation) △과잉보유(over-ownership) △과잉투자(over-investment) △과도한 레버리지(over-leverage)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 기술주는 최근 10~15년 동안 실질 가격 기준으로 10배 이상 상승했으며 AI 관련 종목은 지난 2년간 시장 평균을 100% 이상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급등은 명백한 거품 경고 신호”라고 진단했다.

샤르마 회장은 또 수년간 현금이 풍부한 대차대조표를 운영해 온 빅테크들이 이제 AI 경쟁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부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메타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장 큰 부채 발행자'가 됐는데, 이는 전형적인 버블 후반 사이클 신호라고 설명했다. 샤르마 회장은 미국 가계가 주식에 과도하게 자산을 몰아넣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미국 가계는 현재 전체 자산의 52%를 주식에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거품 징후로 기업 수익성과 현금흐름 악화도 꼽았다. 샤르마 회장에 따르면 애플, MS,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알파벳,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M7)’ 중 아마존, 메타, MS는 이제 순부채 상태에 진입했고 AI 투자 지출 증가로 자유현금흐름이 급감하고 있다. 시장 전반의 금융 레버리지도 문제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개인 투자자에게 쉽게 접근 가능한 형태로 해당 상품의 총자산은 지난 10년간 7배 증가해 현재 1,400억 달러(약 206조원)에 이르고 있다.

앞서 미국 금융저널리스트 엔드루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n)도 최근 발간한 신간을 통해 AI 거품을 경고했다. 소킨이 제시하는 주가 폭등의 본질 역시 샤르마 회장이 제시한 지표과 유사하다. 그는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 △풍부한 유동성(Liquidity) △투자자들의 광기(Lunacy), 즉 '3 L'을 제시했다. AI 열풍의 근저에는 쉬운 돈(easy money)이 만든 시장 불균형이 있다는 분석이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AI 거품론에 가세했다. 그는 이달 8일 아부다비 금융주간(ADFW)에 참석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부 AI 기업들이 가치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기본적으로 AI는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AI 투자 위험 회피 심리 강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AI 거품론은 주가 흐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5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1.49포인트(0.09%) 내린 4만8,416.56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9포인트(0.16%) 밀린 6,816.5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37.76포인트(0.59%) 하락한 2만3,057.41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지수는 강세로 출발했으나 이후 매물이 쏟아지며 빠르게 하락 전환했다.

여기에는 지난주 브로드컴이 촉발한 AI 위험 회피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브로드컴은 5.59% 급락하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3거래일간 하락률만 20%에 육박한다. AI 투심이 회복되지 못하자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0.61% 하락했다. 3거래일 연속 약세다. AI 거품 논쟁의 발단으로 꼽히는 팔란티어 또한 같은 기간 3.97달러(2.12%) 하락한 183.57달러에 장을 마쳤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공매도하고 있다고 밝힌 팔란티어는 지난달까지 내년 예상 주당 순이익의 230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순익이 급증하더라도 밸류에이션 모델만으로는 쉽게 정당화하기 힘든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버리는 AI 거품 붕괴 시점을 맞추거나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설령 거품이 붕괴하더라도 1~2년 뒤에나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며, AI 거품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신의 유료 서브스택을 통해 "현재 주식 시장은 극단적인 규모의 '블로 오프 톱(Blow-off top, 과열 후 급락 직전의 최고치)'으로 갈 수 있는 국면에 있다"며 "언제든지, 심지어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고점을 찍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AI 부문에 대해 "공급자 측 과잉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종 수요 없이 기술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 수십억 달러의 투자 약정을 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이를 수요로 착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경제 전문가들도 AI의 상승세를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건으로 본다. 현재 AI 분야에 몰린 투자금은 닷컴 버블 붕괴 직전 인터넷 기업에 쏠렸던 투자액의 17배에 달한다. 시가총액 4조6,000억 달러(약 6,768조원) 규모의 엔비디아의 경우, 미국·중국·독일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경제 규모보다도 크다. 물론 AI에 대한 투자 광풍이 미국의 주식시장 활황세뿐 아니라 경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투자의 중장기적 효과에 관해선 불확실한 요소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특히 거시경제적으로는 과연 AI 투자가 노동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투자가 언제쯤 의미 있는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질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조차 “최근 업계 일부가 지금을 꽤 거품스러운 상태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AI 산업이 곧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되는 이유다.

거품 국면 속 시험대 오른 오픈AI

이에 전문가들의 시선은 거품의 시간이 지난 뒤 누가 살아남느냐로 쏠린다. 지금의 과열 국면은 길어야 1~2년 내 최대치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이후는 성장의 질이 실물로 증명되느냐로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오픈AI다. 오픈AI는 지난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리브럴 밸리 AI 서밋(Cerebral Valley AI Summit)’에 참석한 300여 명 창업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설문에서 ‘가장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큰 AI 기업’ 순위 2위(1위는 퍼플렉시티)에 올랐다. 오픈AI는 챗GPT를 앞세워 챗봇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있지만,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점차 불어나는 적자 규모가 오픈AI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 130억 달러(약 19조원)의 매출을 올린 뒤 90억 달러(약 13조원)의 비용을 소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26년과 2027년 현금 소모율이 57%를 유지하다 2028년에는 740억 달러(약 109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올해 본격화한 총 1조~1조4,000억 달러(약 1,470조~2,043조6,000억원) 규모 장기 인프라 계약과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순환거래 구조(오픈AI·엔비디아·AMD·코어위브·AWS·MS 등)도 재무 부담을 더 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기업가치가 매출에 비해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상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오픈AI의 기업가치는 현재 3,000억 달러(약 441조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거품 붕괴가 반드시 산업의 후퇴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 경제학자 존 터너(John Turner)는 “닷컴 버블이 붕괴한 이후에도 전자공학·컴퓨터 공학·과학 분야의 논문 수는 오히려 늘어났고,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보급도 끊기지 않았다”고 했다. 즉, 연구는 산업 충격과 별개로 계속됐다는 얘기다.

학자들은 AI 거품이 무너져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학자인 미국 메릴랜드대 브렌트 골드파브(Brent Goldfarb) 교수는 “AI 거품이 무너지면 AI 스타트업 혹은 신생 기업에선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구글·엔비디아 같은 대형 기업들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AI 인력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기술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터너 교수 역시 “1896년 영국 자전거 시장 붕괴 후엔 갈 곳 없던 자전거 기술자들이 오토바이·자동차·비행기 산업을 발달시켰다. 마찬가지로 닷컴 버블 붕괴 후엔 인터넷이 오히려 더 빠르게 확산됐다”고 했다.

메릴랜드대 기술사학자 데이비드 키르시(David Kirsch)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AI 붕괴로 산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재들이 학계로 돌아오면 오히려 사회에 훨씬 유익한 기술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가령 이를 통해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50년 난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 딥마인드의 AI 소프트웨어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도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